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는 세 개였고, 오늘 쓸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다래는 창고 화면에서 세 줄을 보았다. 하나는 라온 자체의 비상 예비였다. 하나는 검사 보류였고, 마지막은 정비 시험용이었다. 같은 품명 아래 있다고 같은 물건처럼 출고할 수는 없었다.
1차 구조를 마친 열흘 뒤 아침, 라온 부품 창고의 인수대였다. 세오는 공급 중단 회신을 들고 왔다. 기존 운송편이 취소됐고 호환 인증 자료도 갱신 대기였다. 화면의 주문 가능 표시를 누르면 앞으로 실제 물건이 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새로 사면 언제 오죠?”
창고 담당자가 물었다.
“지금 확인된 날짜가 없습니다. 구매부터 열지는 않겠습니다. 허용된 재고와 수리 가능성을 먼저 봐요.”
세오가 답했다.
다래는 재고 세 줄의 위치를 차례로 열었다. S-6에 인계한 정상 메인통 한 개와 임시통 두 개는 이 목록에 없었다. 그 물건들은 무인 보존 중인 S-6의 지정 위치에 있었다. 여기서 찾는 것은 향후 검증과 교환 계획에 쓸 두 번째 정상 카트리지였다.
라온에 있는 스물세 주민의 공기가 지금 이 물건 하나에 매달린 상태는 아니었다. 주민들은 라온의 승인된 생활 지원 설비 아래 있었다. 공급이 끊겼다고 다시 S-6의 오래된 흡착 잔량을 카운트다운으로 꺼내 쓸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주민 안내에도 먼저 넣었다. 누군가 호환품 중단이라는 문장만 보고 오늘 침상까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려는 일이었다.
창고 담당자는 첫 칸을 보여 주었다. 정상 비상 예비품은 밀봉과 관리 상태가 맞았지만 라온의 필수 예비 수량에 포함돼 있었다. 세오는 그 칸의 반출 요청을 닫았다.
“우리 쪽 여유를 없애서 다른 계획의 여유라고 적을 수는 없어요.”
그가 말했다.
다래는 출고 불가 사유를 읽어 확인했다. 거절이라는 표시만 남기면 다음 근무자가 같은 물건을 또 부탁할 수 있었다. 현재 거주자의 비상 대비를 빼서 원래 집의 복구 가능성을 꾸미는 안은 여기서 멈췄다.
둘째 칸은 복도 끝 격리 선반에 있었다. 담당자가 출입 절차를 확인한 뒤 인수 레일로 운반했다. 미세중력에서 상자는 가벼워 보였지만 제동 표시가 켜질 때까지 아무도 몸으로 막지 않았다.
라벨의 끝이 접혀 있었다. 다래는 손잡이 색을 보고 포장 방향을 맞추려다 실물 관리번호부터 읽었다. 세오가 가져온 규격표와 끝자리가 달랐다. 같은 통의 개정형이었다.
“겉은 닮았네요.”
“계기 연결이 다릅니다. 지금 구성에 맞는지 따로 봐야 해요.”
세오는 형식 차이를 표시했다. 검사 보류의 이유는 외부 운반 케이스 손상과 상태 기록 일부 누락이었다. 겉 포장을 갈면 정상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담당자는 그 물건을 승인된 정비 점검 대상으로 옮길 수 있는지 확인했다.
다래는 그때 고장품 7-B를 떠올렸다. 자기 보관소의 원통에는 최근 사용 기록과 원본 수동 카드가 있었다. 가져다 분해하면 무엇을 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먼저 보존 기록을 열었다가 닫았다.
“7-B는 이 작업의 부품 후보에 넣지 않겠습니다. 심리 자료로 봉인돼 있습니다.”
세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품이 필요하다고 증거물을 수리 자재로 바꿀 수는 없었다. 원본 카드와 포장은 라온 4번 보관소에 그대로 남았다. 두 번째 물건을 찾는다고 첫 물건이 갑자기 풀려나는 것은 아니었다.
