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준은 고장 난 전등을 끄고 잤다.
사흘째라고 생각했는데 더 오래된 것 같았다. 천장 불이 켜질 때마다 한 번씩 깜빡였다. 자꾸 내일 고치겠다고 넘긴 자기 방이었다. 오늘도 부품부터 찾으려다 손을 멈췄다.
휴대폰에는 비번이라고 적힌 근무표가 있었다. 새벽 사고 대기를 맡은 번호는 자기 것이 아니었다. 선재의 상태 확인도 지원 담당이 받고 다음 날 정해진 시간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는 알람을 맞추고 침대에 누웠다. 잠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눈이 또렷해졌다. 여덟 시간의 시작을 기록하려고 휴대폰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기록보다 먼저 할 일이 있었다.
눈을 감았다.
한 번 깼을 때는 창문이 여전히 어두웠다.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준은 몸을 일으키려다 귀를 기울였다. 냉장고 뒤에서 나는 평소 소리였다. 자기 집의 작은 소리를 현장 출동처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손목에는 아무 숫자도 없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도 다시 잠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는 선재가 등받이 의자에 기대던 자세를 떠올렸다. 누워 있는 사람은 자신인데 마음은 여전히 다른 사람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침 햇빛이 커튼 아래로 들어왔을 때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다. 알람보다 조금 일찍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두 번째 눈을 떴을 때는 알람이 조용히 진동하고 있었다.
시계로 잰 침대에 머문 시간은 여덟 시간을 넘었다. 중간에 깬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실제 잠든 분량까지 채웠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머릿속에서 문장 하나가 끝나기 전에 다음 문장이 밀려오는 느낌이 줄었다.
그는 물을 마시고 밥을 데웠다. 식탁 위 나사를 치우지 않고 접시를 놓았다. 평소 같으면 한 술 먹고 전등을 열었을 것이다. 오늘은 밥을 끝까지 먹었다.
센터의 단체 대화방에 알림이 쌓여 있었다. 이준은 제목만 보고 닫았다. 내가 없어도 되는 일을 고르려고 들어가는 순간 또 일하게 될 것 같았다. 윤단에게 일어났다는 짧은 답만 보냈다.
반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졸리냐?”
“좀 덜합니다.”
“그럼 다시 누워도 되고, 산책해도 되고. 출근은 안 되고.”
이준은 웃었다. 반장 뒤에서 쇠문이 덜컹거렸다. 어제 안내받은 쉼터의 문일 것이다. 그는 무슨 소리냐고 묻지 않았다. 윤단도 현장을 중계해 주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빨래를 돌렸다. 세탁기 안에서 작업복 지퍼가 유리를 쳤다. 그 소리에 효선의 세탁소가 생각났지만 곧바로 찾아가지는 않았다. 오빠 소식을 들으러 왔다는 말 뒤에 자기 일을 더 얹고 싶지 않았다.
오전에 동네를 걸었다. 낮의 하림시는 금이 없는 도시였다. 인도 가장자리의 깨진 타일은 보였다. 점검 접수 번호가 붙어 있었다. 그는 사진을 찍으려다 이미 접수된 안내의 다음 확인 날짜만 읽고 지나갔다.
편의점 앞 노인이 종이 상자를 접고 있었다. 이준은 상자 하나가 차도로 밀려나려는 것을 발로 막아 건넸다.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도우면 안 된다는 규칙까지 만들 필요는 없었다. 노인은 고맙다고 말하고 다시 자기 일을 했다.
큰 사고도 봉합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끝난 뒤 곧바로 잊어도 괜찮은 도움. 이준은 빈손으로 공원 벤치에 앉았다.
맞은편에서는 유모차 바퀴가 낮은 턱에 걸렸다. 다른 사람이 먼저 손을 보탰다. 그는 몸을 반쯤 일으켰다가 다시 앉았다. 늦은 것이 아니었다. 이미 할 사람이 있었다.
그가 벤치에서 나온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빵집에서 작은 식빵을 샀다. 사장이 잘라 드릴까요 하고 묻자 그는 그러라고 했다. 남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받는 연습이 고작 식빵부터 시작됐다.
오후에 효선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소식은 예정대로 내일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밑에 이준의 바지 한 벌이 가게에 남았다고 했다. 급하지 않으면 다음 출근 때 가져가라고 덧붙였다.
