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 15세 이용가 21화

확인할 수 없는 목소리

본문 5,176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글자 크기20px회차 목록 ☰

서린은 목소리보다 먼저 파일의 길이를 적었다.

스물두 초였다. 그중 말이 들어 있는 부분은 열 초가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숨과 마찰음, 마지막에 끊긴 종소리였다. 짧은 파일을 세 번 들으니 처음에는 없던 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재생을 멈췄다.

11월 4일 오전, 회사 회의실이었다. 지원기관이 받은 원본 음성은 기관 보관함에 남고, 전달에 동의한 관련 파일만 서린에게 왔다. 접수 담당은 통화자가 장비 보관함과 생활관 일을 말한 것까지 확인했다. 자신이 직접 본 일인지,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을 잠근 사람이 이미 나갔다고 합니다.”

도운이 말했다.

“그렇게 말한 제보가 있습니다.”

서린이 고쳤다.

도운은 자기 메모에도 말을 더했다. 믿기 싫어서가 아니라, 목소리를 믿는 것과 내용을 확인하는 일의 크기가 다르다는 뜻이었다.

서린은 건물을 떠난 직원 목록부터 요청하려다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문장만으로 누군가를 줄여 가면 퇴사한 모든 사람이 의심을 받게 됐다. 말한 사람의 신원을 몰래 찾아내기 위한 역추적도 그녀의 일이 아니었다.

“처음 신고할 때 왜 이 소리를 기억하셨나요?”

그녀가 도운에게 물었다.

도운은 파일 맨 뒤의 종 세 음을 짚었다. 첫 음과 둘째 음의 간격은 짧았고 마지막은 길었다. 전자 알림처럼 고르게 울리지는 않았다. 그는 예전 장비 납품 때 들은 안내 종과 닮았다고 말했다.

“어디인지 아세요?”

“시 차량지원동 같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종을 다른 데도 쓸 수 있어요.”

서린은 지원동을 현장으로 적지 않고 후보에 넣었다. 음성에는 안내 방송의 뒷부분이 작게 남아 있었다. 출입이라는 말 같기도 했고 수리라는 말 같기도 했다. 도운이 볼륨을 높이자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안 들리는 것을 크게 하면, 큰 안 들림이 되네요.”

그가 말했다.

서린은 웃지 못하다가 손을 떼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을 변형해 말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쓰지 않았다. 들리는 부분과 들릴 것 같은 부분을 따로 썼다.

금속을 세 번 긁는 소리. 세 음의 종. 안내 방송 끝의 몇 음절.

점심 전 기관 접수 담당이 통화 때의 상황을 더 설명했다. 파일은 전화 전체를 몰래 녹음한 것이 아니었다. 통화자가 자발적으로 남긴 음성 메시지였다. 녹음한 장소와 보낸 장소가 같은지도 몰랐다. 마지막 말 뒤에 다른 사람의 음성이 섞여 공개 전달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린은 주민 모임에 파일을 돌려 누구 목소리인지 묻자는 생각을 버렸다. 하은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다. 비공개로 온 제보가 누구나 듣는 맞히기 문제가 되면 다음 목소리는 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대신 접수 창구에 되물어 줄 항목을 적었다. 직접 본 일인가. 위험한 상황에 있는가. 장소를 스스로 설명할 의사가 있는가. 대답은 원하는 부분만 해도 된다. 추가 연락을 원하지 않으면 중단한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서린은 자기 업무와 맞닿은 공개 자료부터 보았다. 차량지원동은 은담의 운송 기록에 등장한 시 시설이었다. 폐기 분류장과 달랐고, 장비창고의 위탁업체와도 같은 곳이 아니었다. 건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한 표에 합치지 않았다.

도운은 그곳 안내창구의 운영 시간을 확인했다. 서린은 담당자에게 종소리의 용도를 묻기 위해 전화했다. 제보자의 이름이나 의심을 말하지 않고, 업무 자료에 담긴 안내음의 구분을 확인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정비 차량 들어올 때 종을 칩니까?”

