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흔나흘째 낮, 생활관의 창 아래에는 햇빛이 들어와 있었다. 이준은 마른 창틀부터 만지지 않고 전날 비가 오던 때의 사진을 관리 담당에게 받았다. 사진 속 물은 복도 벽의 안쪽에서 번졌고 사람들의 젖은 신발 자국은 현관 쪽에 몰려 있었다. 두 흔적을 한 원인으로 합치면 잘못된 창부터 뜯게 될 수 있었다.
윤단은 복도를 나누어 지나갈 사람이 있는지 먼저 물었다. 낮 프로그램 하나는 다른 방으로 옮겼고, 젖은 구간 가까운 창고는 잠시 쓰지 않는다는 답이었다. 직원이 그 이동을 실제 참석자들에게 알렸는지도 확인했다. 이준은 어제 그림을 그리던 방의 문을 봤다. 오늘은 탁자가 벽에 붙어 있고 가운데에 아무 종이도 없었다.
그는 관리 담당에게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물이 생겼느냐고 물었다. 담당은 오늘 아침 청소 뒤 다시 맺혔다고 했다. 창틀 누수라고 적은 앞선 메모는 어젯밤의 짐작이었다. 이준은 그 말이 바뀐 것을 따지는 대신 어제 물기를 닦은 곳과 오늘 새로 생긴 곳을 나란히 짚어 달라고 했다. 담당의 손가락은 같은 벽 아래에서 멈췄다.
천장 위쪽은 자격을 가진 시설 담당이 확인했다. 이준은 바닥을 맡아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쪽을 지켰다. 보이지 않는 공간을 더 잘 보겠다고 의자 위로 올라갈 생각은 없었다. 낮의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많았다. 창턱은 마르고 벽 하단에는 새 물방울이 있었으며, 닫힌 창고 안에서도 비슷한 자국이 이어졌다.
창고를 열 때 관리 담당은 종이 상자부터 걱정했다. 오래된 행사 사진과 프로그램 기록이 들어 있다고 했다. 윤단은 옮길 수 있는 마른 상자를 현재 직원들이 먼저 옮기도록 범위를 맞췄다. 젖은 상자를 급히 들어 바닥에 물을 퍼뜨리지 않았다. 이준은 상자 안의 사람 이름을 들여다보지 않고 바깥의 보관 번호와 현재 상태만 받았다.
“사진까지 고칠 수는 없어요.”
그가 말하자 담당은 벽보다 사진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고 답했다. 이준은 종이를 다루는 보관 담당에게 현재 젖은 상태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온별 세탁소를 안다고 천이나 종이의 모든 손상을 같은 방법으로 다룰 수는 없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물이 더 닿지 않을 자리와 물건의 현재 주인을 분명하게 하는 일이었다.
시설 담당은 창 바로 위가 아니라 안쪽 설비에서 물이 새는 흔적을 확인했다. 현재 사용하는 물의 경로를 멈추고 확인할 배정이 필요했다. 이준은 수치나 작업 순서를 자기 판단으로 바꾸지 않았다. 해당 설비를 맡은 사람이 범위를 정했고 윤단이 생활관 운영 담당과 사용 중단을 맞췄다. 방 하나를 비운다고 건물 전체의 일이 저절로 멎지는 않았다.
물 사용이 제한되자 아래층 담당이 올라왔다. 자기 프로그램의 손 씻는 곳도 함께 멈추느냐고 물었다. 시설 담당은 영향을 받는 구획과 따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을 구별해 설명했다. 이준은 안내를 들은 사람이 다시 길을 찾는지 봤다. 종이 한 장의 중단 표시가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에게 다른 세면대의 위치까지 알려 주지는 않았다.
관리 담당이 우회 안내를 붙이러 가자 그는 빈 통로에서 물병을 마셨다. 윤단이 어제는 무엇을 그렸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창이라고 답했다. 반장은 그럼 오늘 아주 억울하겠다고 했다. 창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범인으로 불렸으니까. 그는 어제 그린 창은 감자였으니 오늘 창과는 다른 인물이라고 말했다. 반장이 짧게 웃었다.
