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전체 이용가 6화

두 번째 찻잔

본문 5,214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글자 크기20px회차 목록 ☰

다온의 찻방에는 의자가 모자랐다.

유리는 자기 앞의 빈 의자를 옆으로 밀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노인이 앉으려다 세온을 보고 멈췄다. 세온은 자기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대신 벽 쪽에 쌓인 의자 하나를 더 가져와 노인 곁에 놓았다.

“어느 쪽이 편하십니까?”

노인은 그제야 유리가 밀어 둔 의자에 앉았다. 사람들은 영주 대행이 먼저 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세온이 가장자리 자리에 앉자 다른 의자들도 작은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유리는 손을 무릎 아래에 넣었다. 숲의 흙은 씻었는데 손톱 밑에는 조금 남았다. 온실에서 소매를 접는 것과 마을 사람들 앞에서 앉는 일은 다른 종류의 준비가 필요했다.

다온은 찻주전자를 들고 탁자 사이를 걸었다. 모두에게 같은 잔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손잡이가 큰 잔, 작은 잔, 가장자리가 한 번 깨진 잔. 찻방이 가진 만큼의 자리가 생겼다.

“누가 먼저 말해요?”

문가의 여자가 물었다. 다온은 유리를 봤다.

“숲에서 뭘 보고 왔는지. 잘된 것하고 안 된 것 다요.”

유리는 한 번 숨을 골랐다. 나무는 살아 있었고, 마지막 꽃은 졌다. 빌려 온 봄과 숲의 옛길이 겹쳤고, 새로 넓어진 접점만 임시로 눌러 뒀다. 더 지켜볼 사람이 필요했다.

그녀는 꽃잎을 들어 보이지 않았다. 리넷이 그리는 책상 쪽에 천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마지막 꽃을 가운데 올려두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나무의 다음 확인 시각과 교대에 필요한 시간을 말했다.

노인이 손바닥으로 무릎을 쓸었다.

“나는 꽃보다 물이 걱정이오. 숲을 막으면 아래 물도 멈춥니까?”

“수분이 마르는지 같이 봤어요. 오늘은 괜찮았지만 계속 괜찮을지는 확인해야 해요.”

“모른다는 거네.”

“네. 그래서 마을 분들도 알아야 하고요.”

유리는 모르는 것을 덜 무섭게 만드는 말을 찾지 않았다.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기분이 풀린 얼굴은 아니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옆의 여자가 장작 더미를 가리켰다. 종자를 찻방에 두는 동안 자기 집에서 장작을 보탰는데, 저녁에도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했다. 유리는 다온에게 눈을 돌렸다. 누가 보탰는지까지 알고 있지는 못했다.

다온이 종이에 집 이름을 적었다. 베푼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보다 얼마 동안 무엇이 나갔는지를 먼저 셌다. 유리는 그 순서가 마음에 들었다. 고맙다는 말만 남으면 다음에도 같은 집에서 가져오게 될 수 있었다.

“오늘 저녁까지는 기존 종자를 지켜야 해요. 온실 공급은 아직 중단 상태고요. 수문과 경계 상태를 확인한 뒤 재개할지 같이 결정했으면 해요.”

“다시 데우면 숲이 더 마른다면서.”

노인이 물었다.

“그래서 먼저 확인합니다. 급하다는 이유로 병부터 열지는 않아요.”

세온은 옆에서 대신 설득하지 않았다. 유리는 그 침묵을 한 번 의식했다. 영주의 말 한마디로 자리를 조용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오늘은 질문이 계속 오도록 두고 있었다.

리넷이 그림을 들고 왔다. 꽃을 아름답게 남긴 그림이 아니었다. 빈 가지와 작은 눈, 덮개를 놓은 돌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그녀는 이름을 붙일 때 두 번 지웠다. 마지막 꽃이 아니라 남은 나무라고 적었다.

유리는 그 글자를 보고 오래 고개를 끄덕였다. 리넷이 그녀를 힐끗 본 뒤 탁자 옆에 그림을 세웠다. 어머니의 공책을 빌렸지만 다음 장은 자기 손으로 만들고 있었다.

