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의 펌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강이준은 교육실 한가운데 놓인 폐기 부품을 보았다. 실제 설비와 떨어져 있는 연습용이었다. 윤단은 학생이 올 때까지 공구함을 닫아 두었다. 물을 흘려보내는 시연도 오늘 범위에는 없었다. 책상 위 종이에 무엇을 하지 않을지부터 적힌 것은 이준에게도 처음이었다.
공개회의 이틀 뒤 오후였다. 이준은 두 시간의 유급 교육을 맡았고 지완은 참여 의사를 따로 확인해 왔다. 현장 동행은 신청하지 않았다. 창가에 앉은 신입은 손목을 가린 긴 소매를 만지다가, 오늘 그걸 보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아뇨. 부품부터 봅시다.”
이준이 대답했다. 지완은 그제야 가방을 내려놓았다. 교육실을 나가도 다음 문의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의자에 앉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준은 문을 닫을지 물었다. 지완은 조금 열어 두고 싶다고 했다.
태오는 창구에서 허락받은 연습 자료를 가져왔다. 시민 이름과 실제 주소를 뺀 고장 설명 두 장이었다. 한 장은 소음, 다른 한 장은 물이 늦게 빠진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장치에서 나온 문의인지부터 아직 알 수 없었다. 정답을 맞히면 장갑을 주는 시험은 아니었다.
지완은 두 장을 한꺼번에 넘겼다. 같은 구간이면 접수 하나로 묶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준은 맞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고 무엇을 더 물을지 기다렸다. 신입의 손가락이 주소가 지워진 칸에서 멈췄다. 그는 같은 구간인지는 어떻게 아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 질문을 태오가 적었다. 지완은 자기 첫 대답도 지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어째서 묶으려 했는지 나중에 보고 싶다고 했다. 이준은 구석에 남은 지우개 가루를 쓸어 모았다. 틀린 말을 남기는 수업을 자기도 받아 본 적은 별로 없었다.
다음에는 폐기 부품을 보았다. 겉에 난 검은 자국이 원인처럼 눈에 띄었다. 지완이 그쪽을 가리키자 윤단이 부품을 가져온 담당의 설명을 읽었다. 자국은 분리 운반 뒤 생겼다. 원래 고장과의 관계가 없다는 기록이 붙어 있었다.
“보이는 게 늘 먼저 있네요.”
지완이 말했다. 이준은 자기 눈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밤에만 보이는 노란 금이 있다 해도 원인의 순서까지 보여 주지는 않았다. 오늘 오후의 이준에게는 그 금조차 없었다. 둘은 평범한 금속의 닳은 자리를 같은 빛 아래에서 봤다.
윤단은 분해와 수리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실제 장치를 다룰 자격과 안전 조건은 따로 배워야 했다. 여기서는 지금 있는 자료만으로 현장에 무엇을 요청할지 골랐다. 지완은 손을 대 보고 싶다는 말을 하다가 장갑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이준은 한때 자신도 그렇게 답부터 손으로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지완은 그래서 고쳤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친 적도 있고 사람을 더 기다리게 한 적도 있다고 답했다. 피곤해서 컵 뚜껑도 제대로 못 돌린 날의 이야기는 짧게 했다. 오래 버틴 시간을 경력처럼 늘어놓지 않았다.
태오가 다음 종이를 내밀었다. 연습 상황의 책임자가 빨리 마무리해 달라고 했다는 문장이 있었다. 지완은 현장에서 거절하면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기다린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은 그때 자기가 대신 다 해 주겠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는 입을 다물고 종이를 돌려놓았다. 자신이 있는 날만 가능한 거절권은 다음 수리자의 것이 아니었다. 윤단이 지금 거절을 받으면 누가 무엇을 이어받는지 물었다. 세 사람은 일반 점검과 통제, 주민 안내의 현재 담당을 나눠 찾았다.
지완이 연습 문장을 읽었다. 지금은 원인을 확인하지 못해 봉합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태오는 그 말을 거절 접수로 받았다. 윤단은 일반 점검의 수신을 읽었다. 종이였지만 대답 다음에 누군가 실제로 맡는 소리가 있어야 연습이 됐다.
