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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꽃이 지기 전에

본문 5,251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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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고 걷는 속도는 생각보다 느렸다.

유리는 보폭을 한 번 줄였다. 세온도 따라 줄였다. 누가 앞에서 끌어야 하는 길인지 정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온실 뒤의 눈길을 나란히 내려갔다. 등 뒤에서 깨진 꽃의 소리가 아직 귀에 남아 있었다.

서문에 가까워지자 잡은 손을 놓아야 했다. 보행교는 둘이 나란히 건널 만큼 넓지 않았다. 유리는 먼저 손가락을 폈다. 세온은 바로 놓고 난간의 눈을 살폈다.

“한 사람씩 건너겠습니다. 저는 뒤에서요.”

“길을 아는 분이 먼저 가는 게 낫지 않아요?”

“앞쪽은 교대자가 표시해 뒀습니다. 당신이 멈추면 제가 보이게 서겠습니다.”

그가 유리를 앞으로 밀지는 않았다. 그녀는 보행교 끝의 등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자기 발로 걸으면서도 함께 갈 수 있는 자리였다.

오르만은 수문 옆에서 두꺼운 외투를 넘겨받고 있었다. 새 교대자가 물높이를 읽어 주자 그는 자기가 본 눈금과 맞췄다. 마지막 숫자가 같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두 사람에게 손을 들었다.

“다리 끝까지만 같이 간다. 숲길은 세온이 알아.”

“수문은요?”

유리가 물었다. 오르만은 뒤의 사람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세 사람이 등불과 기록판을 나눠 들었다. 세온이 자기 목도리를 고쳐 쥐었다가 손을 내렸다. 남아야 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보행교의 첫 판자가 장화 아래에서 낮게 울었다. 유리는 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췄다. 세온도 뒤에서 멈췄다. 서두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같은 자세로 기다렸다.

“꽃은 기다려 주지 않을 텐데요.”

유리가 말했다.

“다리가 당신을 놓치면 꽃까지 갈 수 없습니다.”

그의 대답은 빨랐다. 유리는 난간을 쥔 손의 힘을 조금 풀었다. 옳은 말을 듣는 것보다, 상대가 자신에게 그 말을 허락한다는 것이 마음을 건드렸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자 겨울을 받으러 가려던 사람이었다.

중간쯤에서 등불이 꺼질 듯 흔들렸다. 앞의 교대자가 몸으로 바람을 가렸고, 오르만이 그 곁에서 문 쪽 걸쇠를 확인했다. 다리 아래에서는 물이 보이지 않았다. 검은 틈이 길게 움직이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유리는 아래를 더 보지 않았다. 세온이 말한 표시를 하나씩 따라 걸었다. 발끝이 마지막 판자를 벗어났을 때 뒤에서 같은 소리가 났다. 그가 건너온 발소리였다. 그녀는 손부터 내밀려다 웃었다.

“이번에는 다 왔는데도 잡으려고 했네요.”

세온은 잠깐 그녀의 손을 보고 시선을 들었다.

“돌아갈 때도 다리가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장갑의 손가락을 접었다. 돌아갈 때라는 말이 남은 꽃 하나와 나란히 마음에 놓였다. 가기만 하는 계획이 아니었다.

오르만은 다리 끝의 작은 창고를 열었다. 유리가 들고 온 가방에 마른 천과 짧은 끈을 보탰다. 다온이 넣어 준 빵은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가방의 씨앗 인장과 빈 유리판을 확인했다. 볕이 든 병은 없었다. 봉인한 일곱 병은 온실에 남겼다. 새 봄을 더 붓는 것이 지금은 유출을 키울 수 있었다.

“숲에 있는 것은 아직 우리 계약 밖이에요.”

