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12화

고칠 수 없는 것

본문 5,216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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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은 장갑 끝에서 손을 뗐다.

“아닙니다.”

대답은 빨랐다. 너무 빨라서 선재에게보다 자기 자신에게 한 말 같았다. 노인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새 수건을 반듯하게 접고 배관 옆의 상자에 올려놓았다. 여전히 손끝이 조금 떨렸다.

미서가 대화를 멈출 시간을 알려 줬다. 윤단은 이준의 질문지를 덮었다. 종이 위에 남은 질문이 눈앞에 앉은 사람보다 급한 것은 아니었다. 이준은 그것을 알면서도 빈 이름칸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부품 소리가 난다고 하셨죠.”

그가 말했다. 윤단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준은 질문을 고쳤다. 그 소리가 지금 불편한지, 의자를 조금 옮기면 낫겠는지 물었다. 선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 가까이에 물이 차는 소리가 밤새 난다고 했다. 오늘 건강 지원을 맡은 담당자는 조금 뒤 문밖의 통신으로 상태를 확인하기로 돼 있었다.

배관을 멈추거나 밸브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윤단은 안전한 대기 구역에서 옮길 수 있는 물건부터 확인했다. 미서가 이동 가능한 범위를 표시했고, 이준은 빈 의자를 들어 소리가 덜 울리는 벽 쪽으로 옮겼다.

선재가 일어섰다. 발목의 종이가 따라 움직였다. 노인은 자신이 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천천히 걸었다. 이준은 팔을 받쳐도 되는지 물었고, 선재가 손을 내밀었을 때만 지지했다. 세 걸음 뒤 다시 앉았다.

밖으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노인은 한동안 눈을 감고 어깨를 내렸다.

“여긴 덜 울리네.”

이준은 그 말에 안도했다. 자기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너무 늦게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계단과 문만 봤다. 여기서 매일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의 소리는 묻지 않았다.

윤단이 건강 담당자에게 현재 위치와 상태를 전했다. 이준은 대기선 밖에서 기다렸다. 담당자의 말은 진단이 아니라 지금 확인할 항목과 쉬어야 할 조건이었다. 선재가 자기 몸에 관한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동안 이준은 종이 띠 사본을 파일에 넣었다.

그런데 파일을 닫는 순간, 사본의 빈 부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복귀를 다시 문의하라는 줄. 그 말도 사람 사이의 약속이었다. 시설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잇는 능력이라면, 말을 받았던 사람에게 이어진 흔적 정도는 남지 않았을까.

이준은 창구 옆으로 갔다. 안전 구역의 빈 작업표 받침에 사본을 놓았다. 미서가 그를 봤다.

“무엇을 확인하시려는 겁니까?”

“말이 끊긴 쪽도 접수인지요. 사람을 만지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궁색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사람이나 기억을 고칠 수 없다고 들었다. 그러나 고친다는 말 대신 찾는다고 부르면 될 것 같았다. 급한 마음은 종종 이름을 바꾸고 같은 일을 했다.

미서는 먼저 받침이 실제 시설이고 현재 손상은 없다고 말했다. 이준은 그 말을 듣고도 사본 옆에 맨손을 댔다.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몰랐다. 손 아래에는 마른 나무의 차가움만 있었다.

노란빛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락 문구도 없었다.

그가 선재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자 손끝만 더 차가워졌다. 한 번만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욕심을 능력은 이해해 주지 않았다. 원인도 실제 조치도 없는 곳이었다. 종이에 이름을 얹는다고 봉합 대상이 생기지는 않았다.

“안 됩니다.”

미서가 말했다. 위로하듯 낮춘 목소리가 아니었다.

“증언이 빠진 것과 시설의 이음이 끊긴 것은 다릅니다. 고선재 씨의 기억은 접수 항목이 아닙니다.”

이준은 손을 거뒀다. 대가는 생기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손이었다. 그 사실이 다행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잠깐 걸렸다.

윤단은 손목부터 보지 않았다. 이준의 얼굴을 봤다.

“네가 모르는 걸 저분이 당장 기억해야 하는 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 손은 몰랐나 봐.”

