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 그린 원은 가장 늦게 틀렸다.
세라는 그게 부끄러웠다. 지도에서 큰 빈자리를 보면 가운데를 먼저 찾았다. 섬 하나가 접힘을 밀어 낸다고 생각하면 그 섬 주위에 선을 그으면 됐다. 하지만 종이 위 원을 넓힐수록 실제로 어긋난 자리는 원 바깥으로 옮겨 갔다.
폐쇄까지 나흘 남은 아침, 로안 관측실에 오래된 공동망 사본을 펼쳤다. 리브는 세라가 그린 동그라미를 지우지 말라고 했다. 틀린 가설도 어디서 시작했는지 있어야 다음 그림과 비교할 수 있었다. 세라는 지우개를 탁자 끝으로 밀었다.
바렌의 서랍에 있던 기록에는 일곱 점이 있었다. 전부 같은 시각에 켠 기록이 아니었다. 어느 점에서 둘을 맞추고 다음 점으로 넘겼는지 순서가 붙어 있었다. 세라는 번호만 연결했던 첫 그림 밑에 날짜와 실제 순서를 다시 썼다.
문제는 공백이었다. 한 점의 기록이 없을 때 사람을 못 구한 것인지, 빛돌을 못 쓴 것인지, 사본만 빠진 것인지 적히지 않은 날이 있었다. 세라는 그 칸을 끊김으로 칠하려다가 멈췄다. 누가 안 썼는지를 모르는 종이는 바다가 멎었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리브가 자기 원장을 폈다. 이름 공개는 하지 않기로 한 옛 동료의 기록을 인용한 면이었다. 세라는 가린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오늘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장소와 시각, 상대 관측을 실제 받았는지 여부였다. 이름을 지금 읽지 않아도 확인할 경로가 남아 있었다.
첫 대조는 맞지 않았다. 같은 첫 물이라 적힌 날인데도 로안의 변화가 먼저인 것처럼 보였다. 세라는 날짜를 거슬러 원을 다시 그리려 했다. 리브는 그날 자료가 공통 시각으로 보정됐는지 물었다. 둘은 시간계 표와 현지 물금의 그림부터 꺼냈다.
옛 자료 중 시작 기준이 이어지는 구간은 짧았다. 그 구간만 새로 놓으니 먼저였던 줄 둘이 바뀌었다. 바다가 한 사람의 보기 좋은 순서를 기다려 준 것은 아니었다. 세라는 나머지를 보정 대기라고 표시했다. 지도 위에서 검은 선이 줄고 옅은 빈칸이 늘었다.
“지금은 전보다 덜 알게 된 것 같은데요.”
그녀가 말했다. 리브는 모르는 데까지 맞았다고 생각하던 것보다 낫다고 답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현장에서 비교할 수 있는 두 자리를 물었다. 종이에서 줄어든 만큼 실제 눈으로 볼 일이 남았다.
나전으로 가는 길은 작은 짐수레로 일부를 갔다. 어제 합의한 작업 시간과 운반비 안에서였다. 세라는 높은 턱을 넘을 때 내려 천천히 걸었고 리브가 보따리를 나눠 들었다. 수레가 다니지 못하는 끝구간에서는 현지 보관인이 폭풍 뒤 확인한 과수원 우회로를 안내했다.
손상된 발판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중지판이 있었다. 세라는 거기서 멈춰 먼 나무 조각을 봤다. 그 자리에 다시 앉으면 앞선 비교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남은 것은 시험을 이어갈 의무가 아니라 올라가지 말아야 할 땅이었다.
지상 관측실은 젖은 냄새가 났다. 보관인은 마른 안쪽 바닥과 빗물이 들어온 창 아래를 나눠 표시했다. 위층으로 가는 문은 닫혀 있었다. 오늘 쓸 낮은 창은 성인 목수와 함께 흔들림과 받침 높이를 확인한 자리였다.
세라는 처음 이 방에서 본 나전의 고장 돌을 생각했다. 그것은 현지 함에 탁하게 남아 있었다. 오늘도 빛을 켜지 않았다. 맑은 예비 둘은 로안에 있고, 지금 할 일은 빛 없는 관측만으로 무엇을 알 수 없는지까지 적는 것이었다.
돌담 뒤의 리브와 창 안의 세라는 같은 채석면을 골랐다. 보관인이 두 곳에서 볼 수 있는 시작판을 뒤집었다. 세라는 오늘 사용할 시간계 구간을 손가락으로 따라 읽었다. 전의 세 번째 눈금 두 개가 아니라 공통 기준으로 옮긴 짧은 구간이었다.