유리가 말했다. 세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행의 허락이면 된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르만이 등불을 들었다. 나무는 마을 공동으로 돌봤고, 긴급한 훼손 방지는 공동회에 알려도 되는 범위라고 했다. 새 계절을 빌리거나 나무를 베는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돌아가는 교대자에게 다온의 확인을 받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리는 그동안 눈 위에 떨어진 잎 하나를 주웠다. 얼음 안에 온실에서 본 것과 같은 잎맥이 있었다. 이곳의 겨울은 바람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무가 내어 준 봄이 자기 가지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오르만이 수문 쪽으로 돌아갔다. 세온은 숲길 입구의 낮은 가지를 손으로 들어 올렸다. 유리가 지나간 뒤 놓았다. 가지가 털어 낸 눈이 그의 어깨 위에 쌓였다.

그녀는 털어 주려다 손을 멈췄다.

“어깨에 눈이요.”

세온이 돌아봤다. 자신에게 알려 주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얼굴이었다. 그는 장갑으로 눈을 털었다. 둘 다 짧게 웃고 다시 걸었다. 웃음이 길을 따뜻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숨은 조금 가벼워졌다.

숲으로 들자 발소리가 작아졌다. 눈 아래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장화 밑에서 났다. 유리는 온실의 흙과 다른 냄새를 맡았다. 젖은 유리 대신 오래 닫힌 나무 상자 같은 냄새였다.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세온이 멈췄다. 오른쪽은 나무 사이가 넓고 왼쪽은 낮은 바위로 이어졌다. 그는 먼저 오른쪽을 봤다가 바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예전 길은 저쪽입니다. 지금은 위에서 물이 얼어 내려와요.”

유리는 넓은 쪽 눈의 표면을 봤다. 부드러워 보이는 눈 아래에 반짝이는 선이 숨어 있었다. 편해 보이는 쪽을 고르는 것이 늘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바위에 장갑을 짚었다. 몸을 올리는 순간 가방의 끈이 뒤쪽 가지에 걸렸다. 세온이 가까이 왔다가 그녀가 멈춰 달라고 하자 그대로 섰다. 두 사람이 동시에 당기면 안의 유리판이 깨질 수 있었다.

“가방만 조금 받쳐 주세요.”

유리가 말했다. 그가 아래에서 무게를 받았다. 그녀는 몸을 틀어 끈을 풀었다. 가방이 가벼워진 만큼 바위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세온은 그녀가 자리를 잡고 나서야 손을 놓았다.

먼저 올라가 있는 유리에게 이번에는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한쪽 무릎을 바위에 대고 손을 잡았다. 힘을 전부 끌어오려 하지는 않았다. 서로의 균형을 확인한 뒤 세온이 자기 발로 올라왔다.

“저도 길을 조금 알게 됐네요.”

유리가 말했다. 세온이 눈을 털며 그녀를 봤다.

“방금은 제가 몰랐던 쪽입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이 사람은 앞으로도 아는 길만 알려 주는 사람이 아닐 수 있었다. 유리는 너무 멀리 생각하지 않으려고 가방을 다시 고쳐 멨다.

나무가 보인 것은 하늘이 희어지기 시작할 때였다. 숲 안쪽의 낮은 웅덩이 곁에 한 그루만 어둡게 서 있었다. 다른 나무의 가지는 눈을 받쳤는데, 그 나무 밑에는 녹은 눈이 얇게 고여 있었다.

가지 끝에 꽃 하나가 남아 있었다.

유리는 뛰지 않았다. 뿌리 주변의 흙이 무너질 수 있었다. 세온도 그녀의 걸음에 맞춰 멈췄다. 그가 등불을 낮추자 흰 꽃잎의 바깥이 투명하게 비쳤다. 보통 나흘 동안 드러날 겹들이 몇 번의 숨 사이에 벌어졌다.

“아직 붙어 있어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듣지 않았으면 했다. 세온은 대답 대신 물병의 마개를 열어 옆에 놓았다. 그녀가 쓸 유리판도 모서리를 잡아 내밀었다.

유리는 꽃에 손대지 않았다. 물을 아주 조금 떠서 유리판에 흘렸다. 잎맥 모양의 서리가 판 한쪽에 모였다. 온실 쪽으로 향한 길이었다. 같은 시험을 반대편 물에 하자 서리는 느리게 퍼졌다.