숲을 보러 갈 사람을 정할 때 먼저 나온 말은 시간이 없다는 말이었다. 수문을 맡는 사람은 숲까지 갈 수 없었다. 종자 상자를 지키는 사람은 자기 집 난로도 봐야 했다. 세온이 의자에서 몸을 움직였다.

유리는 그를 봤다. 또 자기가 가겠다고 말하려는 것일까 싶었다. 그러나 그는 한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탁자 위에서 주먹을 펴고 다온을 향했다.

“대행실의 운반 인력을 조정할 수는 있습니다. 오늘 급하지 않은 물건부터 미루겠습니다. 미뤄도 되는지는 해당 집에 물어보겠습니다.”

다온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물었다.

“그 사람들이 숲길을 알아요?”

“아는 사람과 짝을 지어야 합니다.”

세온이 대답했다. 그는 자기 결정이 계획 전체가 아니라 빈칸 한 개를 메우는 제안이라는 듯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숲길을 아는 노인이 손을 들었다. 눈길에서 짐을 들 수는 없어도 길은 안내할 수 있다고 했다. 옆의 여자는 돌아오는 길에 자기 집 장작 상태를 봐 달라고 부탁했다. 일 하나가 다른 집의 일을 비우지 않도록 동선이 이어졌다.

탁자 끝의 여자가 저장실 상자의 표찰은 떼지 말아 달라고 했다. 같이 지키는 씨앗이어도 어느 밭에서 왔는지는 남아야 한다고 했다. 리넷이 고개를 끄덕이며 표찰의 끈을 하나 더 챙겼다. 유리는 모두를 위한다는 말이 각자의 이름을 없애는 말이 되지 않도록 그 부탁도 표에 넣었다.

유리는 그들이 정하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처음 머릿속에 그린 표보다 복잡했다. 대신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루에 조금 더 맞았다. 그녀는 빈 종이에 그 표를 다시 그렸다.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문가에 서 있던 남자가 꽃 한 그루를 위해 인력을 쓰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유리는 그 질문을 나쁜 말로 듣지 않으려고 손바닥을 폈다.

“나무만의 일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온실과 수문이 같은 길에 걸려 있다면 그냥 두는 것도 비용이 생겨요. 그 범위를 확인하려는 겁니다.”

“결국 또 모른다는 말이네요.”

“지금 아는 만큼만 정하면, 오늘은 정오와 해 지기 전 확인이에요. 그 뒤도 계속하자고 지금 정하진 않을게요.”

남자는 탁자를 봤다. 끝이 없는 부탁이 아니라는 말을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잠시 뒤 그는 오늘 자기 차례는 어렵지만 내일 여부는 저녁에 다시 묻겠다고 했다. 다온은 그 답을 그대로 적었다. 반대하던 사람이 갑자기 충성하는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첫 번째 찻주전자가 비었다. 다온은 바닥의 찻잎을 보고 작은 한숨을 쉬었다. 리넷이 부엌에서 새 물을 가져왔다. 유리는 자기 잔이 거의 비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말을 하는 동안 마실 생각을 잊었다.

옆에서 세온이 자기 잔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그쪽도 찻물이 식어 있었다. 유리는 잔의 손잡이를 잡고 그를 봤다.

“우리도 마셔야겠네요.”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식은 차를 마셨다. 유리는 떫은 맛에 눈을 한 번 감았고, 세온은 그 표정을 보고 웃음을 참았다. 그녀가 눈을 뜨자 그는 이미 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웃으셨죠.”

“조금요.”

부인하지 않는 대답에 유리도 웃었다. 앞자리의 노인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자기 잔을 다온 쪽으로 밀었다. 식었으면 다시 받으면 되는 거라고 했다. 다온은 그 잔부터 채웠다.

회의가 끝나 갈 때 세온이 작은 부탁을 꺼냈다. 유리는 온실 운반이나 수문 인력 이야기가 더 남은 줄 알고 펜을 들었다.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한 시간 쉬어도 되겠습니까.”