담당자는 방송 전에 울리는 공통 안내음이라고 답했다. 같은 장치를 쓴 시 시설이 여러 곳이라고 했다. 도운의 기억은 맞는 곳 하나를 가리켰지만, 다른 곳을 지우지는 못했다.

서린은 후보 옆에 그 사실을 적었다. 한 걸음 좁혀졌다고 생각했는데 길이 다시 갈라졌다.

그날 오후 두 사람은 지원동 민원 안내실을 방문했다. 건물 사용 이력 대조에 필요한 공개 운영표를 열람하기로 정식 약속한 자리였다. 안쪽 차고와 직원 휴게실로 들어갈 허가는 없었다. 서린은 음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다니러 온 것이 아니라고 방문 목적을 다시 확인했다.

비닐 커튼 너머에서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서린이 돌아보자 직원이 빈 철제 선반을 바닥 표시선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소리는 파일과 닮았다. 그러나 다시 움직일 때에는 두 번만 났다. 바퀴 한쪽이 턱에 걸리는 횟수에 따라 달랐다.

“세 번이라는 게 번호는 아니었네요.”

서린이 말했다.

“녹음된 한 번의 움직임일 수 있죠.”

도운이 답했다.

모든 소리에 암호가 붙어 있지는 않았다. 서린은 세 번을 붉게 표시한 줄을 지웠다. 문 밑 먼지나 파란 묶음띠처럼 같은 모양은 다른 일을 하며 남을 수 있었다.

안내실 직원은 공개 운영표를 가져왔다. 오후 물품 반환 접수와 출고 안내가 같은 방송 장치를 썼다. 종소리 뒤에는 차량용 출입 통제 안내가 나올 수도, 반납품 수령을 알리는 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서린은 파일을 이곳 직원에게 바로 들려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까지 공개해도 되는지 허락이 없었다. 허용받은 배경 부분만 따로 쓸 수 있는지 기관에 확인해야 했다. 담당자는 기다리겠다고 하고 운영표 사본의 제공 범위를 표시했다.

그 짧은 멈춤 사이 하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오늘 목발을 짚는 방식을 다시 배웠다는 말이었다. 서린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내용이 있을 때처럼 노트를 펼치려다 덮었다.

“조사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니에요. 엄마가 차를 보내셨어요. 회사 주소로요.”

“감사합니다. 어머님이 자꾸 자료 더 찾으시지는 않나요?”

“찾으세요. 그래서 오늘은 찬장만 열자고 했어요. 서류가 아니라 찻잔 있는 데요.”

하은의 뒤에서 작은 웃음이 들렸다. 서린은 어머니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다가, 굳이 알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오늘이 조사표 바깥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통화를 마치자 도운이 휴대전화를 충전선에 연결했다. 소켓에서 먼 의자를 당기려다 가방을 옮겨 짧은 선을 통로 밖으로 뺐다. 서린은 그 손을 보고 말했다.

“이번 선은 도면에 안 남겨도 되겠네요.”

“제가 갈 때 챙길 겁니다. 이번엔 보고 가셔도 됩니다.”

도운이 웃었다. 자신이 남긴 과거의 선이 아직 질문 목록에 있다는 것을 잊은 웃음은 아니었다.

기관에서 회신이 왔다. 통화자는 배경음의 앞뒤 짧은 부분만 업무 담당에게 들려주는 데 동의했다. 자기 말을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서린은 담당자 앞에서 허용된 구간만 재생했다.

직원은 마지막 음절을 듣고 운영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여기는 수령 출입이 아니라 수령 접수 같습니다. 오후 반환실 안내에 쓰는 문구예요. 비슷한 방송은 서쪽 지원소에도 있습니다.”

두 후보가 남았다. 서린은 이곳에 통화자가 있었다고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출고 차고만 찾던 방향을 물품 반환실로 바꿀 근거는 생겼다. 제보가 거짓이라도 배경음까지 같은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안내실 시계가 세 시를 가리키자 실제 종이 울렸다. 첫 음과 둘째 음이 짧게 붙고 마지막이 길었다. 서린의 어깨가 먼저 움직였다. 곧 안내 방송이 이어졌지만 직원이 보여 준 운영표와는 말이 달랐다. 오늘 반환 접수 종료는 평소보다 삼십 분 빨랐다.

