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 바퀴가 얼음 홈에 들어갔다.
유리는 상자를 무릎 쪽으로 당겼다. 안에는 봄이 아니라 얇은 서류 묶음이 있었다. 일곱 병은 머무는 방의 상자에 봉인해 뒀다. 오늘은 새 계절을 빌려 줄 날이 아니었다.
다온이 맞은편에서 장갑을 여몄다. 찻방과 종자는 리넷과 교대자에게 맡기고 나왔다. 공동회 기록을 묻는 자리에 영주 대행과 외부 전문가만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세온은 그녀의 말을 듣고 한 자리 더 있는 수레를 확인했다.
마부가 언덕 아래에서 속도를 줄였다. 길가의 마른 풀 끝에 얼음이 붙어 있었다. 유리는 창문 천을 살짝 들어 역참의 종을 봤다. 북부 출장소는 그 옆 낮은 건물이었다. 벽돌 밑부분이 눈에 묻혔고 문 안에는 젖은 장화들이 줄지어 있었다.
접수 담당자는 세 사람을 따뜻한 대기석으로 안내했다. 세온의 이름을 듣고 자리부터 비우는 대신 방문 목적을 물었다. 유리는 어깨의 힘을 조금 놓았다. 이곳 전체가 나벤 한 사람의 방은 아니었다.
다온은 옛 계약 사본을 꺼냈다. 종료됐다고 찍힌 날짜와 당사자 확인은 별도라는 줄을 보여 줬다. 실제로 무엇이 반환됐는지, 원본과 서명자를 대조할 수 있는지 물었다. 유리는 첫 계약에서 관찰한 이상을 필요한 만큼만 설명했다.
담당자는 두 계약의 날짜가 다르다는 것을 먼저 확인했다. 새 사흘 계약은 종료됐고 예전 계약은 별도 기록이었다. 그는 신청을 나눠 받겠다고 했다. 유리는 첫 계약의 종료 확인서를 자기 앞에 다시 놓았다.
나벤은 종이가 두 묶음으로 나뉘고 있을 때 들어왔다.
그는 긴 외투를 벗기 전에 세온에게 인사했다. 목소리에는 놀람이 없었다. 이른 방문이어서 담당 문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하며 접수대의 사본을 살폈다. 유리는 그의 손이 자기 인장에 먼저 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종료된 건이 다시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에는, 우선 현재의 사용 관계와 기존 보관 처리 사이의 구별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나벤이 말했다. 다온은 의자를 당겨 똑바로 앉았다.
“그래서 구별해서 가져왔어요. 사흘짜리는 끝났고, 옛것에서 뭘 돌려받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유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온이 자기 계약에 관해 묻는 자리였다. 세온도 옆에서 기다렸다. 나벤은 사본의 종료 도장을 가리켰다. 이미 처리된 건이므로 재심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종료 도장은 봤어요. 실물 반환 목록을 보고 싶습니다.”
유리가 말했다. 나벤은 그제야 그녀를 마주 봤다.
“계절사께서 최근에 다른 계약을 실행하신 이상, 그 반응을 종전 계약의 현상으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희 계약의 영향을 먼저 멈추고 확인했어요. 그 뒤에도 남은 부분을 보자는 거예요.”
그녀는 숲의 물기 관찰과 공급 중단, 수문 운용 변화의 날짜를 짚었다. 나벤이 한 일을 아직 입증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온실에 이상이 남았다는 사실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벤은 서리를 자연 한파와 분리할 공식 검사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리는 자신이 가진 것이 현장 관찰임을 인정했다. 정식 조사를 요청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물었다. 나벤은 그 말에서 재심이라는 단어를 빼고 일반 문의로 처리하자고 했다.
다온의 손이 탁자 위에서 멈췄다.
“문의는 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답이 끝났다는 거였고요. 답에 이의가 있을 때는 어디로 갑니까?”
나벤은 잠시 접수 담당자를 보았다. 담당자는 서랍에서 다른 양식을 꺼냈다. 종료 처리에 대한 이의 신청은 별도로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당사자 확인과 사유 자료가 필요했다. 제출만으로 재심이 시작되거나 계절 부채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양식을 주세요.”
