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의 등이 좌석에 조금 더 붙었다.
떨어졌다는 소리는 없었다. 나래가 방향을 잡는 동안 창밖 라온의 난간이 옆으로 움직였고, 몸을 감싼 띠가 먼저 선박의 일을 알려 줬다. 다래는 평소의 축 통로처럼 발로 벽을 밀지 않았다.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움직이는 바닥이 그녀를 데려가고 있었다.
“가속 구간입니다. 이동하지 마세요.”
무진의 목소리가 선실에 울렸다.
다래는 자기 앞의 화물 확인 화면을 봤다. 카트리지 상자는 고정돼 있었다. 임시 흡착통 두 개도 그대로였다. 뒤쪽의 냉각 순환 펌프 주머니만 아주 조금 기울어 보였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지 않고 고개만 움직였다.
주머니 모서리의 흰 표시가 받침 표시에서 어긋났다.
탁.
작은 소리가 났다. 주머니가 받침 끝에 닿은 소리였다. 포트에서 두 사람이 당겨 확인했던 띠의 한쪽에 틈이 생겼다.
“화물 뒤쪽 펌프 주머니가 움직였습니다. 제 자리에서는 닿지 않습니다.”
다래가 말했다.
무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확인 화면을 보고 가속을 더 늘리는 절차를 멈췄다. 계획된 추력이 줄어들자 주머니가 받침을 더 누르는 힘도 줄었다. 이미 움직인 것이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고정 실패로 기록합니다. 좌석 유지.”
다래는 손끝을 말아 쥐었다. 조금만 일어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 몸을 떠나보내면 붙잡아야 할 물체가 하나 더 생겼다.
세오도 자기 띠를 풀지 않았다.
“접속부 보호 덮개는 닫힌 상태입니다. 누출 표시는 없습니다.”
둘이 할 수 있는 보고를 먼저 했다. 무진은 안전실에 상태와 새 비행 조건을 보냈다. 아직 포트 가까운 구간이었고 중계가 열려 있었다. 지연이 생겨도 회귀할 여유는 계획 안에 남아 있었다.
다래는 화면 속 초록 확인표를 봤다.
초록색이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초록색에 너무 많은 뜻을 맡긴 쪽이 그녀였다. 포트에서 당겼을 때 버텼다는 확인이 가속 중 모든 방향의 힘을 검증한 것은 아니었다.
무진이 자유 비행 상태로 넘어간 뒤 이동 허용 범위를 알렸다. 선박이 엔진을 끈다고 곧장 멈추지는 않았다. 나래는 계획된 궤도 위를 계속 갔고, 그 안의 다래와 화물도 함께 움직였다.
다래는 허락받은 손잡이 구간으로만 몸을 옮겼다. 세오는 반대쪽에서 주머니가 더 돌아가지 않게 잡았다. 물건을 세게 당기자 세오의 어깨가 반대로 움직였다. 그는 손잡이에 건 몸을 먼저 안정시켰다.
받침 아래의 완충층이 한쪽에서 눌려 있었다.
운반 중 충격을 막는 재질이 가속 방향의 압력을 받자 예상보다 더 줄었다. 띠가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눌린 자리만큼 유격이 생겨 주머니가 움직였다.
다래는 입술을 눌렀다.
“포트에서 확인한 방향이 부족했네요.”
세오는 주머니 겉면을 살폈다.
“부품 손상은 아직 안 보입니다. 정비 확인하고 다시 고정하죠.”
틀렸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순간이었다. 다래는 먼저 무엇이 괜찮은지 물었다. 펌프의 겉면과 보호 상태였다. 선박의 일정까지 괜찮다는 뜻은 아니었다.
검사를 위해 주머니의 바깥 확인 봉인을 열었다. 세오가 부품 상태를 확인하고, 다래는 열린 시각과 검사 뒤 새 봉인 번호를 적었다. 내부 연결부의 보호는 유지했다.
받침과 선박 고정점에 맞는 보강을 한 뒤 무진에게 상태를 알렸다. 다래와 세오는 자기 좌석으로 돌아왔다. 무진은 제한된 확인 기동과 화면 관찰을 거쳐 화물이 움직이지 않는지 봤다. 안전실도 갱신된 상태를 받았다.
