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돌의 첫 짐이 먼저 멈췄다.
도하는 제동을 알린 손을 내리지 않은 채 유탁을 봤다. 바퀴가 완전히 서고 시설 담당자가 고정을 확인했다. 그는 첫 짐과 시작 쪽 블록 사이의 연결을 풀었다. 세 초가 되기 전이었다. 돌아온 하중이 받침에 실린 뒤 세빈이 짧은 길로 와서 표시를 읽었다. 고정됐다는 대답이 나왔다. 첫 구간 완료 표시가 잔돌 쪽에 들어왔다.
옆 레인에서는 아직 짐이 움직이고 있었다. 물새의 첫 운반 짐은 그들보다 넓게 돌았다. 도하는 상대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둘째 구간을 준비했다. 한 쌍을 완전히 푼 손으로 다음 짐에 다시 닿을 예정이었다. 받는 블록은 준비 시간에 옮겨 확인한 자리에 있었다. 유탁이 뒤 끈을 바꿔 잡는 동안 도하는 아직이라고 말했다. 세빈이 확인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그 짧은 사이 옆에서 끈이 바닥을 쳤다. 큰 소리는 아니었다. 도하는 자기 짐이 고정된 것을 본 뒤 고개를 돌렸다. 시온이 뒤 손잡이를 두 번 놓쳤다. 장갑 끝이 끈의 조정 고리에 걸렸다가 빠졌다. 물새의 주장이 앞쪽에서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받침은 크게 달리지 않았지만 뒤에서 잡을 손이 정해진 자리를 벗어났다.
시온이 괜찮다고 외쳤다. 그 말이 자기 손보다 빨랐다. 도하는 자기 첫 평가 때 남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준비됐다고 했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지금 맞은편의 손이 왜 떨리는지 알아맞힐 수는 없었다. 긴장인지 통증인지 장갑이 맞지 않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다시 잡기 전에는 뒤 제동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심판님, 옆 레인 뒤 끈이 안 잡혔습니다.”
그가 말했다. 물새 쪽 시설 보조자가 이미 받침을 멈추는 중이었다. 심판이 공동 중지를 알렸다. 두 레인의 정지와 고정이 차례로 확인됐다. 도하는 자기 능력을 쓰지 않은 채 손을 뺐다. 옆으로 넘어가 시온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상대 장비와 선수에게 들어갈 사람은 현장 담당자였다. 그는 자기 레인의 통로만 비웠다.
시계가 멈췄다. 잔돌의 첫 구간 완료 표시는 남았고 다음 구간은 시작되지 않았다. 세빈은 정해 둔 휴식 자리로 갔다. 유탁은 끈을 걸고 손목을 확인했다. 도하는 자기 쪽의 준비가 끝난 뒤에야 물새를 봤다. 시온은 의자에 앉아 장갑을 벗고 있었다. 고개가 낮아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한우가 옆에 섰지만 대신 설명하지는 않았다.
심판은 장비를 먼저 확인하고 선수 상태는 별도로 보게 했다. 장갑의 고정과 끈 길이는 담당자가 점검했다. 시온이 그 자리에서 다시 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바로 출발 신호가 나오지는 않았다. 도하는 괜찮다는 목소리를 믿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말만으로 누가 제동을 맡아도 되는지 정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유탁의 보호대를 처음 보던 날과는 또 다른 눈이었다.
미오는 카메라를 아래로 내렸다. 도하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 숨을 놓았다. 멈춘 선수의 손을 크게 보여 준다고 방금 장면이 더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현장 중계에는 공동 중지와 확인 중이라는 안내만 나갔다. 미오는 잔돌이 왜 멈춤을 요청했는지 도하의 말부터 끌어내지 않았다. 지금 선수들은 카메라에 설명할 일이 먼저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참 뒤 심판이 두 팀을 따로 불렀다. 오늘 바로 다시 할지는 아직 정할 수 없다고 했다. 상태 확인과 장비 점검이 더 필요했고 뒤 예약도 있었다. 공동 중지로 멈춘 이번 비교 기록은 완료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면 양 팀의 첫 구간도 새로 시작해야 했다. 출발 전에 읽고 들은 규칙과 같은 설명이었다.
