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물을 잠갔는데 남쪽에서는 물이 늘었다.
강이준은 지도 위 두 점을 번갈아 봤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터지는 장치 같았다.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윤단이 휴대폰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같은 물이라는 확인부터.”
이준은 입을 다물었다. 화면에는 같은 색으로 표시된 출동 요청 두 개뿐이었다. 실제 배관이 이어져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북쪽에는 가까운 당직조가 먼저 갔다. 윤단은 남쪽 보행로로 차를 돌렸다. 태오는 센터에 돌아가 시설 번호와 원래 배수 계통을 확인하기로 했다. 세 사람이 서로 다른 문으로 움직였다.
밤 열한 시 오십이 분, 보행로 입구에서 사람들이 위로 올라왔다. 문을 막은 것은 제복 차림의 관리인이 아니라 맞은편 분식집 주인이었다. 그는 빈 배달 상자를 길옆에 놓고 손을 흔들었다.
“계단 아래로 가지 마세요. 저쪽 큰길로 돌아요.”
돌아가는 길이 멀다며 투덜대는 사람도 있었다. 주인은 대답하는 동안에도 보행로를 향한 쪽문을 하나씩 불렀다. 가게 뒤로 나가는 사람이 남아 있었다.
윤단은 관리인에게 실제 인원 확인을 맡겼다. 이준은 안전선 밖에서 입구를 비췄다. 계단 아래에는 바닥의 밝은 줄이 잠길 만큼 물이 차 있었다. 물 위에 기름이나 거품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시설 담당자가 전기와 접근 위험을 확인할 때까지 아무도 내려가지 않았다. 이준은 노란 금이 보이는 벽 쪽으로 한 걸음 나갔다가 멈췄다. 숫자를 먼저 보면 몸이 그쪽으로 따라가는 버릇이 아직 남았다.
[배수 인수 대기.]
그 아래의 남은 시간은 조금씩 줄었다. 그는 실제 물높이와 글자를 나눠 불렀다. 윤단은 물높이만 현장 무전으로 전했다. 금에 대한 설명은 별도 기록에 남았다.
관리인이 돌아왔다. 가게 안과 화장실을 확인했고, 안에 있던 네 사람이 모두 지상으로 나왔다고 했다. 분식집 주인은 자기 직원을 다시 세었다. 서로 숫자가 맞은 뒤에야 빈 보행로라는 말이 나왔다.
북쪽에서 연락이 왔다. 급수실의 연결부에서 샌 물은 멎었다. 두 동의 급수는 잠시 중단해야 했다. 당직조가 주민들에게 안내하고 있었다.
“이쪽 물은 아직 올라갑니다.”
윤단이 대답했다. 북쪽 담당자는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고 자기 시설 번호를 다시 읽었다. 태오가 센터의 도면에서 선을 찾았다.
잠깐 뒤 대답이 왔다.
“공급관은 다릅니다. 북쪽에서 잠근 밸브로 남쪽 배수를 막는 구조가 아니에요. 남쪽은 빗물 집수 쪽입니다.”
이준은 지도에서 자기가 마음속으로 그었던 선을 지웠다. 비는 그친 지 오래였지만 위쪽 낮은 마당에 고인 물이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실제로 어디서 내려오는지는 담당자가 확인하고 있었다.
분식집 주인이 앞치마 끝을 쥐었다.
“그러면 둘 다 그냥 낡아서 그런 겁니까?”
“아직은 모릅니다.”
이준이 말했다.
“같은 원인이라고 확인된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주인은 답답한 얼굴을 했다. 그 답답함을 줄이려고 새 보강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준도 불과 몇 분 전 같은 결론을 내릴 뻔했다.
담당자가 보행로 옆 점검 구간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상부 집수 지점에 이물질이 쌓였고, 아래쪽 배수 구간에는 전날 남긴 임시 조치가 있었다. 다시 확인할 부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 한 군데부터 뚫으면 됩니까?”
관리인이 물었다. 담당자는 단순하게 답하지 않았다. 들어오는 물과 빠지는 물을 함께 봐야 하며, 지금은 통제를 유지한 채 전문 인력이 조치할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윤단은 사람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부터 다시 나눴다. 관리인은 위쪽 마당으로 사람을 보내 출입을 막았고, 분식집 주인은 돌아가는 길에 켜 둘 가게 불을 확인했다. 물을 직접 만지는 일은 담당자에게 남겼다.
