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11화

세탁소의 수선표

본문 5,257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글자 크기20px회차 목록 ☰

효선은 가위를 닫았다.

“이걸 뜯으면 뭐가 있었는지 모르게 되지?”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은 작업복 안감의 파란 선을 가까이 보았다. 천을 갈라 숨긴 주머니가 아니었다. 이미 벌어진 안쪽 단의 틈으로 누런 모서리가 조금 나와 있었다. 그곳에 무엇이 든 줄 모르고 옷을 여러 번 폈다.

효선은 두 손을 떼고 물러났다. 자기 오빠 옷인데도 허락 없이 만지면 안 되는 물건처럼 보였다. 이준은 그 표정을 보고 장갑을 집으려던 손을 내렸다.

“누가 빼낼지 같이 정하죠. 효선 씨가 그때 그대로 두신 게 중요하니까요.”

태오는 인수 때 찍은 사진을 열었다. 팔꿈치와 안주머니, 옷 전체의 앞뒤가 남아 있었다. 벌어진 단은 사진에도 보였다. 이준은 오늘 처음 만든 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숨을 놓았다.

윤단은 담당 기록 기관에 상태를 전했다. 옛 작업복은 정식 증거물로 압수된 물건이 아니었고 효선이 맡겨 보관하던 개인 물품이었다. 다만 신원 대조에 이미 사용했다. 태오는 새 발견의 위치와 꺼내는 전후를 남기도록 안내받았다.

효선이 장갑 낀 손으로 기존 틈을 벌렸다. 찢거나 바느질을 풀지 않았다. 안에서 나온 것은 반듯한 쪽지가 아니라 길쭉한 종이 띠였다. 반으로 접혀 안감의 수선표와 함께 들어 있었다.

“종이보다 실이 먼저였어.”

효선이 말했다. 그녀는 빼낸 띠를 평평한 천 위에 놓고 작업복의 파란 선을 가리켰다. 예전에 선재가 팔꿈치의 찢어진 자리를 대충 꿰매 왔을 때였다. 실이 옷 안쪽까지 너무 길게 이어져 왜 이렇게 낭비했느냐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길을 잊지 않으려고 그랬대. 난 늙어서 그러는 줄 알았지.”

그녀가 웃으려다 멈췄다. 이준은 말 대신 종이 띠의 접힌 부분을 봤다. 모서리마다 짧은 글자가 있었다. 부품 반납함, 물품 창고, 뒤편 통로. 그 옆에 동그란 점과 가느다란 사선이 그려져 있었다.

태오가 오래된 별관 평면도 사본을 꺼냈다. 종이에 그려진 모양이 건물 전체를 그린 지도는 아니었다. 사람이 걷다가 만나는 문턱과 물건의 위치만 이어 놨다. 작업복에 수선한 파란 선도 같은 순서로 꺾였다.

“들어간 길 말고 돌아오는 길인가 봅니다.”

이준이 말했다. 윤단은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적힌 방향부터 확인해.”

종이의 한쪽 끝에 작은 화살표가 있었다. 중앙 연결구라는 이름은 없었다. 별관 설비 통로에서 출발해 외부 물품 반납창구로 향했다. 지금 들어가는 정산소의 문과 다른 물리 통로였다. 막힌 곳을 마음대로 넘는 비밀 길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효선은 띠의 뒷면을 보고 손을 멈췄다. 크게 쓴 글씨가 아니라 수선 날짜를 적듯 작게 눌러 쓴 말이었다.

반납만 접수됨. 복귀는 다시 문의.

이준은 어제 받은 방문 요청서의 본인 희망 현장 이탈이라는 문구를 떠올렸다. 반납된 의복은 있었다. 그런데 옷 안의 사람은 복귀를 문의했다. 두 기록이 같은 시점을 말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오빠 글씨야.”

효선이 말했다. 태오는 그녀가 알아본 이유를 물었다. 효선은 선재가 비읍을 쓰는 모양과 숫자 둘의 끝을 가리켰다. 집에서 보관한 수리 메모도 가져왔다. 태오는 필적 감정이 끝났다고 쓰지 않고 가족이 식별한 근거라고 적었다.

“이걸로 돌아오고 싶었다는 건 되잖아.”

