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는 수신표보다 작았다.
해성은 작은 조각이 떨어지지 않게 투명 주머니 안에서 종이를 펼쳤다. 큰 종이에는 L-204의 생활용품 수령이 적혀 있었다. 그 위에 덧댄 조각에는 다른 필체의 이름과 운송 방향이 남았다. 다래가 쓴 주소는 아니었다.
“누가 붙였어요?”
다래가 물었다.
“이걸 옮겨 준 사람이요. 다음엔 자기 수신함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1차 구조를 마친 나흘 뒤, 라온의 임시 상담 자리였다. 회전 거주환의 약한 무게 덕에 종이는 탁자에 머물렀다. 그래도 해성은 오래된 버릇처럼 한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미세중력에서 살던 손이었다.
다래는 그의 손에 붙은 종이를 받아 보지 않았다. 그는 개인 짐에서 가져온 수신표의 관련 면만 보여 주기로 했다. 회수 계약 원본을 낸 것이 아니라, 자기 물건을 받은 뒤 남긴 생활 기록이었다.
해성이 가리킨 이름의 주인은 사이 주민이 아니었다. 라온의 부품 운반 일을 하던 성인이었고, 개인 소포를 받아 다음 편에 넘겼다고 했다. 정식 거주지 주소가 없던 사람들이 서로의 수신함을 빌린 방식이었다.
“그분이 거기 사는 스물세 분을 다 알았나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자기한테 부탁한 사람만 알았지요.”
다래는 전체 우편망이라는 제목을 고쳤다. 오늘 확인할 것은 한 번의 우회 수령과 그 다음 인계였다. 주소가 없는 사람들은 연결돼 있었지만 한 사람이 모두의 이야기를 보증하지는 않았다.
해성이 새 접수 안내를 탁자에 놓았다. 안내에는 오늘도 대표 수신이라고 적혀 있었다. 상담 예약을 잡으며 담당자가 예전 표를 옮겨 쓴 모양이었다. 해성은 자기 이름을 바꾸자는 뜻이 아니라, 다른 주민 연락을 모두 자기가 받는 것으로 되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래는 상담 담당을 불러 실제 신청 범위를 대조했다. 해성이 대신 연락하기로 동의받은 사람은 일부였고, 나머지는 직접 회신을 원했다. 담당자는 공용 대표라는 표기를 빼고 개인별 안내를 다시 나누었다. 잘못 인쇄된 첫 장에는 사용 중지를 표시하고 새 안내와 연결했다.
“새 이름표 받으러 와서 옛 이름표부터 고쳤네요.”
해성이 말했다.
그는 새 안내를 주머니에 넣고 나서야 자기 수신표를 다시 폈다. 다래는 어제의 우회망을 조사하면서 오늘도 대표 한 사람에게 연락을 몰아줄 뻔한 것을 보았다. 과거의 잘못을 찾는 표와 현재의 창구는 같은 탁자에 놓여 있었다. 어느 쪽도 다른 쪽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없었다.
해성이 보여 준 물품은 재배 매트와 식기 묶음이었다. L-204에서 직접 받은 뒤 그대로 사이에 가져간 것도 있고, 뒤늦게 작은 부속품을 별도 운송한 것도 있었다. 같은 접수번호가 포장에 남아 있어 다음 물품 문의 때도 그 번호를 썼다고 했다.
“제가 처음 적은 표지가 계속 붙어 있었군요.”
다래가 말했다.
“새 주소가 나오면 갈아 붙이려고 했습니다.”
해성은 종이 조각의 닳은 끝을 보았다. 새 주소가 나오기 전까지 석 달이 지났다. 다래는 그 기간을 자기 보관소의 처리 완료 한 줄에서 읽어 내지 못했다.
그녀는 옛 수신함 주인에게 연락해도 되는지 물었다. 해성은 기관 창구를 먼저 전하고, 상대가 원하면 연결하겠다고 답했다. 자기 전화에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그 번호를 바로 넘기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마루가 보호자와 함께 왔다. 그는 상담에 끼어들려고 온 것이 아니라 개인 물품 문의의 표지를 받으러 왔다. 씨앗 주머니는 여전히 닫혀 있었고 신발 끈은 양쪽 길이가 달랐다.
