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꽃잎은 떨어지지 않았다.
가지 끝에 붙은 채 아주 조금 기울었다. 유리는 그 작은 지연이 희망인지, 마지막 남은 힘인지 알 수 없었다. 알아내려고 꽃을 만질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뿌리 곁의 돌로 시선을 내렸다.
겹친 홈 사이에서 흰 물기가 배어 나왔다. 물은 아래로 흘렀지만 차가운 결정은 반대로 올라왔다. 온실에서 보던 잎맥 눈과 같은 방향이었다.
“지금부터는 한쪽씩 가릴게요. 뿌리 색이 갑자기 바뀌면 알려 주세요.”
세온이 등불을 내려놓고 나무 가까이 앉았다. 그의 장갑이 흙에 닿았다. 바꾸어 말해 달라는 질문은 없었다. 유리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도 이미 들은 얼굴이었다.
가방의 씨앗 인장은 차가웠다. 새 계절을 여는 데 쓰는 같은 물건이었지만, 유리는 볕을 부르지 않았다. 공동 열쇠의 온실 경계와 겹치는 홈을 확인하는 데만 댔다. 한쪽에만 서리가 맺혔다.
숲의 봄은 다른 계약에 끌려가고 있었다. 유리의 사흘짜리 봄이 그 길을 넓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공급은 멈췄어도 겹친 경계 자체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종이에 중단이라고 적은 것만으로는 닫히지 않는 접점이었다.
돌을 뽑아내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유리는 가장자리에 손을 넣으려던 마음을 거뒀다. 가려야 할 것은 옛 계약 전체가 아니라 새로 겹친 얕은 홈이었다. 원래의 숲 경계까지 덮으면 나무에 남은 계절도 움직이지 못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른 천을 접어 홈의 너비에 맞췄다. 뿌리에 닿지 않는 표면을 덮고 인장을 천 가장자리에 댔다. 잠정 분리였다. 자기 계약에서 생긴 잘못된 중첩만 눌러 두고, 수분은 실제 흙으로 돌아가게 해야 했다. 옛 계약의 문구나 채무에는 손을 댈 수 없었다. 오늘 맡은 범위는 더 빼앗기는 것을 멈추려는 일시 보호뿐이었다.
“지금은요?”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온이 대답했다. 유리는 인장을 조금 옮겼다. 손가락 아래 천이 단단해졌다. 계절이 그 얇은 경계에서 저항하고 있었다. 그녀는 힘을 더 주지 않고 기다렸다. 억지로 누르면 원래의 홈까지 닫힐 수 있었다.
꽃잎이 위에서 바스락거렸다.
손을 빨리 움직이고 싶었다. 세온의 시선도 한 번 올라갔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뿌리를 다시 봤다. 자기 눈이 맡은 자리를 잃지 않았다. 유리는 그 짧은 움직임 덕분에 손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었다.
“오른쪽이요. 물기가 줄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유리는 바로 인장을 거뒀다. 덮은 천의 한쪽을 다시 열었다. 흙의 물기가 천천히 돌아왔다. 몇 번의 숨이 지난 뒤 세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뿌리는 더 마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시 처음부터 맞췄다. 이번에는 좁은 부분만 덮었다. 유리의 인장과 천이 일시적으로 새 홈을 가렸고, 세온은 흙의 상태를 계속 봤다. 어디까지가 성공인지 알기 위해 한 번 실패한 자리를 눈에 남겨 뒀다.
마침내 돌의 한쪽에서 결정이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유리는 숨을 멈췄다가 길게 내쉬었다. 뿌리의 색은 그대로였고, 흙 아래에서 물이 조금씩 스몄다. 나무가 가지고 있던 수분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의 분리였다.
“이 상태를 지켜봐야 해요. 제가 돌아간 뒤에도 확인할 사람이 필요하고요.”
“교대자에게 부탁하겠습니다. 덮개를 건드리면 안 되는 이유도 함께.”
세온이 말했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 전체를 구한 대답이 아니었다. 나무 한 그루의 다음 한나절을 지킬 수 있는 대답이었다.
