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 15세 이용가 5화

파란 띠의 매듭

본문 5,23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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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운이 꺼낸 두 번째 종이는 첫 번째보다 얇았다.

접힌 자리가 네모로 닳아 있었다. 서린은 그가 종이를 누르는 손가락부터 보았다. 손끝이 글자를 가리고 있었고, 그는 무슨 말을 먼저 할지 정하지 못한 듯 손가락을 옮겼다.

“임시 선을 하나 더 남겼어요.”

서린은 의자를 당기지 않았다. 그대로 서서 물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요?”

“연결부 카메라에서 옥상 중계함까지. 본선 철거할 때 점검 화면이 끊기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관리실 벽시계가 여덟 시를 조금 못 미쳤다. 서린의 전화는 이미 여덟 시를 넘었다. 그녀는 전화 시각만 메모 첫 줄에 썼다.

“누가 요청했나요?”

“현장 담당자가요. 이름은 문자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도 일하는지는 몰라요.”

도운이 자기 전화를 잠금 해제했다. 직원은 자료를 보이는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도운은 작업 의뢰 대화와 첨부 지시서만 보여 주겠다고 했다. 서린은 자기 앞에서 떨리는 손이 거짓말을 증명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틀린 말을 고치는 사람도 손을 떨 수 있었다.

첨부 지시서에는 카메라 관리 번호가 있었다. 관리실에서 받은 사진과 같았다. 계약 번호는 첫 작업일지와 달랐다.

“한 번 일하고 종이는 두 장이에요?”

“작업은 두 번 했습니다. 첫날은 장비 설치, 다음 날은 우회선 정리.”

“왜 처음엔 선만 살렸다고 했어요?”

도운이 입을 다물었다. 외부 차량의 진동이 그친 뒤에도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허락받은 일은 그거였으니까요.”

서린은 그 말을 그대로 적고 한 줄을 비웠다. 허락받지 않은 일을 설명할 자리였다.

“남겨 둔 임시선을 완료 도면에 넣지 않았어요. 나중에 걷는다고 했고, 다음 일이 잡혀 있었습니다.”

“걷은 걸 확인했나요?”

“못 했어요.”

종이가 책상에 닿았다. 도운은 이제 손으로 글자를 가리지 않았다. 서린은 그걸 고백의 전부로 받아 적지 않았다. 지금 나온 것은 미신고 선의 존재와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었다. 누가 지연 기능을 켰는지, 하은을 가둔 일과 연결되는지는 별개였다.

은경은 관리실 바깥에서 직원들과 통화하고 있었다. 서린이 문 쪽을 보자 그녀는 통화를 끝내고 들어와도 되는지 물었다.

“계약이 두 개여서 확인 중이에요.”

서린이 말했다.

은경은 두 번호를 보고 자기 전화에서 목록을 찾았다. 긴 번호를 외우는 사람처럼 바로 답하지는 않았다.

“하나는 장비 설치 계약, 하나는 유지 지원 건입니다. 같은 장비를 두 계약에 적는 경우는 있어요.”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것 말고, 이 두 건의 작업 범위를 받을 수 있나요?”

“지금 요청하겠습니다.”

은경은 도운에게 과거 업체가 어디였는지 물었다. 도운은 회사 이름과 당시 배차 번호를 말했다. 서린은 대답을 듣는 은경의 표정을 설명하는 대신, 명칭을 다시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회사가 바뀌었는지와 사람이 바뀌었는지를 한꺼번에 묶지 않기 위해서였다.

현장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옥상 물탱크실 앞 중계함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내부를 열거나 선을 분리하지 않고, 접근로와 표찰만 촬영할 예정이었다. 구조 안전은 먼저 확인해야 했다.

도운이 장비 가방을 들었다.

“제가 위치를 알 수 있어요.”

“위치를 말해 주세요. 바로 따라 들어가진 말고요.”

서린의 말에 도운은 가방을 다시 고정했다. 그는 종이 여백에 계단과 옥상 문을 그렸다. 중계함 위치는 물탱크실 바깥 처마 아래였다. 서린은 도면의 선이 실제 선로라는 뜻인지 물었고, 도운은 자신이 기억하는 경로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림 위에는 곧 다른 색 메모가 붙었다.

