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 15세 이용가 4화

아직 오지 않은 방문자

본문 5,262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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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은 자기 서명 옆에 손가락을 대려다 멈췄다.

종이에 남은 네모는 손톱만 했다. 이름 끝의 획이 테두리에 잘렸고, 그 아래에 짧은 검은 점이 있었다. 펜이 흘린 잉크인지, 복사할 때 생긴 먼지인지 맨눈으로 구분할 수 없었다.

“이 종이에 제가 직접 쓴 건 아니에요.”

현장 직원이 촬영을 멈추지 않은 채 물었다.

“같은 서명을 다른 데 쓰신 적은 있고요?”

“있어요.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다음 날의 서명이 있다는 것과, 그 서명의 원본을 찾았다는 것은 다른 말이었다. 서린은 빈 확인란부터 가리켰다. 점검 결과와 종료 시각에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았다. 서명만 먼저 온 서류였다.

남기준이 책상 모서리에 손을 올렸다.

“업체에서 보내 준 양식입니다. 이름까지 채워서요. 내일 오시면 확인받으려고 둔 거지요.”

“받은 그대로예요?”

“출력만 했습니다.”

“누가 보냈나요?”

기준은 대답하기 전에 휴대전화를 꺼냈다. 직원이 그 손을 막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 보고 있는 문서와 관련된 수신 자료를 자발적으로 보여 줄 것인지 먼저 물었다. 기준은 잠깐 망설이다 화면을 책상 위에 눕혔다.

단체 작업방이었다. 서린이 들어가 있지 않은 방.

오후 네 시 십이 분, 안전 확인 양식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도착해 있었다. 발신 이름은 세로시설관리 업무지원이었다. 그 이름만으로 실제 보낸 사람까지 알 수는 없었다.

서린은 자기 전화에 저장한 작업안내를 열었다. 어제 오후 회사에서 현장으로 발송한 문서였다. 오늘 방문 시간과 조사 범위, 회사 연락처가 있었다. 서명란은 없었다.

“붙어 있던 안내에는 제 이름이 있지만 서명은 없어요.”

“그럼 다른 데서 받았겠네요.”

기준이 말했다.

“다른 데가 어디인지는 확인해야 해요.”

서린은 그를 보지 않고 두 문서의 제목부터 적었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파일까지 같다고 쓰고 싶지 않았다. 작업안내, 최종 안전 확인. 첫 문서는 방문을 알렸고 두 번째는 일을 마쳤다고 만들 수 있었다.

관리실 문밖에서 구두가 멎었다.

여자가 문턱 앞에서 출입 제한 안내를 읽었다. 짙은 회색 재킷 소매에 빗방울이 조금 묻어 있었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자기 이름을 밝혔다.

“세로시설관리 모은경입니다. 사업책임자예요. 관리인께 연락받았습니다.”

서린은 그 이름을 의뢰 문서에서 봤다. 결재 담당이 아니라 현장 연락 책임자 칸이었다.

은경은 도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서린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놀라셨겠어요. 거주자분은 안전하게 나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내일 최종 확인은 진행 가능한가요?”

말은 부드러웠고 질문은 끝에 와 있었다.

“오늘 확인하지 못한 구역이 있어요. 도면에 없는 연결부에서 사람이 갇혔고요.”

“예전 도면이 섞인 것 같습니다. 수정본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언제 만든 수정본인지도 같이 부탁드려요.”

서린이 말하자 은경의 명함을 잡은 손이 잠깐 머물렀다. 곧 손을 내려 가방에 넣었다. 서린은 명함을 받아 자기 자료 주머니에 보관했다. 상대의 멈춤을 마음의 답으로 적지는 않았다.

직원이 출입 경계를 설명했다. 관리실은 자료 확인을 위해 정해진 사람만 들어오고, 연결부는 구조 뒤 상태를 보존 중이었다. 다른 정리 인원은 바깥에서 기다려야 했다. 은경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하겠습니다. 저도 직원들 출입은 줄이고 싶어요. 책임 범위가 서로 분명해야 하니까요.”

그녀는 서린이 펼친 종이를 보았다.

내일 날짜의 안전 확인서.

“그건 초안입니다.”

“초안에 제 서명이 들어 있어요.”