이준은 오늘 찾으러 가겠다고 쓰다가 지웠다. 식빵 두 조각을 먹고 의자에 기대자 졸음이 왔다. 그는 졸린 것이 실패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누웠다.
다음에 깼을 때 해가 기울고 있었다. 잠깐 방 안의 시계가 잘못된 줄 알았다. 하루를 자는 데 다 쓴 것 같아 허둥지둥 앉았다가 자기 근무표를 떠올렸다.
빈칸은 아직 빈칸이었다. 누군가 몰래 자기 이름을 채우지 않았다.
냉장고에는 사 둔 채 잊은 두부가 있었다. 이준은 날짜를 보고 냄비를 꺼냈다. 센터에서는 배부른 사람도 현장이 늦어지면 다시 배가 고팠다. 그래서 집에서도 늘 빨리 먹을 것만 찾았다. 오늘은 물이 끓는 동안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파를 자르다가 두 조각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는 줍고 도마를 닦았다. 자기가 해도 되는 실수였다. 누구의 통행을 막거나 잠을 더 가져오지 않았다. 찌개 간은 조금 싱거웠다. 소금을 넣기 전에 한 숟가락 더 먹으니 그 정도도 나쁘지 않았다.
식탁에 마주 앉은 사람은 없었다. 의자를 두 개 놓고도 한쪽에 공구 가방을 앉혀 둔 채였다. 이준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빈 의자가 생기자 방이 조금 넓어졌다.
그는 국을 다 먹고 냄비까지 씻었다. 물기를 닦은 뒤 장갑을 찾으려고 손을 뻗었다가 웃었다. 부엌에서 나온 손이 다음 작업을 찾고 있었다. 오늘 저녁의 다음은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어도 됐다.
텔레비전에서는 사람들이 기차를 놓치고 웃었다. 이준은 시간을 거슬러 돌려주려는 초능력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농담을 혼자 했다. 웃는 소리가 방 안에서 조금 어색했다. 그러다가 정말 우스운 장면이 나와 다시 웃었다. 일의 끝을 확인하는 웃음과는 달랐다. 어느 칸에도 적지 않아도 됐다.
그는 화면을 끄고 창문을 잠깐 열었다. 저녁밥 냄새가 다른 집에서 들어왔다. 그 집 사람이 오늘 어떤 고장을 만났는지 몰라도, 지금은 같은 저녁이었다.
윤단의 연락은 저녁 식사 뒤에 왔다. 현장이 끝났고 보고서가 정리됐다고 했다. 이준은 오늘 작업 소식을 들어도 될 만큼 쉬었는지 자기 몸에 물어본 뒤 전화를 받았다.
“문은요?”
“닫히고 열려. 원하던 기능 둘 다.”
“안 닫히는 게 고장 아니었습니까?”
“문을 억지로 닫아 두면 안 열리는 고장도 생겨.”
반장의 목소리 뒤에서 누군가 웃었다. 이준은 현장에 있지 않았는데도 그 웃음의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급한 불편 하나를 없애다가 다음 불편을 만드는 일이었다.
윤단은 이준이 참고할 범위의 사진과 보고를 보냈다. 쉼터 문턱 아래로 바람이 들어온다는 민원이었다. 밤에 쉬던 운전자들이 문을 밀어 닫았고, 안에서는 나가는 사람이 손잡이를 여러 번 당겨야 했다고 했다.
현장조는 문짝만 갈지 않았다. 전문 정비자가 처진 부분과 마모된 부속을 확인했고, 관리인은 사용 중인 다른 출입구를 안내했다. 작업하는 동안 쉬는 사람은 옆방으로 옮겼다. 그 방도 의자만 놓여 있다고 쉼터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난방과 조명을 따로 확인했다.
사진에는 임시 안내를 들고 선 센터 동료가 있었다. 이준 대신 새 능력자가 온 것이 아니었다. 낮에도 늘 함께 부품을 나르던 사람이 자기 손전등을 들고 있었다.
태오가 기록을 보내 왔다. 민원에는 문닫힘 불량이라고만 있었는데 실제 이용자의 말로 출입 지연까지 추가했다고 했다. 관리인은 정비 뒤 점검할 다음 시간을 받았다. 이준은 사진의 마지막 장을 확대했다.
