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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지 않는 집

본문 5,274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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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그림에는 바닥이 없었다.

해성은 다섯 모듈의 배치도를 탁자 위에 놓고 종이를 돌렸다. 어느 쪽으로 놓아도 창과 통로는 있었다. 발로 걸어 다닐 회전 거주환은 생기지 않았다. 다래는 그림의 위쪽에 붙어 있던 화살표를 보았다. 사람을 그리기 편하려고 정한 방향이었다.

1차 구조를 마친 열하루 뒤, 라온 생활 지원실의 공동 설명 자리였다. 세오와 주거 설비 담당, 의료·생활환경 담당이 각자 맡은 부분을 설명하러 왔다. 주민은 원하는 범위의 공동 안내에 참여하고 개인 건강 질문은 따로 할 수 있었다.

마루는 보호자 옆에서 의자 밑에 발을 넣었다 뺐다. 전날 천천히 걷던 소년이었다. 오늘 그의 몸을 모두 앞에서 평가하는 회의는 아니었다. 다래는 그가 어제 다리가 일한다고 했던 말을 자기 질문지에 옮기지 않았다.

“필터를 확보하면 돌아가 살 수 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해성이 말했다.

세오는 전날의 정비 재고 확인 결과를 짧게 설명했다. 두 번째 정상 카트리지 후보는 라온 정비실에서 다음 검증을 기다렸다. 무인 S-6의 메인통과 임시통 두 개는 그대로였다. 한 개를 더 확보한 것은 반복 공급과 열 배출, 전력 복구를 끝냈다는 뜻이 아니었다.

주거 설비 담당은 본체의 현재 미검증 항목을 표시했다. 압력과 환기, 전력, 방열판, 분리 접속부. 그 항목들이 모두 해결돼도 시설이 회전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남았다.

“모듈을 돌리면 안 됩니까?”

주민 한 명이 물었다.

다래도 처음에는 그 생각을 했다. 정거장의 회전환처럼 다섯 개를 빙글빙글 돌리면 바닥이 생길 것 같았다.

담당자는 배치도를 뒤집어 고정부와 통로를 보여 주었다. 사람을 지탱할 회전 구조로 설계·검증된 시설이 아니었다. 회전을 시키는 것과 안전한 생활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추진과 자세 제어, 구조 하중을 새로 검토해야 했고 오늘의 복구 범위로 곧장 추가할 수는 없었다.

해성은 화살표를 지우지 않았다. 대신 그 옆에 기준 방향이라고 썼다. 바닥이 아닌 것을 바닥처럼 읽지 않게 하는 작은 변경이었다.

의료 담당은 미세중력에서 오래 지내는 몸의 부담을 설명했다. 근육과 뼈, 몸을 지탱하는 감각을 관리할 조건이 필요했다. 어떤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는 별도 평가 사항이었다. 오래 살았으니 익숙해서 괜찮다는 한 문장으로 모두를 묶을 수 없었다.

마루가 손을 들었다.

“잘 적응하면 다시 못 가는 겁니까?”

담당자는 아니라고 답했다. 라온에서 몸을 적응시키는 지원과 나중 살 곳을 선택하는 일은 분리됐다. 다만 실제로 어떤 환경이 안전한지는 본인과 보호자에게 필요한 설명을 하고 검토해야 했다. 능숙하게 손잡이를 이동하는 기술이 건강 검진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소년은 의자 밑에 넣었던 발을 바닥에 붙였다. 다래는 그가 안심했다고 적지 않았다. 대신 다음 질문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마루는 자기 씨앗을 키울 자리에도 조명이 필요한지 물었다.

세오가 웃었다.

“잎하고 사람은 필요한 빛이 같지 않아요. 사람의 수면과 활동 시간도 계획해야 합니다.”

그 대답은 씨앗의 주인이 앞으로 야간 조명을 지키라는 뜻이 아니었다. 성인 담당이 생활 조명과 재배 장비를 따로 확인하기로 했다. 마루는 질문을 끝내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회의 내내 통신 표를 읽는 역할은 맡지 않았다.

다래는 물건을 받은 뒤 사람이 쓸 조건을 묻던 첫 구조 비행을 떠올렸다. 그때는 하루를 덜 더운 방에서 버티는 일이 급했다. 지금은 자고 일하고 나이를 먹는 동안의 조건을 물어야 했다. 같은 카트리지 옆에 적을 시간이 아주 길어졌다.

