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버틸 첫 번째 시간은 전기공의 점심에 걸렸다.
강이준은 벽에 붙인 표를 읽었다. 시설지원센터의 정비 담당 두 사람이 번갈아 한 칸씩, 쉼터 관리인과 동네 전기공이 나머지를 맡았다. 빈칸은 없었다. 그런데 네 사람 모두 같은 시각에 밥을 먹어야 했다.
“한 명씩 먹으면 되죠.”
그가 말했다. 윤단이 바로 물었다.
“먹으러 오가는 동안은?”
이준은 펜을 멈췄다. 표에는 사람이 의자에서 일어나 식당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없었다. 어제 선재가 받침을 밟고도 없어졌다고 생각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피곤한 표는 없는 시간을 자꾸 남에게서 찾았다.
하루가 지난 낮이었다. 이준은 밤 방문 뒤 귀가해 잠을 자고 나왔다. 오늘은 열한 시가 되어야 할 일이 아니라 정오의 실제 점검에 동행하는 날이었다. 새 봉합도 수면 대가도 없었다.
공용 쉼터의 문은 현장조가 고친 뒤 잘 닫혔다. 이준은 그 문을 처음 밀어 봤다. 자기가 없는 날 끝난 수리의 무게가 손잡이 안에 있었다. 관리인은 그가 감탄할 틈을 주지 않고 뒤쪽 시험실로 안내했다.
“문은 됐고, 여길 봐요. 사람들 자는 데다 장비부터 들여놓지는 맙시다.”
비어 있는 작은 관리실이었다. 쉼터의 예비 유지 장비를 점검하는 곳으로, 오늘 이용자를 옮겨 넣을 계획은 없었다. 기존 난방은 그대로 유지했다. 중앙 유지선을 끊는 시험도 아니었다.
담당 전기공은 관리망에 접속하지 않은 예비 장비의 독립 운전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필요한 안전 점검과 설치는 자격을 가진 담당자가 맡았다. 이준과 주민이 손으로 전선을 잇는 모임은 아니었다.
오늘 확인할 것은 좁았다. 정해진 작은 공간을 일반 장비와 사람의 점검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누가 관측하고 누가 연락하며, 물건과 사람을 보충하지 못하면 언제 멈춰야 하는지였다.
이준은 표 위의 임시 연결이라는 말을 봤다. 밤의 금을 붙이는 일이 떠올랐지만 여기서 연결할 것은 교대였다. 전기공이 점검을 마치는 동안 관리인은 작업 중인 문을 이용자가 착각해 열지 않게 안내했다.
효선은 장비를 만지러 오지 않았다. 자기 가게에서 필요한 물품을 잠깐 보관하고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적어 보냈다. 오후 두 시 뒤에는 혼자 가게를 봐야 했다. 그 칸에 밤까지라는 말은 없었다.
태오가 표에 그 시간을 옮겼다. 자발적인 수리연대라는 이름이 붙어도 사람에게 하루가 공짜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전기공은 자신의 품삯과 점검 가능한 범위를 말했다. 무상으로 도시를 구하겠다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센터와 쉼터가 실제 쓸 수 있는 정비 예산을 대조했다. 주민이 내어놓는 것은 물품의 사용 시간과 필요한 안내 협조였다. 시민 부과 장부의 시간을 대신 내는 방식은 아니었다. 이준은 그 구분을 표보다 먼저 머릿속에 붙였다.
첫 계획의 빈칸은 식사뿐이 아니었다. 관리인은 오후에 다른 동의 인수를 해야 했다. 이준은 그동안 자기가 앉아 있겠다고 말했다. 전기공이 고개를 저었다.
“이상할 때 연락하는 건 할 수 있겠죠. 장비 확인자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그 말이 이준의 손을 멈췄다. 자기가 늘 현장에 있었다는 것과 오늘 이 장비의 담당 자격을 갖췄다는 것은 달랐다. 선뜻 돕겠다는 사람이 빈칸을 모두 메우면 표는 완성되고 위험은 남을 것이었다.
윤단은 오늘 시험 시간을 줄이자고 했다. 전기공은 자기 점심을 늦추면 된다고 답했다. 반장은 앞의 질문을 다시 했다. 몇 시에 먹고, 그때 누가 맡을 것인가.
잠깐 침묵이 왔다. 이준은 벽에 붙인 표를 떼어 탁자에 눕혔다. 작게 적힌 칸에 사람을 맞추는 대신 시간부터 넓혀야 했다.