회상 경로. 현장 확인 전.

서린은 현장 직원과 함께 옥상 문 앞까지 갔다. 도운은 관리실에 남아 자기 원본 기록을 정리했다. 그를 의심해서 혼자 떼어 둔 것인지, 자료를 가진 사람이라 남긴 것인지 서린 자신도 간단히 나누지는 못했다. 다만 일행의 이동과 남은 위치는 서로 알았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전화 신호는 끊기지 않았다. 지하 연결부에서 약했던 신호가 건물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화면에 보였다. 서린은 습관처럼 불빛이 켜진 전화 화면을 손으로 덮었다. 어두운 계단에서는 바닥이 더 잘 보여야 했다.

옥상 문 앞에는 먼지가 젖어 붙어 있었다. 바깥에서 들어온 발자국이 두 줄 남아 있었지만 누가 언제 밟았는지 알 수 없었다. 직원이 사진을 찍고 문을 열었다.

바람이 문 위에서 먼저 울었다.

난간 쪽으로 가지 않고 확보된 통로를 따라 물탱크실 앞에 섰다. 중계함 옆 케이블 묶음에 파란 띠가 보였다. 끝이 두 번 접혀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서린은 손을 뻗지 않았다.

“도운 씨 방식하고 닮았네요.”

직원은 사진 구도를 바꾸며 말했다.

“닮은 걸로 남기겠습니다.”

함 바깥 표찰에는 두 겹의 접착 흔적이 있었다. 윗장에는 유지 지원 계약 번호가 인쇄돼 있었고, 살짝 들린 모서리 아래로 설치 계약의 끝자리 일부가 보였다.

같은 장비가 다른 이름으로 불린 흔적이었다.

서린은 그 흔적이 위조의 증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장비를 넘겨받으며 표찰을 바꿀 수도 있었다. 다만 교체 이력을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종이에 없던 임시선이 함 안으로 들어가는지 역시 지금은 볼 수 없었다.

직원이 옥상 문을 닫기 전에 출입 시각을 알렸다. 서린은 통로의 물고임과 난간 접근 제한을 보고서에 덧붙였다. 장치만 찾고 돌아가면 본래 맡은 건물 위험이 뒤로 밀릴 것 같았다.

관리실로 내려오자 도운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에 종이컵을 들었지만 물은 거의 줄지 않았다.

서린은 중계함 사진을 보여 줬다.

“이 위치가 맞아요?”

“맞습니다. 띠는 제 방식인데, 저 사진만으로 제가 묶은 거라고는 못 해요.”

처음에는 서린이 고쳐 물어야 했던 말이었다. 이번에는 도운이 먼저 한계를 붙였다.

“임시선을 놓았을 때 지연 기능도 시험했나요?”

“아니요. 화면이 들어오는지만 봤어요.”

“그 기능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죠.”

“설치한 장비 설명서를 다 읽지 않았습니다. 중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서린은 펜 끝을 멈췄다. 쉽게 넘어간 설명서와 나중에 걷을 선. 처음부터 누군가를 속일 생각이 없어도, 빈칸은 다른 사람이 쓰기 좋게 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빈칸을 남긴 사람이 모든 뒤의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은경에게 요청한 작업 범위표가 도착했다. 그녀는 원본 발송자를 직원에게 알리고, 화면을 책상 위에 놓았다. 설치 계약에는 중계 장치 두 대와 선로 정리가 적혀 있었다. 유지 지원에는 철거 전 감시 연속성 유지라고 적혔다.

같은 기간의 두 번째 업무였다.

“감시 연속성이 정확히 뭘 뜻하나요?”

서린이 물었다.

은경은 도운을 보았다가 다시 화면을 봤다.

“기존 사용 구역이 비기 전까지 영상을 유지한다는 뜻이겠죠.”

“거주자가 없다고 보고된 날짜는 그보다 앞이에요.”

방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

기준이 자기 대장을 들여다봤다. 도운은 손을 뻗어 화면을 확대하려다 주인에게 먼저 물었다. 은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 지원 시작일은 전원 이전 완료일보다 나흘 늦었다.