방향이 있었다. 나무 전체가 한꺼번에 죽는 것이 아니라 한쪽 뿌리에서 계절이 빠르게 끌려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뿌리를 잘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나무가 살아갈 물길도 함께 끊을 수 있었다.

세온이 칼집으로 손을 가져가지 않는 것을 유리는 보았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등불의 높이만 바꿨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기다림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저쪽 눈을 천 위에 옮겨 주시겠어요? 뿌리를 누르지 말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가는 나뭇가지로 계절의 흐름이 닿는 표면을 확인했다. 실제 수분의 흐름과 다른 길이 흙 아래에 얕게 겹쳤다. 손끝이 서늘해졌다.

꽃잎 한 장이 아래로 처졌다. 유리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손으로 받친다고 꽃이 나무에 더 오래 붙어 있지는 않았다. 그 짧은 망설임 사이에 세온이 물었다.

“제가 지금 멈춰야 합니까?”

옮기던 눈을 반쯤 든 자세였다. 유리는 꽃이 아니라 그 손을 봤다. 예전의 한 시간처럼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그의 질문은 달랐다. 다음 명령이 아니라 지금 자기 일이 무엇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계속해 주세요. 제가 멈추라고 하면 그때요.”

그는 곧장 움직였다. 유리도 자기 손을 다시 흙으로 내렸다. 두 사람의 일이 한 박자씩 어긋났다가 천천히 맞았다. 온실에서 상자를 나르던 것처럼 문턱과 물웅덩이를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이번에는 눈의 높이와 흙의 모양이었다.

세온이 천을 옮길 때 유리는 뿌리가 드러난 곳을 가렸다. 그녀가 유리판을 놓으면 그가 등불을 돌렸다. 상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유리는 그 사실이 기뻤다가 바로 꽃을 올려다봤다. 기쁜 마음을 느끼는 동안에도 꽃은 지고 있었다.

“저 꽃을 못 지킬 수도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세온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 나무를 지키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유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꽃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달랐다. 바라는 것을 잃더라도 다음 일을 버리지 않겠다는 대답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한 번 누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길 쪽에서 작은 종이 울렸다. 교대자가 정해 둔 연락 신호였다. 다온이 숲의 일시 보호에 동의했고 돌아오는 사람을 위해 보행교도 지키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유리는 그 말이 끝날 때까지 손안의 흙을 놓지 않았다.

연락을 전한 사람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수문 쪽 교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온이 그의 손에 빵 절반을 쥐여 주었다. 다온이 가방에 넣은 빵이었다. 돌아오는 길의 사람에게도 먹을 것이 필요했다.

유리는 남은 절반을 천 위에 올려놨다. 지금 당장 먹지는 못했지만, 버리고 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둠이 걷히는 숲 한가운데에 두 사람이 돌아갈 작은 이유가 하나 더 놓였다.

눈을 치운 자리에서 납작한 돌의 끝이 드러났다. 뿌리를 자르거나 새 봄을 넣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유리는 묻은 흙을 천으로 조심스럽게 닦았다. 돌 표면에 두 개의 경계 홈이 겹쳐 있었다.

하나는 숲을 향했다. 다른 하나는 온실의 공동 열쇠에 새겨진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 나무가 온실 안으로 잘못 셈해지고 있어요.”

유리가 말했다. 범위가 겹쳤다면 지금 막아야 할 것은 겨울 전체가 아니었다. 남은 봄이 빠져나가는 좁은 접점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꽃을 한 번 보고 세온 쪽으로 유리판을 내밀었다.

그가 물어보지 않고 받치자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둘 중 한 사람이 돌의 표면을 덮는 동안 다른 사람이 뿌리의 변화를 지켜야 했다. 이상이 생기면 즉시 되돌릴 수 있도록.

세온은 그녀가 고개를 들 때마다 같은 자리에 있었다. 앞서가거나 뒤로 물러나지 않고 유리판의 기울기만 고쳤다. 유리는 급한 마음 한가운데에서도 그 손을 믿고 자기 일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첫 햇빛이 나무의 맨 위 가지에 닿았다.

남은 꽃잎 하나의 가장자리가 소리 없이 갈라졌다.

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