이준의 휴대폰에 미서의 연락이 왔다. 북쪽 장부의 연계표는 닫히지 않았지만, 실제 급수 중단이 기재됐다고 했다. 남쪽은 두 기관 사이의 인수가 멎어 있었다.
“제가 북쪽까지 가서 붙여야 합니까?”
그가 물었다.
“아직 봉합 요청을 확정한 상태가 아닙니다. 현장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서가 대답했다. 여력이 셋이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이준은 자기 질문이 또 능력을 기준으로 도시를 나누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북쪽 당직조의 두 번째 연락이 왔다. 실물 수리와 재점검 계획이 잡혔고, 급수 재개 전까지 남을 담당자도 정해졌다. 주민들이 받아 둔 물을 나눌 자리를 관리인이 안내했다. 불편은 생겼지만 더 새지는 않았다.
그곳의 이음도 추가 봉합 없이 관찰 상태로 안정됐다고 미서가 전했다. 모든 고장에 자기 손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준은 벽의 노란 금을 다시 봤다. 남쪽의 금은 두 시설 번호 사이에서 벌어져 있었다. 상부 집수와 하부 배수. 실제 일을 맡은 사람이 달랐고, 전날의 임시 조치 뒤에 같은 빈칸이 남았다.
그렇다고 두 군데를 한 번으로 속여 셀 수는 없었다. 그는 미서에게 물었다.
“독립된 손상이 두 건이면 따로 접수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보는 건 공용 인수 지점 하나입니다. 맞습니까?”
미서는 장부를 넘겼다. 즉시 맞다고 하지 않았다. 담당자들이 실제 조치를 끝낸 뒤 대조하겠다고 했다. 이준은 장갑의 손가락을 폈다가 다시 쥐었다.
새벽으로 넘어간 보행로 위에서 사람이 하품했다. 분식집 주인은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지났다고 했다. 윤단은 다른 관리인에게 안내 자리를 넘기고 주인을 보내려 했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 앞치마를 벗었다.
“우리 직원도 먼저 보낼게요. 저 혼자 남아 있으면 끝난 줄 모르고 계속 기다려요.”
주인이 가게 쪽으로 돌아갔다. 이준은 그 말이 자기를 향한 것처럼 들렸다. 자기 뒤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 여기서 쓰지 않은 두 번을 남겨 두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시설 담당자들이 상부와 하부의 조치를 마쳤다. 물이 줄어드는 것을 한 번 보고 끝내지 않았다. 출입 제한을 유지한 채 변화가 멎는지 기다렸고, 서로의 점검 결과를 되읽었다. 태오는 전날 기록과 오늘 새 담당의 번호를 맞췄다.
이준은 계단 끝의 마른 안전 구역으로 들어갔다. 위험 확인을 마친 벽에 노란 선이 이어져 있었다. 물이 빠져도 인수 대기라는 글자는 남았다. 다음 날 같은 자리가 다시 비면 지금의 조치가 이름 없이 끝날 수 있었다.
윤단이 그를 불렀다.
“원인, 조치, 다음 담당.”
이준은 세 항목을 차례로 말했다. 반장은 실제 담당자의 대답까지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미서도 두 기관 사이 공용 인수 이음 한 건임을 확인했다. 상하부의 물리 조치를 봉합 두 번으로 대신하는 작업은 아니었다.
시각은 영 시 사십육 분이었다.
[대가: 다음 수면 40분.]
이준은 그 문구를 읽어 주고 수락했다. 시범 구역 분기 보강을 거절한 기록은 그대로였다. 지금 받는 것은 원인을 확인한 별개 사고의 한 건이었다.
맨손이 벽에 닿자 끊어진 선의 두 끝이 잡혔다. 이준은 한쪽을 다른 쪽에 밀어 넣지 않았다. 서로 다른 담당 이름 사이에 확인 시각을 붙였다. 손바닥 안에서 거친 감각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금이 닫혔다.
