이백쉰아흐레째 아침, 유리는 빌린 책의 귀퉁이에 접힌 자국을 발견했다. 자기가 만든 자국은 아니었다. 전날 책갈피를 옮길 때는 보지 못했지만, 어느 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세게 펴려다 멈췄다. 오른손에 힘을 주는 대신 왼손으로 책을 받쳐 들었다. 읽고 싶은 줄과 고치고 싶은 종이는 같은 곳에 있었다.
에다는 자기 양말을 찾았다고 문밖에서 말했다. 가방 안쪽에 접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유리가 문을 열자 그는 한 짝을 증거처럼 들어 보이다가 자기 손을 내렸다. 어젯밤 이야기의 결말을 물건이 먼저 끝냈다고 웃었다. 그녀는 이야기 속 어른도 같은 가방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아직 그 장면은 쓰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일이 그대로 글의 마지막 줄이 되어야 하지는 않았다.
유리는 책을 돌려줄 때 종이 자국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래 읽고 싶은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빌릴 수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에다는 오늘 다른 볼일로 나갈 예정이라 길 일부를 함께 갈 수 있었다. 그는 유리의 가방을 먼저 들지 않았다. 그녀가 책 한 권은 지금 편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은 출발 때와 돌아올 때의 길을 미리 나누었다.
책을 빌려준 곳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작은 열람 공간이었다. 유리는 문 앞 의자에서 잠깐 쉬고 들어갔다. 에다는 자기 일을 보러 다른 쪽으로 갔다. 그가 떠나는 뒤를 보면서 그녀는 혼자 온 사람처럼 현재 문의를 할 수 있었다. 누군가 곁에 있어야만 오른손이 불편한 몸으로 바깥에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몸이 허락하는 거리와 쉬는 자리는 여전히 필요했다.
담당은 접힌 자국을 함께 봤다. 대여 전 그 모서리의 상태가 기록된 것은 아니라서 언제 생겼는지 정할 수 없다고 했다. 유리는 자기가 펴도 되는지 물었고 지금은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는 답을 들었다. 잘 고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빌린 종이를 더 만질 필요는 없었다. 담당은 현재 상태를 받고 연장할 수 있는 범위를 설명했다. 그녀는 그 안에서 며칠 더 빌리기로 했다.
“그 장을 좋아하세요?”
담당이 물었다. 유리는 의자를 비워 두는 이유를 자기 마음대로 먼저 짐작해서 다시 읽고 싶었다고 답했다. 담당은 자기도 처음에는 누군가 기다리는 줄 알았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책이 잘못 썼다는 말로 가지 않았다. 앞에 놓친 줄이 있었고 다시 읽으면 다른 소리가 났다. 유리는 그 일을 세온과도 해 보고 싶었다. 서로 틀린 짐작을 모아 놓고 웃는 일도 만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열람 공간의 창가에는 빈 의자 하나가 있었다. 유리는 방금 읽은 책 때문에 그 의자를 오래 봤다. 실제로는 창틀을 닦는 사람이 곧 쓸 자리였다. 담당이 다른 의자를 안내했다. 그녀는 그곳에 앉아 책을 조금 폈다. 종이의 접힌 모서리를 가리지 않으려고 책갈피를 다른 쪽에 넣었다. 자국이 있다고 읽지 못하는 장은 아니었다. 다만 손이 닿는 곳을 조금 고르면 됐다.
옆자리에서 누군가 짧은 글을 소리 없이 입으로 읽고 있었다. 유리는 그 얼굴을 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에다의 소리 내는 읽기와 다른 모습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 하나로 모든 사람의 책장을 채울 수는 없었다. 세온과 함께 있는 방에서도 누가 소리를 내고 누가 조용히 읽을지는 그때 물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질문을 작은 종이에 적어 두었다.
조용한 방에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유리는 자기가 세온에게 읽어 달라고 고른 글을 다시 봤다. 첫 줄은 좋았지만 그 뒤에는 긴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 잠깐 듣고 쉬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 부분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함께 읽고 싶다는 이유와 실제로 한 번에 읽을 길이는 다를 수 있었다. 그녀는 글을 바꾸기로 단정하지 않고 두 곳에 책갈피를 넣었다.