식사는 두 차례로 나눴고 자격이 필요한 확인은 센터의 다른 정비 담당이 짧게 인수했다. 그는 이미 현장 업무가 있어 오갈 시간을 먼저 말했다. 이준은 그 도착을 확정하기 전 다음 칸을 채우지 않았다.
“이러면 오늘 네 시간입니다.”
태오가 말했다. 시작부터 정리까지 사람이 실제로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넷이었다. 장비가 네 시간 뒤에 갑자기 고장 난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늘 확보한 인력과 물건, 연락의 범위였다.
관리인은 그 숫자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밤은 여덟 시간도 넘어요.”
“그래서 오늘 네 시간을 하루 종일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윤단이 대답했다. 이준은 자기 수첩의 중앙 대체라는 말을 줄였다. 이 작은 방의 예비 유지 점검이었다. 도시의 밤 전체를 대신했다고 말할 크기는 아니었다.
예정한 시작 시각에 독립 운전이 시작됐다. 전기공은 장비 상태를 보고 센터 정비 담당에게 확인 내용을 읽어 줬다. 이준은 창 쪽과 문 쪽 관측판을 맡았다. 둘을 같은 자리라고 생각했던 초안이 첫 관측에서 틀렸다.
문을 여닫자 입구 가까운 쪽의 상태가 먼저 달라졌다. 안쪽은 거의 같았다. 관리인이 출입 횟수를 세기 시작했다. 사람 없는 시험실의 성적을 실제 쉼터에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이준은 의자 두 개를 옮겨 통행이 반복될 때도 동선이 막히지 않는지 확인했다. 바닥의 임시 표지가 의자 다리에 가렸다. 그는 표지를 벽으로 올리고, 바깥에서 처음 들어오는 동료에게 어느 쪽으로 걸을지 물었다.
동료는 그가 기대한 곳과 다른 문을 가리켰다. 화살표가 창고 쪽으로 보인다는 답이었다. 이준은 웃다가 화살표부터 고쳤다. 좋은 계획을 알아맞혀 주는 동료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효선의 가게에서 물품이 왔다. 천 덮개와 작은 보관 상자였다. 가져온 사람은 돌아가는 길이 급하다고 했다. 이준은 확인 서명을 먼저 요구하지 않고 받을 담당을 불렀다. 물건 수령이 끝난 뒤 그 사람이 자기 일을 하러 가는 것을 보았다.
상자 하나의 손잡이가 벌어져 있었다. 예비 부속을 그대로 들고 다음 교대가 이동하기에는 불편했다. 이준은 임시로 자기 손으로 계속 받치려다 멈췄다. 또 사람 하나를 손잡이 대신 세울 뻔했다.
담당자는 내용물을 안전한 상자로 옮기고 원래 상자는 구분해 뒀다. 고장 난 상자를 안 쓰는 일도 비용에 들어갔다. 태오는 필요한 상자 수와 회수할 물건을 같이 적었다.
점심 교대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왔다. 앞 현장의 인수가 길어졌다고 했다. 전기공은 자신이 더 남겠다고 했다가 벽의 종료 시각을 봤다. 이준도 그를 봤다. 누군가 한 번 더 남으면 오늘은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윤단은 늦은 시간을 그대로 표시하고 관측을 잠시 중단했다. 안전한 대기 상태로 바꾸는 일은 담당자들이 했다. 이준은 네 시간 표에서 실제 운전 시간을 줄였다. 사람을 쉬게 했으니 실패했다고 쓸 이유는 없었다. 연속으로 유지한 것처럼 쓰지도 않았다.
관리인은 답답한 목소리로 물었다.
“중앙 유지 없이 하려면 매번 이렇게 멈춥니까?”
전기공이 자기 도시락을 들었다.
“오늘은 저도 처음 맞춥니다. 그래도 제가 안 먹는 방식으로는 내일이 안 맞아요.”
그 말에 이준은 웃지 못했다. 선재가 한 차례 연장한 밤에도 이런 작은 빈칸이 있었을 것이다. 그 빈칸을 사람이 삼킨 뒤에는, 오래 버텼다는 말만 남기 쉬웠다.
두 번째 구간은 인수 뒤 다시 시작했다. 이준은 이번에는 자리를 비우는 사람의 발소리까지 듣고 시간을 적었다. 반장이 밥을 먹으러 나가자 자신도 약속한 시간에 교대를 넘겼다. 현장을 떠나 먹는 국은 벌써 조금 식어 있었다.