바위는 처음에 얇았다. 물이 덮은 것이 아니라 뒤의 봉우리와 겹친 폭이 줄었다. 세라는 파도가 덮이는 낮은 선과 위쪽 겹침을 나눠 그렸다. 아래 한 줄이 사라질 때마다 섬 전체가 멀어졌다고 쓰면 조석과 접힘을 구별할 수 없었다.
리브 쪽에서도 그림이 왔다. 두 그림의 겹침은 같은 방향으로 좁아졌다. 그러나 다음 구간에는 세라 쪽에서 봉우리의 오른쪽 틈이 더 크게 벌어졌다. 세라는 자기 그림을 고쳐 맞추지 않았다. 바람과 구름, 받침의 움직임부터 적었다.
보관인이 창틀을 손으로 눌렀다. 목수는 오늘 다시 확인할 수 없는 안쪽 고정을 억지로 죄지 않았다. 바깥 표지와 나란히 놓은 직선자의 차이는 작았다. 기구 흔들림만으로 큰 방위 차이를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그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점심 무렵 두 사람은 관측을 끝냈다. 빛을 써 방위를 붙들거나 배를 내보낸 결과가 아니었다. 세라는 종이에 해상 연결 미시험이라고 크게 썼다. 보관인은 그 문장을 읽고 나서 오늘 그림을 자기 기록에 붙이는 데 동의했다.
바다 쪽에서는 낮은 종이 울렸다. 세라는 반사적으로 창을 봤다. 몇 번의 울림이 물결에 묻혔다. 리브는 종만으로 누가 어느 자리에서 보았는지 알아낼 수 없다고 했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가 들린 범위만 작게 표시했다.
돌담 밖에서 식사를 할 때 바람이 한 번 멎었다. 잎 사이에 매달린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고 길게 늘어졌다. 채석면 뒤의 봉우리는 조금 전과 다른 쪽에 겹쳐 보였다. 세라는 숟가락을 든 채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먹을 때는 그냥 봐도 돼요.”
리브가 말했다. 세라는 연필을 찾던 손을 멈췄다. 기록하지 않은 경이까지 잘못은 아니었다. 그녀는 수프가 식기 전에 먹고, 오늘 정하지 않은 관측을 소급해 숫자로 만들지 않았다.
귀환 뒤 두 현장 그림을 옛 실제 점등 기록과 나란히 놓았다. 오늘 어긋남이 컸던 방향은 가까운 섬의 중심보다 옛 공동망에서 이어받기가 멎은 구간에 가까웠다. 그것만으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오늘 그림은 현재의 모습이고 옛 줄은 다른 날의 일이었다.
에딘은 자료를 날짜별로 나눠 다시 보자고 했다. 동시에 보았거나 같은 날 조건을 비교할 수 있는 기록만 남겼다. 바렌은 자기 요약에서 실패를 뺀 날을 따로 표시했다. 그 요약의 빈칸을 관측망이 실제로 작동한 칸으로 채우지 않았다.
선별 뒤에 남은 비교는 적었다. 그래도 서로 다른 날의 두 묶음에서 같은 순서가 나왔다. 한 섬 주변 전체가 먼저 흐려진 것이 아니라 관측을 이어받지 못한 방향의 방위 차이가 커졌고, 뒤의 다른 쪽 연결은 그때까지 가까웠다. 다음 날에는 끊긴 쪽이 바뀌며 큰 차이도 옮겨 갔다.
세라는 원을 다시 그리지 않았다. 지도 위에 끊긴 선을 짧게 표시했다. 중앙에 고정된 섬이 접힘을 밀어 낸다는 첫 가설보다, 관측망의 단절이 변화가 커지는 자리를 따라간다는 설명이 자료에 더 가까웠다. 지금 확인한 구간 안에서는 그랬다.
“사람이 보지 않으면 바다가 벌을 주는 건가요?”
티오가 물었다. 소년은 로안에서 만든 받침 그림을 가져왔다. 손가락의 천은 새것이었고 망치를 들지는 않았다.
“벌이라면 안 본 사람을 찾아 혼내면 끝나겠지.”
세라가 말했다.
“하지만 구름 때문에 못 보기도 하고, 돌이 탁해지기도 하고, 기록을 못 전하기도 했어요. 어느 섬의 누구 탓이라고 정한 건 아니야.”
