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흔엿새째 아침, 생활관의 확인은 이준이 출근하기 전에 끝나 있었다. 수리한 설비에서 새 누수는 없었고 통로에도 새 들뜸이 없다는 담당의 답이었다. 창고 안쪽의 건조와 젖은 기록물 처리는 계속됐다. 그는 답을 읽고 세수를 했다. 자기 눈이 그곳에 없었다고 현재 담당의 아침이 없는 일이 되지는 않았다.
전날 스물세 시 십칠 분의 한 건은 이번 실제 수면에서 사십 분을 치렀다. 미서에게 기록을 맞추고 나니 잠의 빚은 남지 않았다. 어깨의 묵직함까지 같은 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늦춘 출근 시각에 맞춰 천천히 밥을 먹었다. 여유가 생겼다고 생활관으로 가는 버스를 먼저 타지 않았다. 오늘 오전 배정은 센터였다.
윤단은 그를 앉아서 현재 경과를 받는 자리에 뒀다. 이준은 화면의 사진에서 제한선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밤의 봉합 뒤 바로 창고를 열지 않은 상태였다. 반장은 젖은 기록물을 맡은 사람이 오늘 범위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그 설명에 꼭 있어야 하는지 물었다. 현재 시설 경과와 보관 경과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는 답이었다.
태오는 오래된 행사 사진의 목록을 받았다. 현재 확인된 피해 범위만 있었고 모든 사진을 펼친 자료는 아니었다. 이준은 숫자 옆 빈칸을 보다가 어제 직원이 말한 작은 발표회를 떠올렸다. 소중한 기억이 든 상자라는 말은 남았지만 어떤 얼굴이 있었는지 그는 몰랐다. 오늘 그 얼굴을 아는 척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오후 설명은 센터의 작은 회의 자리에서 이뤄졌다. 보관 담당은 현재 분리한 상자의 상태와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을 말했다. 일부 인화물은 손상이 있고, 원본 필름이나 다른 사본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 중이었다. 물기를 없앤다고 인쇄된 얼굴이 전부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준은 벽을 고친 경과를 짧게 전하고 그 다음에는 듣는 쪽에 앉았다.
생활관 직원이 오래된 게시판에 붙였던 사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해인지 기억이 엇갈렸다. 태오는 현재 목록에 있는 행사 이름과 날짜를 먼저 맞췄다. 기억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자리가 되지 않게 종이를 가운데 뒀다. 이준은 오늘 자기가 사람을 대피시킬 일은 없지만, 말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게 기다리는 일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 직원은 그림으로 빈 부분을 메우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준이 모임에 왔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왜 자기 쪽으로 얼굴이 돌아오는지 잠깐 늦게 알아들었다. 옛 발표회 사진에서 번진 얼굴을 비슷하게 그려 넣으면 사람들이 더 반가워할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는 종이에 남지 않은 얼굴을 실제 있었던 모습처럼 만들 수는 없다고 답했다.
직원은 기록을 속이려는 뜻이 아니었다며 손을 저었다. 이준은 그 뜻은 알겠다고 했다. 다만 그림을 덧붙이면 어느 부분이 사진이었는지 나중에 보는 사람이 모르기 쉬웠다. 무엇보다 자기는 그날 거기 있지 않았다. 진행자에게 들은 발의 각도 한 가지로 낡은 사진 속 사람의 자세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그는 자기 모름을 상대의 나쁜 뜻으로 바꾸지 않았다.
보관 담당은 원래 사진과 현재 손상을 유지하고 다른 자료가 확인되면 옆에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군가 기억으로 그린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기억 그림이라고 분명히 나눌 수 있었다. 지워진 얼굴의 복원본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직원은 그럼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자기 기억을 따로 물어봐도 되는지 물었다. 설명은 거기서 다음 가능한 질문을 얻었다.
이준은 어젯밤 벽의 금을 붙인 손을 내려다봤다. 그 손은 기억을 고칠 수 없었다. 자격의 흰 선이 있다고 남의 얼굴을 알아내는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이 한계를 오늘 새로 실패한 능력처럼 설명하지 않았다. 원래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 말을 받은 사람들이 실제 다른 사본을 찾을 수 있는 곳을 골랐다.
