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푸른 천의 한 모서리가 창틀에서 떠 있었지만 나머지는 고정돼 있었다. 다래는 화면을 확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무진은 접근 속도를 그대로 두고 관측 화면의 배율만 바꿨다.
낡은 창 안쪽에 접착 띠가 보였다. 천을 벽에 붙인 자국이었다.
여기는 공기가 있는 집이었구나.
다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장을 고쳤다. 공기가 있었던 흔적이었다.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인지는 따로 확인해야 했다. 안쪽은 비어 있었고, 모든 사람은 떨어진 서비스 모듈에 대피했다고 들었다.
멀리서 다섯 모듈은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가까워지자 서로 다른 수선 자국이 나타났다. 한쪽 외벽은 판 색깔이 달랐고, 다른 쪽에는 지워진 공사 번호 위로 작은 별 그림이 남아 있었다.
도면에서는 모두 같은 회색이었다.
다래는 L-204의 생활용품 목록을 열었다. 침구. 식기. 식물 재배용 매트. 목록은 어디에 쓰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다섯 몸통의 창을 보자 각각 놓일 자리가 생겼다.
무진이 관측 대기 구간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S-6은 창문 밖 정면이 아니라 조금 비껴 있었다. 나래는 목표를 쫓아 곧장 달려들지 않고 상대운동을 줄였다. 창에 보이는 물체가 커진다고 곧바로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접속은 하지 않습니다. 회전과 접속부 먼저 봅니다.”
다래와 세오가 접수했다고 답했다.
선실의 환기음은 포트에 붙어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래는 그 일정한 소리와 창밖 물체 사이의 간격이 낯설었다. 아무 소리도 전하지 않는 원통 안에서는 여러 사람이 같은 환기음을 듣고 있을 것이다.
직접 교신이 안정됐다.
이번에는 중계 예약을 기다리지 않고 해성의 응답이 짧게 돌아왔다. 가까워져도 모든 것을 계속 켜 둘 수는 없었다. 저쪽의 전력 예산은 그대로였다.
“접근등 확인했습니다. 안쪽에서 불빛 따라 움직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해성이 말했다.
다래는 자기 발이 좌석 아래에 고정된 것을 확인했다. 창을 보고 싶다고 한꺼번에 몰려들면 S-6 안쪽의 고정과 환기가 더 불편해질 수 있었다. 저쪽에서도 누군가 기다리는 방법을 정하고 있었다.
세오는 현재 측정값을 받았다.
흡착통 잔량 43퍼센트. 온도 31.2도. 이산화탄소 분압은 이전보다 조금 높았다. 새 값은 측정기와 시각이 함께 왔다. 산소 공급과 압력은 유지 범위라는 응답이었다.
다래는 여덟 시간에서 열한 시간이라고 적었던 칸에 새 메모를 붙였다. 그때부터 준비와 비행으로 약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세오는 현재 조건을 넣은 보수적 지원 범위를 다시 계산했다. 대략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계기의 잔량만이 아니라 온도와 사람들의 활동량이 달라지면 더 짧아질 수 있었다.
“처음 시간에서 그냥 두 시간 뺀 건 아니죠?”
다래가 물었다.
“지금 받은 값으로 다시 본 겁니다. 비슷한 숫자가 나와도 이유는 남겨야 해요.”
세오는 해성에게도 같은 설명을 보냈다. 필터만의 예상과 선내 전체 안전을 같은 기한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래는 단말에 두 숫자 사이의 측정 시각을 연결했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도 화물처럼 인계해야 했다.
S-6의 표면이 조금 돌아왔다.
창문 옆 외부 표식이 나타났다가 그림자에 들어갔다. 무진은 이전 회전 추정과 근접 관측을 대조했다. 큰 차이는 없었지만 오차 범위를 더 줄일 수 있었다. 나래의 접근 자세는 그 결과를 기다렸다.
다래는 고정된 카트리지 상자를 봤다. 받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창 하나 너머에 있었지만, 손잡이를 건넬 길은 아직 없었다.