위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
유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마지막 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흰색은 생각보다 작았다. 밤새 숲을 건너오게 했던 것이 바람 한 줄기보다 가벼웠다. 세온이 손을 내밀었다가 가지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멈췄다.
꽃은 두 사람 사이의 천 위에 내려앉았다.
끝이 갈라진 꽃잎은 다시 붙지 않았다. 유리는 빈 마개를 집으려던 손을 내려놓았다. 병에 넣는다고 살아 있는 꽃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이미 나무에서 떨어진 봄이었다.
세온은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몸을 일으키지 않았고, 무릎에 묻은 흙도 털지 않았다. 유리는 나무의 뿌리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그의 옆에 앉았다. 덮개에 자기 그림자가 닿지 않는 자리였다.
“우리가 조금 더 빨랐다면.”
그가 말했다. 문장은 거기서 멈췄다.
유리는 아니라고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더 빨랐다면 달랐을지도 몰랐다. 그 가능성을 자기가 모른다는 이유로 없애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숲길을 한 사람이 뛰어왔어야 했다는 결론으로 만들 수도 없었다.
“다리를 건너고, 뿌리를 확인한 시간은 필요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온은 고개를 숙였다. 손바닥 위에 작은 꽃잎 한 장을 올렸다. 막 잡을 때는 손이 떨렸는데, 지금은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기록을 보고 있던 때와 닮은 자세였다.
유리는 그의 한 시간에 이 꽃을 겹쳐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실패라고 부르면 지금의 손이 한 일까지 지워질 것 같았다. 그녀도 꽃을 지키고 싶었다. 그 마음만은 굳이 계산해서 줄이지 않았다.
“저도 꽃이 붙어 있기를 바랐어요.”
세온이 천천히 그녀를 봤다. 유리는 손끝의 흙을 엄지로 눌렀다. 직업인에게는 원하는 결과와 할 수 있는 결과 사이를 빨리 구분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 버릇이 옆 사람을 혼자 남겨 두게 할 때도 있었다.
그녀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작은 천 조각을 그의 곁에 놓았다. 꽃잎을 손바닥에 계속 올려 두고 싶지 않을 때 쓸 수 있었다. 세온은 받지 않은 채 한동안 나무를 봤다. 유리도 같은 쪽을 봤다.
유리는 무릎의 흙을 털지 않았다. 젖은 장갑을 다시 끼면 차가울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손을 쉬었다. 실패한 뒤에도 곁에 앉아 있을 시간은 남아 있었다.
아침 빛이 가지 사이로 내려왔다. 꽃이 사라진 자리에 아주 작은 눈이 남아 있었다. 새 꽃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오늘 다시 봄을 더하면 피리라고 약속할 수도 없었다. 다만 가지가 텅 빈 것과는 달랐다.
세온이 꽃잎을 천 위에 내려놓았다.
“저 나무는 지금 살아 있는 겁니까.”
“네. 더 봐야 하지만, 지금은요.”
그는 그 대답을 듣고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유리는 그가 괜찮지 않은 채로 다음 일을 묻는 것을 지켜봤다.
“다음 확인은 언제가 좋겠습니까?”
그녀는 나무의 상태와 햇빛을 번갈아 봤다. 정오 전 한 번, 해가 기울기 전 한 번. 갑자기 서리가 넓어지면 시간에 상관없이 연락. 계절의 새 유출을 겨우 눌렀을 뿐 옛 계약을 풀어 낸 것은 아니었다.
세온이 가방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쓰기 전에 질문했다.
“제가 적고, 당신이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의 모서리가 그의 장갑에 걸려 조금 접혔다. 그녀는 펴 주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모서리를 펴고 다음 확인 시각을 적는 동안 손을 녹였다.
교대자가 나무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덮개와 뿌리를 함께 보여 줬다. 새 꽃을 피우는 장치가 아니라 추가 손실을 줄이는 임시 조치라는 말을 유리는 두 번 다르게 설명했다. 교대자는 자기 말로 되짚었다. 꽃이 돌아오지는 않아도 나무는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유리는 목 안이 조금 뜨거워졌다. 실패를 설명한 뒤에도 맡아 주는 손이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보다 더디었다. 몸에 들어갔던 급한 힘이 빠져나간 뒤였다. 유리는 낮은 바위 앞에서 가방을 세온에게 건네고 먼저 내려갔다. 이번에는 그가 받아야 할 무게를 미리 말했다.
