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문에 달린 천이 유리의 가방부터 붙잡았다. 그녀가 돌아서자 문 옆에 앉아 있던 에다가 웃음을 참았다. 책의 문지기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는 얼굴이라 유리는 먼저 가방을 안쪽으로 당겼다.
“오늘은 제가 나가기 전에 문이 닫혔네요.”
“천천히 열어 준다고 했는데요.”
이백쉰이틀째, 아침 식사를 마친 뒤였다. 유리는 몸을 살핀 뒤 마레에게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밤사이 오른손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받칠 곳을 두고 잠깐 앉아 있는 일은 해 볼 수 있었다. 마레는 입구에서 가까운 빈 의자를 보여 주었다. 유리는 그곳에 앉아 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먼저 봤다.
공동 온실은 로델의 종자 온실과 달랐다. 가운데에는 밭고랑 대신 화분과 나무 상자가 있었고, 지붕을 가로지른 줄에는 말리는 천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가져온 작은 식물을 맡기기도 하는 곳이었다. 유리는 처음 보는 잎의 이름을 혼자 붙이지 않았다. 낮은 선반 끝에 사람 이름을 쓴 표가 달려 있었다.
마레는 어제 보여 준 틀을 비어 있는 상자 위에 놓았다. 오늘은 모서리가 마른 상태였다. 오전에 물기가 생겼다는 사람도, 저녁부터 젖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유리는 둘 중 누가 옳은지 고르기 전에 그들이 서로 다른 날을 말하는지 물었다. 마레가 종이를 두 장 폈다. 같은 날을 가리키고 있었다.
“같은 날인데 자리가 같았는지는 모르겠네요.”
유리가 말했다. 마레는 선반을 봤다가 뒤쪽 벽을 봤다. 오후에 통로를 넓히느라 상자 하나를 안으로 넣은 적이 있다고 했다. 어제는 젖은 모서리를 같은 쪽이라고 설명했지만, 상자가 돌아간 뒤에는 바깥쪽이 반대였다. 에다가 비어 있는 틀을 손가락으로 돌려 보다가 그 말을 알아들었다.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설명이 어긋날 수 있었다. 유리는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지금 상자의 문 쪽 모서리를 봤다. 작은 선이 나뭇결을 따라 내려왔다. 선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 얼룩이 아니었다. 그녀가 몸을 숙이려 하자 오른쪽 어깨가 먼저 굳었다. 유리는 마레에게 아래에서 보이는 곳을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레가 무릎을 굽혔다. 상자 바닥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지 않았고, 선반 아래 돌바닥에는 가느다란 젖은 자국이 있었다. 안쪽에서 입구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에다가 그 자국을 따라가다가 의자 다리 앞에서 멈췄다. 더 밟기 전에 여기에도 같은 물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 자리는 책을 읽을 때 쓰려던 자리였다. 마레는 겨울에도 잎을 보러 오는 사람이 오래 서 있기 힘들어서 의자를 들여놓았다고 했다. 낮은 선반 옆이라 아이도 식물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유리는 의자를 치우자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 앉을 자리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물이 지나는 길은 함께 남아 있었다.
“앉아 보니 저기서 오는 사람을 끝까지 볼 수 없어요.”
유리가 빈 화분 받침을 가리켰다. 가운데 선반의 끝이 문을 가렸다. 문이 열리면 천이 흔들리고, 그 천을 피해 들어온 사람이 의자 뒤로 돌아야 했다. 가방이나 젖은 외투가 낮은 상자를 스칠 수도 있었다. 마레는 자기는 늘 서서 지나가서 앉은 눈높이로 문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에다가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천이 가방 손잡이에 걸렸다. 유리에게 그랬던 것과 같은 일이었다. 친구는 잡아당기는 대신 멈춰 섰다. 마레가 천을 한쪽에 붙들었다. 그 사이 유리는 가방에서 떨어진 물 한 방울이 상자 쪽 나무에 튀는 것을 봤다. 지금 아침의 작은 물방울 하나였다.
