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메는 빈 칸에 생선 상자부터 그렸다.
세라는 그 칸이 조사 장비를 실을 자리인 줄 알았다. 선장은 그 위에 얼음을 덧그린 뒤 화주 이름을 적었다. 한 번 비우면 다음에 같은 값으로 돌아오지 않을 짐이었다. 종이에서 하얗게 보이는 자리는 실제로 비어 있지 않았다.
폭풍에서 돌아온 날 오후, 로안 폐쇄까지 엿새가 남았다. 세라의 신발은 문가에서 말랐고 무릎은 낮은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누메는 바로 내일 배를 내겠다는 약속 대신 선단 사람들을 불렀다. 세라는 그들이 올 때까지 젖은 자재와 살아 돌아온 사람의 명단을 다른 종이에 적었다.
선단의 회의장은 부두 수리막이었다. 기울여 받친 선체 옆에 마른 탁자를 놓았다. 배 밑을 보수하던 선원은 아직 물기 검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누메는 그 선원에게 내려오라고 하지 않았다. 회의가 배의 수리를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오목호의 선장과 연안 화물 담당, 공동 보수금을 관리하는 사람이 왔다. 누메는 자기 배가 비울 수 있는 한 항차와 멈춰야 할 보수 시간을 먼저 읽었다. 세라에게 설명을 맡기고 뒤에 서지 않았다. 배를 움직일 사람이 먼저 자기 배가 못 하는 일을 말해야 했다.
화물 담당은 돌 두 개와 받침만 싣는다면 작지 않으냐고 물었다. 누메는 종이 위의 돌을 지웠다. 그 자리에 성인 작업자, 마른 함, 시간계, 왕복 식수, 돌아올 때 실을 고장 부품을 그렸다. 작업자의 발을 놓을 자리는 상자의 윗면이 아니었다.
“돌은 밥을 안 먹으니 싸긴 하지. 그런데 돌 혼자 가면 누가 보고 돌아오나?”
선장이 묻자 수리막 안에서 짧게 웃음이 났다. 세라는 웃고 나서 자기 첫 계획의 여백을 봤다. 사람을 작게 그려 돌 옆에 넣으면 그만큼 적은 배가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티오의 그림에서는 사람 다섯이 맨 안쪽에 있었는데 자기 운항표에서는 마지막 줄이었다.
그녀는 장비보다 돌아올 사람의 자리를 먼저 옮겼다. 티오는 오늘 로안에서 주민 숙소의 마른 판을 골랐고 새 조사 승선 인원에 넣지 않았다. 손가락 타박과 멀미가 있다고 말하자 선단 사람은 소년이 없으면 현장 조립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세라는 그림을 읽을 성인 목수에게 역할을 넘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 그 목수의 다음 일감도 값에 넣어야겠군.”
보수금 관리인이 말했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판을 잃은 뒤 같은 사람을 다시 부르면 그가 이미 마음을 줬으니 값은 작아질 것 같았다. 실제로는 다시 비우는 반나절이 더 필요했다.
화주에게 설명하는 일은 더 오래 걸렸다. 생선 상자를 줄여 달라는 요청에 여자는 조사에 반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먼저 말했다. 그렇다고 오늘 이미 산 생선을 돌에 양보하면 손해가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세라는 그 말에 대답할 좋은 문장을 찾지 못했다.
누메는 여자의 상자를 남겨 두었다. 대신 자기 배로 받으려던 빈 소금통의 일부를 기존 오목호 귀로에 나눠 실을 수 있는지 물었다. 오목호 선장은 빈 통도 부피와 묶을 시간이 든다고 했다. 자기가 그냥 가져가면 누메의 손실이 자기 선원에게 옮겨 갈 뿐이었다.
그들은 탁자에서 일어나 실제 빈 통 앞에 갔다. 선원 둘이 같은 크기인 줄 알았던 통을 포개 보았다. 하나는 테가 넓어 안 들어갔다. 종이에서는 셋이 한 칸이었는데 실물에서는 둘밖에 못 겹쳤다. 세라는 처음 적은 숫자에 가는 줄을 그었다.