“기울이지 마세요. 꽃잎은 안쪽 작은 칸에 있어요.”
세온은 가방을 몸에 붙여 들었다. 나무 아래에 남겨도 될 꽃이었지만, 유리는 리넷에게 마지막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살아 있는 나무의 다음 그림을 그리려면 지켜 내지 못한 꽃의 모양도 남아야 했다.
발이 흙에 닿자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세온이 같은 바위 위에서 잠깐 멈췄다. 내려오는 자리를 고르는 중이었다. 유리는 손을 내밀었다. 그가 그녀를 보고 나서 손을 잡았다.
장갑은 둘 다 젖어 있었다. 따뜻하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감각은 아니었다. 유리는 상대가 자기 손을 놓을 때까지 기다린 시간을 기억했다. 이번에도 필요한 만큼만 힘이 들어왔다.
그가 내려와 선 뒤에도 둘은 한 호흡쯤 손을 놓지 않았다.
유리는 먼저 손가락을 풀었다. 세온도 놓았다. 부끄러워 급히 말을 만들지는 않았다. 나무를 살린 손과 꽃을 놓아준 손이 같은 손이라는 사실이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았다.
보행교 반대쪽에서 수문 교대자의 등불이 보였다. 날이 밝아도 등불을 꺼 놓지 않았다. 돌아오는 사람이 어디를 봐야 할지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 세온이 그쪽에 손을 들었다.
오르만이 나와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꽃이 어떻게 됐느냐고 묻지 않았다. 유리가 먼저 가방을 조금 열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가 나무는 어떠냐고 물었다.
“남은 것을 붙들어 뒀어요. 아직 임시로요.”
유리가 대답했다. 오르만은 한 번 끄덕이고 길을 비켜 줬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전보다 조금 느렸다.
찻방에 도착하자 다온이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 리넷은 어머니 공책을 두 손으로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는 마지막 꽃잎을 꺼냈다. 천을 펼치는 동안 리넷의 손이 공책 가장자리를 더 세게 눌렀다.
“안 폈어요?”
“피었어요. 우리가 보는 동안 졌고요.”
유리는 그렇게 대답했다. 꽃을 지키지 못했다는 말이 피지 않았다는 말과 같지는 않았다. 리넷은 한참 천을 보다가 공책의 빈 쪽을 펼쳤다. 지고 난 자리도 그려야겠다고 했다.
세온이 옆에 앉아 흙 묻은 장갑을 벗었다. 다온은 그에게도 물을 놓았다. 그는 잔을 받기 전에 유리의 가방을 바닥이 젖지 않은 의자에 올려뒀다. 아침 내내 자기 손에서 온실지기의 물건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유리는 가방에서 남은 빵을 꺼냈다. 둘로 다시 나누자 너무 얇아져 웃음이 났다. 세온도 조각을 보고 입가를 조금 올렸다. 다온이 말없이 새 빵을 접시에 더 놓았다.
“그건 오늘 먹는 거예요.”
다온이 말했다.
“다음 가을 건 아직 셀 게 남았고요.”
유리는 빵을 든 채 고개를 들었다. 첫 계약의 공급은 멈췄어도 이미 사용한 볕의 값은 남았다. 오늘 살아 있는 씨앗이 다음 수확에 돌려줄 몫이었다.
다온이 탁자 위에 식량표를 펼쳤다. 밭 이름 옆의 숫자들이 겨울 내내 가늘어져 있었다. 봄을 빌려야만 살릴 씨앗과, 그 봄을 갚아야 할 가을은 같은 사람들의 것이었다.
유리는 빵을 내려놓았다. 세온이 그 손을 보고도 괜찮으냐고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자기 의자를 조금 돌려 같은 표를 볼 수 있게 했다.
다온이 빈 찻잔을 두 사람 앞에 나란히 놓았다.
“이제 마을 사람들도 같이 앉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