“여긴 발에 걸리는 게 자꾸 생겨요.”
그가 말했다.
다래는 남의 신발을 잡지 않고 의자를 가리켰다. 보호자가 끈을 매는 동안 마루는 자기 종이를 보여 주었다. 본체에 남은 재배 매트 위치였다. 출입 허가를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찾고 싶은 물품으로 접수됐다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 이름표 새로 붙이면 옛 번호는 버려도 돼요?”
“새 표지 옆에 같이 넣어 두세요. 예전 경로를 확인할 때 필요할 수 있어요.”
다래가 답했다.
마루는 종이를 두 장으로 나란히 놓았다. 하나에는 옛 접수번호, 다른 하나에는 자기 개별 문의 부호가 있었다. 소년이 두 종이를 겹치려다 멈추는 손을 보고 다래는 자기 화면에서도 새 주소가 과거를 덮지 않게 연결했다.
마루와 보호자는 다음 상담으로 떠났다. 그에게 옛 통신 기록을 전부 찾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휴식과 생활을 되찾는 일이 오늘도 견습의 일이 아니어야 했다.
점심 뒤 수신함 주인의 답이 왔다. 동의한 부품 운반자가 지정 기관 창구로 통화하겠다고 했다. 다래는 분실물 인계와 관련된 질문만 준비했다. 모듈 소유나 주민의 장기 거주 의사를 그 사람에게 묻지는 않았다.
남자는 자신이 작은 매트 부속과 식기 고정 끈을 넘겼다고 말했다. 선박에 몰래 싣고 간 것이 아니라, 허용된 개인 물품 운반 절차에 따라 접수한 화물이었다. 발신지에는 라온의 자기 수신함이 적혔고 다음 인계처는 공사 잔재 정비 구역이었다.
“주거라고 들으셨어요?”
“사람들이 머문다는 건 알았습니다. 정식 거주 허가가 났는지는 몰랐어요.”
다래는 그 차이를 적었다. 우편을 보냈다는 사실이 거주 허가를 증명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회수 완료 뒤에 물품이 실제로 그곳으로 갔다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가 제공하기로 한 것은 해당 두 화물의 접수·인계 부분이었다. 다른 고객의 이름은 가렸다. 첫 인계에서 라온 수신함이 있었고, 둘째에서 별도 운반편의 승인된 화물란이 이어졌다. 마지막 수령 확인은 해성의 표와 같은 날이었다.
다래는 운반편 번호를 읽고 자기 보관소 기록을 열었다. L-204의 실물 반납은 더 앞선 날이었다. 뒤의 운반은 같은 물품 전체를 다시 받은 것이 아니라 부속품이 추가로 간 기록이었다. 날짜와 품명을 구분하자 세 번 같은 짐을 옮긴 것처럼 보이던 표가 두 종류의 일이 됐다.
“제 번호는 주소가 아니라 예전에 받았던 물건 설명이었네요.”
그녀가 말했다.
해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새 물건이 안 가면 그 번호로 물었습니다. 어디인지 다 설명하면 못 받는다고 할까 봐서요.”
그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다래는 왜 바로 등록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등록 절차의 책임과 그가 고른 우회 방법의 위험은 확인해야 했지만, 오늘 종이에서 먼저 볼 것은 누가 언제 무엇을 받았는지였다.
다래는 이 경로가 7-B의 수동 카드에 왜 L-204를 썼는지 설명할 단서라고 말했다. 해성은 맞다고 답했다. 처음 화물일괄수신을 주민 연락처럼 쓰던 오류와는 다른 일이었다. 원래의 물품번호를 사람이 기억하는 마지막 창구로 붙잡은 것이었다.
“분실물 담당자께 보내면 적어도 버리기 전에 열어 볼 줄 알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래는 그 말을 기쁘게 받지 못했다. 승인된 상태 확인 요청이 없었거나 다른 사람이 근무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녀는 자기 친절 하나에 닿아야만 살아남는 길을 좋은 우편망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해성에게 현재 임시 연락 창구의 안내를 다시 보여 주었다. 본인 부호로 직접 문의할 수 있었고, 개인 물건과 지원 상담은 서로 다른 담당이 받았다. 오늘 받은 우회 경로를 공개 우편 주소로 계속 쓰자는 제안은 하지 않았다.