정비실에서 제한된 점검 시간을 배정했다. 세오는 창고의 권한 담당이 허가한 외형·기록 대조만 먼저 진행했다. 내부 반응층을 열거나 실제 생명유지 계통에 연결하는 작업은 아니었다. 다래는 반입과 반출 표찰을 맡았다.
작업대의 받침에 상자를 놓는 순간 한쪽 보호판이 조금 떴다. 다래가 누르려 하자 세오가 멈추라고 했다. 받침의 고정턱이 이 케이스와 맞지 않았다. 물건을 억지로 누르면 통이 아니라 사람이 반대로 밀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먼저 상자의 움직임을 줄이고 승인된 다른 받침을 가져왔다. 창고 담당이 운반 고정을 유지하는 동안 세오가 규격을 대조했다. 준비만으로 점검 시간이 줄었다. 다래는 그 시간을 검사표에서 빼지 않았다.
“오늘도 받침이 주인공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주인공이 조용하면 일이 빨라집니다.”
세오가 답했다. 새 받침이 고정된 뒤에야 덮개를 비출 수 있었다.
검사 보류품은 현재 규격의 연결 자료가 부족했고, 기록 누락 때문에 반응층의 남은 성능도 보증할 수 없었다. 세오는 정상 교환품으로 출고할 수 없다고 표시했다. 다래는 수리 대기라는 말이 무조건 고칠 수 있다는 약속은 아니라는 것을 인수대에 회신했다.
가능성을 보려면 추가 전문 검토와 시험이 필요했다. 지금 없는 자료를 새 외부 봉인 하나로 대신할 수는 없었다. 상자는 보류 위치로 돌아갔고 변경된 것은 검사 내용과 다음 확인 항목뿐이었다.
마지막 칸의 시험용 카트리지는 외관이 더 낡았다. 새 포장도 없었고 손잡이의 코팅이 조금 벗겨져 있었다. 다래는 겉이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먼저 제외하려던 마음을 멈췄다. 물건이 일을 할 수 있는지는 표찰과 실제 검증이 정해야 했다.
이 물건은 기존 정비실의 별도 시험 계통에 쓰려고 보관한 예비였다. 최근 상태 검사와 이력은 남아 있었다. 다만 그 용도로 묶인 물건이어서 분실물 담당자가 바로 출고할 수는 없었다.
세오는 해당 정비실에 사용 계획을 물었다. 당장 예정된 필수 시험이 있는지, 내주어도 다른 안전 검증을 미루지 않는지 확인했다. 담당자는 오늘 오후 회의에서 기존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래는 아직 반출 승인을 받지 않은 물건의 예약을 주민 지원 완료로 올리지 않았다.
점심은 창고 옆 회전환 휴게석에서 먹었다. 세오는 포장 국의 뚜껑을 열다가 손을 멈췄다. 약한 무게가 돌아오는 자리였다. 그래도 통을 받침에 붙이고 천천히 열었다.
“저도 계속 축인 줄 알았어요.”
다래가 말했다.
“국은 어디서든 바쁘게 열면 항의합니다.”
두 사람은 늦은 식사를 했다. 창고 담당이 가져온 남은 빵을 나눠 먹으면서도 그 빵을 지원물 목록에 넣지는 않았다. 오늘의 피로를 전부 숫자와 품명으로 바꿀 필요는 없었다.
오후에 시험용 예비의 조건부 용도 변경이 허용됐다. 원래 정비실의 필수 예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 개를 검증 후보로 내줄 수 있었다. 세오는 실물 번호와 호환 자료, 사용 이력을 받은 뒤 개별 기능 확인 계획을 작성했다. 허가가 나왔다고 즉시 우주선에 싣지는 않았다.
시험은 정비실의 승인된 독립 설비에서 전문가들이 맡았다. 다래는 바깥 표시를 보며 기다렸다. 계기 화면에 안정이라는 글씨가 뜨자 그녀가 보고 버튼을 열었다가 닫았다. 어느 조건의 안정인지 결과 설명을 들어야 했다.
세오는 해당 시험 조건의 흡착 기능과 연결 상태가 허용 범위였다고 설명했다. 지속 재생에 필요한 열원·전력·방열이 사이에서 복원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실제 시설 적용은 현 구성과 운영 조건을 따로 검증해야 했다.