휴식 중 지원실 담당이 기존 생활 훈련 공간을 보여 주었다. 실제 운동이나 의료 검사는 자격 있는 담당이 안내할 때 따로 하는 곳이었다. 오늘 주민들은 장비와 이동 동선만 볼 수 있었다.

방 한쪽의 낮은 문턱에서 한 남자가 멈췄다. 늘 손잡이 높이로 몸을 옮기던 버릇 때문에 발이 문턱을 늦게 찾았다. 다래가 팔을 잡으려 하자 그는 옆 손잡이를 먼저 쥐었다.

“제가 잡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래는 손을 내리고 한 발 비켰다. 도움이 필요할 때 묻는 것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모두 붙잡는 것은 달랐다. 담당자는 서두르지 않게 이동 간격을 조정했다. 남자는 조금 뒤 다시 걸었다.

해성도 같은 문턱 앞에서 멈췄다. 그는 자기 발을 보고 웃었다.

“여긴 통로가 자꾸 제 발 밑에 오네요.”

다래는 웃다가 문틀 위의 손자국을 보았다. 라온에 익숙한 사람도 쓰는 손잡이였다. 이곳을 잘 걷는 몸만 정상이고 사이에서 살던 몸은 틀렸다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몸을 평가해 서열을 정하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 살 환경의 조건이었다.

공동 안내로 돌아오자 나뭇잎 통의 여자가 자기 선택을 설명했다. 이주 경로 신청은 유지한다고 했다. 오늘 건강 설명 때문에 겁이 나서 처음 떠나기로 한 것으로 기록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저는 그 전부터 안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여기서도 일할 자리와 사는 조건을 더 보고 있고요.”

다래는 알겠다고 답했다. 설명을 듣고 어떤 선택을 하든, 이유를 한 종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성의 복구 검토 의견도 그대로 남았다. 무조건 돌아가고 싶다는 약속이 아니라 가능한 환경을 알고 싶다는 뜻이라고 그가 직접 좁혔다.

주거 설비 담당은 방사선과 차폐 조건도 검토 대상에 넣었다. 오래된 공사 모듈의 겉판이 멀쩡해 보여도 장기 생활을 승인할 자료가 되지는 않았다. 기록과 실제 구성, 관측 조건을 확인할 전문 검토가 필요했다. 다래는 창밖 햇빛이 예쁘다는 말을 그 칸의 답으로 쓸 수 없었다.

한 주민이 두꺼운 물통을 벽에 붙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세오는 있는 물건을 검토 자료에 넣을 수 있지만 임의 배치로 안전하다고 선언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질량을 늘리면 구조와 견인 계획도 달라졌다. 생활용 물은 마실 곳과 관리할 곳이 먼저 필요했다.

무진은 운항 조건을 설명하러 잠깐 참여했다. 새로운 거주환을 연결한다는 그림을 받아도 지금 선박의 연료와 인증 접속 장비가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가까이 떠 있는 두 물체가 복도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말은 짧았다. 다래는 그래서 그림의 빈칸이 더 선명해진다고 느꼈다. 집은 방의 수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사람을 오래 지키는 노동과 부품, 생활 지원, 실제 교통 경로가 들어가야 했다.

주민들은 각자 필요 조건을 적었다. 어떤 사람은 일과 진료를 같은 날 다녀올 교통을 물었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잘 수 있는 분리 공간을 원했다. 보호자는 아이의 생활 지원과 성인의 작업 시간이 겹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는지 확인했다.

다래는 그 조건을 모두 공개 표에 이름과 함께 붙이지 않았다. 공동 설비 요구와 개인 상담 항목을 갈랐다. 다른 주민이 원하는 집의 크기를 아는 것과 그 사람의 병력까지 읽는 일은 달랐다.

한 주민은 그림의 모퉁이에 작은 식탁을 그렸다. 사이에서도 밥을 같이 먹었으니 그 자리만은 남기고 싶다고 했다. 옆 사람이 그곳은 짐을 묶던 자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기억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때의 배치였다.

다래는 둘 중 하나를 지우지 않고 시기를 물었다. 사람이 늘면서 식탁을 접었고, 마지막에는 담요와 부품을 같은 벽에 고정했다고 했다. 집의 그림이 한 번에 정해졌던 적도 없었다.

