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서명은 받지 않습니다.”
다래는 화면 밖의 질문에 먼저 대답했다. 저 다섯 방으로 돌아가야 물건을 받는 것이냐고 물은 목소리였다. 누군지는 아직 몰랐다.
“긴급 지원을 받는 일하고, 앞으로 어디에 살지 정하는 일은 별개예요.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도 같은 지원을 받습니다.”
통신기 너머에서 누군가 말을 옮겨 주었다. 질문한 사람이 짧게 알았다고 답했다. 다래는 그제야 첫 번째 인원 칸을 열었다.
나래는 S-6과 접속하지 않은 채 상대운동을 줄인 관측 구간에 있었다. 무진의 손이 화면 아래에서 조금 움직였다.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두 선박이 같은 자리에 못 박힌 것은 아니었다.
“인원 확인 영상은 필요한 동안만 씁니다. 창으로 모이지 말고요.”
다래가 말했다.
해성은 긴 작업실의 고정 자리를 나누어 표시했다. 급하게 만든 번호표가 손잡이 옆에 붙었다. 기존 자리에서 움직일 사람은 성인 담당자 둘뿐이었다. 한 명이 카메라를 들고, 다른 한 명은 누구까지 확인했는지 종이에 표시했다.
다래는 지도 대신 실내 자리표를 화면에 올렸다. 기둥 하나가 가운데를 가리고 있었다. 앞쪽에만 카메라를 대면 뒤쪽 사람들이 계속 빠질 구조였다.
“저 기둥 뒤도 따로 보겠습니다. 같은 분을 두 번 세지 않게 자리는 유지해 주세요.”
첫 사람은 노해성이었다. 얼굴과 목소리, 현재 위치를 맞췄다. 이름 전체를 공용 채널에서 다시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리 번호와 본인이 고른 호칭을 썼다. 자세한 인적 사항은 구조 담당에게 별도 경로로 제출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자리에서는 여자가 작은 음식 통을 들었다. 뚜껑에 나뭇잎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가 오자 통을 등 뒤 수납망에 넣었다.
“이거 버리고 가야 하는 건 아니죠?”
“지금 버릴 필요는 없어요. 옮길 짐은 좌석과 질량 계획에 맞춰 따로 안내할게요.”
다래는 약속의 크기를 줄여 대답했다. 전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물건을 먼저 포기해야 구조 대상이 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카메라가 세 번째 자리로 이동했다. 고정 띠 끝에 작은 신발이 걸려 있었다. 아이는 옆 성인의 팔을 잡고 몸을 돌렸다. 성인 담당자가 둘의 자리를 나누어 확인했다. 다래는 영상에 얼굴을 보였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자기 건강과 이주 계획을 설명하게 하지 않았다.
“보호자와 의료 담당 연결이 필요하면 별도로 하겠습니다.”
해성이 대답을 전했다. 아이는 다래의 화면이 보이는지 손을 흔들었다. 다래도 손을 들었다가 손목에 걸린 펜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웃었다. 아이가 펜을 가리키자 다래는 자기 손목 고리를 보여 주었다.
“얘는 자꾸 먼저 출발해서요.”
작은 웃음이 통신기에 닿았다. 웃는 동안에도 옆의 성인은 아이의 고정 상태를 확인했다. 저쪽의 일상이 전부 공포인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여덟 번째 자리에서 영상이 멈췄다.
마지막으로 보인 사람의 소매가 화면 가운데 고정됐다. 다래는 다음 칸을 채우지 않았다. 음성은 남아 있었다. 해성에게 카메라를 더 움직이지 말고 현재 자리를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덟 번입니다. 아홉 번은 아직 안 비췄어요.”
화면이 돌아오자 같은 소매가 움직였다. 다래는 여덟 번째 사람까지 확인한 뒤 다음으로 넘겼다. 끊긴 몇 초를 상상으로 메우지 않았다.
세오는 옆에서 온도와 전력 소모를 보고 있었다. 인원 확인 때문에 영상을 오래 켜 두지 않도록 한 구역이 끝날 때마다 화면을 껐다. 다래는 자기 표시와 저쪽 종이 표시를 읽어 맞춘 뒤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다.