잠깐 뒤 지완이 고개를 저었다. 원인을 알아도 오늘 자기 몸이 어렵다면 거절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준은 그렇다고 답했다. 첫 문장이 너무 좁았다는 것을 배운 쪽은 그였다. 태오는 다른 이유를 빼앗지 않는 문장으로 고쳤다.
쉬는 시간이 왔다. 지완은 화장실로 나갔고 태오는 창구 전화를 받으러 갔다. 이준은 교육실 의자에 남아 물을 마셨다. 윤단이 오늘 새 봉합은 몇 개냐고 장난처럼 묻자 그는 수도꼭지 뚜껑도 안 열었다고 답했다. 반장은 웃다가 자기 컵부터 씻었다.
복도에서는 다른 교육을 마친 사람들이 지나갔다. 지완은 돌아와도 되느냐고 문 앞에서 물었다. 이준은 아직 자기 자리가 있다고 답했다. 잠깐 나간 사람이 처음부터 참여 의사를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열린 문이 그때 제 몫을 했다.
지완은 휴게 뒤 자기 교육 참석의 품삯과 종료 인수도 확인했다. 이준의 강사비만 정해진 자리는 아니었다. 신입은 배우러 온 시간도 근무가 되는지 다시 물었고, 윤단은 현재 합의한 유급 교육 범위를 읽었다. 집에 가서 따로 답안지를 완성하라는 과제는 없었다. 지완은 아까 적은 틀린 답을 자기 확인본에 그대로 남겼다.
두 번째 시간에는 수면 대가를 다뤘다. 이준은 자기 마지막 세 봉합의 시각과 이미 갚은 백이십 분을 익명 예시로 가져왔다. 달력이 바뀌는 선과 각 작업의 스물네 시간이 따로 그어졌다. 지완은 자정 칸에 무심코 적은 세 개를 지웠다.
“자고 나면 새 날짜 아닌가 했어요.”
그가 말했다. 이준은 잠은 채무를 갚고 시간은 횟수 제한을 지난다고 설명했다. 자는 동안 스물네 시간이 지날 수도 있지만 같은 일은 아니었다. 지완은 그럼 오늘 쓸 수 있는 횟수만 보지 말고 최근 기록을 함께 봐야겠다고 했다.
미서는 약속한 짧은 설명 시간에만 연결됐다. 개인 채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말을 먼저 했다. 지완은 전에 자기가 들었던 설명을 자기 말로 다시 물었다. 미서는 그 잘못된 설명이 지금 고쳐졌는지 확인받을 경로와 본인의 개별 기록 열람을 안내했다.
그의 지난 일을 교육생들 앞에 펼치는 자리는 아니었다. 지완 곁에는 이준과 윤단만 남았고 태오도 필요한 기록만 받았다. 지완은 오늘은 개인 내용을 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서는 그 선택을 받고 정해진 시각에 연결을 끝냈다.
이준은 다음 문장을 고르기 전에 신입의 얼굴을 봤다. 지완이 펜 뚜껑을 두 번 눌렀다. 어렵냐고 묻자 쉬운 줄 알았던 질문이 어렵다고 했다. 이준은 그건 좋은 일이라고 곧바로 칭찬하지 않았다. 어려운 것을 배운 날은 그냥 피곤할 수도 있었다.
남은 시간은 짧았다. 둘은 연습 문의를 실제 담당에게 넘기려면 무엇이 부족한지 적었다. 위치 확인, 지금 위험한 사람이 있는지, 관측한 시각이었다. 기계 전체의 과거를 다 밝혀야 전화할 수 있는 표는 만들지 않았다. 모르는 채로 안전을 먼저 요청할 수 있었다.
그때 윤단의 단말기가 울렸다. 센터 뒤 물품 대기실의 미닫이문이 걸린다는 연락이었다. 현장조 한 팀이 가까이 있었고 이용자는 바깥으로 안내된 상태였다. 반장이 현재 인수를 받는 동안 지완이 장갑을 쥐었다.
“저희가 가도 돼요?”
이준은 먼저 가고 싶은 이유를 물었다. 지완은 오늘 배운 것을 바로 해 봐야 잊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윤단은 오늘 교육의 끝과 현장조의 출동이 별개라고 말했다. 안전 점검 전의 문은 연습용 펌프가 아니었다.