“돌아가면 다시 펴고 싶어서요.”

주민이 말했다.

설비 담당은 그 희망을 생활 공간 요구로 남겼다. 물건이 환기 흐름과 통로를 막지 않을 자리, 사람이 몸을 고정하고 식기를 놓을 자리까지 함께 검토해야 했다. 식탁 넓이만 더해 침상 수를 유지하는 계산은 하지 않았다.

다래는 처음 스물세 개의 식기 통을 확인하던 영상을 떠올렸다. 그 작은 통은 한 사람의 저녁이었고, 식탁은 그 저녁을 누구와 먹을지 고르는 자리였다. 환기와 고정점이 맞는다는 답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반대로 그 마음이 중요한 만큼 실제 설비 조건도 빈칸으로 두어서는 안 됐다.

그녀는 접힌 식탁을 다시 펴는 데 필요한 공간을 요구 항목에 넣었다. 지금 그 물건을 직접 가져오겠다는 항차는 잡지 않았다. 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하지 않고도 잊지 않을 자리는 만들 수 있었다.

해성은 혼자 할 수 있는 정비의 범위를 쓰다가 멈췄다. 지난번 사흘 동안 하루 두 시간씩 설명하겠다는 동의가 있었다. 오늘 장기 운영을 이야기한다고 그 시간을 매일의 정비 대기로 늘릴 수는 없었다.

“여기에는 제가 계속 있어야 하는 것처럼 쓰게 되네요.”

그가 말했다.

“없을 때도 운영할 조건을 써야죠.”

세오가 답했다.

해성은 자기 이름 옆에 교대 가능 인력 미확인이라고 적었다. 미성년 통신 담당을 넣지 않았다. 그 빈칸을 채우는 일은 다음 근무표의 검토로 남았다. 오늘은 한 사람에게 평생의 출근을 약속받아 집을 안전하게 만들 수 없었다.

설명이 끝날 무렵 다래는 처음 배치도를 다시 보았다. 기준 방향 화살표 옆에 조건들이 붙어 있었다. 검증 전에는 재입주하지 않는다는 현재 상태도 그대로였다. 전보다 종이가 복잡해졌는데, 집은 조금 더 실제 사람의 크기로 보였다.

마루는 보호자와 먼저 나갔다. 그는 자기 씨앗 주머니를 흔들지 않고 손바닥으로 감쌌다. 여자가 사진을 기다리겠다고 하자 소년은 새잎이 빨리 나오는 건 아니라고 답했다. 둘은 서두르지 않는 약속 하나를 나눴다.

다래는 그 말이 좋았다. 남의 집을 언제까지 고쳐 주겠다는 약속은 오늘 하지 못했지만, 자라는 시간을 기다리는 말은 할 수 있었다.

개별 상담 전에 한 성인 주민이 다래를 불렀다. 사이에서 부품을 옮기다 팔을 다친 일이 있다고 했다. 지금 다래에게 진단해 달라는 요청은 아니었다. 앞으로 이주하면 당시 작업 기록을 어디에 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자신이 근로자로 등록된 날과 주민으로 비용을 나눈 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종이에서는 작업 참여자로만 보이기도 했고, 지원 안내에서는 미등록 체류자로만 불리기도 했다. 어느 쪽에도 장기 생활과 일을 함께 적을 칸은 없었다.

다래는 그의 팔을 보려고 소매를 올리게 하지 않았다. 본인이 제출하고 싶은 관련 기록을 담당과 먼저 확인하도록 연결했다. 건강 정보의 공개 범위도 별도로 설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제가 다친 건 들어갈 데가 있습니까?”

남자가 물었다.

다래는 있다고 먼저 답하고 싶었다. 어느 쪽이든 받아 줄 곳 하나는 있으리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지원 담당이 가져온 서로 다른 서식에는 같은 이름 아래 접수 대상 아님이라는 말이 반복돼 있었다.

그녀는 자기 연락표에 남자의 선택한 접수 부호를 적었다. 내일 관련 복지와 보험 담당에게 같은 자리에서 물어야 했다. 넘겨 줄 창구만 늘리고, 어느 곳도 받지 않는 일을 또 만들 수는 없었다.

27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