“정상 후보 한 개를 확보한 겁니다. 장기 공급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고요.”
그가 말했다.
다래는 그 크기로 기록했다.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고 기존 허용 재고의 용도를 조정해 다음 검증에 쓸 수 있게 했다. 공급망이 다시 열렸다는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이 한 개를 쓰고 난 다음의 교환 경로는 여전히 확인해야 했다.
해성에게 설명할 때 그는 미사용 임시통을 S-6에서 가져오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세오는 임시 흡착통과 재생식 장치 교환 카트리지가 다른 물건이라고 답했다. 실제 회수하려면 비행·접속·작업 승인도 필요했다. 다래는 겉모양이 원통인 물건을 한 열에 놓아 설명한 자기 안내를 고쳤다.
해성은 알았다고 하고, 새 후보가 라온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다래는 정비실 시험 후 보관 위치와 현재 보관 담당을 읽어 주었다. S-6의 세 지원물은 그대로였고 펌프도 별도 라온 점검 보관이었다. 누구도 보이지 않는 우주를 건너 상자를 옮기지 않았다.
용도 변경 회신에는 되돌려줄 조건도 있었다. 계획이 중지되면 미사용 상태와 검사 이력을 확인해 정비실에 반환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래는 반납일을 정하지 않은 채 자기 보관소의 빈칸으로 들여오려던 생각을 접었다. 어디서든 기다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세오는 다음 검증에 필요한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 점검을 맡은 담당자가 계속 야간까지 남는 안은 없었다. 정해진 작업 창 안에서 할 수 있는 부분과 별도 시험이 필요한 부분이 갈렸다. 새 예비 한 개를 찾았지만 모든 검사를 오늘 마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창고 담당은 그 사이에 예약표를 바꾸고 싶다며 어느 계획을 지우면 되느냐고 물었다. 다래는 원래 시험 계획을 삭제하지 않고 변경 이력과 새 보관 위치를 연결했다. 나중에 누군가 재고가 하나 모자란다고 찾을 때 오늘의 지원이 분실 사고처럼 보이지 않아야 했다.
“한 개 빌리는 데 표가 세 장이네요.”
담당자가 말했다.
“한 개를 세 군데서 동시에 쓰겠다고 안 하려면요.”
다래가 답했다. 그녀는 그제야 라온 비상 재고의 출고 요청이 닫혀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처음 거절한 물건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 남의 비상 여유를 빌리지 않고도 오늘 진행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
새 후보에는 다음 검증 대기라는 표지가 붙었다. 다래는 두 번째 카트리지의 손잡이 방향을 맞추고 인수 확인을 받았다. 겉이 낡았어도 이력이 있는 물건이었다. 새것처럼 보이는 주문 화면보다 오늘은 그 물건 쪽이 더 구체적이었다.
“미리 사 놓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창고 담당자가 말했다.
“어디서 무엇에 쓸지까지 남겨야 하네요.”
다래가 답했다.
보관소로 돌아갈 때 손에 새 상자는 없었다. 물건은 자격 있는 정비 보관자가 맡았고 그녀는 인계표만 가져왔다. 양손을 비우고 돌아온 것이 오늘 일을 안 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회전환 입구에서 마루와 보호자를 만났다. 소년은 한 손으로 벽을 짚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다래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보호자는 생활 지원 담당의 안내로 몸을 적응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긴급한 의료 판단을 다래에게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마루가 자기 종아리를 가리켰다.
“여기선 다리가 일해요. 사이에선 손이 더 바빴는데.”
그가 웃었다. 다래도 웃다가 걸음을 맞췄다. 돌아갈 집의 부품을 한 개 더 찾은 날, 그 집에서 오래 산 몸이 다른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든다는 것을 보았다.
세오가 뒤에서 새 자료를 열었다. 다음 협의에는 의료·생활환경 담당도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본체를 고친다고 회전 거주환의 무게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다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집의 그림을 떠올렸다. 카트리지가 들어갈 자리는 보였지만, 사람이 오랫동안 살 조건을 적을 칸은 훨씬 더 넓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