효선이 말했다. 이준은 대답하기 어려웠다. 윤단이 먼저 의자를 당겼다.

“그날 문의한 흔적은 됩니다. 그전이나 뒤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본인에게 물어야 하고요.”

효선은 턱을 한 번 굳혔다. 오랜 기다림을 또 유보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종이를 덮지 않았다. 오빠가 남긴 것을 자기 마음에 맞는 부분만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럼 물어. 나한테 좋게 만들어 전하지 말고.”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가 새 작업복을 밖에서 입겠다고 한 말을 전했듯 이번에도 그가 할 수 있는 말만 전해야 했다.

태오는 종이 띠를 따로 담고 원래 있던 위치의 사진 번호를 적었다. 작업복과 분리 보관하되 서로 찾을 수 있도록 같은 수령 기록에 연결했다. 옷은 효선이 보관했고 사본만 센터로 가져왔다. 방문 요청서의 수거 권한과 근무 종료 근거는 여전히 확인 중이었다.

그날 낮은 차갑게 맑았다. 이준과 윤단은 별관의 물품 담당자를 만났다. 허가받지 않은 통로를 찾아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옛 반납창구의 위치와 현재 용도를 물었다. 담당자는 뒤편 창고를 가리켰다.

“지금은 서류 보관 쪽입니다. 중간 문은 폐쇄했어요.”

폐쇄된 이유는 배관 증설이었다. 무서운 봉인도 마법의 벽도 아니었다. 실제 자재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준은 그 설명을 적으면서 이상하게 안도했다. 사람이 만든 길은 사람에게 이유를 물을 수 있었다.

점검 동행 범위를 확인하고 안으로 갔다. 태오는 센터에서 옛 물품 인수 목록을 찾았다. 복도에는 바퀴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이준은 낮이라 노란 금을 보지 못했다. 오늘 쓸 눈은 누구에게나 있는 눈이었다.

통로 중간에서 바퀴 달린 빈 상자가 바닥의 낮은 턱에 걸렸다. 물품 담당자가 손잡이를 잡아당기려 하자 이준이 반대쪽 바퀴를 봤다. 찢어진 포장 끈이 축에 감겨 있었다. 그는 허락을 받고 빈 상자를 안전한 자리로 옮겼다. 담당자가 묵은 끈을 풀 동안 윤단은 뒤에서 오는 사람을 기다리게 했다.

상자가 다시 굴렀다. 복도에는 쇠바퀴가 우는 소리가 길게 났다. 이준은 조금 전까지 멀게만 느껴지던 종이의 점들을 다시 봤다. 선재도 이 턱을 넘었을 것이다. 물건을 밀던 손으로 벽을 짚고, 안감에 길을 그렸을 것이다. 그런 상상을 증거로 쓸 수는 없었지만 노인의 걷는 속도를 기다릴 이유는 됐다.

종이 띠의 세 번째 점에 해당하는 곳에서 낡은 벽 고리를 발견했다. 작업복을 걸어 받던 자리라고 담당자가 설명했다. 선재의 옷도 이곳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은 있었다. 언제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이 고리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윤단은 현장 사진을 찍되 기록물의 내용이 나오지 않도록 방향을 바꿨다. 이준은 고리 아래의 마른 벽면을 보았다. 새 작업복이 걸린 중앙 연결구의 벽이 떠올랐다. 옷이 먼저 나오는 길과 사람이 나와야 할 길이 달랐다.

“다시 열 수 있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담당자는 오늘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중간 설비와 출입 권한을 함께 검토해야 했다. 이준은 수첩에서 지름길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점검 후보라고 다시 적었다.

반납창구의 옛 근무일지에는 의복 수령 한 건이 남아 있었다. 날짜가 효선이 기억한 날과 맞았다. 수령인란에는 성만 있었다. 태오가 전화로 일련번호를 맞춘 뒤 나머지 기록은 공식 대조 요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은 고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봤다. 사람을 데리고 나올 통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진 이탈이라는 단정과 다른 물건의 경로 하나를 찾았다. 다음 질문은 조금 더 좁아졌다.

센터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윤단이 물었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그분한테 이거 보여 드리는 거요.”

“그다음은?”

“나오겠다고 했다고 말하게 하고 싶습니다.”