“기존 제출 자료에 있던 걸 양식 맞추다 넣었을 수 있습니다. 최종 제출 전에는 확인받아요.”

“누가 어떤 자료에서 가져왔는지는 확인됐나요?”

은경은 대답을 길게 하지 않았다.

“알아보겠습니다.”

그 말은 인정도 부인도 아니었다. 서린은 메모에 그대로 옮겼다. 초안이라는 설명을 들음. 출처 미확인.

도운이 차에서 가져온 작업일지를 품 쪽으로 당겼다. 서린은 그 동작을 봤지만 지금 다른 질문을 붙이지 않았다. 방 안의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설명을 시작하면, 어느 문서에 대한 답인지도 흐려질 것 같았다.

그녀는 현장 직원에게 자기 회사와 통화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통화를 다 들려줄 필요는 없었다. 서명이 들어간 제출 문서 목록만 확인하려는 목적을 밝혔다.

회사 당직자는 처음 전화를 받자 방문이 끝났느냐고 물었다.

“아직요. 내일 최종 확인서에 제 서명이 미리 들어가 있어요.”

수화기에서 의자 소리가 났다.

“오늘 안내 보낼 때는 이름만 넣었는데.”

“저도 같은 파일 갖고 있어요. 서명 이미지 붙여 보낸 자료가 최근에 있었나요? 어느 파일인지 목록만 먼저 주세요.”

당직자는 내부 보관함에서 서린의 제출 이력을 확인했다. 화면을 뒤지게 해 달라는 부탁도, 남의 계정에 들어가겠다는 말도 필요 없었다. 몇 분 뒤 서린이 제출자로 적힌 세 문서의 제목과 발송 날짜가 도착했다.

그중 하나는 은담생활관의 사전 구조 위험 검토서였다.

지난주 작성. 일부 구역 미진입. 현장 추가 확인 필요.

서린은 기억했다. 도면만으로 안전을 확정할 수 없어서 마지막 줄에 직접 써 넣었던 문장이었다.

그 문서에도 서명이 있었다.

“원본 파일 받을 수 있을까요? 외부에 전달하려면 회사 승인 범위도 같이요.”

“네 자료니까 열람본 보내 줄게. 다른 직원 정보는 가리고.”

통화를 끝내자 관리실 바깥에서 낮은 말소리가 이어졌다. 정리 업체 직원 두 명이 장비를 회수하러 왔다가 대기 중이었다. 서린은 그들의 이름을 대신 적지 않았다. 출입을 맡은 직원이 방문 목적과 대기 위치를 확인했다.

그 작은 멈춤 덕분에, 아무도 당연한 듯 계단 쪽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서린은 당직자가 보낸 열람본을 확대했다. 자기 서명 끝에 짧은 검은 점이 있었다. 바로 옆에는 용지 접힘을 스캔한 회색 선도 희미하게 보였다.

미래 날짜 확인서에는 검은 점이 있었지만 회색 선은 없었다.

닮았다는 말은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잘랐다는 말은 더 많은 대조가 필요했다. 서린은 두 화면을 보다가 배율을 똑같이 맞추려던 손을 멈췄다. 화면 크기와 종이 크기를 섞어 비교하고 있었다.

“같은 흠처럼 보여요. 정확한 원본 비교는 따로 받아야겠어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경은 서린의 전화 화면을 보려고 가까이 오지 않았다.

“저희가 보관한 제출본도 확인해서 보내 드릴게요. 담당자가 퇴근했으면 아침이 될 수는 있습니다.”

“보내기 전에 기존 파일을 바꾸지 말아 달라고 전해 주세요. 수정본이 필요하면 별도로요.”

“삭제하겠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네. 보존을 요청드리는 거예요.”

말이 방 안에서 조금 오래 남았다. 서린은 그 침묵을 채우지 않았다. 협조를 약속하는 사람에게 질문하는 일이 늘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일 방문한 적 없는 사람이 오늘 서명해 버린 서류를, 예의만으로 접을 수는 없었다.

모니터의 4번 채널에는 이제 빈 통로가 나왔다.

사람이 없어진 화면은 안전해 보였다. 하지만 하은이 밖으로 나온 지 열세 분 뒤에야 그 화면이 비었던 것처럼, 저 빈자리도 현재를 증명하지 않았다.