다온이 말했다. 나벤은 곧바로 막지 않았다. 대신 절차의 부담을 길게 설명했다. 서명자를 찾는 데 시간이 들고, 계절사가 현장을 다시 보아야 하며, 대행실이 할 수 있는 것과 주민의 권리는 다르다고 했다.
유리는 마지막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서 다온 씨가 함께 오셨어요. 대행의 서명으로 주민 확인을 대신하지 않을 거예요.”
세온은 자기 인장을 꺼내려던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나벤은 더 말하지 않고 외투를 의자에 걸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접수 담당자가 세 사람에게 물을 가져왔다. 잔의 손잡이가 모두 다른 방향으로 놓였다.
유리는 물을 마시고 질문을 새로 적었다. 바로 재심해 달라는 요청은 오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의 신청 경로는 있었다. 그 차이를 놓치면 방금 전 나벤의 거절이 제도 전체의 문인 것처럼 남을 수 있었다.
서명자 명단은 아무 서류에서나 가져갈 수 없었다. 다온은 공동회가 보관한 사본과 자신의 대표 권한을 제출했다. 담당자는 주소나 개인 기록을 빼고, 현재 신청에 필요한 당시 확인자 이름과 대조 대상만 열람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나벤은 원본을 바로 꺼내지 않았다. 오래된 보관품이고 열람 순서가 있다는 말이었다. 유리는 그가 서둘러야 한다고 고함치지 않았다. 대신 오늘 수령 가능한 자료와 아직 못 보는 자료의 목록을 달라고 했다.
“못 보는 이유도 함께요.”
그녀가 덧붙였다. 나벤은 웃음을 조금 만들었다.
“외부 전문가께서 상당히 세부적인 절차까지 책임지시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는 그 문장에서 자기 역할이 커지는 것을 들었다.
“제 관찰의 출처를 설명하러 왔어요. 조사 전체를 맡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그녀의 대답 뒤 세온이 자료 묶음의 표지를 고쳤다. 현장 관찰자 한유리. 조사 책임자로 적지 않았다. 유리는 그가 자신을 대신 설명하지 않고 종이의 범위를 바로잡는 것을 봤다. 고맙다는 말을 지금 하면 쓸데없이 사적인 장면이 될 것 같아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대조표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창문에 맺힌 물방울이 아래로 흘렀다. 다온은 가지고 온 빵을 꺼내 세 조각으로 나눴다. 대기실에서 먹어도 되는지 묻고 허락받은 자리로 옮겼다. 유리는 딱딱해진 빵을 물에 조금 적셔 먹었다.
세온은 종이를 내려놓고 자기 몫을 들었다. 그는 나벤의 말을 듣는 동안 표정이 굳었지만, 그 화를 먹지 않는 일로 바꾸지는 않았다. 유리는 창밖의 굴뚝을 보며 물었다.
“돌아가서 바로 해야 할 일 있어요?”
“종자 보관 인수 결과를 공동회에 전해야 합니다. 오늘 순서가 바뀌면 기다리는 분이 있을 테니까요.”
“이쪽 서류만 보고 있으면 안 되겠네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문서 밖에 여전히 작은 싹들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답을 받지 못한 오전이 오늘의 전부가 되는 것을 막아 줬다.
담당자가 대조표를 가져왔다. 당시 확인자들의 이름 가운데 다온이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명단이 실제 동의의 진위를 입증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누구에게 그 사본과 기억을 물을지 좁혀 주는 자료였다.
다온은 이름을 소리 내 읽지 않았다. 옆 대기석에도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표를 반으로 접고 자신이 찾아볼 수 있는 범위를 표시했다. 연락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세온의 이름으로 나오라고 할 계획은 없었다.
유리는 옛 계약의 반환 목록을 다시 물었다. 오늘은 보관 위치 확인까지만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완료된 계약의 원본 대조를 원하면 정식 이의 신청 뒤 허용 범위를 심사한다고 했다. 그 답의 주체와 접수번호를 담당자가 적어 줬다.
