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장 위층 창문에 손바닥 하나가 붙어 있었다.
강이준은 손을 흔들어 대답했다. 유리 너머 사람이 손전등으로 두 번 응답했다. 저 높이, 저 거리에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접수 화면에 적힌 퇴근 완료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한 명입니까?”
윤단의 물음에 작업 수건을 두른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저 안에는 반장님 한 분. 아래에 둘 더 대피했습니다. 현장 책임자는 지금 오고 있어요.”
그는 자기 보관함 열쇠를 손에 쥐고 있었다. 작은 쇠 조각이 땀에 젖어 반짝였다. 버스에서 내릴 때보다 얼굴이 창백했다.
윤단은 구조대와 시설 담당자의 도착 위치를 확인했다. 이준에게는 통제선 밖에서 입구 상태를 보라고 했다. 야간 이관 도장이 붙은 배치도를 태오가 펼쳤다. 지도에는 이미 사용 종료된 구역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 위층에서 사람이 창을 두드렸다.
이준은 노란 금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적재 승강기는 멎어 있었고, 상부 하역장의 바닥 가장자리로 빛이 벌어졌다. 대피 통로의 문까지 두 군데에서 끊겼다. 사람에게 직접 이어지는 선은 없었다.
“다른 데도 세면 안 돼요.”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윤단이 돌아봤다.
“뭘.”
“눈에 보이는 게 둘인데, 하나인 척 세면 안 된다고요.”
정류장 한 건을 이미 썼다. 이 구역 둘을 각각 봉합하면 세 번째였다. 돌아갈 때는 더는 금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준은 그 사실을 무전 기록에 남겼다. 말하고 나자 입안이 더 말랐다.
윤단은 큰소리로 결론부터 말하지 않았다. 구조대장과 현장을 확인한 뒤 이준을 불렀다. 일반 계단은 적재물이 넘어져 막혔고, 별도 통로를 이용하려면 상부 하역장에 안전한 대기 공간이 필요했다. 승강기를 사람 수송용으로 돌리는 계획은 없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것과 없어도 할 수 있는 걸 나눌 거야.”
반장이 말했다.
“갑자기 안 보이면 제가 멈추겠습니다.”
“네가 멈추는 것까지 계획에 넣었다고.”
그 말이 이상하게 무겁게 들렸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마지막 한 번을 믿는 것보다, 자신이 안 될 때도 일이 이어지는 것을 믿는 쪽이 더 어려웠다.
시설 담당자가 승강기 주변의 위험 조치를 맡았다. 구조대는 바깥 접근 경로와 상부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준은 멀리서 보이는 두 갈래 금의 위치를 태오의 사진 번호에 붙였다. 실제 균열은 일반 카메라에도 보였다. 노란빛은 자기 설명에만 있었다.
밤바람에 적재장 포장 비닐이 울었다. 누군가 퇴근하면서 접다 만 상자들이 벽에 기댔다. 상자에는 내일 아침 배송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준은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눈을 돌렸다. 내일 아침보다 지금 위층의 손이 먼저였다.
현장 책임자가 도착했다. 그는 출입 통제를 해제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작업 종료가 떠 있었고, 그 뒤의 재개 요청은 받은 곳이 없었다. 이준이 손전등으로 창을 비추자 안의 반장이 다시 응답했다.
“명단부터 다시 세세요.”
윤단이 말했다. 책임자는 휴대폰을 들고 아래의 작업자들을 불렀다. 누가 퇴근했고 누가 대기했는지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준은 화면의 글자를 바꾸려고 사람의 대답을 고르는지 지켜봤다.
작업 수건의 남자가 자기 이름 옆 완료 표시를 보더니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난 아직 열쇠도 안 넘겼어요. 저거 틀린 거예요.”
“그건 업체 쪽 일괄 처리라서.”
책임자가 말하자 남자가 반장의 창문을 가리켰다. 더 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다. 책임자는 입을 다물고 표시를 고쳤다. 이준은 틀린 기록을 인정하게 하는 데 위층의 손바닥 하나가 필요했다는 것이 서늘했다.
