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전체 이용가 4화

연료를 남기는 사람

본문 5,234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글자 크기20px회차 목록 ☰

무진이 지운 선 자리에 빈 궤도가 남았다.

다래는 화면의 작은 점을 봤다. 스물세 명이 들어 있다는 원통은 본체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아무도 밀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떨어진 뒤의 속도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았다.

“나래 출항 준비 중지.”

무진이 말했다.

포트 직원이 받아 읽었다. 다래는 손에 쥔 인계 단말을 더 꽉 잡았다. 준비 중지라는 말이 구조 중지처럼 들렸다. 무진이 다음 문장을 붙일 때까지 그 차이를 견뎌야 했다.

“목표를 S-6으로 바꿉니다. 귀환까지 다시 계산해요.”

세오는 해성에게 현재 위치부터 재확인했다.

“지금 말씀하시는 분 포함해서 스물세 명 전부 그 안입니까?”

“그렇습니다. 성인 담당자들이 나눠 셌습니다. 아직 이름을 하나씩 보내진 못했습니다.”

다래는 전원 대피 제보라고 적었다. 확인한 목소리 하나와 아직 보지 못한 사람 스물둘이 같은 원 안에 들어갔다.

“본체에서 옮긴 시각을 말씀해 주세요.”

안전실 담당자가 물었다.

해성은 자기 기록을 찾느라 잠깐 말을 멈췄다. 통신기 너머에서 접착 띠를 떼는 소리가 났다. 종이를 벽에 붙여 놓고 보는 모양이었다.

“본체 온도가 올라가서 먼저 옮겼습니다. S-6으로 전원 이동한 뒤 연결부를 닫았고요. 분리 경고는 그 다음에 났습니다.”

“분리는 직접 하셨습니까?”

“아닙니다. 비상 분리 작동 표시가 떴어요. 원인 코드는 찍어 뒀습니다.”

짧은 자료가 들어왔다. 차례로 전송되는 계기 사진 아래에는 해성이 적은 시각이 있었다. 모든 기기가 같은 시계를 쓰는 것은 아니었다. 안전실은 교신 시각과 비교 가능한 항목부터 골랐다.

대피는 고장 난 카트리지를 내보낸 뒤였다. 본체의 열 배출이 더 줄어들자 서비스 모듈로 옮겼다. 분리는 최근 교신이 끊겨 있던 구간에 일어났다. 정확한 초까지 맞추지는 못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따로 떠 있던 물체는 아니었다.

다래는 7-B 바깥의 따뜻한 단열재를 떠올렸다. 그 온기가 남아 있는 동안에도 저쪽 집은 계속 달라지고 있었다.

“왜 분리됐는지 지금 알 수 있나요?”

그녀가 세오에게 작게 물었다.

“보호 기능이 작동한 표시는 있어요. 센서가 맞게 판단했는지, 연결 장치가 고장 났는지는 가까이 가서 봐야 합니다.”

세오는 해성에게도 같은 설명을 했다. 아는 사람끼리만 조용히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무진이 물었다.

“지금 회전을 줄일 수 있습니까?”

“작은 자세 제어만 됩니다. 전력이 모자랍니다.”

“우선 더 움직이지 마세요. 지금 상태를 관측하겠습니다.”

다래는 창밖의 점이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것을 봤다. 아까는 창문이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도 그럴 수 있었지만 반짝임만으로 회전율을 정할 수는 없었다.

마루가 통신을 넘겨받았다.

“창틀이 보일 때마다 표식을 보내면 돼요?”

무진은 바로 시키지 않았다.

“창으로 이동할 필요 없는 자리입니까?”

“지금 테이블에 고정돼 있어요. 옆 화면으로 봐요.”

성인 담당자가 옆에서 위치를 확인했다. 마루는 자료를 전송했고 관측 담당자는 외부 밝기 변화와 대조했다. 회전은 빨라 보이는 빛보다 느렸다. 모듈의 양쪽 표면이 번갈아 반사하며 주기를 절반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두 번 깜빡였다고 두 바퀴는 아니네요.”

다래가 말했다.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소만 틀리는 게 아니죠.”