식당 창밖으로 시험실의 작은 환기창이 보였다. 이준은 그쪽을 보려다 그릇을 자기 앞으로 당겼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었다. 그 사실이 불안하다는 것까지 국과 함께 삼킬 필요는 없었다.
돌아오자 관리인이 새 관측지를 내밀었다. 문을 거의 열지 않은 앞 구간보다 출입을 반복한 뒤의 변화가 컸다. 예비 물품을 바꾸는 시간에도 차이가 생겼다. 네 시간이라는 숫자 하나로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태오는 실제 운전 두 구간과 중단, 인수 지연을 다른 줄에 적었다. 오늘 조건에서 확보한 것은 네 시간의 근무 틀이었고, 연속 유지 실적은 그보다 짧았다. 야간의 더 낮은 바깥 온도와 실제 이용자 수는 아직 시험하지 않았다.
“그럼 쓸모없습니까?”
관리인이 물었다. 이준은 앞의 문을 봤다. 자기 없이 고쳐진 문이 여전히 열리고 닫혔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알게 됐습니다. 내일 필요한 사람도요. 쓸 수 없는 시간을 쓸 수 있다고 받지 않을 수 있고요.”
그가 말했다. 관리인은 고개를 곧바로 끄덕이지 않았다. 그래도 관측지를 접어 버리지 않고 자기 근무표 옆에 붙였다.
정해진 시각에 시험을 끝냈다. 담당자가 장비를 안전하게 정리했고 기존 쉼터 운영은 계속됐다. 이용자를 추운 방으로 옮기거나 중앙망을 차단한 날은 아니었다. 이준은 처음 관측판의 위치 사진과 마지막 위치를 맞췄다. 같은 방을 보고도 달라지는 조건이 많았다.
오늘 비용에는 정비 품삯, 운반, 실제 사용 물품, 교대 지연이 들어갔다. 이준의 잠 사십 분은 없었다. 대신 네 사람의 오후가 있었다. 마법을 쓰지 않는다고 값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값이 보이는 쪽으로 옮겨졌다.
그는 허용된 결과를 미서에게 전했다. 새 봉합 영 건이라는 대답과 함께 자료 연결 번호가 돌아왔다. 선재에게는 작은 시험이었고 아직 도시를 대신할 수 없다는 말까지 전해 달라고 했다.
얼마 뒤 미서가 노인의 말을 읽어 줬다.
“밥 먹는 동안 멈췄다고? 그 칸은 지우지 말라네.”
이준은 수첩의 중단 칸을 손끝으로 눌렀다. 오늘 누군가 오래 남지 않아서 생긴 멈춤이 다음 계획에 남았다.
정리를 마칠 때 한 여자가 쉼터 문 앞에 서 있었다. 시범 구역의 승강기를 자주 쓰는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소문으로는 오늘부터 중앙 유지를 끊고 손으로만 고친다기에 보러 왔다고 했다.
관리인이 실제 시험 범위를 설명했다. 여자는 듣고도 얼굴을 풀지 않았다. 승강기가 멈췄을 때 자기 어머니를 계단으로 업을 수 없다고 했다. 이준은 장비 상자에서 손을 뗐다.
여자는 현관 앞 장바구니를 안쪽으로 당겼다. 바퀴에 붙은 젖은 흙이 떨어졌다. 어머니가 저녁에 먹을 반찬을 사 오는 길이라고 했다. 승강기가 멎던 겨울에는 한 번에 들 수 있는 만큼만 샀고, 장을 두 번 보러 나왔다고 했다. 이준은 덜 돌아다니게 됐다는 말을 수첩보다 먼저 들었다.
“고장 안 나서 제가 편해진 건 맞아요.”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 그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까 봐 먼저 붙들어 놓는 목소리였다. 이준은 시험실 안의 빈 의자를 가리켰다. 장비는 정리가 끝났고 지금은 앉아도 됐다. 여자는 가방부터 놓고 잠깐 앉았다. 자기 집의 편리함을 설명하는 사람도 다리가 아팠다. 그는 당장 좋은 대안을 말하려고 서 있던 자세를 풀었다.
여자는 종이를 한 장 들고 있었다. 시범 사업의 유지 확대에 찬성했던 주민 의견서 사본이었다.
“제가 이거 썼어요. 누가 고생하는 줄 알았으면 안 썼을 거라고, 지금 말하면 너무 편한 변명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