이준은 장갑을 다시 꼈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방금 그는 선재의 잘못된 기록을 고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기록을 고치는 데 필요한 대답까지 노인에게서 빨리 꺼내고 싶어 했다. 두 욕심이 붙어 있었다.

선재는 멀리서 보고 있었다. 이준이 돌아오자 빈 의자를 발끝으로 가리켰다. 가까운 곳이 아니라 대화하기 편한 거리였다.

“뭐가 됐나?”

“아무것도 안 됐습니다.”

“그럼 손은 괜찮네.”

선재가 말했다. 이준은 웃지 못하다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실패한 일을 설명하러 왔는데 노인은 손부터 물었다. 효선이 자기 얼굴을 걸레에 비유하던 말이 떠올랐다. 남매는 닮은 말을 다른 모양으로 했다.

“죄송합니다. 모르는 대답을 빨리 얻으려고 했습니다.”

이준이 말했다. 선재는 괜찮다고 해 주지 않았다. 수건의 끝을 만지며 한동안 배관을 봤다. 이준은 침묵을 채우지 않고 기다렸다.

“오늘 말한 걸 다 적을 건가?”

노인이 물었다.

“허락해 주신 것만 적겠습니다. 지금 안 정하셔도 됩니다.”

“내가 남은 날이 있다고 한 건, 아직 효선이한테 말하지 마. 내가 먼저 순서를 맞춰야겠어.”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에게 중요한 사실일 수 있었지만 자기에게 공개 권한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윤단도 그 요청을 들었다. 미서는 임시 열람 메모에 전파 제한을 표시했다.

선재는 자신의 과거를 한꺼번에 넘겨주지 않았다. 대신 오늘 필요한 것을 두 가지 말했다. 새 작업복의 주머니가 옛것과 같은 쪽인지, 다음에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받을 수 있는지. 이준은 뒤의 옷걸이에서 작업복을 내려 허락받은 자리에서 펼쳤다.

주머니는 반대쪽이었다.

“이건 효선 씨도 모르셨을 겁니다. 새 옷이라서.”

“그럼 약 넣을 때 헛손질하겠네.”

노인이 웃었다. 이준은 그 작은 불편을 고치는 법은 알았다. 약은 건강 담당자와 확인하고, 옷은 원하면 효선에게 위치를 전해 수선을 부탁하면 됐다. 기억을 잡아당기지 않아도 이어 줄 말이 있었다.

선재는 작업복을 다시 걸어 달라고 했다. 아직 입지 않았다. 이준은 소매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옷걸이 높이를 고쳤다. 노인이 밖에 나가면 입겠다고 한 선택은 그대로 남았다.

돌아가는 길에 미서는 접수 장부를 보여 줬다. 이준의 새 봉합은 영 건이었다. 최근 봉합 세 건의 제한 시간은 이미 지났고 수면 채무도 없었다. 오늘 손을 댄 받침에는 일어난 일이 없으므로 작업으로 만들지 않았다.

이준은 그 빈칸을 오래 보다가 파일을 닫았다.

밤 열두 시 전에 문을 나왔다. 윤단이 복귀 인원을 확인하고 태오에게 연락했다. 별관 밖 공기는 차가웠다. 이준은 차에 타기 전에 손을 폈다. 흰 선이 그대로 있었다. 쓸 수 있다는 것이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늘 한 게 없다는 표정 하지 마.”

윤단이 말했다.

“의자 세 걸음 옮겼습니다.”

“그 사람이 덜 시끄럽다고 했잖아.”

이준은 차 문을 열었다. 가장 큰 일이 끝나지 않으면 작은 일의 값도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자꾸 자신의 손을 너무 먼 곳에 넣었다. 세 걸음을 자기 수첩에 남길 자리가 필요했다.

다음 날 낮 효선에게 연락했다. 선재의 상태와 의자 위치, 새 작업복 주머니 이야기를 전했다. 기억에 관해 더 묻다가 멈췄다는 사실도 말했다. 노인이 아직 가족에게 전하지 말라고 한 말은 옮기지 않았다.

“그렇게 못 기다리겠으면, 여기 와서 단추나 골라.”