도하는 첫 구간 표시를 봤다. 자신들이 먼저 넣은 한 칸이었다. 방금 전에는 두 번째까지 가면 앞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한 칸이 없어지는 것이 실제로 아까웠다. 그는 좋은 선택을 했으니 아깝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을 고치지 않았다. 세빈이 표정이 왜 그러냐고 묻자, 한 구간이 아깝다고 바로 답했다.
“나도 아까워요.”
그녀가 말했다. 도하가 고개를 들었다. 세빈은 그 말이 중지 요청을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준비한 것을 끝낼 기회와 이미 얻은 앞섬이 사라졌다는 기분은 있을 수 있었다. 유탁도 자기가 끈을 잘 잡은 장면까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하는 기록은 없어져도 그 손이 한 일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말을 하고 나니 자기 한 칸에도 같은 답을 해야 했다.
점심 때 먹고 남은 물을 마셨다. 도하는 휴대폰에서 경기 시작 전의 배치를 보려다 그만뒀다. 다음 기회를 지금 더 빨리 만들 수는 없었다. 송주가 오늘 비용은 이미 이번 이용의 몫이고 상대 선수에게 청구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재평가가 별도 비용을 요구하면 그 조건은 다시 봐야 했다. 도하는 그 말이 사람을 탓하지 않고 손해를 셀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시온은 대기실 밖에서 도하를 불렀다. 자기 때문에 멈춘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도하는 바로 괜찮다고 덮지 않았다. 자기도 첫 구간을 끝냈는데 멈춰 아쉽다고 말했다. 시온이 더 고개를 숙이자 그는 뒤를 이었다. 그렇다고 끈을 못 잡은 채 계속 가기를 바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둘은 서로를 지우는 말이 아니었다.
시온은 손이 떨린다는 것을 먼저 말하면 한우가 자기를 뺄 것 같았다고 했다. 도하는 물새의 선발을 정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괜찮으니 다음에는 꼭 뛸 수 있다고 말해 줄 수도 없었다. 그는 자기 첫 경기에서는 대답을 안 기다려서 짐이 제대로 멈추지 않았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잘되는 장면보다 그때 한 질문을 기억한다고 했다. 지금 잡았느냐는 질문이었다.
“형도 처음에 많이 틀렸어요?”
시온이 물었다. 도하는 지금도 틀린다고 답했다. 오늘 준비 시간에는 받는 블록과 짐이 멀어지는데 자기가 가운데 서면 될 것처럼 걸었다. 말하고 나니 조금 우스웠다. 시온도 입가를 움직였다. 자기 몸으로 물건 사이의 거리를 나눌 수는 없었다. 도하는 그 웃음을 손이 다 나았다는 증거처럼 받지 않았다. 시온이 다시 의자에 앉고 싶다고 하자 길을 비켰다.
한우가 잠깐 뒤 나왔다. 그는 앞에서 속도를 늦출 때 뒤 준비를 한 번 더 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시온 한 사람의 긴장으로 정리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도하는 그 말을 시온에게 들으라고 크게 하지는 않는 모습을 봤다. 한우는 잔돌에 오늘 남은 시간을 어쩔지 물었다. 자기들은 더 움직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도하는 자기도 팀과 확인한 뒤 답하겠다고 말했다.
돌아와 보니 세빈이 무릎을 편 자세로 앉아 있었다. 오늘 제한된 이동은 끝냈고 더 기다려서 다시 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탁 역시 예정한 손의 동작 뒤에 긴 대기를 더해 새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도하는 자기 손도 아직 괜찮지만 돌아가는 시간을 늘리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들은 상대가 하겠다고 하면 같이 더 하는 방식으로 오늘을 정하지 않았다.
심판은 이번 회차의 비교 기록을 여기서 끝내겠다고 했다. 두 팀 모두 원한다면 다음 주의 짧은 재평가 시간 한 칸을 잡을 수 있었다. 원래 중지한 회차의 재평가라 추가 평가료는 없었지만 이동과 식사는 각자의 몫이었다. 신청 범위와 선수 상태는 그날 다시 확인해야 했다. 오늘 답을 강요하지 않고 다음 날 정한 시각까지 여부를 알려 달라고 했다.
