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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가 아닌 것

본문 5,202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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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는 상자 이름표를 떼지 않고 그 아래 빈 종이를 붙였다.

정상 교환 카트리지.

그 밑에 한 줄을 더 썼다.

지속 운전 조건은 별도 확인.

세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바른 부품이라는 글씨만 크게 쓰면, 받는 사람은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끼우고 나면 바로 못 쓰는 건가요?”

다래가 물었다.

“처음 흡착은 할 수 있어요. 계속 재생하며 쓰려면 열원과 전력, 빼낸 열을 버릴 곳이 필요하고요. S-6은 그 조건이 부족합니다.”

“일회용처럼 쓰면요?”

“시간을 벌 수 있죠. 다만 원래 용량을 되찾는 건 아닙니다.”

세오는 임시 흡착통 두 개를 다음 레일로 옮겼다. 단순히 새 물건을 더 싣는 대신, 당장 쓸 수 있는 기능부터 고르는 손이었다. 다래는 물품표에 적힌 산소 공급 정상이라는 말을 다시 봤다.

산소가 있다는 것과 숨 쉬기 좋은 공기가 있다는 것은 달랐다.

포트 창고 직원이 운반대 하나를 더 가져왔다. 비상 지원이라고 붙은 회색 덮개 아래 여러 종류의 용기가 있었다. 모양이 비슷해서 손잡이 색만 보고는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전부 싣는 겁니까?”

직원이 물었다.

무진이 출입문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

“전부라는 질량은 없습니다. 목록 주세요.”

다래가 웃다가 물품표를 열었다. 선박은 상자 수가 아니라 질량과 자리, 사용할 순서까지 함께 받아야 했다. 같은 크기라도 비어 있는 포장과 밀도 높은 펌프는 움직일 때 달랐다.

세오는 용기를 하나씩 가리켰다.

산소 공급용. 이산화탄소 제거용. 냉각 순환 계통용.

다래는 사람 이름을 소개받는 것처럼 각각 관리 번호를 따라 읽었다. 보관소에서는 닮은 양산 두 개를 뒤바꿔 줘도 다시 찾아오면 됐다. 이번 물건은 틀렸다고 돌아올 시간을 전제로 할 수 없었다.

“산소통은 예비로 많이 가져가야 하지 않아요?”

창고 직원이 물었다.

세오는 나래 자체 비상용 재고가 유지된다는 것을 먼저 확인했다. 구조선의 비상 물품을 남의 화물과 바꿔 빼지는 않았다.

“S-6에 보내는 추가 화물은 현재 고장과 맞춰야 해요. 산소 공급은 지금 정상입니다. 산소통을 더 채운다고 이산화탄소가 없어지진 않아요.”

그는 정해진 화물 한도를 보며 추가 산소 용기 일부를 대기 품목으로 돌렸다. 다시 필요해질 가능성은 지우지 않았다. 상태가 바뀌면 다음 지원에 넣을 수 있도록 위치와 관리 번호를 남겼다.

다래는 대기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버림도 싣기도 아닌 자리가 있다는 사실이 오늘은 중요했다.

두 번째 임시 흡착통의 유효 기간 표찰이 조금 닳아 있었다. 세오는 손으로 문질러 읽지 않고 창고 기록과 실물 번호를 대조했다. 날짜는 범위 안이었지만 밀봉 상태도 따로 검사해야 했다.

다래가 봉인 줄을 비춰 주자 한쪽이 고르게 빛났다.

“좋아요. 이건 됩니다.”

세오가 말할 때에야 다래는 지원 화물로 확정했다. 장부가 된다고 한 물건과 실물이 되는 물건을 같은 줄에 놓는 데는 확인이 필요했다.

냉각 순환 펌프는 손바닥 두 개보다 조금 컸다. 다래는 그 작은 물건이 열 문제까지 끝낼 수 있을 것처럼 느꼈다.

“이거 갈면 시원해지는 거예요?”

“물을 돌리는 쪽이에요. 돌아온 열을 내보낼 방열판이 일하지 않으면 펌프만 바꿔도 해결 안 됩니다.”

세오가 답했다.

“이번 화물 중에 혼자 일하는 물건이 없네요.”

“사람도 비슷하죠.”

다래는 무진을 봤다. 무진은 대답 대신 선박 질량표를 가리켰다. 혼자 일하지 않는다는 말에도 적재량까지 함께 늘려 주는 힘은 없었다.

