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이야기는 국이 나오기 전에 시작됐다.
목요일 점심, 도하는 센터 건너편 식당에서 작업복 지퍼를 내렸다. 평소라면 도시락을 먹었을 시간이었다. 물을 따라 주던 여자가 자기 소개부터 다시 했다. 운동기구 회사 세모기구의 선수팀 운영 담당, 권나경이었다.
도하는 공개된 회사 소개를 미리 확인하고 면담을 직접 정했다. 센터 점심 휴게가 끝나기 십 분 전에는 돌아가야 했다.
“시간 맞춰 끝낼게요. 식사부터 하셔도 됩니다.”
나경이 말했다. 도하는 메뉴판의 가장 빨리 나오는 식사를 골랐다. 상대는 같은 것을 시켰다. 특별히 비싼 밥을 사면서 곧바로 답을 얻으려는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 도하는 그 생각부터 너무 안심하는 근거로 쓰지는 않기로 했다.
“어떤 자리를 생각하십니까?”
“지역 선수팀의 중간 연결수요. 회사 업무와 훈련을 합쳐 정해진 근무 시간을 두고, 월 급여를 지급하는 쪽입니다.”
그녀가 두 장짜리 조건 안내를 꺼냈다. 정식 계약서는 아니며 오늘은 관심 여부를 확인하는 면담이라고 했다. 도하는 종이를 받았다. 첫 줄의 금액을 보고 바로 다음 줄로 넘어가지 못했다.
센터에서 잔업을 하지 않은 달보다 많았다. 가장 많이 일한 달과는 비슷했다. 그런데 오후 훈련 시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퇴근 뒤 밥을 대충 먹고 다시 신발을 신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먼저 들었다.
“훈련도 일한 시간으로요?”
“팀에서 정한 훈련은요. 개인 운동을 전부 근무로 넣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녀는 오전 장비 정리와 시연 준비, 오후 코트 훈련이 담긴 예시표를 보여 줬다. 제품을 고객에게 보여 주는 촬영일도 있었다. 도하는 시연이라는 단어 밑에 엄지를 뒀다. 무거운 구역만 맡는 센터 생활을 벗어난다고, 하루에 손을 쓰는 시간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국이 나왔다. 도하는 종이를 물컵에서 멀리 옮겼다. 나경도 말을 멈추고 숟가락을 들었다. 뜨거운 국에 파가 떠 있었다. 도하는 첫 술을 삼킨 뒤에야 질문을 이어 갔다.
“시연은 능력을 쓰는 겁니까?”
“쓰는 날이 있습니다. 선수별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계획하고요. 지금 수치를 늘려 오셔야 지원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 대답은 좋았다. 도하는 좋다는 말을 삼키지 않고 했다. 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모랫길전에서 유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장면을 봤다고 했다. 첫 짧은 영상만 본 뒤 온 것은 아니었다.
“강한 선수가 잠깐 손을 못 쓰는 구간이 있어요. 그 사이를 잇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 혼자 안 끝낸다는 건 보셨겠네요.”
“그래서 면담을 요청했어요.”
도하는 밥을 한 번 더 떴다. 자기를 오해해서 나온 자리라면 거절하기 쉬웠을 것이다. 필요한 역할을 알고 부른 사람의 제안은 더 무거웠다. 세빈에게 들은 말처럼 자기 수치가 작다고 상대 계산이 엉터리가 되는 건 아니었다.
안내의 훈련장은 집에서 환승이 한 번 더 필요했다. 늦은 훈련일 식비도 다시 계산해야 했다. 나경은 시설 사진을 보여 줬다. 문 앞 평지가 넓었고, 구간마다 빈 받침을 둘 곳이 있었다. 공용 저울이 여러 대라는 설명에 도하의 눈이 오래 머물렀다. 잔돌에서는 수업이 끝나야 펼칠 수 있는 길이었다.
“이 팀에 들어가면 잔돌로는 못 뜁니까?”
“같은 대회에서 두 팀 소속으로 뛰는 건 어렵습니다. 회사 일정과 겹치는 외부 경기도 미리 협의해야 하고요.”
“지금 하고 있는 순위전은요?”
“합류 시기를 협의할 수는 있어요. 남은 일정을 먼저 받아 봐야 합니다. 오늘 그 경기들을 그만두라는 말씀은 아니에요.”