나벤은 마지막으로 사흘 계약의 결과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유리는 사용한 한 병의 비용과 남은 일곱 병, 공급 중단, 정상 종료와 담보 반환 기록을 보여 줬다. 그는 잠시 첫 사용 기록을 보다가 원본은 어디에 두느냐고 물었다.
“계약 당사자들이 각각 보관해요. 이건 제출용 사본이고요.”
유리가 대답했다. 나벤은 더 요구하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유리는 자기 원본을 탁자에 두고 떠날 이유가 없었다.
세 사람이 나오자 눈빛이 밝았다. 어두운 대기실에 오래 있다 보니 눈이 잠깐 부셨다. 다온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멈추고 신발의 눈을 털었다. 유리는 옆에서 기다렸다. 세온은 마부에게 출발을 재촉하지 않았다.
“빈손은 아니네요.”
다온이 말했다.
“하지만 오늘 바로 보겠다는 건 거절당했어요.”
유리는 답했다. 다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입 밖에 낼 필요가 있었다. 세온은 명단을 든 봉투가 젖지 않게 수레 안쪽 자리를 비워 줬다.
돌아오는 길에 유리는 손가락을 폈다. 추위 때문만이 아니었다. 나벤이 자신을 조사 전체의 책임자로 부르던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탁을 듣는 것과 맡는 것이 또 한 번 섞이려 했다.
세온이 그녀를 봤다.
“오늘 설명해 주신 범위는 자료에 그렇게 남겼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대신 약속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유리는 문장을 한 번 천천히 받아들였다. 자신이 떠나면 나쁜 사람이 되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이렇게 안심될 줄 몰랐다.
“저도 아직 정하지 않은 걸, 이미 정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을게요.”
그녀가 답했다. 세온은 더 묻지 않았다. 수레가 다시 얼음 홈을 지나며 흔들렸다. 그는 유리의 팔을 붙잡는 대신 상자가 밀리지 않도록 자기 무릎으로 받쳤다. 그녀는 끈을 고쳐 잡고 고맙다고 말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리넷이 저장실의 새 표찰을 보여 줬다. 두 주머니의 콩에는 다른 온실의 이름과 인수 날짜가 달려 있었다. 은빛콩의 새 잎 하나도 펼쳐져 있었다. 리넷은 오늘 좋은 소식은 이쪽이 더 크다며 손가락 한 마디를 펴 보였다.
유리는 몸을 숙여 잎을 봤다. 얇아서 빛이 통했다. 계약의 서리가 묻지 않은 작은 잎이었다. 모든 답을 찾기 전에도 돌볼 것이 자라는 모습이 그녀를 붙잡았다.
리넷이 덮개를 내리려 하자 유리가 잎 옆의 물방울을 가리켰다. 천 가장자리가 젖어 있었다. 둘은 상자를 차가운 바닥에 놓지 않은 채 마른 덮개로 바꿨다. 다온이 새 장작을 가져왔고, 세온은 돌아온 명단을 닫아 마른 서랍에 넣었다. 누구도 그 얇은 잎을 핑계로 온실의 병을 열자고 하지 않았다. 유리는 손을 씻으며 조금 전 출장소에서 굳었던 손가락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날 저녁 유리는 빈 편지지를 꺼냈다. 아셀에게 돌아갈 곳과 남을 일 사이의 경계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첫 줄을 쓰자마자 손이 멈췄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남지 않으면 무엇을 잘못하는 것이냐고 묻고 있었다.
종이를 접으려는 순간 문이 두드려졌다. 세온이 문밖에 서 있었다. 그는 들어와도 되느냐고 묻기 전에 내일 역참으로 가는 수레 시간을 알려 줬다. 남쪽으로 돌아가는 빈자리가 두 개 있었다.
“원하시면 한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아직 예약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리는 손안의 편지지를 내려다봤다. 떠날 길이 실제로 열리자, 남을지 묻는 질문도 더는 종이 위의 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