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빵 두 개를 가리켰다가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이백사흘째 아침, 세온과 다시 만날지는 오늘 물어보기로 했던 약속이 실제 대답을 얻었다. 두 사람 모두 가까운 시장까지는 괜찮았다. 세온은 길과 별도 숙소의 남은 일정을 확인한 뒤 나왔다. 유리는 오른손을 오래 들지 않을 가방을 골랐다. 어제 같은 그늘에 앉았다는 사실이 오늘 몸까지 정해 주지는 않았다.
빵집 앞에서 그녀는 먼저 고른 것을 다시 봤다. 둘이 먹으면 큰 것을 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세온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아직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개를 자기 몫으로 고른 뒤 그를 봤다. 그는 다른 빵을 가리켰다. 그녀가 혼자 남겼다고 편지에 썼고 어제도 이야기했던 것과 닮은 빵이었다.
“그건 조금 단데요.”
유리가 말했다. 세온은 오늘은 단 것이 좋다고 답했다. 그녀는 자기 빵을 다시 바꾸지 않았다. 같은 아침을 골라도 접시는 따로였다. 가게 주인이 둘을 한 봉투에 넣을지 묻자 세온이 각각 받겠다고 했다. 유리는 나중에 하나만 들고 가고 싶어질 수 있으니 두 봉투가 좋다고 덧붙였다.
시장 안쪽에는 작은 종자 교환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에다가 탁자를 옮기는 대신 그 위에 둘 천을 펴고 있었다. 유리를 보자 오늘은 일하러 왔느냐고 묻지 않고 빵 냄새가 좋다고 말했다. 세온도 이름을 기억하고 인사했다. 어제 나눈 짧은 소개가 오늘의 첫말을 조금 편하게 만들었다.
천 한쪽 모서리가 접혔다. 유리는 저절로 오른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에다는 먼저 천을 누를 받침을 가져왔다. 고맙다는 말 뒤에 유리는 이건 자기가 해도 되는지 물었다. 에다는 지금은 사람들이 오기 전 마른 천을 펴는 일뿐이고, 실제 종자 인수는 정한 보관인이 내일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리는 그 답을 듣고 천 모서리를 왼손으로 펴 줬다. 자기 지정 보관의 판과 여덟 병을 이 자리에 가져올 생각은 없었다. 그 물건은 이백열흘째까지 현재 보관인이 받았고 여섯 봉인병과 빈 두 병도 그대로였다. 새로 본 씨앗 자리가 기존 물건의 주인을 바꿔 주지는 않았다.
세온은 둘 옆에 서 있다가 어디에 앉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유리는 시장 끝의 낮은 의자를 가리켰다. 에다는 빵 먹으러 온 사람을 붙잡지 않겠다며 웃었다. 유리는 자기도 오늘 빵을 먹으러 왔다고 답했다. 오른손에 남은 불편함을 이유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설 필요도, 도움을 증명하려고 남을 필요도 없었다.
둘은 의자에 앉아 각자 봉투를 열었다. 세온이 자기 빵을 조금 나눠 맛볼지 물었다. 유리는 먼저 한입 먹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다렸다. 빵 부스러기가 무릎에 떨어져 유리가 웃었다. 편지에는 부스러기 이야기를 적을 일이 잘 없었다. 함께 있다는 것은 멋있는 문장보다 닦을 천을 먼저 찾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는 천을 왼손으로 꺼냈다. 세온이 대신 털어 주겠다고 말하지 않고 자기 무릎의 부스러기를 치웠다. 잠깐 뒤 유리가 가방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손이 지금 필요한 자리로 왔다. 혼자 할 수 있는 일과 부탁하고 싶은 일은 날마다 같은 경계를 갖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는 자주 이쪽으로 오세요?”
세온이 물었다. 유리는 시장보다 저 뒤 골목을 먼저 좋아하게 됐다고 답했다. 거기서는 일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됐다고 했다. 그 말이 나오자 그녀는 잠깐 멈췄다. 세온과 만나서도 또 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은 빵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 줘 둘은 웃었다.
