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귀환 작업자 세 명.
강이준은 그 숫자에서 자기 이름을 빼고 싶었다. 선재를 데리고 계단을 뛰어오르면 될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의 기운 덮개만 없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몰랐다.
윤단이 그의 앞을 막았다. 손전등 불빛이 덮개의 잘린 그림자를 훑었다.
“사람 위치 확인했어. 다음은?”
“돌아갈 길이요.”
“네 발밑부터.”
출구의 사각형은 이준의 어깨 너비보다 조금 넓었다. 문이 닫히는 게 아니었다. 열린 문 양옆의 벽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뒤에서 태오가 반장을 불렀지만 끝말이 젖은 종이처럼 찢어졌다.
이준은 선재에게서 눈을 떼고 돌아섰다. 효선의 사진은 안주머니에 넣었다. 사진 속 남자가 늙은 남자의 발목을 대신 잡아 줄 수는 없었다.
계단 첫머리의 점검 덮개가 처져 있었다. 덮개를 받치던 한쪽 지지대는 녹슨 자리를 드러낸 채 벽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 틈으로 문틀 아래의 유도 표지가 비스듬히 끼었다.
“바깥에서도 보입니까?”
윤단이 무전했다. 세 번을 불러야 태오의 대답이 왔다.
“문 아래가 들렸어요. 시설 담당자 여기 있습니다. 안쪽에서 당기지 말래요.”
이준은 손을 뗐다. 자기도 모르게 문틀을 붙잡고 있었다. 장갑에 묻은 가루가 손전등 안에서 흩어졌다.
미서가 계단 위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장부를 가슴에 붙이고, 좁아지는 문 옆에 섰다. 창구에서 보던 고른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높아졌다.
“현재 경로가 복귀를 접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말이 문을 넓혀 줍니까?”
이준이 물었다. 미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원인을 구분하려고 말씀드렸습니다. 점검문 손상과 복귀 항목 누락이 겹쳤습니다.”
윤단은 문 바깥의 담당자에게 보이는 손상을 전했다. 이준은 빛이 걸린 곳만 따로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을 따라 공구를 넣게 할 수는 없었다. 반장은 그의 말 중 실물 위치로 바꿀 수 있는 것만 다시 확인했다.
바깥의 작업등이 켜졌다. 태오가 틈 너머에 종이 한 장을 들었다. 굵은 펜으로 쓴 글자였다. 목소리가 끊겨도 읽을 수 있었다.
현장 작업자 세 사람. 복귀 예정 세 사람.
정산소의 상주 담당자인 미서는 작업자 수에 넣지 않았다. 태오는 들어간 두 사람과 안에서 찾은 선재를 따로 세고 있었다.
선재가 계단 아래에서 말했다.
“내 건 빼. 내 표는 안 받아.”
이준은 뒤를 봤다. 노인의 발목에서 이어진 종이들이 계단 끝까지 느리게 끌려 나왔다. 종이가 닿는 자리마다 이음의 노란빛이 낮아졌다.
“예정이라고 썼습니다.”
윤단이 대답했다.
“나왔다고 안 썼어요. 못 나오면 그 이유도 남길 겁니다.”
이준은 그 차이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되찾기도 전에 성공한 구조로 만들어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처음부터 숫자에서 빼지도 않았다.
미서가 장부를 펼쳤다. 출입 세 사람 옆에 복귀 칸이 없었다. 칸을 덮은 얇은 종이에는 중앙 관리 중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녀는 그 종이를 찢지 않고 가장자리에 정정 요청을 적었다.
“제가 등록한 두 방문자의 복귀란은 열 수 있습니다. 고선재 씨 항목은 잠겨 있습니다.”
“잠금 푸는 데 필요한 건요?”
“현존 작업자의 신원과 미종료 원본입니다. 지금은 원본의 연결만 확인됐고 본인 대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준은 선재를 봤다. 여기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름의 증명은 아직 아니었다. 화가 났다. 그러나 화를 내서 넘길 수 있는 발밑도 아니었다.
바깥에서 금속이 울렸다. 윤단은 모두를 손상 구간에서 물렸다. 미서도 계단 중간까지 내려왔다. 좁은 문 안으로 자꾸 손을 뻗으려는 이준을 반장이 안전모 뒤쪽으로 잡아 세웠다.
“네 손이 부품이야?”
“아닙니다.”
“그럼 부품 올 때까지 기다려.”