티오는 종이 위의 끊긴 선을 보다가 손이 아니라 점을 하나 더 그렸다. 사람이 잘못해서 생긴 구멍과,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맡겨 생긴 구멍은 같은 그림으로 보일 수 있었다. 세라는 그 작은 점을 지우지 않았다.
누메는 바다 변화의 중심을 찾았으니 내일 곧바로 배를 보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세라는 아니라고 답했다. 관계를 설명하는 그림과 선폭·하중·귀항을 확인한 항로는 달랐다. 새 발견을 운항 허가처럼 쓰지 않겠다는 말을 선장에게 먼저 해야 했다.
누메는 세라가 가져온 현장 그림에서 돌아선 길을 짚었다. 수레가 멈춘 곳과 걸어서 쉰 곳이 다른 기호였다. 세라는 그런 것까지 항로 보고에 넣으면 종이가 길어진다고 말했다. 선장은 자기가 태울 사람의 다음 날 다리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세라는 무릎의 천을 내려다봤다. 방위의 큰 변화는 누구에게든 설명하고 싶었지만, 자기가 얼마나 쉬었는지는 빼고 싶었다. 그녀는 오늘의 두 휴식과 내일 긴 보행을 줄일 조건을 원래 여백에 적었다.
그녀는 종이의 제목을 고쳤다. 특정 섬의 접힘 원인 대신, 연결 단절과 방위 변화의 비교라고 썼다. 약해 보이는 제목이었다. 그러나 그 제목 아래에는 자기가 실제로 어디를 다녀왔고 어느 자료만 보정했는지가 남았다.
바렌은 공동망의 한 점에 연필을 댔다가 내려놓았다. 내린섬 제5등대에서 이어 온 기록 중 일부는 예전 배포도에 없었다고 했다. 세라가 누가 남겼느냐고 묻자 본인이 받은 사본에는 현지 관측자의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고 답했다.
세라는 그 말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었다. 어제 선단이 나눈 장비함은 오늘 기존 항차로 내린섬을 향해 갔다. 그 안에는 관측자를 구해 오라는 명령 대신, 기록을 보여 줄지 본인이 정해 달라는 질문이 있었다.
저녁에 로안의 숙소에서는 젖은 자리의 천을 다시 말렸다. 미란은 스무 사람의 식사 순서를 바꾸지 않고 조사 일행의 늦은 밥만 따로 남겼다. 세라는 자기가 새 원리를 찾았다는 말보다 오늘 나전에서 돌아온 시간을 먼저 알렸다. 그녀가 늦으면 누군가 수프를 더 오래 지켜야 했다.
헤른은 지도 한가운데 원이 없어진 것을 보고 물었다. 이제 바다의 가운데가 없어진 것이냐고. 세라는 가운데는 있을 수 있지만 자기들이 먼저 고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럼 자기 걸상도 방 가운데 놓지 않겠다고 웃었다. 걸어 다닐 자리를 막는다고 이미 들었다는 말이었다.
식사 뒤 리브는 사본 두 장의 가장자리를 맞댔다. 하나에는 로안의 수신 시각이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보낸 쪽의 장소만 남았다. 그 사이의 사람이 빠져 있었다. 지금의 비교를 더 좁히려면 그 사람이 실제 어느 지점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찾아야 했다.
세라는 내일 요청할 기록을 새로 적었다. 잘 맞은 날뿐 아니라 못 본 날, 돌을 켜지 못한 날, 보내지 않은 기록도 허락된 범위에서 읽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성공한 눈만 모으면 끊어진 선은 또 남의 탓이 될 터였다.
창밖에서는 부두의 평상 표지가 켜졌다. 두 예비 돌은 상자에 맑게 남았고 오늘 새 사용은 없었다. 세라는 고정된 섬 주위의 원 대신 사람 이름을 적을 빈 줄을 남겼다. 그 줄이 모두 채워져야만 바다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빠진 눈을 없는 눈으로 쓰지 않겠다는 시작이었다.
밤늦게 기존 항차의 귀로 전갈이 왔다. 내린섬의 보관인이 옛 제5등대 지상 방은 살필 수 있으며, 오래전에 그 창에서 기록한 사람이 아직 섬에 산다고 답했다. 본인은 자기 노트를 보내기 전에 질문 하나를 먼저 듣고 싶다고 했다.
세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내가 못 보았다고 쓴 날도, 이번 지도에는 자리를 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