위쪽 확인을 마친 시설 담당은 누수가 생긴 부분과 주변의 젖은 범위를 설명했다. 부품 교체는 전문 인력이 맡고 이후 건조와 안전 확인도 필요했다. 표면을 닦으면 그날 바로 같은 공간을 전부 열 수 있다는 답은 아니었다. 이준은 관리 담당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부분에서 자기 목소리를 크게 보태지 않았다. 오늘 저녁 모임을 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담당은 다음 날까지 방을 비우면 누가 연락하느냐고 물었다. 프로그램 직원이 현재 참석자 안내를 맡기로 했다. 그림 모임도 그 목록 안에 있었다. 이준은 자기에게 직접 알려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음 모임을 계속 나갈지 아직 고르지 않은 참석자였고, 오늘의 연락을 받는 사람 중 하나가 되면 됐다. 현장 직원이라는 이유로 먼저 아는 몫이 생기지는 않았다.
잠깐 뒤 진행자가 생활관에 들렀다. 가져간 종이 받침 몇 개가 창고에 남아 있다고 했다. 이준을 보자 어제 그 창이냐고 물었다. 그는 창 아래가 말라 있었다고 답했다. 상대는 자기 그림에서는 자꾸 창밖에 비가 온다고 하더니 받침은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했다. 가져갈 물건이 있다고 출입 제한을 건너지는 않았다.
진행자는 다음 모임의 장소가 바뀌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은 괜찮다고 답했다가 혹시 저녁까지 지켜보면 더 빨리 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지켜보는 눈의 수와 벽이 마르는 시간은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말하고 나니 자기에게도 필요한 말이었다. 남아 있을수록 빨라지는 일과 남아 있어도 달라지지 않는 일이 섞여 있었다.
오후에는 해당 설비 수리가 진행됐다. 이준은 자기 담당이 아닌 작업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젖은 구간이 넓어지지 않도록 생활관 직원과 통행을 보았고, 낡은 안내를 새 안내로 바꿀 때 실제 닫힌 문부터 확인했다. 점검은 끝났지만 사용 제한이 남은 공간을 한꺼번에 완료로 표시할 수는 없었다. 사람에게는 닫힌 문이 여전히 닫힌 문이었다.
창고의 마른 상자는 다른 방에 옮겨졌다. 젖은 상자는 보관 담당이 상태를 받아 따로 다뤘다. 관리 담당은 그날 작은 발표회의 사진이 들어 있다고 다시 말했다. 이준은 그 이름과 날짜를 새로 메모하지 않았다. 당장 자기 작업에 필요한 것은 상자가 안전하게 인계됐다는 사실이었다. 소중한 사연을 많이 알수록 더 올바르게 만지는 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윤단은 오후 말에 팀의 일을 한 번 나눴다. 설비 수리는 해당 담당이 끝냈고, 주변의 남은 습기와 통로 재개방 확인은 다음 점검으로 이어졌다. 이준에게는 오늘 야간 접근을 미리 잡지 않았다. 낮 원인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밤의 봉합까지 자동으로 필요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현재 본 것만 남겨 센터로 돌아왔다.
센터에서 태오가 사진 속 창이 멀쩡했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창밖 날씨가 너무 눈에 잘 띄었다고 답했다. 친구는 장부도 맨 위에 적힌 제목을 믿으면 아래 숫자를 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 제목을 감자로 바꾸면 낫겠느냐고 했다. 태오는 그런 장부는 아무도 맡기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오늘 웃음은 기록을 덜 정확하게 만들지 않았다.
저녁 식사 뒤 생활관에서 현재 경과가 왔다. 새 물은 멈췄지만 벽 안쪽의 마름과 바닥 상태 확인이 남았다. 이준은 그 보고를 창문이 고쳐졌다는 말로 옮기지 않았다. 원인은 안쪽 설비였고 작업한 사람의 이름도 따로 있었다. 내일 이 사실을 처음 듣는 직원이 다시 창 수리를 요청하지 않게 현재 설명을 짧게 맞췄다.
그때 이전의 접수 기록 하나가 전달됐다. 비 오는 날 창 아래 물기라는 제목이었다. 관리 담당이 찾아 보내며 같은 곳일 수도 있다고 했다. 기록에는 창틀을 확인했으나 뚜렷한 이상을 찾지 못했다는 답이 붙어 있었다. 이준은 그때도 오늘의 설비가 원인이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과거 상태는 지금 눈앞에 있지 않았고 남은 자료도 충분하지 않았다.
윤단은 오래된 접수가 오늘 원인 확인에 왜 필요한지 물었다. 이준은 같은 위치로 연락할 때 창틀이라고만 부르는 관성이 있다는 점은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예전 담당의 오판을 증명하는 용도로 쓰려는 것은 아니었다. 반장은 그럼 현재 원인을 먼저 쓰고 과거 접수는 위치 참고로 붙이라고 했다. 제목을 고치는 일이 사람 하나를 범인으로 만드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됐다.