서린은 그 날짜를 빨갛게 동그라미 치지 않았다. 완전히 비운 건물에도 감시가 필요할 수 있었다. 문제는 사용 구역이라는 문구와 무슨 구역인지 없는 첨부였다.

“누가 사용하는 구역이었나요?”

기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짐 찾으러 오는 분들이 있었지요.”

“명단에 남겼나요?”

“다 적은 건 아닙니다.”

그 답을 듣자 출입대장의 둘과 셋이 다시 떠올랐다. 서린은 그 숫자를 오늘 한 번의 기억 착오로만 넘기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남은 사람 전부를 몰래 산 거주자로 만들 수도 없었다. 짐을 찾은 방문과 계속 산 사람은 기록으로 나눠야 했다.

도운이 작업 문자 아래쪽을 보여 줬다. 철거팀이 오기 전까지 화면이 끊기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임시선은 며칠만 남기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철거 날짜는 이미 두 번 밀린 뒤였다.

“그 뒤 연락 안 했어요?”

“한 번 물었습니다. 아직 대기라고 왔고, 그 다음엔 다른 현장으로 갔어요.”

서린은 그 답을 듣고 자기 회사의 미완료 보고를 떠올렸다. 추가 확인 필요라는 말도 누군가에게 계속 미룰 핑계가 될 수 있었다. 남겼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보고서의 후속 확인란에 연락 담당과 답변 요청 기한을 적었다. 오늘밤 다 알아낼 수 없다는 것과, 아무도 이어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달랐다.

도운이 빈 종이를 찾다가 가방에서 낡은 봉투를 꺼냈다. 예전 주유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그는 뒷면에 쓰려다 멈추고 직원에게 새 종이를 부탁했다.

“기억하는 걸 정확히 적을 자신이 없어서요.”

“기억 안 나는 것도 적으면 돼요.”

서린이 말했다.

“말이 바뀌면 더 이상해 보이겠죠.”

“아까 말하고 다른 데는 이유도 같이 남겨요. 맞춰서 같은 말을 만드는 쪽이 더 곤란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도 자기 메모를 한 번 내려다봤다. 도운이 한 일과 했을지 모르는 일을 다른 줄에 적어 뒀는지 확인했다. 질문하는 사람의 종이도 틀릴 수 있었다.

도운은 영수증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 봉투 한쪽에 차량 소모품 교환 날짜가 적혀 있었다. 장비마다 다음 확인일을 챙기는 사람이 선 하나는 확인하지 않았다. 서린은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하는 것과 빼 주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새 종이를 건네자 도운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농담이 빠져 있었다. 서린은 억지로 가벼운 말을 찾아 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가 자기 문장을 끝낼 시간을 비워 두는 편이 나았다.

현장 직원이 두 계약의 관리번호, 발송 자료와 원본 보관자를 정리했다. 도운은 자기 일지에서 임시선 누락 부분을 별도 진술로 써도 되는지 물었다. 원본을 고치지 않고 새 종이에 당시 기억을 쓰라는 안내가 돌아왔다.

도운은 첫 줄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석 달 전 날짜로 소급해 쓰지 않았다.

기준이 열쇠판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바깥 직원이 출입문을 잠글 차례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판 위에는 열쇠 고리들이 번호 순서로 매달려 있었다.

서린은 관리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찍힌 사진을 열었다. 도운이 시각 대조를 위해 자기 전화로 찍은 화면이었다. 원본을 보내 주는 데 동의한 그가 옆에서 파일을 확인했다.

사진 한쪽에 열쇠판이 작게 담겨 있었다.

지금 빈 칸에는 그때도 열쇠가 없었다.

그런데 인수대장에는 그 칸의 열쇠가 오후 다섯 시에 반납됐다고 적혀 있었다.

서린은 사진을 확대하지 않은 채 기준을 불렀다.

“관리인님. 반납한 열쇠는 어디에 보관하세요?”

기준이 손에 든 고리를 움켜쥐었다.

그의 손바닥 밖으로, 판에 없는 번호표가 반쯤 나와 있었다.

5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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