말하고 나서 이준은 앞유리를 봤다. 자기 대답이 너무 빨리 나왔다. 윤단은 핸들을 돌리면서 잠깐 기다렸다. 정지 신호에 차가 멎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말해야 네 말이 맞아지는 질문이면 오늘은 하지 마.”

이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선재를 믿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이 찾아낸 길에 선재를 세우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둘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효선에게 낮의 확인 결과를 전했다. 반납창구 위치와 의복 수령 날짜는 맞았고, 실제 복귀 거절의 결정 과정은 아직 몰랐다. 그녀는 긴 숨을 내쉬고 새 수건을 챙겨 달라고 했다. 선재에게 물어보는 동안 손이라도 닦을 수 있게.

“좋은 대답 하라고 주는 거 아니다. 그냥 수건이야.”

효선이 덧붙였다. 이준은 가방의 별도 칸에 그것을 넣었다. 종이 띠 사본과 닿지 않는 자리였다.

밤 열한 시 이십 분, 예정된 상태 확인을 위해 별관에 들어갔다. 실물 통로는 낮 담당자의 점검을 마쳤고 미서가 진입 기록을 받았다. 표식과 작업표는 그대로였다. 새 봉합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준의 시야에는 금이 돌아왔지만 손목에 숫자는 없었다.

계단 아래 선재는 새 수건부터 받았다. 물품 전달과 수령 기록을 마친 뒤 그는 수건을 손바닥에 문질렀다. 효선이 어떤 말을 붙였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그냥 수건이라는 말을 그대로 전했다.

선재가 짧게 웃었다.

“걔는 꼭 그냥이라고 해야 주더라.”

노인은 수건을 무릎 위에 놓았다. 새 작업복은 여전히 벽걸이에 있었다. 발목에 연결된 장부도 그대로였다. 건강 상태는 정해 둔 지원 담당자에게 전달됐고, 오늘 대화를 길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가 미서에게 와 있었다.

이준은 종이 띠 사본을 꺼내기 전에 보여 드려도 되는지 물었다. 선재는 손을 내밀었다. 사본의 선을 따라가는 손끝이 첫 모서리에서 멎었다. 노인은 글씨보다 파란 수선표의 사진을 오래 봤다.

“그때 문이 이쪽으로 열렸지.”

“물품 반납창구였습니다. 지금은 중간이 막혀 있고요.”

이준이 말했다. 선재는 더 아래를 짚었다.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배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이준은 질문을 하나만 꺼냈다.

“복귀를 다시 문의하셨습니까?”

“했겠지. 저렇게 적었으면.”

확인된 대답은 아니었다. 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다음 말을 서둘렀다.

“누가 안 된다고 했습니까?”

윤단이 옆에서 그를 봤다. 선재는 사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느리게 숨을 쉰 뒤 종이를 돌려줬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밸브 이름은 생각이 나. 그날 바꾼 부품도.”

그가 배관 쪽으로 턱을 움직였다.

“그런데 얼굴이 없어. 소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름을 찾으려 하면 자꾸 그 소리만 나.”

이준은 받아 든 종이를 구기지 않으려고 손을 폈다. 여기까지 온 길이 다시 흐려지는 기분이었다. 미서가 오늘은 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선재는 괜찮다는 말 대신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내가 못 나간 날하고, 내가 남은 날을 섞으면 안 되는데.”

노인이 낮게 말했다. 이준은 고개를 들었다. 선재는 더 말하지 않았다. 과거에 남은 선택이 있다는 사실만 문장 가장자리에 걸렸다. 지금 따져 묻는다면, 오늘 잠깐 열린 기억마저 닫힐 것 같았다.

배관 옆의 얇은 금이 이준의 눈에 들어왔다. 선재의 손 바로 뒤였다. 잠시 동안 금이 기억의 빈자리와 같은 모양처럼 보였다. 그는 위험한 생각을 알아차리고도 장갑의 끝을 만졌다.

고장 난 것을 잇는 손으로, 끊긴 말을 조금이라도 이어 줄 수 있다면.

선재가 이준의 손을 봤다. 자기 얼굴을 보던 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본 듯했다.

“젊은 사람.”

노인이 그를 불렀다.

“내가 기억 못 하는 게, 네가 고쳐야 할 고장이야?”

11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