허벅지에 힘이 빠졌다. 그는 벽에 기대기 전에 윤단에게 말했고, 반장이 의자를 당겨 줬다. 손목에는 사십이 나타났다. 눈의 시야는 남았지만 다음 금을 찾으려고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한 건입니다.”
그가 말했다.
“알아. 남은 건 네가 세는 게 아니라 담당자들이 볼 거야.”
윤단이 물을 건넸다. 이준은 병을 두 손으로 받았다. 북쪽 당직조는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래 계단에서는 관리인이 안전선을 다시 확인했다. 혼자 두 곳을 뛰지 않아도 물이 줄었다.
그 사실이 기쁘면서 조금 허전했다. 자기가 없어도 된다는 것을 알기까지 왜 이렇게 많은 고장이 필요했는지 몰랐다.
분식집 주인이 셔터를 내리다가 돌아왔다. 직원은 먼저 보냈다고 했다. 그는 조리하지 않은 빵 몇 개를 작은 봉투에 담아 놓았다. 윤단은 언제까지 여기가 통제되는지 안내하고 돌아가는 길이 어두워지지 않는지만 다시 물었다.
“불 하나는 제가 켜 둘게요. 내일 전기요금까지 기적처럼 없어지는 건 아니죠?”
“그건 저희도 못 고칩니다.”
이준이 대답했다. 주인이 처음으로 웃었다. 오늘 생긴 불편을 웃음으로 지우지는 않았다. 북쪽의 물 공급 중단도, 이 가게의 늦은 퇴근도 보고서에 남았다.
센터에 돌아온 뒤 이준은 거절 사본 옆에 새 접수표를 놓았다. 두 장이 서로를 취소하지 않았다. 태오는 시간과 시설 번호를 적은 뒤 새 보강 작업과의 관계는 확인 중이라고 썼다.
“도겸 쪽에 결과 보냅니까?”
이준이 물었다. 윤단은 실제 사고 자료 중 공유 가능한 부분을 보낸다고 했다. 익명 수리자의 이름을 찾기 위한 요청은 따로 유지됐다. 오늘 누수로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정할 수는 없었다.
태오는 젖은 신발을 말릴 신문지를 찾다가 빈 종이 상자를 가져왔다. 이준은 작업화를 벗고 발뒤꿈치를 내려다봤다. 물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양말이 땀에 젖어 있었다. 밤새 물을 본 사람의 발이 정작 자기 몸의 물기는 몰랐다.
“집까지는 제가 태워 드릴까요?”
태오가 물었다. 윤단은 태오의 하품부터 봤다. 기록을 마치면 둘 다 다른 귀가편을 잡기로 했다. 누가 운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까지 현장의 끝이었다.
북쪽 주민 안내 사본이 도착했다. 급수 재개 예상은 확정이 아니라 다음 점검 뒤 다시 알림으로 적혔다. 이준은 자기가 썼다면 곧 정상화라고 마무리했을 문장을 오래 봤다.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은 좋은 말보다 다음 연락 시각이었다.
그는 자기 점검표에도 낮의 확인 담당과 연락할 번호를 더했다. 자기 손이 붙인 선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약속이었다. 태오는 두 현장의 사진을 다른 봉투에 넣었다. 같은 밤의 물이라는 이유로 같은 원본 묶음을 만들지 않았다.
새벽 한 시 이십 분, 미서에게 마지막 확인이 왔다. 새 수면 채무 사십 분, 북쪽 추가 봉합 없음. 이준은 장부의 숫자와 자기 손목을 맞췄다. 그다음 선재의 상태를 물었다.
“지금은 쉬고 계십니다. 신원 심사 쪽에 보완 결과가 왔습니다.”
이준이 파일을 열었다. 미서가 보내 준 안내에는 날이 밝은 뒤 낮 원본 대조, 그날 야간 본인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을 되찾을 기회가 실제 시각을 얻었다.
그 아래의 주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작업자 등록의 회복은 중앙 유지 채무의 해제를 의미하지 않음.
이준은 그 줄을 윤단에게 보여 줬다. 반장은 읽고 나서 의자를 밀었다.
“그래도 다음엔 부를 이름은 있겠네.”
그때 미서가 아직 통화를 끊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다만 복원 심사에 붙은 시민 동의 항목에, 고선재 씨의 서명은 없습니다. 대신 다른 자격의 서명이 연결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