그는 내일 뒤 일정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숙소는 현재 받을 수 있는 기간을 확인했고, 대행실에서 넘긴 일의 현황도 실제 정한 경로로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 마을에 계속 머물 수 있다는 답은 아직 없었다. 유리는 오늘 그가 돌아갈 날까지 정해 달라는 뜻으로 물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은 묻고 싶었다. 얼마나 더 같이 걸을 수 있는지. 그 말을 바로 고르지 못한 자신의 입이 조금 답답했다. 세온이 그녀를 봤다. 유리는 결국 마지막 빵 조각을 내려놓고 물었다. 지금 알고 있는 돌아갈 예정은 언제냐고. 계획이 변할 수 있다는 답까지 함께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백엿새째 출발을 우선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정해진 업무 인수와 길 사정을 오늘 오후 다시 받겠다고 했다. 확정된 출발이라고 앞당겨 말하지 않았다. 유리는 이백엿새째라는 말을 마음속에 한 번 놓았다. 더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날 그가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나란히 앉았다.
“그 전날은 같이 저녁 먹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온은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다만 다음 실제 조건이 정해지면 그날 몸을 보고 다시 묻자고 덧붙였다. 유리는 그 말이 좋으면서도 조금 아쉬웠다. 모든 만남에 조건이 붙는 것이 지칠 때도 있었다. 그 생각을 혼자 예의 바르게 접어 두지 않고 입 밖으로 꺼냈다.
세온은 잠깐 빵 봉투를 봤다. 자신도 만나고 싶다는 말 다음에 조건을 너무 빨리 붙이는 날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첫말은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 유리는 그가 지금 여기 있는 얼굴을 봤다. 조심하는 말에도 서툰 부분은 남았다. 그걸 말할 수 있어 어제보다 조금 편했다.
그녀는 지금 손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세온이 어느 손이 편한지 물었고 왼손이 그에게 갔다. 의자가 낮아 그의 팔이 조금 어색하게 굽었다. 두 사람은 잠깐 웃고 자세를 바꿨다. 완벽한 그림을 만들려고 불편한 쪽을 계속 참는 일은 없었다. 유리는 바뀐 각도에서 그의 손을 다시 받았다.
시장 쪽에서 천이 펄럭이는 소리가 났다. 준비 중인 탁자의 모서리였다. 에다가 받침을 다시 놓았지만 한쪽은 바람이 계속 들었다. 유리는 그쪽을 보다가 자기 몸을 의자에 둔 채 소리를 들었다. 세온이 가 보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녀는 조금 궁금하지만 지금은 앉아 있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그 답을 그대로 받았다. 대신 해결해 주러 가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에다가 정한 사람들이 천을 걷고 다른 방향을 맞추는 것이 보였다. 그 자리는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유리는 자신이 없을 때도 진행되는 작은 일이 안심되면서 조금 서운하다고 말했다. 세온은 어떤 쪽인지 자기도 가끔 헷갈린다고 답했다.
잠깐 뒤 에다가 빈 천 조각을 들고 다가왔다. 내일 종자를 펼치는 자리에 짧게 앉아 설명을 도울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실제 맡길 일과 대가는 오늘 오후에 정리해서 주겠다고 했다. 유리는 이 자리에서 고개부터 끄덕이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 무엇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보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에다가 좋다고 했다. 세온은 대화 옆에서 기다렸다. 그가 머무는 날 새 일을 받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었다. 유리는 그 생각을 혼자 결정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세온은 자신 때문에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취소하길 바라지는 않지만, 자기와 있을 시간도 따로 원한다고 말했다. 아주 평범해서 더 곧은 바람이었다.
유리는 내일 일의 실제 길이가 중요하겠다고 답했다. 그에게 일을 허락받은 것도 아니고,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사치로 밀어낸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세온이 남은 빵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 다음 한입까지 지금 다 먹지 않아도 됐다.