조건이 없는 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말만으로 나쁜 제안이 되지도 않았다. 회사가 급여를 주면서 자기 경기 일정이 있기를 바라는 건 이해됐다. 도하는 이해하는 것과 자신이 고르는 것 사이에 국그릇을 두었다.
“대회가 휴일이면 다른 날 쉬나요?”
“주간표로 조정합니다. 다만 원정 이동 시간이 어디까지 들어가는지는 정식 조건을 확인하셔야 해요.”
나경은 모르는 항목에 바로 답을 만들지 않았다. 종이 가장자리에 확인할 질문을 적었다. 도하는 그 틈에 자기 질문도 넣었다. 오전 시연 뒤 오후 훈련의 사용량을 누가 합치는지, 몸이 안 좋은 날 다른 업무가 가능한지, 진료를 받으러 갈 시간은 어떻게 잡는지.
종이 위에는 아직 답보다 물음표가 많았다. 나경의 숟가락이 멈췄다. 도하는 너무 까다롭게 들렸나 싶어 급여 숫자를 다시 봤다. 그 정도 받으면 참아야 할 것도 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는 물을 마셨다.
“지금 당장 더 큰 숫자는 안 됩니다. 손이 떨리면 그날은 멈춰야 하고요.”
“그 점은 기록에 남기겠습니다.”
“그냥 제가 조심하면 된다는 뜻으로 남기지는 말아 주세요. 오전에 쓴 걸 오후 담당자가 모르면 제가 두 번 설명해야 하니까.”
나경은 잠깐 생각하더니 사용 기록을 공유하는 방식까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가능하다고 확답하지는 않았다. 도하는 그 선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당장 다 약속하지 않는다고 자기 질문을 거둘 필요도 없었다.
남은 시간은 십오 분이었다.
나경은 촬영 동의 항목을 짚었다. 경기와 회사 홍보에 선수 모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다. 도하는 자기 얼굴이 나온 제품 시연이 다른 설명과 붙을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이번 주 영상에서 이름이 커지는 기분과 동료가 작아지는 기분을 둘 다 겪었다고 말했다.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을 전부 빼 드릴 수 있다는 약속은 어려워요.”
그녀가 답했다. 도하는 그 대답을 들은 채 항목 끝에 표시했다. 선수의 인터뷰 문장을 뜻이 달라지게 줄일 때 확인할 절차, 공개하지 않을 개인 생활 범위는 더 읽고 싶었다. 오늘 식탁에서 손등을 찍어 보여 줄 생각은 없었다.
나경은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다. 선발을 진행하면 코트에서 사전 안내한 과제와 상태 확인을 할 것이며, 식당에서 능력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도하는 물컵에서 손을 뗐다. 자기도 모르게 탁자 위 옮길 만한 물건을 찾고 있었다.
십팔 킬로그램을 보여 주면 돈이 되는지부터 생각했던 첫날이 떠올랐다. 이제 돈 이야기가 앞에 있는데, 무엇을 보여 주지 않을지를 묻고 있었다. 능력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급여를 받고 배우는 건 좋습니다.”
도하는 말했다. 그 말을 하자 조금 민망하고 조금 시원했다. 잔돌을 버리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좋은 조건까지 싫은 척할 이유는 없었다.
“제가 지금 받는 돈하고 단순히 비교하면 안 되겠네요. 출퇴근이랑 쉬는 날도 바뀌니까.”
“네. 현재 일을 그만두는 결정도 있으시고요.”
“그건 아직 안 합니다.”
“저희도 아직 채용을 확정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둘이 동시에 웃었다. 서로 너무 먼 답부터 경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도하는 종이를 반으로 접지 않고 가방 안 파일에 넣었다. 구겨진 조건으로 큰 결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검토 시한을 물으니 나경은 다음 주 금요일 저녁까지 첫 의사를 들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지원을 계속할지, 더 확인할 항목이 있는지 알려 달라는 기한이었다. 그때까지 정식 계약에 서명하거나 센터에 사직할 필요는 없었다.
도하는 다음 주 금요일 여섯 시로 답할 시간을 정했다. 미답 항목은 가능한 범위에서 그전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상대도 알겠다고 했다. 달력에 넣자 숫자보다 먼저 날짜가 생겼다.