나래의 화물 한도 안에 들었지만 부피가 문제였다. 긴 카트리지 상자가 통로 일부를 가렸다. 다래는 포장을 벗기겠다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보호 포장이 있어야 하는 면과 단순 운반용 바깥틀을 세오에게 구분해 달라고 했다.

둘은 재사용 가능한 외부 운반틀만 포트에 남겼다. 내부 밀봉과 접속부 보호는 유지했다. 다래는 줄어든 질량을 계측 레일에서 확인하고 물품표를 다시 썼다.

상자에 쓰인 이전 질량 위에 새 숫자를 덮지 않았다. 어느 포장을 뺐는지 변경 이력에 붙였다. 받는 사람이 예상보다 가볍다고 부품이 빠진 줄 알지 않게 해야 했다.

창고 직원이 남은 운반틀을 받아 갔다.

“빈 상자 반납은 잘하시네요.”

“그게 본업입니다.”

다래는 대답하고 카트리지를 고정했다. 오늘 처음으로 본업이라는 말이 작게 들리지 않았다.

새 교신창이 열렸다.

이번에는 마루 대신 성인 담당자가 송신 버튼을 맡았다. 마루는 옆에서 자료를 넘기고 있었다. 해성은 현재 상태를 읽었다. 압력 유지, 산소 공급 정상, 예비 흡착통 잔량은 조금 내려갔다. 세오는 이전 값과 시간 간격을 함께 보았다.

변화는 처음 예상 범위 안에 있었다. 그렇다고 안심이라는 말로 마무리하지 않았다. 현재 조건이 유지되는 동안의 예상일 뿐이었다.

“재생 열원이 끊긴 게 맞습니까?”

세오가 물었다.

해성이 연결 도면의 표시를 짚었다.

“본체에서 받던 열과 전력이 같이 끊겼습니다. S-6 자체는 임시 대피용이라 오래 재생할 설비가 없습니다.”

다래는 물품표에 한 줄 더 붙였다.

지원으로 시간을 벌되 본체 복귀 또는 이송이 별도 필요.

해성은 그것을 듣고 안쪽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누군가 필터가 오면 다시 자기 방으로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해성은 아직 아니라고 답했다. 영상이 작아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말의 속도는 들렸다.

서둘러 기쁜 답을 주지 않는 일도 저쪽의 몫이었다.

세오는 새 교환품과 임시 흡착통의 연결 조건을 확인했다. S-6 안쪽 계통에 맞는 부품은 있었지만 선박과 모듈 사이의 접속부는 별도 문제였다. 아직 가까이 보지 못한 외부 덮개 사진이 다시 떴다.

무진이 그 사진을 자기 화면에 저장했다.

“근접 관측 전에는 접속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해성이 알겠다고 했다.

다래는 포장을 받는 사람 손이 장갑을 끼었을 때 어느 방향으로 풀리는지도 설명했다. 해성은 내부 작업대가 좁다고 답했다. 한꺼번에 세 상자를 열지 말고 필요한 물품만 인계할 수 있도록 포장 순서를 바꿨다.

라온에서 보기 좋은 꾸러미와 S-6에서 쓸 수 있는 꾸러미는 달랐다.

다래는 카트리지와 임시 흡착통을 각각 표시하고, 펌프 주머니는 뒤쪽에 배치했다. 전문 정비 판단 뒤에 열 물품이 앞을 막지 않도록 했다. 겉표지에는 큰 글씨로 번호와 용도만 썼다.

고장품 7-B는 보관소에 남아 있었다. 당직자에게서 봉인과 보존 상태가 정상이라는 알림이 왔다. 다래는 그 물건의 귀환을 대신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녀는 해성에게 상자 인수 목적을 읽었다.

“긴급 지원 물품. 나중 소유권 판정과 분리. 사용 후 회수 여부는 구조가 안정된 뒤 확인합니다.”

진경이 승인 번호를 붙였다. 서류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조건이 있었다.

배기완에게서 포트 변경 일정의 확인이 왔다. 추가 대기 화물은 다른 자리에 옮기고 나래 귀환 포트는 남겨 두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래는 그 회신도 화물 인계 기록 옆에 저장했다. 누가 무엇을 비워 두었는지도 구조의 일부였다.