돌아서기 전 세온이 시장 안쪽을 한번 봤다. 유리는 무엇이 궁금한지 물었다. 그가 그녀에게 종이 받침을 골라 주고 싶었지만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몰랐다고 답했다. 그녀는 오늘 방에 이미 쓸 받침이 있다고 말했다. 잠깐 뒤 물건이 아니라 그가 고르고 싶었다는 말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조금 머쓱하게 웃었다. 유리는 같이 보기만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둘은 물건을 사지 않고 열린 가게의 진열을 잠깐 봤다. 얕은 홈의 받침과 폭이 넓은 것이 나란히 있었다. 세온은 자신이라면 가장 튼튼해 보이는 것을 골랐을 것 같다고 했다. 유리는 자기 방의 탁자는 그만큼 넓지 않다고 답했다.
둘이 알고 있는 그녀의 방 크기가 달랐다. 세온이 들어와 본 적 없는 방이었다. 유리는 탁자가 창 옆에 있고, 오른손을 받칠 천 때문에 책을 옆으로 놓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그 풍경을 상상하는 표정으로 진열을 다시 봤다. 그녀는 언젠가 보여 주고 싶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그 말까지 약속하지는 않았다.
가게를 떠날 때 주인이 살 것을 골랐느냐고 물었다. 유리는 오늘은 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주인은 그러면 천천히 보라고 하고 자기 작업으로 돌아갔다. 둘은 빈손으로 길에 나왔다. 그녀는 방을 설명한 말이 물건보다 가볍게 가방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세온은 창이 있는 쪽을 한번 가리켜 맞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아직 다른 골목이라며 웃었다.
점심 전에는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유리는 방에서 오른손을 천 위에 뒀다. 시장을 조금 걸었을 뿐인데 피로는 분명했다. 오전에 좋았던 장면을 이유로 몸을 덜 피곤했다고 고치지 않았다. 창밖에서 손수레가 지나갔고 그녀는 책상 앞 의자를 당겼다. 오늘 오후에는 제안을 받을 시간이 있었다.
에다가 보낸 실제 조건에는 종자 인수와 무거운 받침 이동은 현재 보관인이 맡는다고 적혀 있었다. 유리는 짧은 설명 두 차례와 중간 쉼, 손을 쉬는 자리를 먼저 확인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종자의 품질이나 다음 계절 결과를 보증하는 일은 범위에 없었다. 필요한 답을 적고 실제 확인이 오기 전에는 수락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저녁 무렵 세온에게서 출발 예정의 경과가 왔다. 이백엿새째 출발을 지금 기준으로 준비하되 다음 날 길의 최종 조건을 받겠다고 했다. 유리는 읽은 뒤 오늘 자기에게 온 일 제안도 짧게 들려줬다. 답이 오기 전에 창을 닫고 저녁을 먹었다. 같은 마을의 불빛이 있다고 상대의 저녁까지 즉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리는 오늘 그가 웃던 얼굴을 떠올렸다. 단 빵이 좋다는 대답을 듣기 전에는 자기가 그 사람의 입맛을 꽤 안다고 생각했다. 몇 번 같이 먹었다는 기억이 다음 질문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내일 만나면 또 물어보고 싶었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디에 앉고 싶은지. 작은 질문이 남아 있다는 것이 오늘은 반가웠다.
그녀는 빵 봉투를 접어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는 곳에 뒀다. 책상에는 편지 쓸 자리가 남았다. 그와 함께 고르지 않은 물건들이 방 안에서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풍경을 언젠가 말로 더 들려주고 싶었다. 오늘은 피곤한 손을 먼저 받쳤다.
탁자에는 아침 빵 봉투가 남아 있었다. 자기 몫의 남은 조각은 내일 먹을 수 있도록 따로 뒀다. 유리는 두 개를 한 번에 고르지 않았던 손가락을 떠올렸다. 세온이 실제로 고른 빵은 그녀가 예상한 것과 달랐다. 내일 함께 있을 시간도, 각자 할 일도, 묻고 나서야 제 모양을 얻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