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사진을 받기 전에 봉투 뒷면부터 보았다.
봉인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다래는 작업대의 인계 칸을 비워 두었다. 이름이 확인됐다고 물건을 상대 무릎 위에 놓으면, 이미 받은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었다.
1차 구조를 마친 닷새 뒤, 라온 보관소의 외부 상담 자리였다. 축 구역 안쪽 대신 약한 무게가 있는 회전환의 책상을 빌렸다. 얇은 사진이 통로로 떠나지 않게 덮개 있는 받침도 준비했다. 남자는 나래의 첫 승객으로 돌아온 성인이었다. 오늘 이동은 의료 담당이 허용한 범위에서 지원자가 함께 도왔다.
그가 구조 때 가져온 작은 사진 봉투는 자기 주머니에 있었다. S-6에 맡긴 빈 액자틀과도 다른 물건이었다. 지금 보관소가 찾은 것은 더 전에 라온 방문 중 잃어버린 사진 묶음이었다. 오래된 보관 칸의 이관 목록과 당사자 문의를 다시 맞추다 후보로 나온 봉투였다.
“같이 찍힌 사람에게 연락해야 돌려받습니까?”
그가 물었다.
“우선 본인 물품인지 확인합니다. 같이 찍혔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연락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다래는 사진을 조사에 써도 된다는 동의를 지금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남자는 한참 봉투를 보다 자기 분실 문의에 적었던 특징을 말했다. 두꺼운 보호 종이, 바깥에 그린 작은 사각형, 뒷면의 접힌 모서리. 접수 당시 외형 기록과 맞았다.
그제야 그는 봉투를 열어도 좋다고 했다. 직접 열고 싶다고도 말했다. 다래는 가위를 내밀지 않고 뜯을 수 있는 접힘 방향을 보여 주었다. 봉인은 보관용 겉봉에만 있었고 안쪽 개인 봉투는 건드리지 않았다.
남자가 꺼낸 첫 사진은 지구의 강이었다.
넓고 탁한 물 위로 작은 다리가 지나갔다. 다래는 어느 도시인지 묻지 않았다. 다음 장에는 생일상과 손만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남자는 그 장을 자기 쪽으로 뒤집었다.
“여기까지는 제 물건이라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래는 확인 항목을 읽어 주고 실물 반환 서명을 받았다. 먼저 물건이 돌아갔다. 남자는 그제야 사진 봉투를 자기 가방에 넣었다. 조사에 협조해야 돌려주는 물건이 아니었다.
지원자가 잠시 물을 가져오는 동안 남자가 말했다.
“잃어버린 건 제가 잘못해서요. 그걸 받아 놓고 안 보여 주겠다고 하면 우스울까 봐서.”
“받으신 다음에 정하실 수 있습니다.”
“살던 데를 찍은 것도 있습니다. 그건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다래는 빈 동의서를 먼저 펴지 않았다. 어떤 장을 어떤 목적으로 보게 할지 상대가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남자는 사진을 가방 안에서 골라 한 장만 꺼냈다.
창에 푸른 천이 붙어 있었다. 바람에 날리지 않게 네 모서리를 고정한 커튼이었다. 그 아래 접힌 침구가 수납망에 들어 있었고, 벽에는 작은 네모 표지가 보였다. 다래는 나래 관측 화면에서 보았던 천을 떠올렸다.
같은 장소일 수 있었다. 그 생각을 말하기 전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 방입니다. 사이 본체 동쪽 끝이요. 들어오던 물건을 여기 두었습니다.”
그는 방 번호보다 창 옆 손잡이를 가리켰다. 매트와 침구가 따로 묶인 곳이었다. 다래는 사진 속 방이 지금 들어가도 되는 방이라고 쓰지 않았다. 그때 생활했다는 설명에 현재의 안전 판정까지 붙일 수는 없었다.
사진 뒷면에는 날짜가 있었다. 남자가 직접 적은 글씨라고 했다. 단말의 촬영 시각은 원래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래는 손글씨 날짜를 기계가 검증한 촬영일처럼 옮기지 않았다.