그것만으로 어제의 젖은 모서리를 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마레도 알아들었다. 그는 문 근처에 두었던 물받이를 가리켰다. 밤사이 천에서 떨어진 물을 받으려고 둔 것이었다. 평소보다 무거워 옮기지 못했다는 오후 당번의 말이 생각났다고 했다. 실제로 받이의 가장자리에 마른 물때가 남아 있었다.
물받이 옆 바닥이 기울어져 있었다. 유리는 그 정도를 손끝으로 재려 하지 않았다. 마레가 평소 그곳을 정리하는 사람에게 보여 주겠다고 했다. 물을 비우고 천을 말리는 일은 그들이 늘 하던 일이었다. 유리는 무엇을 건드린 뒤 자국이 달라졌는지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지금 보이는 것부터 말로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겨울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마레의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유리는 새 선반과 의자는 이번 겨울에 들였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온실이 같아도 사람이 머무는 자리는 바뀌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낮은 상자를 봤다. 좋은 자리를 더 만들려다가 길을 좁힌 셈이었다.
“좋아진 것도 있어요. 앉아서 잎을 볼 수 있잖아요.”
유리가 말했다. 에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는 그 의자가 생긴 뒤에야 위쪽 화분의 꽃이 아니라 낮은 잎의 무늬를 보게 됐다고 했다. 없애야 할 물건을 찾으러 온 사람들처럼만 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도 말할 수 있었다.
마레는 작은 나무판을 유리 쪽으로 가져왔다. 새 의자를 어디 두면 좋겠는지 그 위에 그려 달라고 했다. 유리는 펜을 받았다가 오른손에 쥐지 않고 탁자에 내려놓았다. 왼손으로 짧게 그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 몸을 기울여 선반을 계속 들여다보니 어깨가 당겼다. 그녀는 마레가 그리고 자기가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가 판을 자기 앞으로 돌렸다. 에다는 유리의 천을 의자 팔걸이에 펴 주어도 되는지 물었다. 유리는 부탁한다고 답했다. 손을 대신 쓰게 맡긴 뒤에도 자기 의견을 잃지 않았다. 마레가 그린 문은 실제보다 작았고, 에다가 가방을 들고 들어와 보였을 때 돌아서는 자리가 그림 안에 없었다. 세 사람은 그 부분을 지우고 다시 그렸다.
오래된 종이에서는 길이 어디까지나 비어 있는 선이었다. 실제 자리에는 가방과 외투와 멈춰 서는 발이 있었다. 유리는 선반의 모든 상자를 옮길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 마레는 문 옆 낮은 상자 하나의 자리부터 바꿔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 상자를 맡긴 사람에게 오늘 직접 물을 수 있었다.
상자 안에는 아직 싹이 보이지 않는 작은 화분들이 있었다. 에다는 햇빛을 조금 덜 받게 되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유리는 그 식물을 맡은 사람이 어떤 조건으로 키우는지 먼저 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밝아 보이는 곳이 언제나 모든 씨앗에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상자는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온실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선반 뒤를 돌보던 사람이 빈 화분을 바닥에 내려놓은 것이었다. 에다는 물건이 깨진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가, 자기 의자가 뒤 통로를 막은 것을 보고 멈췄다. 화분을 내려놓은 사람은 괜찮다며 손을 보였다. 소리에 놀란 사람이 움직이는 길도 아까 그림에는 없었다.
마레가 의자를 빼려고 하자 유리는 에다에게 먼저 어느 쪽으로 나가고 싶었는지 물었다. 친구는 소리가 난 곳을 보고 싶은데 상자 때문에 보이지 않아 일어섰다고 했다. 옆에서 듣던 사람이 자기 쪽으로 오는 게 급한 일이라면 손짓으로 먼저 알리겠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무거운 것을 들 때 같은 손짓을 쓴다고 했다.