태오는 행사 이름과 대략의 해를 확인한 뒤 현재 공개 범위를 물었다. 옛 참석자에게 보낼 연락은 생활관의 담당이 정해 하기로 했다. 젖은 사진을 아무 모임 대화방에나 올려 주인을 찾지는 않았다. 이준은 그 과정에 자기 연줄을 더하지 않았다. 그림 모임에서 만난 사람은 그림을 함께 본 사람이었고 갑자기 낡은 얼굴을 찾아야 하는 조사원이 아니었다.
설명이 끝난 뒤 직원은 자기에게 반가운 사진이 무엇인지 오래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표회를 열었다는 증명보다 그날 맨 뒤에서 의자를 치우던 사람이 찍힌 것이 좋았다고 했다. 이준은 그 사진이 이번 상자에 있는지 물었다. 아직 모르겠다는 답이었다. 그는 곧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하지 않고, 어떤 장면을 찾고 싶은지 들었다고 말했다.
그 말이 기대보다 작은 답처럼 들릴까 봐 잠깐 불편했다. 그러나 직원은 의자라고 적어 두겠다며 자기 종이를 꺼냈다. 날짜를 찾는 데 필요한 다른 기억도 떠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준은 구체적인 사소함이 늘 장식은 아니라는 것을 봤다. 자기 문 그림의 발을 보고 들어간다고 한 사람도 문 전체의 뜻보다 작은 방향을 먼저 짚었다.
복도에서 태오는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해도 됐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못 그리는 건 사실인데, 잘 그렸어도 답은 같았을 거라고 했다. 친구는 그러면 중요한 말을 오래 한 셈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젯밤에는 금 하나 붙이는 시간이 더 짧았다고 말했다. 태오는 오늘은 얼굴 한 명을 거짓으로 붙이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니, 표현이 좀 이상하다고 스스로 웃었다.
이준은 물을 마시고 잠깐 벤치에 앉았다. 어깨가 다시 묵직해졌다. 앉아서 말했으니 몸을 전혀 쓰지 않은 것처럼 계산할 수는 없었다. 윤단에게 현재 상태를 말하자 오늘 남은 현장 배정은 없다는 답이 왔다. 그는 집에 가는 길에 효선에게 옷만 찾겠다고 했다. 반장은 그건 자기 일정이라고 답했다. 일에서 벗어난 자리까지 보고할 버릇이 남아 있었다.
온별 세탁소에서는 선재가 작은 천 조각을 들고 있었다. 단추를 대 보고 남은 천이라고 했다. 이준은 지난번의 갈색 단추가 어느 쪽으로 정해졌느냐고 물었다. 선재는 효선이 실제 옷에 대 보고 골랐다고 답했다. 누가 고른 색인지 아는 것과 자기가 고른 색이라고 말하는 것은 달랐다. 그는 천 조각의 구김을 보다가 오늘 회의의 얼굴 이야기를 짧게 꺼냈다.
효선은 사진 속 얼굴을 그려 달랬느냐고 되물었다. 이준은 비슷하게라도 채우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고 답했다. 그녀는 자기도 없어진 옷의 무늬를 설명해 달라는 말을 들으면 어디까지 비슷해도 되는지부터 묻는다고 했다. 손님 기억의 무늬와 새 천의 무늬가 달라질 때가 있었다. 그는 그럼 언제나 똑같이 못 만든다고 먼저 말하느냐고 물었다.
효선은 같게 만들 수 있는 일도 있고 새것으로 합의하는 일도 있다고 답했다. 중요한 것은 손님이 무엇을 받고 있는지 아는 것이라고 했다. 이준은 오늘 자기가 설명한 것보다 짧은 말이라고 했다. 그녀는 자기는 이 일을 오래 했으니까 네 말보다 짧아도 된다고 웃었다. 조언 하나로 그의 오늘이 모두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물을 문장 하나는 얻었다.
선재는 자기 얼굴이 나온 옛 사진 중 싫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효선이 그때 입은 옷이 이상해서냐고 묻자 그는 사진이 찍힐 때 잠깐 웃지 않았을 뿐인데 늘 화난 사람처럼 설명돼서라고 답했다. 이준은 지워진 얼굴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얼굴도 다른 사람이 붙인 말 때문에 바뀔 수 있음을 느꼈다. 그는 선재가 그 사진을 보여 줄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았다.