다래에게 개인 짐을 넣을 작은 칸이 주어졌다. 그녀는 주머니를 열어 보관소 열쇠를 찾다가 빈 목걸이만 잡았다. 열쇠는 이미 당직자에게 주고 왔다. 손이 기억하는 근무는 몸보다 한발 늦게 끝났다.

작은 칸에는 보리차와 단말의 예비 전원, 여분 이름표가 들어갔다. 굵은 펜은 다시 손목에 걸었다. 마루가 찍어 보낸 사진에서 이름표 모서리가 닳아 있었던 게 생각났다. 여분을 한 장 더 넣으려다 질량표에 개인 짐 변경을 알렸다.

무진은 웃지 않고 바뀐 항목을 받았다. 너무 작은 것까지 쓰는 것 같았지만, 무엇을 작은 것으로 빼 줄지 각자 정하면 합은 아무도 모르게 됐다.

“이름표는 쓸 데가 있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아직 이름은 다 못 받았는데요.”

“그래서 빈 걸 가져가죠.”

다래는 빈 이름표를 뒤집어 보았다. 접착면을 덮은 종이에 손때가 묻었다. 빈칸이 있어 다행인 물건도 있었다.

세오가 선실에 들고 갈 설명 카드를 내밀었다. 글씨가 작아 다래가 한 번에 읽기 어려웠다. 다래는 장갑을 끼고 물건을 받을 사람 입장에서 제목과 첫 문장만 크게 바꾸자고 했다. 상세 정비 내용은 뒤에 남겼다.

세오는 자기 설명을 줄이면서 가장 오래 망설였다.

“빼면 오해할까 봐요.”

“안 읽히면 전부 빠진 거하고 비슷해요.”

그는 잠깐 다래를 보다가 새 종이를 꺼냈다. 두 사람은 앞면을 용도와 제한으로, 뒷면을 확인 항목으로 나눴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무엇을 아직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알 수 있게. 다래는 자기가 조종실에서 받았던 설명도 그랬다는 걸 떠올렸다.

남은 포장 조각은 작업대 옆 수거 주머니에 넣었다. 떠나기 전에 생긴 쓰레기가 환기구로 먼저 출발하는 일은 막아야 했다. 다래가 주머니를 닫자 창고 직원이 손가락으로 확인표를 그렸다. 그제야 레일 앞이 깨끗하게 비었다.

마지막 계측이 끝났다.

다래는 발등 고정 띠를 바꾸어 걸고 몸을 돌렸다. 반쯤 회전한 상태에서 펌프 주머니가 갑자기 무거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주머니가 무거워진 게 아니라 그녀가 방향을 바꾸려는 속도에 저항했다.

세오가 반대쪽 손잡이를 잡아 움직임을 줄였다.

“가벼운 얼굴로 버티네요.”

다래가 말했다.

“질량은 출근을 빠지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주머니를 레일에 붙이고 손을 놓았다. 손끝 하나로 움직였던 물건이 자기 몸을 돌릴 수 있다는 감각은 설명보다 오래 남았다.

무진이 동승자 안전 설명을 시작했다. 다래와 세오는 좌석, 비상 고정, 이동 허용 신호와 몸 상태 보고 방법을 확인했다. 다래의 직무 범위를 늘리는 수업은 아니었다. 모르는 상황에서 멋대로 손을 쓰지 않기 위한 준비였다.

출항 직전의 관측 갱신이 왔다.

S-6의 상대운동은 계획 범위 안에 있었다. 회전 추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전실은 출항을 승인했고, 무진은 중단 조건과 귀환 여유를 다시 읽었다.

다래는 자기 이름표를 조종석 뒤 지정 자리 옆에 붙였다.

행선지 S-6. 역할 화물 인계.

그녀가 마지막으로 카트리지 띠를 당기자 초록 확인표가 보였다. 세오가 반대쪽을 확인했다. 펌프는 별도 받침과 띠에 고정됐고, 작은 공구는 닫힌 주머니 안에 있었다.

다래는 모든 물건을 한 번 더 세고 선실로 들어갔다.

포트 출입문이 닫히며 익숙한 통신실 소리가 끊겼다. 대신 나래의 환기 장치가 낮게 울었다. 다래는 자기 몸의 고정 띠를 당겼다.

무진이 출항 절차를 읽었다.

창밖 라온의 구조물이 아주 느리게 옆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정거장을 떠나자, 다래가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면이 처음으로 몸을 받치려 했다.

6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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