잠깐 늦어진 출항은, 실수를 지운 출항보다 나았다.
다래는 자기 이름 옆에 고정 재확인을 적었다. 포트 직원이 처음 검사를 했다고 그 사람 이름만 남기지 않았다. 선내에서 판정한 사람과 수정한 사람도 들어갔다.
“분실물 담당자가 비행 중에 분실물을 만들 뻔했네요.”
그녀가 말했다.
무진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발견 보고가 먼저 와서 화물로 남았습니다.”
다래는 웃지 못하다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칭찬이 아니라 다음에도 먼저 보고하라는 뜻으로 들었다.
수정된 접근 시각이 떴다. 계획보다 조금 늦어졌다. 연료와 귀환 여유는 승인 범위 안에 있었다. 무진은 도착이 늦어진 만큼 저쪽 상태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기 중계창이 열렸다.
해성은 이번에도 필요한 값부터 말했다. 산소 공급과 압력 유지. 예비 흡착통 잔량 49퍼센트. 온도는 조금 올랐다. 세오는 측정 간격과 이산화탄소 변화를 확인한 뒤 지원 준비를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왜 늦어졌습니까?”
해성이 물었다.
다래는 송신을 넘겨받았다.
“선내 화물 고정 하나를 수정했습니다. 부품은 정비사가 확인했고 손상 표시는 없습니다. 수정한 도착 예상 보내 드립니다.”
말하면서 목이 조금 말랐다. 저쪽이 불안해할까 봐 작은 점검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알아야 할 지연의 이유였다.
해성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제대로 고정하고 오세요. 우리 쪽에서도 받을 자리를 비우고 있습니다.”
그 말이 다래를 더 미안하게 했고, 동시에 덜 급하게 했다. 기다리는 쪽도 빨리만 오라고 하지는 않았다.
마루가 옆에서 자료를 보탰다. 성인 담당자가 송신 버튼을 맡고 마루는 새 접속부 사진 번호를 읽었다. 지난 교신에서 정한 교대가 실제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래는 이번에는 펜을 놓지 않고 자기 고리에 붙였다.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물건을 두려워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다음에 볼 것을 더 정확히 알려 주면 됐다.
가속 구간이 끝나자 몸을 누르던 감각이 옅어졌다.
그녀의 소매가 천천히 떠올랐다. 포트에서 무겁게 느꼈던 펌프 주머니도 화면 안에서는 다시 태연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눌린 완충층과 새 봉인 번호는 남아 있었다. 힘이 사라져도 일어난 일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창밖에 지구의 가장자리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거대한 벽 같았고, 조금 뒤에는 창 아래를 지나는 구름 같았다. 위와 아래를 하나로 정하려 하자 속이 울렁거렸다. 다래는 안내받은 고정된 선실 표시로 시선을 옮겼다.
“몸 상태 보고합니다. 조금 울렁거립니다. 의식과 호흡은 괜찮습니다.”
무진이 접수했다고 답했다. 세오는 다래에게 손이 닿는 곳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다래는 괜찮은 척하며 화면을 더 가까이 보지 않았다. 화물을 잘 보내려면 화물 담당자도 쓸 수 있는 상태여야 했다.
잠시 뒤 울렁거림이 줄었다. 그녀는 창문을 다시 보되 멀리 움직이는 구름을 쫓지 않았다. 푸른 선이 유리 끝을 따라 지나갔다. 보관소 창에서는 배경이던 것이 이 선실에서는 움직임의 크기를 보여 줬다.
라온에서 메시지가 왔다.
양말 수령자가 오늘은 늦어서 내일 오겠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직자가 급한 메시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래는 보고 목록 사이에서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평범한 반납 약속은 아직 그곳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답장은 한 줄이었다.
왼쪽에게 기다리라고 전해 주세요.
그녀는 보내고 나서 자기가 양말의 가족관계를 기록하지 않기로 했던 것을 기억했다. 오늘은 비고 칸 바깥이어서 괜찮았다.
세오는 받은 S-6 도면 위에 지원할 순서를 표시했다. 다래는 그 그림을 거꾸로 보다가 단말 방향을 돌렸다. 세오는 화면을 빼앗지 않고 어디가 실내 쪽인지부터 알려 줬다.