그의 손이 새 계획 위를 움직였다. 현재 위치가 아니라 나래가 도착할 때의 위치, 따라잡는 데 쓰는 연료가 아니라 따라잡은 뒤 속도를 맞추는 연료까지 들어갔다. S-6이 조금 돈다는 이유로 나래도 무작정 같이 돌 수는 없었다.

다래는 화물표에서 행선지를 고쳤다.

사이 본체를 지우지 않고 변경 이력에 남겼다. 새 행선지는 서비스 모듈 S-6. 목적은 긴급 생명유지 지원. 최종 접속 방식은 확인 중.

종이 한 줄을 바꾸는 데는 짧은 시간이 들었다. 그곳에 닿을 선을 다시 만드는 데는 훨씬 오래 걸렸다.

포트 직원이 다래에게 적재 대기를 알렸다. 그녀는 카트리지 상자를 멈춤 레일에 고정했다. 허가가 늦어진 상자가 통로 한가운데 남아 다른 작업까지 막으면 안 됐다.

세오의 공구 주머니에서 작은 스펀지 조각이 나왔다. 그는 그것을 벽에 붙여 두고 카트리지 접속부 사진을 받았다. 다래가 스펀지를 보자 세오가 말했다.

“냉각수 닦을 거예요. 우주에서는 바닥에 흘린 다음 걸레 찾으면 늦어요.”

“제가 오늘은 바닥 얘기를 안 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계세요.”

농담을 하는 동안에도 세오의 눈은 규격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래는 그가 잠깐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모든 사람이 무서운 표정만 짓는다고 계획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진경은 구조 승인 화면을 새로 열었다.

변경 목표에 대한 판단을 누구 이름으로 남기는지 확인했다. 미등록 거주구 본체 접근 승인이 분리 모듈로 자동 확대되는 것은 아니었다. 안전실이 관측 자료를 검토하고 구조 목표를 갱신했다.

다래가 물었다.

“승인에 사람 이름이 먼저 들어갈 수는 없나요? 물체 번호가 자꾸 달라져서요.”

진경은 화면의 대상 칸을 보다가 별도 줄을 만들었다.

신고 인원 23명. 현장 확인 전. 서비스 모듈 S-6 체류 제보.

“이렇게 같이 남기겠습니다.”

이름 스물세 개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적어도 모듈 번호를 고칠 때 사람이 빠지지 않았다.

포트 일정 화면에 새 연락이 들어왔다. 연접운송 관리자 배기완이었다. 그는 구조 계획 전체를 달라고 하지 않고 나래가 비운 접안 시간을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부터 물었다.

“귀환 시각이 바뀌면 다음 화물도 대기합니다. 빈 슬롯을 그냥 묶을 수는 없어요.”

무진은 조종사 자리에서 화면을 보았다.

“돌아와서 붙을 자리도 구조 계획에 들어갑니다.”

“알겠습니다. 예상 범위를 주셔야 조정하죠.”

기완이 말했다. 다래는 그가 방해하러 왔다고 쓰려던 마음을 멈췄다. 정말 다른 화물이 기다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구조선이 돌아올 자리를 남는 시간으로 취급할 수는 없었다.

진경이 귀환 범위와 지연 시 통보 담당을 전달했다. 배기완은 계약 일정 변경 기록을 요청했다. 진경은 지금 확정할 수 있는 것만 남기겠다고 답했다. 책임의 종이가 구조 앞을 막지 않게 하면서도, 다른 일정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교신 화면 한쪽에 짧은 실내 영상이 켜졌다. 해성의 등 뒤로 접힌 담요가 묶여 있었다. 담요 아래에는 발이 붙을 자리가 없었고, 누군가 손잡이에 걸어 둔 작은 신발 두 짝이 천천히 흔들렸다. 다래는 인원표에 없는 생활이 화면 가장자리에 먼저 도착하는 것을 봤다.

“움직이는 건 줄이고 있습니다.”

해성이 말했다.

“다들 답답해하겠네요.”

“답답하죠. 그래도 통신 맡은 애가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읽어 주고 있습니다.”

마루가 옆에서 다음 관측 시각을 또박또박 반복했다. 할 일을 주는 것과 위험을 떠넘기는 것은 달랐다. 다래는 성인 담당자가 마루의 고정 띠를 확인해 주는 손을 보면서, 화물표의 미확정 칸을 하나 더 견딜 수 있었다.