안전 조치를 마친 상부 대기 구간으로 이동 허가가 났다. 이준은 윤단과 구조대의 지시에 따라 올라갔다. 손전등이 움직일 때마다 노란 선이 하역장의 가장자리에서 흔들렸다. 실물 파손 부위는 임시 지지와 출입 제한으로 분리돼 있었다.
담당자가 확인을 마칠 때까지 이준은 안전 구역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손에 식은땀이 찼다. 창 안의 사람이 기다리는 것도 같은 시간인데 자기 쪽에서만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것 같았다.
“보고 있어요.”
그는 창을 향해 말했다. 상대가 들었을지는 몰랐다. 손바닥이 잠깐 떨어졌다가 엄지를 올렸다. 이준은 그제야 턱의 힘을 풀었다.
첫 봉합은 상부 하역장의 이음이었다. 실제 원인으로 확인된 받침 손상은 안전 조치를 마쳤고, 시설 담당자의 재점검까지 접수됐다. 이준은 손을 뻗기 전에 다음 담당의 이름을 다시 들었다.
[대가: 다음 수면 40분.]
정류장에 이어 두 번째. 그는 수락했다. 바닥 가장자리의 금이 손바닥 아래에서 조용히 모였다. 빛을 붙이는 동안 발끝이 저려 왔다. 멎어 있던 승강기가 다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대기 공간의 틈이 잠정적으로 안정된 것뿐이었다.
이준은 일어나려다 한 번 주저앉았다. 윤단이 무릎 앞에 서서 창을 가렸다.
“나 봐.”
그가 반장을 올려다봤다.
“대답 되는지 보려는 거야. 손 떨림은?”
“있습니다.”
“숨은?”
“금방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금방 말고, 가라앉으면.”
반장은 물병을 열어 줬다. 이준은 뚜껑을 돌릴 손힘을 아꼈다. 물이 목을 넘어가는 감각이 분명했다. 피로가 조금 줄어들 때까지, 대피 통로의 문은 다른 사람들이 맡았다.
시설 담당자가 문의 손상과 적재물 간섭을 바로잡았다. 구조대가 그 안에서 나오게 할 사람의 동선을 정리했다. 윤단은 이준이 보던 금의 위치 대신 벽에 남은 실물 표시를 읽으며 앞뒤를 맞췄다.
“그냥 문만 열면 안 됩니까?”
현장 책임자가 물었다. 이준은 고개를 저었다.
“문은 고치고 계십니다. 그다음 길이 남았어요.”
반장이 그 말을 일반 구조대에게는 다르게 설명했다. 출입구 상태를 재확인하고 한 사람씩 이동하겠다고.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실제 구조를 멈추게 할 권한은 이준에게 없었다. 다만 이미 본 위험을 말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태오가 아래에서 문서 사본을 들고 올라왔다. 계단 끝 안전선 안쪽에서 사진을 보여 줬다. 대피 통로의 시설 번호와 사용 종료 표식의 번호가 서로 달랐다. 같은 층의 빈 창고를 폐쇄하면서 공용 통로까지 함께 닫은 기록이었다.
“정확히는 이 문을 닫으라고 한 원본이 없어요.”
그가 말했다. 현장 책임자가 옆에서 번호를 확인했다. 다른 창고의 종료 건을 철회하고 공용 통로 확인 담당을 지정했다. 종이를 고친다고 문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았다. 밖의 담당자는 계속 실물 정비를 하고 있었다.
문 안에서 가벼운 두드림이 났다. 반장이 자기 가방을 유리 가까이 들어 보였다. 아직 기다릴 수 있다는 뜻 같았다. 이준은 손가락으로 짧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실제로 괜찮은지 확인할 때까지는 그 뜻을 대신 정하지 않기로 했다.
통로 끝의 금은 사람 얼굴 높이에 걸려 있었다. 이제 원인을 알고 실제 조치도 끝났다. 이것을 붙이면 이준의 시야가 닫힌다. 그는 남은 선의 위치를 다시 읽었다. 문턱 안쪽에서 왼쪽 벽, 사람 키 두 개쯤 길이, 같은 출입구로 나옴.
윤단이 되읽었다. 태오가 사진 번호를 적었다. 구조대원은 자신의 손전등 방향을 바꿔 통로 전체를 비췄다. 그들의 눈에는 없는 선을 위해 각자 가진 것을 조금씩 보태고 있었다.