문 안쪽에 종이가 붙어 있었다.
쉬는 중입니다. 문을 세게 밀지 마세요. 출입에 문제가 있으면 관리실로.
그 아래에는 교대 연락처가 있었다. 이준의 번호는 없었다.
“밤 이음은요?”
그가 물었다. 윤단은 아직 밤 열한 시도 안 됐다고 했다. 이준은 창밖을 봤다. 해가 막 내려가고 있었다. 자기가 오늘 몇 시에 사는지도 잊고 또 밤의 결과부터 물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끝난 건 실제 수리죠.”
“맞아. 오늘 네가 확인할 건 거기까지.”
윤단은 대화를 끌지 않았다. 내일 출근 때 이용자 확인과 야간 재점검 기록을 같이 보면 된다고 했다. 이준에게 쉬는 동안 검토해 달라는 자료를 쌓아 보내지는 않았다.
통화 뒤 이준은 천장 불을 켰다. 여전히 한 번 깜빡였다. 이번에는 새 전등을 주문하지 않고 집의 할 일 목록에 적었다. 직접 손대기 전에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정비를 맡기는 항목이었다. 자기 방에도 원인 확인은 먼저였다.
그는 목욕을 하고 손바닥을 폈다. 굳은살이 물을 먹어 하얗게 보였다. 흰 선은 손목 안쪽에 남았다. 능력을 쓰지 않은 하루가 그 자국을 지우지는 않았다. 그래도 자국 때문에 오늘 밤까지 자기 시간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밤 열한 시 정각, 창밖의 건물 사이로 가느다란 노란 점이 보였다. 이준은 눈을 감았다 떴다. 시야는 열렸다. 세 번의 여력도, 채무 없는 손목도 그대로였다.
그는 커튼을 쳤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외면하는 기분이 잠깐 들었다. 그러나 센터에는 당직이 있었고 긴급 연락은 정해진 창구가 받았다. 보이는 모든 선을 자기 몸으로 따라가는 것이 업무 체계는 아니었다. 그가 없는 동안 닫히고 열린 문 하나가 오늘 그 사실을 증명했다.
침대 곁에 내일 가져갈 옷을 놓았다. 작업복 주머니에는 종이가 없었다. 빨래 전에 다 꺼내 둔 것이었다. 빈 주머니를 만지자 밖에 나가면 새 옷을 입겠다던 선재가 떠올랐다.
지금도 같은 곳에 있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쉬었다고 덜 아프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에게 갈 때 자기 다리로 걸을 수 있어야 했다. 이준은 그 생각을 의무가 아니라 내일 할 일 하나로 놓았다.
자정이 되기 전 불을 껐다. 오늘은 봉합 영 건, 새 수면 채무 영 분이었다. 쉼터의 수리는 자신이 잠든 동안 끝났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끝났다고 말해도 되는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센터에 출근하자 윤단이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준은 반장이 얼굴색을 보고 또 돌려보낼 줄 알았다. 반장은 그에게 출근 기록부터 하라고 했다.
“어젯밤 문 재점검까지 끝났어. 새 끼임 없고 바람도 줄었대. 미서 쪽도 추가 봉합 없이 관찰 안정이라고 회신 왔고.”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없어도 밤은 지나갔다. 그렇게 확인한 작은 고장 하나를 자기 이름으로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작업표의 담당자란을 읽었다.
태오가 옆에서 무언가를 건넸다. 봉투에는 외부 수리자 면담 요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준은 그 제목을 보고 반장을 봤다.
“제가 쉴 때 누가 대신 들어갔습니까?”
윤단은 고개를 저었다.
“네 대신이라는 말부터 빼. 그 사람이 자기 설명을 듣고 싶대.”
봉투에는 이름이 없었다. 본인 확인 뒤 면담 전에 알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오늘 밤 별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고, 능력에 관한 안내문을 가져오겠다고 적혀 있었다.
이준은 마지막 줄을 읽었다. 선재의 장갑 크기 이야기가 뒤늦게 떠올랐다.
기존 수리자의 미상환 채무 일부를 승계한 것으로 안내받았습니다. 제가 지금 무엇을 갚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