그는 현재 설명에서 창틀 누수라는 문장을 지웠다. 원래 접수 내용을 없애는 대신 오늘 확인한 위치와 원인을 덧붙였다. 관리 담당에게도 그 뜻을 전하자 상대는 다음 직원이 창 쪽으로만 가는 일이 줄겠다고 했다. 이준은 아직 실제 다음 점검에서 그런 결과를 본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래도 내일 찾아갈 곳의 이름은 오늘보다 분명해졌다.
업무를 끝내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 그는 창가에 앉았다. 유리에 빗방울이 없는데도 건물의 물기가 보인다는 사실이 묘하게 남았다. 모든 고장에 적절한 배경음이 붙지는 않았다. 비 오는 날 드러난 안쪽 물은 맑은 날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어제 자신이 종이의 두 그림자 중 하나만 그렸던 것과 닮았지만, 둘을 같은 원리로 묶을 필요는 없었다.
집에서는 종이를 펴지 않고 밥부터 먹었다. 오늘 누수가 멈춘 일은 자기 연필 덕분이 아니었다. 시설 담당이 원인을 확인하고 전문 인력이 실제 수리를 했다. 그는 통로와 전달할 말을 맡았다. 공동 작업을 설명할 때 자기 손이 닿은 면적만큼만 작아져야 한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의 손도 같은 크기로 남겨 둘 수 있었다.
효선에게 맡길 옷을 꺼내다가 바지 아래의 작은 물 자국을 봤다. 그는 젖은 복도에 무심코 무릎을 댄 적은 없었는지 떠올렸다. 제한선 바깥에서 오래 서 있던 자세가 생각났다. 다음에는 물기만 보지 말고 자기 발이 놓인 면도 더 잘 봐야 했다. 몸의 조심을 현장의 정답을 찾은 사람에게 주는 상처럼 뒤로 미룰 수는 없었다.
그림 모임의 장소 안내는 아직 오지 않았다. 대신 진행자는 오늘 남은 받침을 직원이 안전한 방으로 옮겨 뒀다는 답을 보냈다. 이준은 다행이라고 답했다. 물건이 무사하다는 소식이 방을 다시 열어도 된다는 소식은 아니었다. 그는 그 차이를 남에게 설명하던 낮의 자기 문장을 여기서는 짧게만 썼다. 긴 점검 보고를 모임 대화에 붙이지 않았다.
가방 안에서는 젖지 않은 봉투가 나왔다. 큰 문 그림과 창 그림의 모서리가 조금 부딪혀 있었다. 그는 창 아래에 비를 그려 넣지 않았다. 오늘 본 원인을 종이 속 창의 죄처럼 붙이면 어제 다른 사람이 본 빨랫줄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림은 그때 방 안에 앉아 있던 자기 눈의 자리로 남아도 됐다. 실제 생활관은 별도의 사람들 손에서 고쳐지고 있었다.
태오가 저녁에 빈 의자 그림을 보냈다. 자기도 모임에 간 것은 아니며 그냥 사무실에서 생각나 그렸다고 했다. 이준은 바퀴가 다섯 개인데 두 개만 그렸다고 답하려다가 오늘 그 의자에서 무엇이 제일 보였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아무도 앉지 않은 등받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 빈 의자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자기가 배운 질문을 곧바로 남을 가르치는 말로 만들지 않았다.
밤 열한 시를 넘었지만 그는 생활관에 가지 않았다. 창밖에서 노란 금을 찾으려 커튼을 젖히지도 않았다. 오늘 접수는 낮에 맡은 범위로 끝났고 새 봉합 사용은 없었다. 미서에게 남길 미상환 건도 없었다. 그 사실은 힘이 필요 없는 도시가 됐다는 뜻이 아니라, 오늘 자기 손을 쓰지 않고도 진행된 수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잠들기 전 다음 날의 점검이 잡혔다. 설비 담당이 수리 후 상태와 남은 습기를 확인하고 윤단이 통로를 함께 보기로 했다. 이준은 자기 배정을 확인했다. 연락의 맨 아래에는 창고 쪽 문 아래가 밤에 다시 들뜨는 것 같다는 새 관찰이 있었다. 낮의 물은 멈췄다. 이제 그 뒤에 남은 물리적 상태부터, 다시 같은 벽 앞에서 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