지완이 잠깐 고개를 숙였다. 이준은 그 모습이 무안해 보였으나 단정하지 않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 물었다. 그는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준은 자기 앞의 폐기 부품을 봤다. 그 기분을 가장 빨리 없애는 방법은 현장에 데려가는 것이었다.
대신 그는 출동한 일반 담당의 실제 수신만 같이 듣자고 제안했다. 지완은 잠시 생각하고 그러겠다고 했다. 현장은 먼저 통행을 막고 현재 원인을 확인했다. 문 아래 물품이 놓인 것과 문 자체의 마모를 구분한다는 짧은 답이 왔다.
누구도 노란 금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먼저 찾지 않았다. 지완은 장갑을 다시 내려놓았다. 일반 담당이 자기 이름으로 질문을 받는 소리가 이상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흰 선을 보이면 다른 일은 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준은 흰 선도 일을 할지 묻는 질문을 없애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말을 하면서 자기에게도 들렸다. 중앙 연결구의 출구에 맨손을 댔던 밤에도, 지금 열린 교육실에서도, 그는 누가 자기 대신 맡는다고 말해 주기 전에 먼저 움직이려 했다. 무엇이든 먼저 손을 내야 하는 습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교육의 종료 시각에 태오가 돌아왔다. 지완은 오늘 배운 세 가지를 자기 말로 읽었다. 원인은 따로 확인한다. 요청은 따로 받는다. 거절 다음에는 실제로 받을 사람이 있다. 이준은 두 번째 말 옆에 자기 몸의 조건도 적어 두자고 했다.
수업 확인은 현장 수락의 서명란과 다른 종이에 했다. 지완은 다음 교육 날짜를 오늘 고르지 않았다. 받은 내용을 보고 다시 묻고 싶다고 했다. 윤단은 문의 창구를 확인하고 그 칸을 비워 두었다. 이준의 교육 시간도 정해진 품삯으로 닫혔다.
문제의 미닫이문은 일반 점검 뒤 이용 범위를 줄여 인수됐다는 회신이 왔다. 상세 결과는 현장 담당이 남겼고 교육 자료로 가져올지는 따로 묻기로 했다. 지완은 자기가 안 가도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준은 그러니까 다음에도 무조건 안 가도 된다는 정답은 아니라고 웃었다.
신입도 웃었다. 그럼 그때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가방을 메고 먼저 교육실을 나갔다. 흰 선을 한 번도 내보이지 않은 오후였다. 이준은 책상 위 빈 자리를 오래 보지 않고 폐기 부품의 인수 담당을 불렀다.
부품을 받으러 온 사람은 수레 폭이 좁다며 책상을 옮겨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함께 한쪽을 밀었다. 오늘은 금속을 고치지 않았는데 교육실 안을 오간 질문이 꽤 많았다. 그 질문들이 부품보다 가벼워서 다음 현장까지 갈 수 있기를 바랐다.
윤단이 새 근무표를 내밀었다. 전환을 마친 생활 구간의 첫 정기 분산 교대였다. 이준에게는 현장 설명과 허용된 야간 관찰을 제안했고 봉합은 요청마다 다시 묻는다고 적혀 있었다. 지완의 이름은 아직 없었다.
그는 자기 몸과 시간을 보고 답할 기한을 확인했다. 반장은 내일 낮까지라고 했다. 오늘 두 시간의 교육을 잘 마쳤다는 이유로 그 표에도 즉시 서명하지 않았다. 가방을 닫고 나니 퇴근이 조금 일찍 온 느낌이었다.
센터 정문에서 지완이 버스 도착판을 보고 있었다. 같은 차를 탈 것 같아 이준도 곁에 섰다. 신입은 다음 수리자가 꼭 자신이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 그 질문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온 것만으로 수업은 충분했다고 답했다.
버스 문이 열렸다. 둘은 남은 질문을 다 하지 않고 올라탔다. 내일 낮에 답할 근무표는 가방 안에 있었다. 밤을 더 맡는 일보다 먼저, 오늘 끝난 수업을 집까지 가져가는 사람이 두 명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