에다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문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약속한 때보다 조금 일찍 나와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친구는 자기가 늦은 줄 알았다고 했다. 유리는 늦지 않았다고 답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다고 모두 기다림 때문에 지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쉬는 일이 좋아서 앉아 있었다. 에다는 그 옆에 잠깐 앉고 나서 같이 걸었다.
돌아가는 길에 작은 천 가게 앞을 지났다. 유리는 책을 감쌀 천을 새로 사야 할지 생각했다. 가진 천은 가장자리가 조금 풀려 있었다. 에다는 자기 손으로 단번에 고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다. 지금 숙소에서 수선 맡길 곳을 물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먼저 가진 천의 크기를 보고 싶다고 답했다. 책을 오래 빌렸다고 모든 물건을 새로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 뒤 천을 펴 보니 풀린 쪽은 책 모서리와 닿는 부분이었다. 유리는 왼손으로 조금 만져 보다가 어깨가 당겨 내려놓았다. 할 수 있는 쪽 손이 있다고 오래 해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숙소의 수선 담당에게 정한 범위와 비용을 물었다. 상대는 현재 천을 보고 작은 수선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받은 온실 사례와 남은 생활비 안에서 그 일을 맡겼다.
천을 맡긴 뒤 책은 한동안 그대로 남았다. 에다가 자기 종이로 싸 두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인쇄된 면이 책에 닿아도 괜찮은지 둘은 알지 못했다. 유리는 지금 방 안에서 읽는 동안은 감싸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물건이 잠깐 비었다고 꼭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마른 탁자 위에 책을 놓고 손을 쉬었다.
에다는 자기 원고를 가져왔다. 문밖 양말 주인이 사라지고 다른 결말이 붙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양말을 찾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쓰다 보니 방문한 사람이 꼭 물건을 찾으러 올 필요는 없더라고 했다. 유리는 그럼 왜 왔는지 물었다. 친구는 끝까지 듣고 싶으면 오늘 두 문단은 더 읽어야 한다고 웃었다. 이번에는 들을 수 있는 몸이었다. 그녀는 지금 짧게 부탁한다고 답했다.
이야기 속 방문자는 자기 집에 불이 꺼져 있어 남의 창문 빛을 조금 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계절이나 마법의 계약은 아니었다. 그저 저녁에 자기 방이 너무 어두워 잠깐 앉아 있고 싶다는 말이었다. 주인공은 책을 다 읽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방문자는 읽는 동안 말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유리는 그 부분에서 조용해졌다. 세온에게 쓰고 싶었던 방과 닮았지만 친구의 다른 집이었다.
문은 열렸다. 두 사람은 같은 책을 보지 않았다. 한 사람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은 자기 신발 끝을 말렸다. 에다가 마지막 문장을 읽은 뒤 종이를 내렸다. 유리는 결말을 더 설명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친구가 왜냐고 묻자 방문자가 마음이 나아졌는지 당장 말해 주지 않아도 방 안의 두 사람이 보인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말을 자기 편지에 그대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너무 아무 일도 안 생기나요?”
에다가 물었다. 유리는 문이 열렸다고 답했다. 어제는 열지 못하던 사람이 오늘 열었다. 물건을 찾은 것도 없고 큰 말도 없었지만 자기는 그 변화가 보였다고 했다. 친구는 종이를 한 번 더 봤다. 그 뒤에 불을 더 밝히는 문장을 붙이고 싶었는데 조금 더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그녀의 취향을 정답으로 삼지는 않았다.
테사가 오후에 숙소 마당을 지나가며 잠깐 인사했다. 오늘 싹이 어떤지 묻자 전날과 아주 다르게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침에 정한 자리에서 봤으며 돌보는 사람이 계속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 유리는 어제보다 좋아졌다는 대답을 얻으려고 다시 묻지 않았다. 테사는 오늘은 빵을 사러 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하루에는 화분 말고 다른 할 일도 있었다.