관측 두 번째 묶음이 들어왔다. S-6의 상대운동이 좁혀졌다. 주거 본체와 같은 경로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나래가 닿을 수 있는 범위에는 있었다.

무진이 연료 계획을 안전실에 보냈다.

출항과 접근. 상대속도 조절. 접속 실패 시 이격. 라온 귀환. 별도의 여유.

다래는 마지막 줄을 보았다.

“여유를 줄이면 더 빨리 갈 수 있나요?”

무진은 답하기 전에 다래를 봤다.

“어떤 일이 생겨도 계획대로 될 거라고 약속하면요.”

“그 약속은 못 하겠네요.”

“그래서 남겨 두는 겁니다.”

말이 끝나자 다래는 자기 자리도 그 여유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착하지 못할 수 있고, 닿아도 붙지 못할 수 있었다. 돌아올 연료를 태워 버리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새로 생겼다.

세오는 선내 지원을 받는 경우와 비접속으로 화물만 전달해야 하는 경우를 나누어 물품표를 만들었다. 아직 어느 쪽도 확정하지 않았다. 해성에게 접속부 사진을 부탁했지만 마루를 외벽으로 보내지는 않았다. 실내에 남아 있는 도면과 창 너머 보이는 부분만 받았다.

사진 속 접속부에는 회색 덮개가 있었다. 모서리 한쪽이 그림자에 가렸다. 다래는 확대를 해도 접속 홈 전체를 볼 수 없었다.

물건이 한 번에 선명해지지 않는다는 건 보관소에서도 늘 있는 일이었다. 주인을 찾을 때는 기다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기다리는 동안 공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래는 물품 판정 기한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 숫자로 조급함을 달랠 수 없었다. 고장품을 보존하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사람의 남은 시간은 아직 재지 못했다.

해성에게서 자세 제어 소모 기록이 왔다. 무진은 회전을 억지로 멈추는 안을 제외했다. 지금 전력을 더 쓰면 안쪽 환기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세오의 설명이 따라붙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도 일이네요.”

다래가 말했다.

“버티는 조건을 정하는 일이죠.”

세오가 답했다.

포트 창 너머 나래의 가리개가 움직였다. 새 계획이 조종석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출항 준비가 다시 시작됐지만 직원들은 아까 하던 것을 그대로 잇지 않았다. 목표와 예상 질량, 귀환 조건을 다시 읽었다.

진경이 다래의 인계 단말을 확인했다.

“동승 질량 다시 포함했습니다. 역할은 이전과 같습니다. 화물 식별과 고정, 인계 지원. 비행 판단은 조종사와 안전실입니다.”

“접수 담당이 우주선을 몰면 저희 보관소 보험도 놀랄걸요.”

“농담은 승인 항목에 없습니다.”

진경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이번에는 화면을 다래 쪽으로 먼저 돌려 줬다. 조건을 뒤에 숨기지 않는 쪽이 조금 덜 차갑게 느껴졌다.

안전실이 수정 계획의 조건부 승인을 보냈다. 회전 추정 범위가 다시 커지거나 상대운동 관측이 맞지 않으면 출항을 보류한다. 접근 중에도 같은 중단 조건이 적용됐다.

다래는 승인 문구보다 아직 비어 있는 생명유지 상태 칸을 오래 봤다. 비행할 수 있다는 말이 도착할 때까지 버틴다는 뜻은 아니었다.

통신창 끝이 가까워졌다.

마루가 다음 송신 예약을 읽었다. 세오는 넘겨받은 압력값과 예비 흡착통의 잔여 표시를 나란히 놓았다. 계기 하나는 퍼센트였고 다른 하나는 아직 단위 확인이 안 된 숫자였다.

세오가 송신기를 잡았다.

“다음엔 통 잔량만 읽지 말고 측정기 단위까지 같이 보여 주세요. 안쪽 공기 상태도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해성이 대답하려는데 뒤에서 짧은 경고음이 났다.

다래가 몸을 일으켰다. 무진이 먼저 손바닥을 들어 기다리라는 표시를 했다.

해성이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잠깐 뒤 돌아온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압력 경고는 아닙니다. 예비 흡착통 잔량 표시가 방금 한 칸 내려갔습니다.”

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