작업복을 받아 가방에 넣자 효선이 오늘은 자기 번호표를 잘 챙겼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번에는 표가 먼저 돌아왔다고 답했다. 옷을 찾은 일과 생활관의 반납표 이야기가 잠깐 겹쳤다. 선재는 번호가 맞아도 자기 옷인지 한 번 보라고 했다. 이준은 접힌 소매 안쪽을 확인했다. 익숙한 수선 자리가 있었다. 작은 확인은 큰 교훈을 듣고도 여전히 손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그는 오늘 사진의 빈 곳을 떠올렸다. 자기 문 그림의 빈 안쪽과는 달랐다. 거기서는 보는 사람이 자기 장면을 넣어도 됐지만 사진의 지워진 얼굴은 실제 누군가의 과거였다. 둘의 빈 곳을 같은 자유라고 부르면 쉬운 말이 됐다. 이준은 다음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다면, 남의 사진의 날짜와 사연은 빼고 자기에게 어려웠던 선택만 말할 생각이었다.
그날 저녁 생활관에서는 이전 행사 자료의 다른 묶음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젖은 상자와 같은 해인지 아직 맞추는 중이었다. 이준은 찾았다는 말을 복구 완료로 옮기지 않았다. 현재 담당은 원래 목록을 대조하고 있었고 다음 날 답을 주겠다고 했다. 그가 오늘 더 도울 일은 없었다. 알림을 읽고 전화기를 내려놓는 것까지가 자기에게 온 경과의 끝이었다.
그림 모임 진행자는 다음번에는 생활관의 다른 방을 쓰겠다고 안내했다. 아직 창고 안쪽은 제한된 상태라 직원이 준비물을 따로 꺼내 놓기로 했다고 했다. 이준은 참석하고 싶다고 답했다. 근무와 몸이 맞는다면이라는 말을 상대에게 긴 조건으로 늘어놓지는 않았다. 오늘 알 수 있는 자기 일정에서는 갈 수 있었다. 달라지면 직접 알리면 됐다.
이번에는 무엇을 가져갈지 먼저 정했다. 고무장갑 한 짝이었다. 작업에 쓴 물건은 현장 상태로 방에 들이지 않고 자기 여분 중 깨끗한 것을 고를 생각이었다. 그것을 그리면 자기 직업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가, 장갑의 접힌 모양이 먼저 보고 싶다는 것을 알아챘다. 직업 물건도 언제나 경력 소개를 위해서만 탁자 위에 놓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깨끗한 장갑을 책상 위에 폈다. 손가락이 다섯 개 있다는 사실과 그중 어느 것이 자기 눈에 먼저 들어오는지는 별개의 일이었다. 엄지 쪽이 납작하게 눌려 작은 문처럼 보였다. 이준은 문이라고 말하려다 웃었다. 모든 모양이 문이 되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감자도 출입문을 달게 될 것 같았다. 장갑을 장갑으로 그려도 충분했다.
연필을 들자 오늘 사진 이야기를 회의처럼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잠깐 올라왔다. 그는 종이를 돌려 장갑의 그림자부터 그렸다. 오늘도 빛이 둘이라 그림자가 두 겹이었다. 하나는 짙고 하나는 흐렸다. 모르는 얼굴을 채우는 대신 지금 눈앞의 흐린 선을 더 오래 볼 수 있었다. 그 작은 선택은 오늘 거절한 일을 잊으려는 회피와는 조금 달랐다.
그림을 접기 전에는 태오에게 새 문을 달지 않은 장갑이라고 보냈다. 친구가 설명 없이는 장갑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준은 그럼 다음에는 이름을 쓰겠다고 말했다가, 아니면 직접 가져가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둘은 웃었다. 사적인 종이에서는 틀렸다는 말을 듣고 고칠 수 있었다. 그 웃음이 낡은 사진을 복원해 달라는 어려운 요청을 받을 때의 무게까지 지우지는 않았다.
밤에는 새 접수가 없었다. 미상환 대가는 영이었고 오늘 새 사용도 없었다. 그는 숫자를 맞춘 뒤 장갑을 가방의 깨끗한 칸에 넣었다. 내일 모임에서는 자기 물건의 그늘을 남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누군가 왜 엄지가 납작한지 묻는다면 아는 만큼만 말할 수 있었다. 어떤 빈 곳은 채우지 않고 남겨야 지켜지고, 어떤 빈 종이는 실제 자기 손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