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 15세 이용가 2화

화면 밖의 열세 걸음

본문 5,332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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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은 벽에 손바닥을 대었다.

두드리는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소리는 벽 너머보다 아래쪽에서 올라왔다. 도운도 한쪽 무릎을 굽혀 바닥 가까이 귀를 댔다.

“바로 뒤는 아니에요.”

수화기에서 관리인 남기준이 다시 물었다.

“이서린 씨를 찾는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이에요?”

“아직 몰라요. 먼저 신고할게요. 관리실에서 출입구 열리는지 확인해 주세요. 안쪽에서요.”

서린은 통화를 끊고 긴급 신고를 했다. 구 은담생활관, 서관 2층 인근, 화면에 보이는 성인 여성 한 명. 현재 위치와 상태는 미확인. 확인한 것과 모르는 것을 나누어 말했다.

“구조팀 오는 동안 소리 나는 위치만 찾겠습니다.”

상담원이 위험한 구간에 진입하지 말고 연락을 유지하라고 했다. 서린은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문 위치를 덧붙인 뒤 전화를 도운에게 넘겼다.

“사진 찍으면서 따라와 줘요. 불안정한 바닥 나오면 멈출 거예요.”

도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린은 바닥의 물기와 전선이 닿아 있지 않은지도 살폈다. 복도에서 마주친 불편은 작아 보여도 순서를 정해야 했다. 사람에게 닿는 길, 돌아 나올 길, 그 다음이 이유였다. 모니터의 낯선 이름 때문에 그 순서를 바꾸고 싶어지는 자신을 다잡았다. 누가 자신을 부르는지보다 부르는 사람이 아직 버틸 수 있는지가 먼저였다.

서관과 동관을 잇는 복도 끝에는 청소도구함이 있었다. 뒤집힌 대걸레가 세 개 꽂혀 있었다. 그 아래 먼지가 유난히 짙었다.

아니었다.

먼지가 아니라 잘게 부서진 고무였다.

서린은 쪼그려 앉아 도구함 뒤쪽을 비췄다. 벽에 작은 환기구가 있었다. 나사 하나가 빠져 덮개가 들떠 있었다. 찬 공기가 그 틈으로 나왔다.

“여기서 바람이 와요.”

“연결부에 빈 공간이 있다는 뜻이죠.”

도운이 도면을 다시 펼쳤다. 두 건물의 검은 연결선 아래, 잘려 나간 치수 일부가 남아 있었다. 끝에 붙은 단위만 보였다.

밀리미터.

존재하는 공간을 인쇄로 없앤 사람은 치수 끝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서린은 벽을 두드렸다. 함부로 세게 치지 않고 손가락 관절로 짧게.

한 번. 쉬고 두 번.

잠시 뒤 응답이 왔다.

같은 간격이었다.

도운이 전화 너머에 말했다.

“안에 사람 있는 것 같습니다. 두드리는 소리로 반응해요. 저희는 벽 앞에 있고요.”

서린은 환기구 가까이 입을 댔다.

“안전점검 나온 이서린이에요. 구조 요청했어요. 목소리 들리세요?”

먼저 기침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작은 대답.

“들려요.”

서린이 숨을 내쉬었다. 화면이 아닌 현재의 사람이었다.

“다친 곳 있어요?”

“발목을 조금. 문이 안 열려요.”

“공기는 괜찮아요? 타는 냄새는요?”

“없어요. 춥고, 물 소리 나요.”

서린은 그 말을 그대로 도운에게 전했다. 도운은 전화 너머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말을 정확히 옮기는 동안, 겁이 조금씩 작아졌다.

“입구가 어디예요?”

“동관에서 내려왔어요. 계단 반 층 아래요. 파란 문.”

서린은 도면을 접었다.

도면에는 없는 길이었다.

“성함 말씀해 주세요.”

“백하은이요.”

“하은 씨. 저희가 입구 확인하고 올게요. 여기서 멀어지면 불안하겠지만, 도운 씨가 계속 소리 내 줄 거예요.”

도운이 서린을 봤다.

혼자 가지 말자고 한 사람은 서린이었다.

그녀는 잠깐 생각한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같이 갈게요. 입구를 못 찾으면 돌아오고, 찾으면 반대편에서 부를게요. 문에서 조금 떨어져 계세요.”