효선이 말했다. 이준은 정말 세탁소에 갔다. 그녀는 네모 상자에 섞인 단추를 탁자에 쏟았다. 수거 요청서 때문에 밤새 옷을 보관하느라 평소 일을 놓쳤다고 했다. 태오는 오후에 요청서의 근거를 다시 확인하러 오기로 했다.

이준은 크기가 같은 단추를 골랐다. 비슷해 보이는 것도 빛에 비추면 홈이 달랐다. 효선은 옆에서 손님의 바지 밑단을 접었다. 다리미 김이 올라오자 안경에 옅은 물기가 맺혔다.

“오빠가 말 안 한다고 네가 대신 말할 생각은 하지 마.”

그녀가 말했다.

이준은 고개를 들었다. 효선은 바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사람 원래 말 느려. 부품 사 오라는 것도 가게 앞에 와서야 다 말하는 사람이야. 답답해서 내가 자꾸 대신 골랐지.”

“틀린 걸 사 가셨습니까?”

“자주.”

이준은 이번에는 웃었다. 효선도 웃다가 작은 단추 하나를 집었다. 흔한 갈색 단추였지만 그가 모은 것과 구멍 사이가 달랐다. 그녀는 그것을 다른 그릇에 놓았다. 말이 느리다고 들을 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태오가 왔을 때 상자 절반이 정리돼 있었다. 방문 요청서는 정식 수거 명령이 아니라 협조 요청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근무 종료를 입증하는 새 원본은 아직 받지 못했다. 효선은 작업복을 당분간 기존 보관 기록대로 두겠다고 답했다.

태오는 신원 심사의 보완 항목도 가져왔다. 선재의 현재 진술이 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을 유일한 요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급여·근무표·현존 대조를 추가로 붙일 수 있었다. 기억을 더 캐묻지 않고도 갈 길이 있었다.

이준은 자기 몫의 확인을 맡았다. 센터에 남은 당시 설비 번호와 실제 근무 구역을 다시 맞추기로 했다. 태오의 일을 통째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할 부분이었다. 효선은 단추 그릇을 거두며 그제야 차를 내왔다.

센터로 돌아오자 폐기 대기 표시가 붙은 의자가 복도에 나와 있었다. 이준은 등받이를 보고 잠깐 멈췄다가 담당자에게 상태부터 물었다. 다리가 흔들려 빼 둔 물건이었다. 남는다고 곧바로 보내면 안 됐다. 그는 시설 창고에서 점검이 끝난 여분 의자를 찾아 이동 허락을 받았다.

등받이는 낮았고 천은 오래되어 색이 바랬다. 그래도 앉아 보니 몸이 뒤로 기울지 않았다. 이준은 의자를 한 번 닦고 내일 전달 예정이라는 표를 붙였다. 선재의 이름은 쓰지 않고 물품 번호만 적었다. 허락받지 않은 사람이 수령인을 알 필요는 없었다. 손목이 뜨거워지거나 금이 닫히는 일은 없었다. 깨끗해진 손잡이를 놓자 그만큼의 일이 끝났다.

휴대폰에 정산소의 새 작업표가 도착했다. 다음 날 밤 시범 구역 분기 보강, 수리자 강이준. 확인 전인데 담당자란이 이미 채워져 있었다. 이준은 화면을 확대했다. 시민 대상 부담의 설명은 첨부가 없었고 적용 범위만 넓게 적혀 있었다.

윤단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장은 말없이 내용을 읽다가 물었다.

“네가 받았어?”

“아직 아닙니다.”

“그럼 그 상태부터 알려.”

이준은 답장을 쓰려다 멈췄다. 여력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세 번의 여력이 있고 잠도 갚았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자기 이름으로 적어야 했다.

그때 미서에게 전화가 왔다. 작업표를 보냈다는 안내였다. 그는 먼저 물었다.

“이거 제가 거절하면 어디에 남습니까?”

잠깐 침묵이 왔다. 창구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미서는 아직 접수되지 않은 빈 양식을 찾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다만 거절란을 쓰신 분이 오래 없었습니다.”

12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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