“우주에서는 도면에도 바닥이 있으면 좋겠네요.”
다래가 말했다.
“그래서 기준 방향을 먼저 맞춥니다. 상대 선박 쪽 기준까지요.”
두 사람은 인계용 상자의 손잡이 방향도 다시 확인했다. 나래에서 편한 방향과 S-6에서 잡기 쉬운 방향이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마지막 접근 자세가 정해지면 바꿀 수 있도록, 필요한 표지를 양쪽에 보이게 했다.
다래는 선실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벽에는 오래된 손자국이 엷게 남아 있었고, 손잡이 아래에는 여러 번 닿아 코팅이 벗겨진 자리가 있었다. 처음 타는 사람에게만 낯선 방이었다. 누군가는 이 안에서 이미 수없이 돌아왔을 것이다.
그녀는 그 자국을 보고 선박이 갑자기 튼튼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누가 잘 쓰기 위해 무엇을 덧댔는지 보였다. 세오의 좌석 옆 주머니에는 손으로 쓴 도구 수량표가 붙어 있었다. 기성 인쇄표 아래 항목 두 개가 추가돼 있었다.
“이것도 분실물이에요?”
다래가 물었다.
“구조 마치고 나면 공구 하나가 꼭 다른 주머니에 있어요. 찾기 전에 새 거 꺼내면 계속 늘어서요.”
“저희 보관소 분점 내셔도 되겠네요.”
세오가 손바닥으로 주머니를 두드렸다. 소리는 작았지만 안의 물건이 서로 부딪치지는 않았다. 다래는 그 소리를 기억해 뒀다. 아까 펌프가 낸 탁 소리와 달랐다. 잘 고정된 물건은 눈에 보이는 색보다 몸에 닿는 반응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인계 단말의 점검 항목 순서를 바꿨다. 초록 표지 확인 다음에 실제 받침 상태와 방향별 유격 확인을 넣었다. 수정을 적는다고 방금 일을 없앨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다음 사람이 같은 색만 믿고 떠나는 일은 줄일 수 있었다.
바깥빛이 꺼지자 창문에 세 사람의 얼굴이 비쳤다.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무진은 비행 화면, 세오는 계통 도면, 다래는 물품표를 봤다. 각자의 작은 화면이 같은 곳에 닿는 데 필요했다.
무진이 남은 비행 구간을 알렸다. 이미 탄 연료는 돌아오지 않았다. 화물 수정에 든 시간까지 포함해 계획을 고쳤지만, 귀환 여유를 줄여 지연을 만회하지는 않았다.
다래는 연료표 아래의 회색 칸을 보았다.
남겨 두는 것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빈 포트, 예비 연료, 비어 있는 수신인 칸. 모두 누군가 닿을 수 있도록 지켜야 하는 자리였다.
출항 뒤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때 통신이 잠깐 끊겼다. 무진은 예상된 가시선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래는 질문 목록을 쓰고 기다렸다. 모르는 침묵과 예상한 침묵은 소리가 같아도 몸에 다르게 닿았다.
새 수신이 켜지자 마루의 목소리가 짧게 들렸다.
“나래 불빛 보이는 것 같아요.”
무진은 눈으로 보인 빛을 바로 자기 선박이라고 확인해 주지 않았다. 정해 둔 표식과 관측을 맞췄다. 다래는 창밖을 보려 몸을 틀었다가 자기 자리의 작은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후보 물체가 커졌다.
S-6의 원통 옆, 멀리 떨어진 본체가 그림자를 벗어났다. 다섯 개의 모듈이 접힌 꽃처럼 모여 있었다. 그 사이로 작고 납작한 방열판이 보였다.
다래는 회수 완료라고 적힌 장부를 떠올렸다.
저 다섯 개는 서류 속에서 이미 없어진 집이었다. 이제 나래의 관측 화면이 그 집 창문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었다.
그중 한 창에는 비스듬한 푸른 천이 걸려 있었다. 폐모듈 도면에 없는 커튼이었다. 다래가 확대를 요청하기 전에 화면 아래에서 다른 빛이 켜졌다. S-6이 보내는 세 번의 접수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