“다음 건은 없습니다.”
이준이 말했다. 윤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말했지. 내가 기억해.”
장갑을 벗자 밤바람이 축축한 손가락 사이로 들어왔다. 그는 안전 확인을 마친 벽에 손을 댔다. 정류장의 기다림과 이곳의 퇴근 완료가 비슷한 모양으로 손 안에 걸렸다. 끝났다는 글자 옆에 끝나지 않은 사람이 남아 있었다.
[대가: 다음 수면 40분.]
세 번째. 이준은 수락한 뒤 숨을 길게 내쉬었다. 금을 붙잡은 손이 흔들렸다. 윤단은 그의 팔을 잡지 않았다. 대신 몸이 무너지면 받칠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이준은 그 위치를 눈의 끝에 넣고 마지막 매듭을 이었다.
빛이 닫혔다.
곧이어 세상이 그대로인 채 한 겹 어두워졌다. 손목의 흰 선도 가늘게 멎었다. 금이 사라진 벽에는 묵은 얼룩만 남았다. 방금까지 길을 알고 있던 눈이 이제는 남들과 같아졌다.
문 안쪽에서 구조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나오라는 안내였다. 이준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균형을 잃었다. 바닥이 기운 것이 아니었다. 자기 무릎이 힘을 놓았다.
윤단의 손이 겨드랑이를 받쳤다. 옆의 대원이 팔꿈치를 지지했다. 이준은 두 사람의 무게 안에서 넘어지기를 멈췄다.
“다음 벽이 안 보입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았다.
“우린 보여.”
윤단이 대답했다.
“타일 깨진 자리 앞에서 멈추고, 저 표시 따라 나갈 거야. 네가 아까 같이 확인한 길.”
손전등 빛이 벽을 훑었다. 노란 선은 없었다. 흰 테이프에 적힌 사진 번호는 읽혔다. 이준은 그 숫자를 보고 발을 옮겼다. 자기 눈만 믿었더라면 돌아오지 못했을 길이었다.
작업장의 반장이 문을 넘었다. 그녀는 걸을 수 있었고 가방도 직접 들었다. 구조대는 곧장 안쪽을 비웠는지 확인했다. 현장 책임자가 다른 작업자 둘에게도 인원을 다시 물었다.
아래로 내려온 뒤에야 작업 수건의 남자가 보관함 열쇠를 반장에게 내밀었다.
“이거 넘기고 가려고 했는데.”
반장은 열쇠를 받지 않았다. 남자의 젖은 수건을 먼저 가리켰다.
“그거부터 벗어. 감기 걸린다.”
남자가 웃다가 한 번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손이 떨리는 모양이었다. 이준은 의자에 앉아 그 작은 인계를 지켜봤다. 이름 없는 누락이 한밤의 세 건이 된 뒤에야 사람 둘이 같은 자리에 섰다.
윤단은 이준에게 더 이상 현장 사진을 찍게 하지 않았다. 태오가 작업 기록을 받아 들었다. 손목에는 백이십이 떠 있었다. 정류장과 하역장, 대피 통로의 값이었다. 출구에서 갚은 전날의 값까지 다시 더하지는 않았다.
그는 차에 기대 눈을 감았다. 야간 시야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게 할 생각도 없었다. 운전석에 앉는 윤단의 문 닫는 소리가 유난히 가까웠다.
“반장님.”
“말 아껴.”
“저 안 보일 때, 바로 나오셨네요.”
“연습한 대로 했어. 네가 맨날 마지막에 연습 망칠까 봐 걱정했지.”
이준은 웃을 힘이 없어 숨만 내쉬었다. 그 숨이 웃음처럼 나갔다. 윤단은 시동을 걸기 전에 그의 안전띠부터 확인했다.
태오가 창밖에서 점검표를 들었다. 공식 보고 양식을 현장 책임자가 보내 왔다고 했다. 두 곳의 설비 조치는 고장 건수에 잡혔다. 그러나 위층에 남았던 작업자는 특이사항에조차 없었다.
“왜요?”
이준이 물었다. 태오가 화면을 돌렸다.
기록 기준 시각 이전 퇴근 처리. 현장 체류 인원 영 명.
조금 전 창문에 붙어 있던 손바닥은 숫자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