문 밖에서 시설 담당자가 상태를 알려 왔다. 덮개를 받치는 임시 조치를 하고, 통로를 막은 손상물을 따로 고정하겠다는 말이었다. 통신은 여전히 끊겼다. 태오가 종이에 큰 동그라미를 그렸다가 지우고, 확인 중이라고 다시 썼다.
다 되지 않은 일을 다 됐다고 하지 않는 사람. 이준은 그 종이를 보는 동안 숨을 조금 덜 급하게 쉬었다.
선재가 기침했다. 이준은 물병을 꺼냈다가 멈췄다. 건너편까지 던질 거리가 아니었다. 덮개의 틈 아래는 어두웠다.
노인이 손바닥을 폈다.
“물은 있어. 저 위에 놔두고 가. 돌아오는 사람 마시게.”
“선재 씨 것도 가져올 겁니다.”
“부품부터 챙겨. 물병은 나중에 잃어도 되니까.”
그가 조금 웃었다. 효선의 사진 속 얼굴과 같은 곳에 주름이 잡혔다. 이준은 그제야 찾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름표도 장부도 아닌 사람이 말을 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이준은 발목의 종이들을 봤다. 노란 선은 사람 살을 파고들지 않았다. 대신 작업화 밑창 주변에 모여,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배관 쪽으로 팽팽해졌다. 마음대로 끊으면 어디가 풀릴지 알 수 없었다.
가까운 종이에 이름 하나가 보였다. 동하 지하차도에서 장바구니를 맡겼던 노인이 내민 약 봉투의 이름과 비슷했다. 확신할 수 없어 이준은 입을 다물었다. 다음 종이에는 정류장 구역명과 차감 시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미서 씨. 이건 제 사십 분하고 다릅니까?”
미서가 종이의 머리글을 읽었다.
“수리자 선택란이 없습니다. 부과 대상 분류가 주민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동의했는지는요.”
“이 장에는 없습니다. 없는 것과 동의하지 않은 것은 아직 다릅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장부의 빈 여백에 같은 문장을 썼다. 이준은 그 신중함이 답답했지만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분명히 틀린 일을 찾으려면, 자신이 먼저 틀린 말을 늘리지 않아야 했다.
그때 문이 한 뼘 더 좁아졌다. 태오가 들고 있던 종이가 길게 접혀 보였다. 바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준은 손목의 사십을 확인했다. 전날 새벽의 한 건, 오늘 밤 진입 때 한 건. 잠을 자서 갚은 것과 하루 안에 쓸 수 있는 횟수는 별개였다. 남은 한 번을 쓰면 더는 금을 볼 수 없었다.
“이번 걸 출구에 쓰면, 안쪽은 못 봅니다.”
윤단이 대답했다.
“그래. 그래서 지금 봐 둬.”
이준은 놀라 반장을 봤다.
“한 번 더 쓰라는 말이 아니야. 사라지기 전에 네 눈으로만 아는 걸 말하라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 세 번째 아래, 선재 오른발에서 나가는 선, 배관 표식의 갈라진 네모. 윤단이 실물 사진을 찍고 번호를 붙였다. 사진에는 노란 선이 없었다. 이준은 사진 번호 옆에 자신만 본 정보를 불렀다.
미서가 장부를 지켰다. 선재는 이준이 놓친 종이의 모서리를 작업화 끝으로 조금 밀어 주었다. 세 사람의 목소리가 번갈아 울렸다. 구조되지 않은 사람이 자기 구조에 필요한 것을 골라 주고 있었다.
문 밖에서 두 번 노크가 났다. 태오가 접은 종이를 틈으로 밀었다. 실물 임시 조치 확인. 통행은 한 명씩. 재점검 담당 지정.
윤단은 시설 담당자에게 내용을 되읽어 확인했다. 그제야 이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 아래의 덮개는 더 내려앉지 않았다. 바람도 한쪽으로 몰리지 않았다. 그러나 노란 금은 여전히 출입이라는 글자에서 끊겨 있었다.
미서가 복귀 두 명을 추가했다. 세 번째 줄은 고선재, 복귀 보류, 사유 확인 중으로 남겼다.
“이게 저분을 버리는 기록은 아닙니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이준은 장갑을 벗었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이번에 잡아야 할 것은 선재의 팔이 아니라 자기가 돌아올 문이었다. 그 선택이 옳다는 것과, 쉬운 것은 달랐다.
“고선재 씨.”
그가 불렀다. 노인이 턱을 들었다.
“효선 씨가 지금도 약 넣는 주머니를 가지고 계십니다.”