서린은 모니터 옆에 종이를 붙여도 되는지 물었다.

직원이 허락했다.

4번 채널. 연결부 설비통로. 확인된 지연 780초.

검은 펜으로 쓴 글씨가 인쇄된 214호 스티커 위가 아니라 바로 아래에 놓였다. 기존 표시를 뜯지 않고 오류를 덧붙였다. 누가 나중에 와도 무엇이 바뀌었는지 볼 수 있게.

“이런 건 빨리 고치는 게 맞겠죠.”

기준이 말했다.

그는 새 안내를 보면서도 열쇠판을 등지고 서 있었다.

서린은 제출 도면과 현장 치수 차이를 정리해 회사에 중간 보고를 보냈다. 연결부를 출입 없음으로 표시한 도면으로는 잔류 위험 확인을 완료할 수 없었다. 오늘 보고서의 결론은 짧았다.

추가 확인 필요. 안전 확인 미완료.

그녀는 전송 뒤 자기 이름 옆의 전송 시각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서명이었다.

직원이 내일 양식의 보존용 사본을 만들었다. 원문은 관리실 책상 위 투명 덮개 아래에 남았고, 누가 어느 페이지를 촬영했는지 기록됐다. 서린이 들고 나갈 것은 허락받은 사본뿐이었다.

은경은 업무지원 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린은 통화 내용을 모두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발송한 파일을 보관해 달라는 요청을 전했다고, 통화 뒤 은경이 직접 확인했다.

“내일 해체 인원은 일단 대기시키겠습니다. 최종 일정은 발주 담당하고 얘기해야 해요.”

“대기 통지 사본도 보내 주세요.”

“그렇게 하죠.”

서린은 사본 봉투에 오늘 날짜를 쓰고 입구를 접었다. 봉투 앞에는 최종본이라는 말 대신 관리실에서 확인한 사본이라고 적었다. 그것을 가진 사람이 나중에 자기 확인까지 대신했다고 오해하지 않게, 인계받을 상대에게 같은 설명도 남겼다.

아직 철거가 공식 중지된 것은 아니었다. 서린은 그 한계를 메모에 넣었다. 오늘밤 출입 제한과 업체의 임시 대기는, 건물의 장래까지 정한 종이가 아니었다.

서린은 출력 시각도 물었다. 기준이 프린터 옆의 얇은 묶음을 가리켰다. 종이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놓여 있었지만 맨 위 안내문과 아래 확인서는 여백이 달랐다. 한 번에 만든 양식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오늘 오후에 받으신 뒤 출력하셨다는 거죠?”

“네. 정확히 몇 시인지는 기억 안 납니다.”

서린은 오후 네 시 십이 분을 출력 시각으로 적었다가 바로 줄을 그었다. 파일 도착 시각이었다. 작은 칸에 숫자를 옮기다 보면 서로 다른 일이 같은 일이 되기 쉬웠다.

직원이 수정된 줄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서린이 설명하자 그는 자기 기록에도 수신과 출력이 구분된다고 적었다. 서린의 실수 하나가 남의 확신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창밖의 차량 불빛이 관리실 유리를 훑었다. 서린의 얼굴과 내일 날짜가 잠깐 겹쳤다. 그녀는 종이를 덮지 않았다. 아직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쓰는 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도운이 작업일지를 펼쳤다.

“제 것도 지금 봐야 할 것 같아요.”

그가 가리킨 건 석 달 전 작업 지시서였다. 전화에서 방금 찾은 사전 검토서와는 다른 종류의 종이였다. 장비 번호 아래에 파란 잉크로 작은 계약 번호가 적혀 있었다.

서린은 사진으로 온 중계함 관리표를 다시 열었다.

같은 장비였다. 끝자리까지 일치했다.

그런데 관리표의 계약 번호는 달랐다.

“추가 계약이 있었어요?”

도운은 종이 끝을 잡은 채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서린이 기다린다고 질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관리실 밖에서 업체 차량 시동이 걸렸다. 창문으로 낮은 진동이 들어왔다. 도운은 그 소리가 끝난 뒤에야 서린을 봤다.

“제가 한 작업을 전부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