“기다릴게요.”

대답은 작았지만 분명했다.

서린은 목소리를 더 크게 내지 않았다. 상대가 대답하느라 남은 힘을 쓰게 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안에서 두 번 두드리면 위험하다는 신호로 정했다. 문을 찾는 동안 계속 말을 걸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지킬 수 있는 말만 남기고 일어났다.

“이 길 처음 와 봐요?”

도운이 걸음을 맞추며 물었다.

“이 건물은요.”

“도면 믿고 들어왔다가 기분 나쁘셨겠네요.”

“도면은 틀릴 수 있어요. 틀린 걸 확인하고 고치는 게 제 일이에요.”

“사람도 고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서린은 그를 봤지만 도운은 계단을 살피고 있었다. 무슨 뜻이냐고 묻는 대신 연결부의 천장 높이를 확인했다. 서관의 높은 바닥과 동관의 낮은 천장 사이에, 도면에 없는 반 층이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세로로 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빈칸이었다.

둘은 동관 계단으로 향했다. 방화문은 안에서 열렸다. 바닥은 마르고 난간은 흔들리지 않았다. 계단참 아래로 네 칸을 내려가자 회색 벽 옆에 파란 철문이 나타났다.

문 가운데 은색 환기구가 붙어 있었다.

서린은 발밑을 봤다.

검은 고무띠가 붙은 매끈한 문턱.

“찾았어요.”

문 위에는 표지판이 없었다. 예전에 붙어 있었던 나사 구멍만 남아 있었다. 문손잡이는 자물쇠가 아니라 외부 걸쇠로 잠겨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내려 걸어야 하는 걸쇠였다.

도운이 휴대전화로 문 전체와 걸쇠를 찍었다. 서린은 손전등 빛으로 안쪽 상태를 물었다.

“하은 씨, 파란 문 앞이에요. 외부 걸쇠가 내려와 있어요.”

안에서 짧은 숨소리가 들렸다.

“제가 나가려고 할 때는 안 잠겼었어요.”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누가 잠갔는지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신고 상담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문 앞 바닥에 장애물이 없는지 확인했다. 하은에게 떨어져 있으라고 한 뒤 장갑을 낀 손으로 걸쇠를 올렸다.

철이 마찰하는 낮은 소리가 났다.

문은 안으로 열렸다.

손전등 빛 안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회색 작업복. 먼지가 묻은 운동화. 손에 구겨진 흰 봉투.

화면 속 사람이 서린을 올려다봤다.

“정말 와 주셨네요.”

서린은 문을 잡은 채 안쪽을 비췄다. 천장이 낮았고 배관이 세 줄 지나갔다. 바닥에 물이 고인 곳이 있었지만, 그들의 동선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일어나실 수 있어요?”

“천천히는요.”

도운이 바깥에서 손을 내밀었다. 하은은 벽을 짚고 일어났다가 오른발을 디디는 순간 눈을 감았다.

“무리하지 마세요. 구조팀이 오고 있어요.”

서린은 자기 가방을 옆에 놓고 하은이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파란 문 밖, 마른 계단참이었다. 도운은 걸쇠가 다시 내려오지 않도록 문 바깥에서 지켰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기준이었다.

“여자가 사라졌습니다.”

서린은 하은의 얼굴을 봤다. 하은도 전화 내용을 들은 듯 고개를 들었다.

“저희가 찾았어요. 동관 연결부입니다.”

“지금 화면에는 아무도 없는데.”

“우리는 지금 열아홉 시 구 분에 만났어요. 화면은 열여덟 시 오십육 분일 거고요. 그 전에 카메라 아래 사각으로 움직이셨겠죠.”

서린이 묻자 하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벽 쪽으로 붙었어요. 추워서.”

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관리인님. 구조팀 도착하면 여기로 안내해 주세요. 대장은 옮기지 마시고요.”

통화가 끝났다.

서린은 하은에게 물었다.

“봉투에 제 이름 쓴 이유부터 물어봐도 될까요?”

하은은 구겨진 봉투를 펴 보였다.

이서린 님께.

두꺼운 검정 펜으로 쓴 이름이었다. 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대장에 없는 방을 확인해 주세요.'

“정문에 작업안내 붙어 있었어요. 안전점검 하러 오신다고.”