계산대에서 도하가 자기 몫을 내려 하자 나경이 면담 식사는 회사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밥이 지원 동의나 계약금이 되는 것은 아닌지 농담처럼 물었다. 그녀는 그 정도로 선수를 붙잡을 수 있으면 자기도 편하겠다고 답했다. 도하는 웃고 영수증을 접는 그녀를 기다렸다.
식당 밖에는 센터로 돌아가는 동료들이 보였다. 도하는 명함을 한 장 더 받지 않았다. 연락은 본인에게 직접 달라고 했고, 미오나 송주를 통해 재촉하지 않는 데 동의받았다. 나경은 센터 안으로 따라오지 않고 반대편 정류장으로 갔다.
도하는 횡단보도 앞에서 가방을 고쳐 멨다. 출근길과 똑같은 길이었다. 그런데 돌아갈 시간이 정해진 점심에 다른 출근길 하나를 보고 온 것 같았다.
저녁 잔돌에서 도하는 조건 안내를 먼저 내밀지 않았다.
세빈과 송주에게 면담 사실을 말하고, 다른 팀 제안을 검토해도 되겠느냐는 허락을 구하려다가 그만뒀다. 자기 직장을 바꾸는 결정이었다. 대신 공개해도 되는 자기 조건 부분을 함께 봐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회사의 내부 자료라고 표시된 것은 없었지만 상대에게도 검토할 사람과 볼 범위를 미리 말해 두었다.
유탁은 금액을 보고 입을 벌렸다. 도하는 그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자기도 국이 나오기 전에 똑같은 얼굴이었을 것이다.
“훈련하고 돈 받는 거잖아요.”
“오전엔 장비 정리랑 시연 준비도 해.”
“그래도 퇴근하고 또 안 와도 되네.”
유탁은 자기가 말하고 나서 잔돌 코트를 봤다. 도하는 그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안 가겠다고 약속해서 눈길을 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좋은 점이 있어. 아직 답 안 온 것도 있고.”
그가 말했다. 유탁은 종이를 밀어 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빈은 어느 팀이냐보다 언제까지 답할지 먼저 물었다. 도하는 달력의 시간을 보여 줬다. 그녀는 그전까지 현재 순위전 준비를 어떻게 할지만 공유해 달라고 했다.
송주는 수업표 뒤의 빈 면을 내줬다. 도하는 월 급여를 맨 위에 썼다가 옆으로 옮겼다. 센터에서 잔업이 없던 달과 많았던 달의 수입, 회사 팀의 평소 달과 원정 달을 나눴다. 아직 모르는 이동 시간과 식비는 숫자를 채우지 않았다.
종이는 조금 덜 근사해졌다. 그래서 더 자기 생활에 가까워졌다.
세빈은 돈에 동그라미도, 외부 경기 항목에 가위표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부상 뒤에는 경기 출전 시간만 보고 팀을 고른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짧게 말했다. 도하는 자세한 사연을 묻지 않고 오늘 질문 목록의 회복 항목을 다시 폈다.
“제가 남는 게 잔돌에 더 이익이겠죠?”
그가 묻자 세빈이 종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 질문만 하면 도하 씨한테는 무슨 답이 남아요?”
그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떠나면 이기적이고 남으면 착하다는 계산에 또 자기를 넣으려 하고 있었다. 송주는 현재 체육관을 비워야 하는 사실도, 이전할 곳을 찾는 일도 도하의 계약 한 장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도하는 조건 안내를 가방에 넣었다. 오늘 대답할 수 있는 것은 검토를 계속하겠다는 것뿐이었다. 유탁은 다음 훈련 때 평소대로 오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금요일 퇴근 뒤 오겠다고 답했다. 그 약속은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그는 내일 도시락에 넣을 반찬을 꺼냈다. 국을 사 먹은 날이라 밥이 한 끼 남아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넣기 전에 냉장고에서 점심 면담 안내 종이가 떨어졌다. 그는 자석 밑에 끼워 둔 근무표 옆에 새 답변 시한을 붙였다.
둘이 나란히 있다고 내일 출근할 곳이 둘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하는 알람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충전했다. 잠들기 전까지 급여 숫자를 한 번 더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은 남았다. 그는 그 대신 나경에게 보낼 질문을 저장했다. 금액을 못 본 척하지 않고, 숫자 바깥의 시간도 묻는 문장이었다.
내일도 같은 손으로 일하고 훈련해야 했다. 어느 팀이 그 손을 원하든, 오늘은 먼저 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