선재의 손이 옷 안쪽으로 갔다가 멈췄다. 같은 자리에는 꿰맨 흔적만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노인의 입술이 얇게 떨렸다.
“옷은… 아직 안 버렸구나.”
이준은 돌아오겠다는 말을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윤단이 찍은 사진 번호와, 선재가 기다릴 위치를 다시 맞췄다. 할 수 있는 약속부터 남겼다.
안전 확인이 끝난 문틀에 맨손을 댔다. 빛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출입이라는 글자가 둘로 갈라졌다. 들어옴과 돌아감. 이준은 둘을 억지로 같은 칸에 넣지 않았다. 실제로 확보한 복귀 경로의 끝에 선을 붙였다.
[대가: 다음 수면 40분.]
“수락합니다.”
손목이 한 번 뜨거워졌다. 금은 조용히 닫혔다. 곧이어 계단 전체에서 노란빛이 꺼졌다. 이준이 눈을 깜빡였다. 형광등은 켜져 있었고 사람도 그대로였다. 보이지 않는 것은 자기 혼자 보던 선뿐이었다.
다리가 풀렸다. 윤단이 옆구리를 받쳤다. 반장의 숨도 거칠었다. 이준은 이번에는 괜찮다는 말을 하지 않고 몸을 기댔다.
“사라졌어요.”
“눈앞 사람은?”
“보입니다.”
“그럼 사람 보고 걸어.”
태오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출구의 너비는 임시 조치를 마친 상태로 멈췄다. 윤단이 먼저 문턱에 걸린 물건을 치우고, 이준을 바깥 담당자에게 넘겼다. 그다음 미서가 안쪽에서 복귀 시각을 적었다.
선재는 계단 아래에 남았다. 이준은 문턱을 넘기 전 한 번 돌아봤다. 늙은 작업자가 손을 들어 보였다. 손에는 작은 회색 천 조각이 들려 있었다.
선재는 천을 안전한 바닥으로 밀어 놓았다. 미서는 보강된 통행선 안에서 그것을 집어 계단을 올라왔다. 낡은 팔꿈치에서 떼어 낸 덧댐이었다. 파란 실 두 가닥이 붙어 있었다.
“신원 대조에 쓰시겠답니다. 수령 기록은 제가 남겼습니다.”
이준은 비닐 파일의 빈칸에 천을 넣었다. 효선의 사진 옆에 닿지 않도록 나눴다. 손이 떨려 입구를 두 번 잘못 끼웠다. 태오가 기다렸다가 파일 아랫부분만 받쳐 주었다.
밖의 시계는 밤 열한 시 사십팔 분이었다. 손목에는 팔십이 나타나 있었다. 오늘 밤에 쓴 두 건의 값이었다. 사라진 시야를 문질러 되돌릴 수는 없었다.
태오가 물병을 건넸다. 이준은 한 모금을 마시고 나머지를 문 옆에 놓았다. 선재가 말한 자리였다. 바깥 담당자가 다음 점검 때 안쪽으로 전달할 물건이라고 표시를 붙였다. 겨우 물 한 병에 붙는 종이가 많았다. 그래도 이번 종이는 누군가를 붙잡는 데 쓰이지 않았다.
“한 명이 남았어요.”
이준이 말했다. 윤단은 그의 젖은 장갑을 안전모 안에 넣어 주었다.
“알아. 그래서 네가 나온 거야. 다음 사람한테 어디인지 말할 수 있게.”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나왔다는 안도와 남겨 뒀다는 마음을 아직 한 문장에 담을 수 없었다.
윤단이 복귀 인원을 불렀다. 강이준, 윤단. 그리고 미귀환 한 명. 마지막 이름을 빠뜨리지 않고 말했다.
이준은 벤치에 앉아 아까 본 시민 장부를 기억나는 만큼 적었다. 이름은 확인한 것만, 시간은 읽은 만큼만. 정류장이라는 단어 옆에서 펜이 멈췄다. 종이 끝에 찍혀 있던 항목이 뒤늦게 떠올랐다.
징수 시작: 첫차 운행 전.
그는 태오에게 그 줄을 보여 줬다. 태오는 시민 이름보다 정류장 구역명을 먼저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오늘 새벽부터 정류장 이전한다고 접수된 곳인데요.”
문 안쪽에서 미서가 불렀다. 그녀의 장부에는 아직 봉합되지 않은 새 행이 열려 있었다.
대상자 확인 보류. 탑승 대기자 일괄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