기둥 뒤에는 생각보다 어두운 자리가 있었다. 구겨진 담요 사이로 한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 카메라를 든 성인이 조명 방향을 바꾸자 그는 눈을 감았다.
“불은 조금 비껴 주세요.”
다래가 부탁했다.
남자는 잠들려던 중이었다. 다래는 잠든 것처럼 보인다고 의식 상태를 판정하지 않았다. 성인 담당자가 말을 걸어 응답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마실 물이 닿는 자리만 바꿔 달라고 했다.
성인 담당자가 물주머니를 손잡이에 다시 걸었다. 다래는 표의 요청란에 간단히 적고 의료 정보 칸을 함부로 열지 않았다. 작은 불편까지 모두 진단으로 만드는 일은 필요하지 않았다.
열일곱 번째에서 마루가 나왔다.
카메라 앞을 작은 음식 통 하나가 가로질렀다. 누군가 손에서 놓친 통이었다. 가까이 있던 여자가 손잡이를 잡은 채 팔만 뻗어 통을 받았다. 그것을 잡는 동안 그녀의 몸이 반대로 조금 돌았다. 옆 사람이 띠를 당겨 자세를 받쳐 주었다. 통 뚜껑은 닫혀 있었고, 아무도 자리에서 튀어나가지 않았다.
다래는 무심코 허리 띠를 쥐었다. 지구라면 탁자 아래로 굴렀을 저녁 한 끼가 여기서는 누군가의 얼굴을 향할 수 있었다. 확인을 빨리 끝내려 사람들을 움직였다면 더 많은 물건이 떠다녔을 것이다. 그녀는 다음 구역으로 카메라를 넘기기 전에 모두의 손이 다시 고정된 것을 기다렸다.
마루는 카메라를 든 사람이 아니라 벽에 고정된 자리에서 표시표를 넘기고 있었다. 옆에는 성인 담당자가 있었다. 마루는 자기 번호를 말한 뒤 바로 다음 인원수를 읽으려 했다.
“마루 씨도 확인 대상이에요. 자기 차례 끝나면 물 한 모금요.”
다래가 말했다.
마루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해성이 그에게 물주머니를 건넸다. 능숙하게 일하는 사람의 이름이 일하는 역할 밑에 빠질 뻔했다. 다래는 자기 자리표에서도 통신 담당과 주민 번호를 다른 칸으로 분리했다.
마지막 자리까지 카메라가 갔다.
스물셋.
다래는 숫자를 소리 내어 말하기 전에 자리표를 다시 맞췄다. 각 구역의 확인 인원과 합계를 읽었다. 성인 담당자의 표시와 일치했다. 영상이 끊긴 구간의 재확인도 들어 있었다. 해성은 안쪽 구획과 임시 수납칸에 추가로 사람이 없는지 성인들이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현재 교신과 자리 대조로 스물세 분 확인했습니다. 확인 방식도 같이 남깁니다.”
다래가 말했다.
그때까지 제보 옆에 남아 있던 작은 글자가 바뀌었다. 원격 실시간 대조 완료. 직접 승선해 센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성 한 사람의 숫자를 받아 적은 상태에서는 앞으로 나아갔다.
성인 열아홉 명, 미성년 네 명. 미성년에는 열일곱 살 마루가 포함됐다. 건강과 이동 지원 정보는 별도 상담에 동의한 사람만 구조 의료 경로로 연결했다. 다래의 공개 물품표에는 이름이나 병력 대신 필요한 지원 항목만 돌아오게 했다.
영상이 꺼지자 나래의 선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다래는 조금 전 사람들의 손과 식기를 떠올렸다. 모두 같은 통에 먹고 있지 않았다. 금속 통도 있었고 오래된 투명 통도 있었다. 누군가는 뚜껑에 별을 그렸고, 누군가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았다.
스물세 자리가 같은 집을 원하는 스물세 표는 아니었다.
해성에게 이주 의사를 어떻게 물을지 설명했다. 지금 구조선으로 옮기는 긴급 이동과 장기 거주지 선택을 분리했다. 답하지 않을 수 있고, 나중에 바꿀 수도 있었다. 대표가 모두의 답을 대신하지 않게 직접 의사를 전달할 통신 순서를 정했다.
첫 목소리는 처음 질문했던 여자의 것이었다.