남자가 사진을 반 바퀴 돌렸다. 다래가 바닥처럼 보던 면은 벽이라고 했다. 촬영할 때 몸을 옆으로 고정해 방향이 달라졌다는 설명이었다. 침구 아래라고 적으려던 줄이 창 쪽의 수납 위치로 바뀌었다.
“저도 지구 사진은 바로 놓고 봅니다. 여기 것은 자꾸 돌아가요.”
그가 말했다.
다래는 사진 모서리 바깥의 사본 안내에 당사자가 설명한 기준 방향을 넣었다. 원본 위에 화살표를 그리지는 않았다. 사는 사람에게 익숙한 방이 보는 사람에게는 거꾸로 놓일 수 있었다. 모든 사진에 같은 위쪽을 붙일 수는 없었다. 그 작은 방향을 고친 뒤에야 창과 손잡이가 하나의 자리를 가리켰다.
“이 사진을 거주 이력 대조에 쓰는 데 동의하실 수 있나요? 공개 게시가 아니라 관련 담당이 제한해서 봅니다. 원본은 갖고 계시고요.”
다래가 물었다.
남자는 사진 오른쪽 끝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의 팔과 옷 일부가 있었다.
“그쪽은 빼 주세요. 그 사람이 여기 살았다고 제가 대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에게 왜 연락하지 않으려는지 묻지 않았다. 가족인지, 다퉜는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는지 알아야만 허용된 범위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래는 창과 벽, 본인이 지목한 개인 물품 자리만 보이는 사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련 부분의 복제와 담당 열람에 동의했다. 공개나 홍보 사용은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특정하는 데에도 쓰지 않기로 했다. 지원자가 내용을 함께 읽고 남자의 답을 확인했다.
다래는 사본을 만들기 전 손을 씻었다. 사진 모서리는 오래 만져 부드러웠고 유광 면에는 작은 흠집이 있었다. 스캐너 덮개가 사진을 누를 만큼 거칠지 않은지 담당자와 확인했다. 받은 물건을 되찾자마자 새 상처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사본에서 오른쪽 부분이 가려졌다. 남자는 원본과 나란히 놓고 자기가 고른 창과 침구가 보이는지 확인했다. 다래는 가린 사본의 출처와 허용 목적, 원본 보유자를 연결했다. 사진 한 장이 누구나 볼 수 있는 배경 그림으로 바뀌지 않도록 했다.
“이걸 내면 저는 돌아가야 합니까?”
그가 물었다.
다래는 고개를 저었다.
“과거에 사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앞으로 살 곳은 별도로 고릅니다.”
남자는 알았다고 했다. 답은 짧았지만 사진을 가방에 넣는 손은 전보다 덜 조심스러웠다. 물건을 놓칠까 봐서가 아니라 또 무언가를 잘못 인정할까 봐 망설였던 것 같았다. 다래는 그 추정을 기록하지 않고 실제 동의 문장만 읽어 주었다.
그가 돌아간 뒤 다래는 세오에게 허용된 위치 사본을 보여 주었다. 세오는 사진 속 손잡이와 현재 외부 도면을 맞췄다. 독립 관측의 푸른 천과 같은 창일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었지만, 외관만으로 실내 배치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여기 재배 매트 모서리가 보입니다.”
세오가 말했다.
다래는 품명을 바로 적지 않고 물었다.
“그걸 어떻게 구분해요?”
세오는 가장자리의 고정 구멍과 방수 덮개를 가리켰다. 다래가 L-204에서 넘긴 물품과 닮았다. 그렇다고 동일 실물 번호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같은 종류의 물품으로 남겼다.
사진 뒷면의 손글씨 날짜와 관련 운반편의 인계 자료가 비슷한 시기를 가리켰다. 그 기간 뒤 찍힌 것으로 보이는 같은 방의 설비 점검 사진도 해성이 보관한 사본에 있었다. 해성은 자기 자료의 관련 위치 면만 대조하는 데 동의했다.