통화자가 중간에 물었다.
“이제 제 수신함에 그분들 물건 오면 안 받으면 됩니까?”
“일괄 거부하지 말고 새 창구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넘길 수 있는 범위는 정하고요. 개인 물품은 수신인 동의 없이 열지 않습니다.”
다래는 자기가 물류 업무 범위를 넘어 지원 제도를 결정하지 않게 담당자에게 설명을 연결했다. 예전 부탁을 계속 받아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남자는 그 설명을 듣고 자기가 더는 맡기 어려운 연락을 따로 적었다.
처음으로 우회 주소를 빌려 준 사람에게도 끝낼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오후에 다래는 보관소로 돌아와 실물 이름표를 확인했다. 반납된 작은 공구 주머니에 새 수신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전 주인의 표지를 뜯어 버린 것이 아니라, 안쪽 기록 봉투에 보관하고 바깥에 새 표지를 붙였다. 물건이 돌아갈 사람이 바뀌면 확인 방식도 바뀌었다.
당직자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이름표만 보시네요.”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고 와서요.”
다래는 자기 펜을 손목에 걸었다. 펜도 이름표가 있으면 제자리로 돌아올까 생각했다. 하지만 펜의 귀환에 운반자를 세 명 붙일 생각은 없었다. 고리를 짧게 조정하는 쪽이 쌌다.
등록검사실에는 오늘 확인한 자료의 관련 범위만 제출했다. 회수 계약이 완료로 표시된 뒤에도 생활용품의 부속이 실제 시설로 전달된 인계 경로. L-204는 자산 회수 전체의 수신처가 아니라 생활용품 문의와 우회 연락에 재사용된 번호라는 설명. 원본 회수증과 최종 비용 자료를 찾은 것은 아니라는 한계도 붙였다.
진경은 자기 이름으로 접수했다고 답했다. 오늘의 담당 판단은 별도 검토자가 맡는다는 안내도 유지됐다. 다래는 어제 제출한 검토 메모가 공개 심사의 결론이 되었다고 쓰지 않았다.
해성이 다시 통화했다. 일부 주민은 예전 물품을 받기 위해 해성 이름을 빌렸고, 일부는 별도 수신함을 썼다고 했다. 다래는 모든 경로를 당장 한 표로 모으자고 하지 않았다. 관련 물품을 찾고 싶은 사람의 동의부터 받아 연결하면 됐다.
“제 이름만 적혀 있으면 제가 다 받은 것 같겠군요.”
“그때 실제로 받으신 것과 대신 연락한 것을 나눠 적으시면 됩니다.”
다래가 답했다.
그는 자기 수신표 옆에 연락만 전달이라고 썼다. 다래는 그 글씨를 원래 날짜의 기록처럼 받지 않았다. 오늘 추가한 설명이었다. 더 정확한 옛 날짜가 필요하면 운반편 자료와 대조할 수 있었다.
통화를 끝낼 즈음 작은 배달 봉투가 접수대에 도착했다. 익숙한 세 번의 신호 뒤로 인계 로봇이 기다렸다. 다래는 이번에도 겉표지부터 보았다. 사이 임시 연락 창구로 온 개인 분실물이었다. 출처는 라온의 오래된 물품 보관 칸이었다.
봉투에는 사진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최근 구조선에서 내린 성인이 찾는 물건의 설명과 닮았다. 급한 이동 때 작은 사진 봉투만 가져왔고 액자틀은 S-6에 맡겼던 사람이었다.
다래는 둘이 같은 물건인지 단정하지 않았다. 새로 접수된 봉투는 예전에 라온에서 분실한 사진 묶음일 수 있었다. 그녀는 밀봉을 확인하고 당사자에게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예상과 달랐다.
자기 사진이 맞는 것 같지만 혼자 받아서는 안 되겠다고 했다. 같이 찍힌 사람 중 한 명에게는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붙었다.
다래는 반환 완료 칸을 열었다가 닫았다. 이름표가 맞아도, 돌려주는 방식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