그녀가 가장 잘하는 마지막 한 걸음이 오늘은 가장 멀었다.
해성이 실내 영상을 잠깐 보냈다.
S-6은 본체의 여섯 번째 방이라기보다 긴 작업실에 가까웠다. 벽 두 면을 계기와 수납함이 차지했고, 그 사이에 담요를 묶은 자리가 이어져 있었다. 식탁은 접혀 벽에 붙었고 식기 통들은 끈으로 연결돼 있었다.
다래는 한 화면에서 사람 수를 세지 않았다. 기둥 뒤와 카메라 바깥에 사람이 있었다. 화면 안에 얼굴이 몇 보인다는 것은 전원 확인이 아니었다.
마루는 안쪽 손잡이에 한 팔을 걸고 있었다. 옆 성인이 자기 자리의 띠를 살피며 마루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마루는 화면을 자기 얼굴보다 물품을 받을 자리로 향했다.
“여기 비웠어요. 통 세울 수 있어요.”
마루가 말했다.
바닥이라고 정한 쪽에 재배 매트가 접혀 있었다. 작은 잎 몇 개가 투명 주머니 안에서 벽을 향해 누워 있었다. 화분 흙이 흐르지 않게 천으로 묶었던 해성의 손이 떠올랐다.
다래는 저 물건들을 무조건 두고 나오라고 말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박 한도도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볼 때 물건의 크기만 보지 말아야 했다.
세오가 실내 배치를 보며 지원 장비를 놓을 후보 자리를 물었다. 해성은 사람을 옮겨 가며 공간을 만들지 않고, 비어 있는 작업대의 치수만 읽었다. 사람들이 쉬는 자리부터 빼앗으면 더 오래 버티기 어려워졌다.
“물품 두 개를 동시에 열 수 있는 자리는 아닙니다.”
해성이 말했다.
다래는 포트에서 포장 순서를 나눈 것이 쓸모 있음을 알았다. 받는 쪽의 좁은 공간이 선실의 작은 수정과 이어졌다. 다만 잘 포장했다는 이유로 지금 당장 건넬 수는 없었다.
무진이 외부 접속부를 비췄다.
덮개는 한쪽이 짧은 보강판 아래 들어가 있었다. 사진에서 그림자에 가려졌던 자리였다. 등록 도면의 선과 완전히 같아 보이지 않았다. 무진은 접속을 시도하지 않고 여러 방향의 관측 자료를 남겼다.
“이건 들어가서 봐야 아는 겁니까?”
다래가 물었다.
“바깥에서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인다고 맞는 규격이라고는 못 해요.”
그가 답했다.
세오는 도면과 새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접속부 검토는 다음 순서였다. 지원 물품이 맞는다는 판정이 선박 접속부에도 맞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래는 해성에게 잠깐 안쪽 영상을 꺼도 된다고 말했다. 필요한 배치는 받았고, 전원을 아끼는 편이 나았다. 화면이 닫힌 뒤에도 식기 통의 색과 접힌 담요가 단말 위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다섯 모듈 본체가 다른 창에 들어왔다.
세오는 접힌 방열판 두 곳을 표시했다. 가까이 보니 하나는 완전히 접힌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중간에서 비스듬히 멈춰 있었다. 지금 보이는 모양만으로 고장 부위를 확정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을 저기로 돌려보내려면 뭘 봐야 하죠?”
다래가 물었다.
“압력이 유지되는지, 전력과 환기가 버티는지, 열을 내보낼 수 있는지요. 분리된 자리의 연결 상태도 봐야 합니다. 창이 멀쩡해 보이는 것만으로는 못 들어가요.”
세오는 주거 본체와 S-6을 다른 화면에 놓았다. 본체를 다시 쓰는 조건과 S-6에서 버티는 조건도 달랐다. 다래는 어느 쪽이 더 쉬운지 물었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쉬운 쪽을 고르는 데 필요한 정보부터 모자랐다.