서린은 관리실 문 옆 안내문을 떠올렸다. 시간과 이름, 회사 대표 번호. 누군가가 자신을 아는 이유는 항상 대단한 비밀일 필요는 없었다.

“대표 번호로 전화는 해 봤어요?”

“했는데 업무시간 끝났다고 안내만 나왔어요. 번호를 남기려다 안으로 들어왔고요. 관리인 아저씨가 저를 보면 못 들어가게 할 것 같아서.”

“왜요?”

하은이 봉투 입구를 만지작거렸다.

“제가 자꾸 이름을 물었거든요.”

“누구 이름이요?”

“여기 살다 나간 사람들요.”

봉투 안에는 사진 두 장과 얇은 공과금 고지서가 있었다. 하은은 꺼내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서린은 봉투를 대신 잡지 않았다.

“그건 안전한 데 가서 봐요. 지금은 발목부터요.”

하은이 처음으로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서린이 문을 열었을 때보다도 더.

“누가 지나갔는지 기억해요?”

“남색 작업복이요. 제 봉투를 보고도 못 본 척했어요.”

“얼굴은요?”

“모자 때문에 잘 못 봤어요. 그 사람이 지나가고 문이 닫혔어요. 잠기는 소리도 났는데, 처음에는 바람인 줄 알았어요.”

서린은 본 것을 말하는지, 뒤늦게 짐작한 것을 말하는지 확인했다. 하은은 조금 생각한 뒤 고개를 저었다.

“걸쇠를 내리는 건 못 봤어요. 소리만 들었어요.”

그 차이는 작지 않았다.

계단 위에서 발소리가 났다. 기준이 앞장섰고, 형광색 표식이 붙은 구조대원 둘이 뒤따라왔다.

“신고하신 분?”

서린이 손을 들었다.

대원은 정윤재라고 이름을 밝힌 뒤 하은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구조 위치, 문 잠금, 내부 물고임을 묻고 답을 적었다. 도운은 촬영한 문 사진을 보여 줬다.

“잠그는 사람을 직접 본 분은 없고요?”

“네. 외부 걸쇠가 내려와 있는 상태를 저희 둘이 봤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기준이 입을 열었다.

“그 문은 원래 잠가 두는 문인데.”

윤재가 그를 봤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 바깥에서만 풀리는 걸로요?”

기준은 입을 다물었다.

하은이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아 계단을 올라갔다. 서린은 한 발 물러나 길을 비켰다. 갇혀 있던 사람이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확인하고서야 장갑을 벗었다.

장갑 안 손바닥이 축축했다.

윤재는 출입 제한용 띠를 도운에게 건네고, 장비함은 만지지 말라고 했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를 위해 문을 여는 일과 사건을 확인하려고 장치를 뜯는 일은 달랐다. 구조가 끝난 뒤에는 그녀가 먼저 멈춰야 했다.

“화면이 열세 분 늦다는 건 직접 재셨습니까?”

“휴대전화 표준시하고 두 번 비교했어요. 그런데 이 방에서 시간 맞춘 시험은 아직 못 했습니다.”

“그럼 그 부분도 구분해서 적어 주세요.”

“네. 다른 위치를 보여 준다는 건 문과 문턱으로 확인했고요.”

윤재가 서린의 메모를 읽으며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이 아니라 구분에 대한 동의였다.

서린은 도면 뒷면에 첫 줄을 적었다.

'발견 당시 사람은 살아 있었음.'

그 아래에는 잔류자 없음이라는 칸이 없었다. 쓰는 사람이 직접 칸을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서린은 시각을 적고, 하은이 안전한 계단 위로 올라간 방향에 작은 화살표를 그렸다.

도운이 파란 문 위쪽을 비췄다.

카메라가 있었다.

작고 흰 사각형 카메라. 서관 214호 앞의 검은 반구형과 전혀 다른 모델이었다.

카메라 선은 천장 모서리를 따라 옆 설비함으로 들어갔다. 설비함 문에는 파란 묶음띠가 걸려 있었다. 검은 펜으로 쓴 숫자도 보였다.

780.

서린은 그 숫자를 읽고 휴대전화 계산기를 켰다.

780초를 분으로 바꾸면 열셋이었다.

그때 도운이 손전등을 내렸다.

“저 매듭.”

그의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제가 묶었던 거예요.”

2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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