두 사진에는 같은 벽의 패인 자국과 손잡이가 있었고 생활 물품의 위치는 조금 바뀌어 있었다. 다래는 그 차이가 좋았다. 누군가 계속 살며 물건을 옮긴 방일 수 있었다. 완전히 같은 장면이 한 번 더 찍혔다고 믿을 필요는 없었다.
담당 검토자는 이 자료를 자산 소유의 증거 전체로 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회수 완료 뒤 실제 시설을 사용한 진술과 생활 흔적을 대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손글씨 날짜의 한계와 원본 영상 자료 미확인도 남았다.
다래는 그 범위를 남자에게 회신했다. 그가 원한 것은 자기 사진이 없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자기가 그곳에 있었다는 말이 방 하나의 문턱까지 닿는 것이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권리를 해결하지 않아도 쓸모가 있었다.
보관소 문이 다시 세 번 울렸다. 이번에는 긴 손잡이의 수리 공구를 찾는 사람이었다. 다래는 작업대 위 사본을 덮고 인계 위치를 비웠다. 물건을 찾는 사람은 오늘도 각자의 사정으로 왔다.
“이건 바로 돌려주실 수 있죠?”
남자가 물었다.
“특징부터 맞으면요. 바깥은 똑같은 게 두 개 있습니다.”
다래가 답했다.
그는 손잡이 끝에 자기가 붙인 점을 설명했다. 다래는 반납 후보를 하나로 좁히고 직접 확인받았다. 오래된 물건에 있는 작은 점은 주인에게 사진 한 장보다 정확한 표지일 수도 있었다.
한편 사진을 받은 남자가 새 메시지를 보냈다. 가린 팔의 주인은 다른 데로 옮기고 싶어 하는 주민일 수 있으니, 과거 사진에 나왔다고 복귀 희망자로 분류하지 말아 달라는 말이었다. 다래는 이미 장기 의사와 분리됐다고 답하고, 그 요청도 담당 검토자에게 전달했다. 자신이 아는 선을 지킨다고 상대가 그 선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세오가 오후 늦게 보관소에 왔다. 그는 사용하지 않은 냉각 순환 펌프의 점검 인수 기록을 확인했다. 나래로 돌아온 뒤 라온 정비 보관에 있었고, 고장품 7-B와는 다른 칸이었다. S-6에 남은 정상 메인 카트리지와 임시통 두 개는 무인 보존 상태를 유지했다.
다래는 처음의 물품을 지금도 제자리로 추적할 수 있다는 데 안도했다. 새 사진이 생겼다고 옛 카트리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세오는 사진 사본을 다시 가리켰다. 침구 아래 벽에 작은 손글씨가 보였다. 다래는 품명인 줄 알았지만 계통 점검 순서였다. 해성의 설명에 따르면 사이 기술자들이 임시로 적어 둔 표지였다.
“이 글은 누가 읽습니까?”
세오가 물었다.
“거기 정비하던 분들이겠죠.”
다래가 답했다.
“쓴 사람만 알아보는 약자일 수 있습니다. 같은 장비가 와도 저걸로 다음 사람이 점검할 수 있는지 봐야겠어요.”
사진은 살았던 흔적을 보여 주었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고치며 살았는지도 조금 담고 있었다. 다래는 당사자 허락을 넘겨 원래 사진 전체를 기술 자료로 돌리지 않았다. 사용 목적을 더하려면 다시 물어야 했다.
해성에게 해당 기술자와 세오가 직접 이야기할 자리를 연결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해성은 자기가 대신 설명하기보다 본인이 정하도록 연락하겠다고 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주민도 자기 보수 기록은 설명하고 싶어 할 수 있었다.
퇴근 전 답이 왔다. 한 성인 기술자가 다음 날 축의 정비 작업대에서 만나겠다고 했다. 다만 먼저 조건을 물었다. 자기들이 만들던 글씨를 틀렸다고 뜯어내러 오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세오는 다래 옆에서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짧게 답을 불러 주었다.
“뜯기 전에, 다른 손으로도 읽을 수 있는지 같이 보고 싶습니다.”
다래는 그 답을 보냈다. 내일의 작업대 예약표에는 아직 수리할 부품 이름이 없었다. 먼저 서로의 손을 이해해야 할 일이 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