주거 본체와 S-6 사이로 지구의 흰 구름이 흘렀다. 화면의 배율이 달라 간격을 눈으로 비교할 수는 없었다. 가까운 두 방처럼 보여도 손잡이를 잡고 건너갈 복도가 없었다. 둘은 다른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래는 보관소에서 인계 레일을 이어 붙이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는 같은 정거장 안이었다. 받는 사람과 물건이 서로 어디에 고정돼 있는지 알고 있었다. 여기서는 줄 하나를 걸면 이어진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했다.
무진이 화면에 기준 표시를 넣자 두 물체의 움직임이 따로 보였다. S-6은 느리게 자세를 바꾸었고 본체는 다른 방향으로 외벽을 드러냈다. 다래는 배율을 맞춘 다음에야 아까 한 집처럼 겹쳐 보였던 것이 관측 방향 때문임을 알았다.
“저쪽으로 그냥 밀어 보내는 건 못 하겠네요.”
그녀가 카트리지 상자를 보며 말했다.
“받을 사람이 있는 곳에 닿도록 멈출 방법도 있어야죠.”
무진의 대답은 짧았다.
다래는 받는다는 일을 자기 손의 동작으로만 생각했던 버릇을 내려놓았다. 누군가 물건을 붙잡으려고 자기 몸을 위험에 놓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게 만들어져야 손잡이를 건넬 수 있었다.
선실 조명에 비친 이름표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새로 붙인 화물 용도표는 출항 뒤에도 읽을 수 있었다. 다래는 펌프 고정점의 확인 화면을 한 번 보고 다시 외부 관측으로 돌아왔다. 바로잡은 실수가 모든 일을 멈추게 두지는 않았다.
해성에게 본체 상태 기록이 남아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자동 기록 일부와 대피 직전의 계기 사진이 있다고 답했다. 나래 쪽에서는 외부 손상 징후와 방열판 상태를 보완할 수 있었다.
돌아갈 집을 보면서도 돌아가도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침묵이 해성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다래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알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 쓰는 대신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지금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모두 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무진이 안전실에 근접 관측 결과를 전달했다. 상대운동은 계획 범위 안이었고, 접속부 검토가 필요했다. 가까이 온 뒤에도 귀환 연료를 따로 남겨 두고 있었다. 누군가를 태우는 계획 역시 인원 확인과 질량, 좌석 한도를 다시 검토해야 했다.
다래는 인수대장에 현장 도착을 입력했다가 완료라는 자동 선택을 지웠다.
접근. 비접속 관측 중.
주인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반납 완료를 누를 수는 없었다. 누가 받았는지, 어떤 상태인지, 아직 받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남겨야 했다.
진경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임시 연락 주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동의 항목을 정리 중이라고 했다. 다래는 지금 인원 확인을 먼저 하고, 주소 등록은 각각 설명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접수번호 L-204는 이곳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그렇다고 그 번호 하나가 사람들 모두의 주소가 될 수는 없었다.
해성이 다음 교신을 요청했다.
“받는 사람 확인부터 하시겠습니까?”
다래는 준비한 빈 이름표를 꺼내려다가 멈췄다. 지금 선실에서 이름표를 뜯는다고 저쪽 사람을 확인하는 건 아니었다. 단말의 인원 확인 칸을 열고, 공용 채널에서 말하기 어려운 정보는 따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해성은 스물세 명이라는 제보를 다시 말했다.
다래는 숫자를 지우지 않았다. 그 아래 아직 확인 전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한 분씩 확인할게요. 대표님하고 뜻이 다른 분도 같은 지원을 받는다는 설명부터 부탁드립니다.”
해성이 안쪽을 돌아보았다. 누군가 고정 띠를 고쳐 매는 소리가 들렸다. 좁은 작업실에서 사람을 한꺼번에 창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전하거나 성인 담당자가 옆으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다래는 첫 번째 수신인 칸을 열었다.
해성이 이름을 말하기 전에, 통신기 너머 다른 목소리가 들어왔다.
“물건을 받으려면 저 다섯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서명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