그는 에다에게 이야기가 끝났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지금 하나의 끝을 써 봤다고 했다. 테사는 다음에 들을 수 있는 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그 자리에서 날짜를 잡지는 않았다. 유리는 누군가의 글이 완성되면 곧바로 사람을 모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서 조금 벗어났다. 오늘 한 사람이 들은 이야기로도 원고는 실제로 한 번 소리를 가졌다.
해가 기울기 전에 수선 담당이 천을 돌려주었다. 현재 맡긴 부분은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유리는 실제 수선을 보고 정한 값을 지급했다.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기 온실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늘 지출에 작은 항목이 하나 더 생겼다. 그녀는 보관 몫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였는지 다시 세었다. 돈과 물건을 같은 탁자에서 볼 수 있었다.
새로 정리된 천으로 책을 감싸니 접힌 모서리가 덜 걸렸다. 유리는 자국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자국은 그대로였고 천의 실이 풀린 부분이 고쳐졌다. 서로 다른 두 물건의 변화였다. 에다가 보기 좋아졌다고 하자 그녀는 책이 아니라 천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친구는 알지만 같이 놓으니 한 덩어리로 보였다고 했다. 그녀도 아침에는 그랬다.
유리는 세온에게 다음 편지를 쓸 종이를 꺼냈다. 오늘 실제 보낸 새 편지는 없었다. 이백쉰이레째 맡긴 답장이 가는 동안 자기 하루가 또 생겼을 뿐이었다. 그녀는 수선한 천과 에다의 이야기를 짧게 적어 보았다. 마지막에 ‘문이 열렸어요’라고 썼다가 그 한 줄만으로는 자기 숙소 문 이야기처럼 읽힐 것 같아 작품 속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보낸 편지를 고치는 답은 아니었다.
두 후보 기간을 놓고 보니 늦은 쪽이 지금 일정에는 더 편할 것 같았다. 그녀는 확정 표시를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보관 조건과 몸을 더 살핀 뒤 말할 수 있었다. 세온의 일과 실제 인수도 아직 그가 확인해야 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도착해도 길을 걷는 몸은 나중에 움직였다. 그녀는 그 순서가 답답한 날도 있다는 것을 종이에서 빼지 않았다.
저녁 식사 때 에다는 자기가 쓴 방이 실제로는 자기 방과 다르다고 말했다. 자기 방 창문은 글처럼 넓지 않았고 신발을 말릴 곳도 좁다고 했다. 유리는 그래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친구는 실제 자기 집을 거짓으로 꾸민 것은 아닌지 잠깐 걱정했다고 했다. 그녀는 누가 사실을 쓰라고 부탁한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글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가 웃었다.
식사 뒤 둘은 마당을 조금 걸었다. 유리는 어깨가 다시 무거워져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다. 에다는 한 바퀴 더 돌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러라고 했고 혼자 방으로 들어왔다. 남은 사람이 혼자 걷는다고 헤어진 사이가 나빠진 것은 아니었다. 창문에서 친구의 그림자가 한 번 지나갔다. 그녀는 손을 편히 두고 그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었다.
밤에는 내일 가져갈 보관 종이를 가방에 넣었다. 판 하나, 봉인된 병 여섯, 빈 병 둘의 분리 보관은 그대로였다. 멈춘 시계도 책 옆에서 같은 곳을 가리켰다. 오늘의 소소한 수선이 오래된 반환 기록의 빈 곳을 채워 주지는 않았다. 유리는 시계를 만지지 않았다. 종이의 접힌 모서리를 남겨 두었듯 아직 모르는 것을 억지로 펴지 않을 수 있었다.
잠들기 전 그녀는 에다가 읽은 마지막 문장을 떠올렸다. 방문자는 방이 밝아졌다고 말하지 않았고 읽는 사람도 책을 덮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방에 있었다. 유리는 자기가 세온에게 부탁하고 싶은 장면이 그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가 어떤 줄을 읽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 질문을 다음 종이에 남긴 뒤 불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