도하는 돌아가는 교통비부터 떠올렸다. 자기가 추가 촬영을 받았으면 그 돈이 있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촬영도 오늘 평가 뒤에 이어질 예정이었다. 멈춘 선수의 몸을 본 뒤에도 자기 손을 빌려 줄 시간이 남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는 하지 않은 계약을 오늘 손해의 해답으로 되살리지 않았다. 다음 주에 갈 수 있는지는 다음 주의 실제 근무와 비용으로 봐야 했다.
짐을 챙기는 동안 물새의 큰 선수가 자기 물병을 찾았다. 남의 가방에 들어갔는지 의자를 뒤집어 보려 하자 한우가 가방 뒤를 가리켰다. 물병은 거기에 있었다. 시온이 작게 웃었다. 도하는 조금 전까지 이 사람들 모두 상대편이라는 말 한 칸 안에 있었음을 생각했다. 장갑을 헷갈리는 사람과 물병을 못 찾는 사람이 같은 팀에 있었다. 자기들 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오는 나가기 전에 오늘 장면의 설명을 확인했다. 잔돌이 이겼다는 말도, 물새가 실격됐다는 말도 쓰지 않을 거라고 했다. 두 팀의 짧은 평가가 안전 확인을 위한 공동 중지로 끝났다는 실제 상황이었다. 도하는 자기가 먼저 소리를 낸 부분보다 시설 보조자가 실제로 짐을 세운 부분도 남았는지 물었다. 미오는 그 순서를 놓치지 않겠다고 답했다.
버스에서는 유탁이 창 쪽에 앉았다. 손목에 새 통증은 없지만 오늘은 가방을 무릎에 오래 올려놓지 않겠다고 했다. 도하가 가방을 들어 올리려 하자 유탁은 바닥에 둘 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도하는 발을 옆으로 옮겼다. 도와주는 손 하나보다 필요한 것은 발 하나일 때도 있었다. 그는 창밖을 보며 자기가 멈춤을 외친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
정의로운 선수처럼 들렸을지 생각하니 조금 민망했다. 실제로는 자기 첫 경기의 불안한 손을 봤고, 자기 레인의 짐은 이미 고정돼 있어서 말할 틈이 있었다. 더 바쁜 순간이었다면 못 봤을 수도 있었다. 도하는 그 우연까지 자기 성품의 증명으로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에도 자기 장비를 먼저 안전하게 세우고 보이는 위험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젖은 장갑을 펼쳤다. 오늘 짧게 썼는데도 안쪽은 습했다. 그는 손을 씻고 한동안 아무 물건도 잡지 않았다. 끝내지 못한 평가를 빨리 복구하고 싶어 몸에 일을 더 주는 버릇이 올라왔다. 그 대신 남은 밥을 데웠다. 싱거운 반찬을 먹으며 자기 첫 구간이 왜 잘됐는지 하나만 떠올렸다. 유탁이 정지 대답을 끝까지 한 뒤 손을 놨다는 사실이었다.
일요일 저녁에 세 사람의 답이 모였다. 세빈은 새 불편이 늘지 않았고 다음 주에도 같은 제한 범위라면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유탁도 자기 현재 작업과 회복 시간을 확인한 뒤 가능하다고 답했다. 도하는 근무표와 교통비를 보고 자기 몫을 정했다. 송주는 보호해 둔 돈을 건드리지 않는 추가 이동 비용을 확인했다. 셋은 재평가를 한 번 받기로 했다.
물새도 참여하겠다는 답을 보냈다. 시온의 자세한 상태를 잔돌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자기 범위를 다시 확인할 것이라고만 했다. 도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뛴다는 말은 자기에게 그 사람의 진료 내용을 알 권리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다음 주의 출발 시간을 저장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재평가는 처음부터였다. 도하는 그 말 옆에 자기들 첫 구간의 길을 다시 그렸다. 더 화려하게 해 놓으면 잃은 한 칸을 만회할 것 같았다. 그러나 새 화살표를 그리다 보니 세빈의 확인 자리를 또 가리고 있었다. 그는 선을 지우고 오래된 작은 동작 둘을 남겼다. 다음번에는 큰 기술 하나보다, 자기가 아끼려고 잘못 뺐던 두 걸음이 승부를 가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