그들은 손짓을 새 신호처럼 멋지게 만들지 않았다. 이미 같이 일하는 사람이 알아보던 움직임을 방문한 사람에게 한 번 보여 주었다. 에다는 앞으로도 모든 소리를 보고 싶을 테지만, 일어날 때 의자부터 어디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유리는 자기도 갑자기 놀라면 앉은 몸이 먼저 돌아갈 것 같다고 답했다. 안전한 자리라는 말에는 놀라는 사람도 들어가야 했다.
마레는 자기 그림의 빈칸에 사람 하나를 더 그렸다. 팔이 너무 길어 에다가 웃었고, 옆에서 보던 사람은 저 정도면 높은 화분도 혼자 닿겠다고 했다. 유리는 웃다가 등이 당겨 자세를 고쳤다. 그들에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해서 몸까지 가벼워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자기 쪽 끝을 말할 때가 왔다는 걸 느꼈다.
마레가 물을 가져오는 동안 유리는 문 밖의 찬 공기를 느꼈다. 온실 안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손 받침은 있어도 등이 뻣뻣했다. 그녀는 오늘은 여기까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에다가 아쉬운 눈으로 낮은 선반을 봤지만 곧 책을 들었던 날처럼 가방을 챙겼다.
“잎은 아직 못 읽었네요.”
친구가 작게 말했다. 유리는 오늘 자기가 읽은 것은 사람이 지나갈 자리였다고 답했다. 잎의 까닭까지 한 번에 얻어 가야 아침이 쓸모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레는 물받이를 비운 뒤의 자국과 상자 주인의 말을 나눠 적어 두겠다고 했다. 다음에 올 때 같은 현장을 꾸며 두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가기 전 에다는 천을 가방에 걸리지 않게 옆으로 밀었다. 마레가 문을 닫으며 그 동작을 봤다. 앞으로 문을 쓰는 사람들이 직접 해 볼 수 있는지를 물어보겠다고 했다. 유리는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가방을 봤다. 아침보다 조금 무거워 보였는데, 안에는 온실에서 빌린 작은 받침이 하나 들어 있었다.
에다가 자기 화분 밑의 물기가 다시 책 자리로 번지지 않게 다른 높이를 비교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리는 어디에 둘 것인지 물었다. 친구는 마당에서 자기 손으로 꺼내 보겠다고 했다. 그녀의 몸을 빌려 뿌리를 만지려는 부탁은 없었다. 유리는 점심 뒤 잠깐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받침을 바꾸자 화분의 키가 조금 높아졌다. 잎이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물을 준 뒤 아래를 볼 때 에다가 무릎을 깊이 굽히지 않아도 됐다. 친구는 마른 잎 하나가 여전히 아래로 늘어진 것을 봤다. 유리는 그 잎을 지금 떼야 하는지까지 자기가 대신 결정하지 않았다. 에다가 맡은 사람에게 다시 묻겠다고 했다.
친구는 어제 읽던 글의 빈 주머니를 떠올렸다. 열쇠가 없었는데도 사람이 계속 걸어간 것이 이상했다고 했다. 유리는 빈손이면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걷는 일까지 전부 끝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에다는 그 손으로 대화를 닫으려 하지 않고 받침의 방향을 한 번 더 물었다.
저녁에 마레의 짧은 전갈이 왔다. 물받이를 비운 뒤 문 앞 물기는 줄었고, 낮은 상자의 주인은 내일 오전 직접 와서 자리를 보겠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종이 아래에는 다른 부탁도 있었다. 상자 주인은 자기가 적어 둔 씨앗의 두 날짜를 사람들이 자꾸 같은 날로 읽는다고 했다. 선반을 옮길 때 표시도 함께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유리는 종이를 마른 책상에 놓았다. 날짜를 읽어 달라는 일이 다시 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이만 먼저 날아오지 않았다. 오늘 앉아 있던 자리와 문에 걸린 가방, 사람을 기다리느라 움직이지 않은 상자가 함께 떠올랐다. 그녀는 내일 몸을 본 뒤 짧게 답하겠다고 전했다. 먼저 고칠 줄을 고르기보다, 그 날짜로 누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