“청소 점검 때문에요. 운영표는 정기 기준입니다.”

직원이 설명했다.

서린은 파일에 세 시를 붙이려던 펜을 멈췄다. 같은 종을 같은 장소에서 지금 들어도, 녹음한 날의 시각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오늘의 변동 안내를 표 옆에 별도 메모했다. 소리가 맞는다는 반가움이 시간을 대신 쓰려던 순간이었다.

방송을 듣고 온 한 사람이 닫히는 창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작은 공구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직원은 그가 오늘 접수 가능한 다른 창구를 이용할 수 있게 위치를 설명했다. 서린은 저 사람이 조금만 늦었으면 어디서 그 종을 다시 듣게 됐을지 생각했다. 한 사람의 하루를 장소 하나로 고정하기에는 출입문이 많았다.

그녀는 공개 운영표에서 은담 관련 물품을 받는 반환 창구를 물었다. 안내 직원은 외주 인력의 장비와 작업복 반납이 두 곳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은담의 특정 사람이 이용했는지 자료는 보여 줄 수 없다고 했다.

“그 목록을 지금 달라는 뜻은 아닙니다.”

서린이 말했다.

“원하시는 분이 직접 연락할 수 있게 기관 창구를 남겨도 될까요?”

직원은 담당 부서에 확인한 뒤 안내용 연락처를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서린의 개인 번호가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지원·조사 연결 창구였다. 누군가를 불러내야만 배경음의 가설을 시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린은 돌아와서 짧은 확인문을 썼다. 음성 내용은 미확인 제보. 배경은 공통 안내 종과 반환실 방송 문구에 부합. 가능한 두 시설까지 좁혔지만 녹음 장소와 발신자를 특정하지 않음. 잠금 행위자가 떠났다는 주장은 다른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음.

도운은 그 문장을 읽고 처음 메모를 접었다.

“처음엔 사람 이름을 찾는 날인 줄 알았습니다.”

“오늘은 장소를 덜 틀린 날이에요.”

서린은 피곤한 웃음을 지었다. 작은 진전이라고 부르기에는 반나절이 걸렸고, 큰 진전이라고 하기에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래도 창고에서 확인하지 않은 검은 장치를 붙잡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잘못 붙잡지는 않았다.

해체 보류 현장에서는 오늘도 지정 담당이 출입을 확인했다. 기준은 물품 수령을 원하는 주민의 약속 시각을 외부 창구로 연결했다는 회신을 보냈다. 서린은 그 정상 운영을 확인하고 다음 구조 점검 시간을 조정했다. 음성 한 편 때문에 건물의 지지부가 스스로 나아지지는 않았다.

저녁에 기관 접수 담당이 다시 전화했다. 통화자가 짧은 답을 남겼다는 연락이었다. 먼저 나온 것은 장소 설명도 이름도 아니었다.

“문 잠근 건 제가 직접 못 봤다고 고쳐 달랍니다.”

서린은 펜을 잡았다.

“전해 들었다고 하나요?”

“그 부분은 아직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이름으로 연락해도 되는지 조력을 먼저 받고 싶다고 합니다.”

서린은 오겠다는 사람에게 혼자 회사로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다. 기관은 독립 상담과 자료 제출 경로를 안내하기로 했다. 서린은 대면이 정해지면 확인할 업무 범위를 보냈다. 답을 재촉하는 연락은 넣지 않았다.

통화를 끊기 전 담당자가 마지막 문장을 읽어 주었다.

“반납한 작업복 주머니에 종이가 남았는지 확인하고 싶답니다. 그걸 먼저 버리지 말아 달라고요.”

서린은 음성 파일 옆에 새 줄을 만들었다. 소리로 좁힌 장소에, 이제 누군가가 돌려받고 싶은 물건이 있었다.

21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