다온이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세온은 말을 잇다가 멈췄다. 유리에게는 그 문장 뒤에 붙을 이유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쉬었다가 더 오래 일하겠다거나, 지금은 해가 떠서 괜찮다거나. 그러나 그는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았다.

“밤부터 계속 깨어 있었습니다.”

그렇게만 덧붙였다. 유리는 펜을 내려놓았다. 자신도 피곤하다는 것을 그제야 다시 느꼈다. 누군가 자기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해야 다른 사람의 피로도 의자에 앉을 자리를 찾았다.

다온은 수문 교대표를 봤다. 지금 당장 세온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후의 확인은 다온이 연락을 맡고 오르만이 정해진 교대 뒤 참여하기로 했다. 세온은 돌아오는 시각을 말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허락을 잘못 물으셨어요.”

유리가 말했다. 그가 멈췄다. 그녀는 빈 잔을 들어 보였다.

“쉬어도 되냐고 저한테 물으면 제가 일을 더 드릴 수 있잖아요. 같이 쉬겠냐고 물어보셔야죠.”

세온은 한동안 그녀를 보았다. 대답이 늦어져도 이번 침묵은 문을 닫는 것 같지 않았다. 그가 낮게 물었다.

“한 시간, 쉬시겠습니까.”

“네. 저는 차를 새로 받아서요.”

다온이 두 번째 찻잔을 가져왔다. 같은 잔을 데워 준 것이 아니라 입구가 조금 넓은 잔이었다. 유리는 손잡이를 잡고 찻방 뒤 작은 방으로 갔다. 세온은 문 앞에서 멈췄다.

안에는 의자가 둘 있었다. 하나는 창가, 하나는 벽 쪽이었다. 유리는 창가에 앉고 그에게 남은 의자를 가리켰다. 세온은 겉옷을 벗지 않은 채 앉았다가 잠시 뒤 어깨의 힘을 풀었다.

유리는 시계가 없는 그의 손을 보았다. 담보 시계는 중단한 온실의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 안의 기록은 아직 계약에 맡긴 상태였다. 그녀는 한 시간을 말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 둘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한 시간이었다.

“자는 동안 문을 두드리면요?”

그가 물었다.

“급한 일인지 다온 씨가 먼저 봐 주신대요.”

“정말 급하면.”

“그때 깨우겠죠. 저는 깨워도 말이 좀 늦어요.”

세온이 고개를 돌렸다. 유리는 잔을 들었다.

“대답이 늦다고 동의한 걸로 세지 마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유리는 찻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번에는 따뜻했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한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는 기다림을 잘못 배웠다가 다시 배우는 중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그 생각을 그의 설명처럼 말하지 않고 자기 안에만 두었다.

세온은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 유리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잠을 방해할까 봐서이기도 했고, 지금 그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다 알지 못해서이기도 했다.

잠시 뒤 손가락이 멎었다. 유리는 자기 어깨에 담요를 올리고 등을 기댔다. 창문 아래에서 봄도 겨울도 아닌, 나무 바닥을 데우는 낮 햇빛이 닿았다. 빌린 것이 아닌 온기였다.

눈을 떴을 때 차는 반쯤 식어 있었다. 세온도 깨어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가 유리가 일어나는 소리에 먼저 고개를 돌렸다. 오늘 처음 보는 덜 긴장한 얼굴이었다.

“얼마나 잤을까요.”

“다온 씨가 아직 안 부르셨으니, 조금 더 앉아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유리가 말했다. 세온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작은 선택을 보고 두 번째 잔을 마저 들었다.

문이 열린 것은 그 뒤였다. 다온은 둘의 얼굴을 먼저 보고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숲의 나무는 정오 확인 때 뿌리가 더 마르지 않았다. 유리는 숨을 내쉬었다. 다음 확인이 남았지만 지금의 소식은 좋았다.

종이 아래에는 오르만의 말이 덧붙어 있었다.

수문 물높이 기록을 가져가겠다. 같은 모양이 오래전에도 있었다.

유리는 세온과 눈을 맞췄다. 그는 잠에서 깬 손을 한 번 펴고 자기 찻잔을 빈 쟁반 위에 놓았다.

이번에는 혼자 문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6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