“저는 저 방으로 안 돌아갑니다. 식물은 아쉬워도요.”
그녀가 말했다.
다래는 이유를 더 캐묻지 않았다. 즉시 이송이 가능한지와 장기 선택을 같은 줄에 쓰지 않고 의견을 받았다고 답했다. 다음 사람은 가능하다면 본체를 고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다음 사람은 오늘은 아직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해성은 자기 차례가 오기 전까지 끼어들지 않았다.
“저는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만 다른 분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다래는 대표 의견이라는 말을 붙였다. 아까 그가 사람들에게 물을 건네던 손과, 지금 자기 희망을 말하는 목소리는 같은 사람의 것이었다. 도움을 조정하는 사람도 모두의 결론을 대신할 필요는 없었다.
교신 시간이 길어져 다음 의견은 음성 예약으로 나눴다. 지금 당장 말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기다릴 시간을 주었다. 아이들의 필요는 보호자와 구조 담당이 별도로 확인하기로 했다. 다래는 선실 안의 빈 이름표를 다시 묶었다. 아직 쓰지 않은 이름표가 사람을 기다릴 수 있었다.
무진이 새 인원표를 받았다. 그의 화면에는 귀환 질량을 적을 빈 줄이 늘었다. 스물세 명이라는 합계가 확인됐다고 나래의 좌석 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한 번에 다 태울 수 없다는 설명은 유지합니다. 우선 지원과 우선 이동을 나눠 검토해요.”
그가 말했다.
다래는 물건표와 사람표 사이를 벌려 놓았다. 둘 다 정확해야 했지만 같은 처리 규칙을 쓸 수는 없었다. 물건은 대기 레일에 묶어 둘 수 있었다. 사람은 대기하는 조건부터 설명해야 했다.
세오가 해성에게 새로운 계측을 부탁했다. 확인과 통화 동안 흡착 잔량은 조금 내려갔고 온도도 천천히 올랐다. 압력과 산소 공급은 유지 범위였다. 세오는 이전 지원 시간의 범위를 그대로 읽어 주지 않았다. 변화가 허용 범위 안인지 보고 다음 판단 시각을 정했다.
“새 사람이 늘어난 건 아닌데 숫자가 더 무거워졌네요.”
다래가 작게 말했다.
세오는 손잡이에 걸린 자기 공구 주머니를 눌렀다.
“이제 누가 있는지 아니까요.”
무진이 외부 관측 화면을 옮겼다. S-6 접속부의 보강판이 조금 더 밝게 들어왔다. 다래는 그 아래에서 작은 홈을 보았다. 등록 도면의 접속 고리와는 위치가 달랐다.
해성에게 실내 접속부 표찰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성인 담당자가 가까이 있는 자리에서 표찰만 촬영했다.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표찰에는 구형 화물 지원 규격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무진은 나래의 접속 장비 목록을 열었다. 두 도면을 같은 방향으로 놓아도 고정 홈의 간격이 맞지 않았다. 다래는 카트리지 규격에 맞는 물건을 싣느라 확인했던 번호들을 떠올렸다. 물건이 들어갈 구멍까지 저절로 맞아 주지는 않았다.
해성이 물었다.
“붙을 수 없다는 뜻입니까?”
“현재 주 접속 고리 그대로는 안 됩니다. 사용할 수 있는 구조용 접속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무진의 답은 짧았다. 그는 선박을 더 밀어 넣지 않고 관측 자세를 유지했다. 돌아갈 연료 표시가 그의 화면 아래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다래는 마지막 상자의 손잡이를 보았다. 스물세 명을 확인하는 동안 받는 사람은 생겼다. 여전히 건네줄 길이 없었다.
나래의 장비함 표시가 켜졌다.
허용된 자유 비행 구간에서 세오가 함을 열자 접힌 고리 두 개가 나왔다. 하나에는 붉은 사용 금지 표가 붙어 있었다. 다른 하나에는 교환 가능한 안쪽 받침 목록이 매달려 있었다.
세오는 목록을 읽다가 다래를 불렀다.
“사진을 같은 쪽 기준으로 돌려 주세요. 맞을지도 모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다래가 화면을 돌렸다.
후보 접속구의 남은 받침은, 한 세트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