화물 담당은 내일의 기존 운항에서 받을 수 있는 통의 수를 다시 셌다. 그 이상은 로안에 마른 채 보관했다가 다음 항차로 보내기로 했다. 통 주인은 늦어지는 수와 연락 경로를 듣고 동의 여부를 따로 답했다. 아직 답하지 않은 통을 동의한 짐으로 묶지 않았다.
통을 다시 세우다가 밑판에서 소금가루가 흘렀다. 세라는 빈 통이니 물을 담아도 될 것이라 생각하고 안을 들여다봤다. 선원은 식수를 받을 통은 따로 있다고 했다. 짐칸 한 칸을 아끼려고 씻는 시간과 말리는 시간을 없앨 수는 없었다. 세라는 한 통 안에 더 많은 일을 넣으려던 그림을 지웠다.
생선 화주는 자기 상자 옆에 앉아 얼음 녹는 물을 작은 홈으로 흘려보냈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 손은 쉬지 않았다. 세라가 홈 앞의 빈 나무쪽을 치워도 되는지 묻자 여자가 그러라고 했다. 그녀는 무릎을 깊이 굽히지 않는 자리에서 나무쪽을 옆으로 밀었다. 작은 물길이 열렸다. 오늘 이 여자를 설득하지 못해도 생선이 상하는 것을 함께 구경할 이유는 없었다.
누메는 그 손을 보고 세라에게 젖은 팔을 닦을 천을 건넸다. 종이에 적지 않았던 일들이 배 한 척을 묶어 두고 있었다.
그날 회의는 끝까지 결론을 못 냈다. 작업자의 시간, 배 보수 상태, 화주의 답이 모두 달랐다. 누메는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항목을 남기고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세라는 폐쇄일까지 엿새뿐인데 하루를 더 쓴다는 생각에 무릎의 천을 만졌다.
“내가 지금 예라고 하면 빨라지긴 해.”
누메가 말했다.
“내일 사람들 시간까지 내가 대신 줬다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세라는 그제야 자기 종이를 접었다. 선단의 동의라는 말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아니었다. 누가 무엇을 비울지 답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했다.
저녁에는 스무 주민의 높은 방을 확인했다. 미란은 젖지 않은 곡식과 젖은 겉자루를 나눠 놓았다. 헤른은 걸상 밑에 얇은 나무를 대 놓고 세라에게 앉아 보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기 무릎보다 그 걸상이 편해 보인다고 답했다.
“그럼 내 걸상도 조사 물품으로 가져가나?”
헤른이 물었다. 세라가 놀라 고개를 들자 그가 조금 웃었다. 농담이었지만 세라는 바로 아니라고 답했다. 대피한 사람들이 쓰는 마른 자재와 식량을 새 조사에 남는 물건으로 세지 않겠다고 했다. 잃은 발판의 나무와 이 방의 걸상은 같은 장부가 아니었다.
리브는 저녁 뒤 원장을 정리하다가 회의 결과를 물었다. 세라는 아직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그럼 내일 두 길이 남았다고 했다. 작은 범위를 동의받아 시험하거나, 동의받지 못한 자원을 빼고 육상 대조만 하거나. 어느 쪽도 바다를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세라는 그 말을 듣고 원래 계획의 먼 목표를 접었다. 이번 시험에서 마루섬까지 새 배를 보내는 칸을 지웠다. 마루섬에는 이제 잔류 주민이 없었다. 세 곳의 기록이 이어질 수 있는지부터 볼 동안, 구조라는 이름으로 현재 없는 승객을 그릴 필요는 없었다.
이튿날 아침, 폐쇄까지 닷새였다.
누메의 배는 보수한 곳에서 새는 물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렇다고 오늘 위험 수역을 시험하라는 허가는 아니었다. 선단은 기존 연안 노선과 겹치는 장비 운송, 로안·서쪽 곶의 짧은 작업 왕복에 한정해 배 한 척의 시간을 나누는 안을 다시 폈다.
오목호는 예정된 내린섬 항차에 공문통과 작은 장비함을 받겠다고 했다. 무게와 부피를 실제 보고 정한 값이었다. 내린섬 주민을 새 실험에 태워 준다는 약속은 없었다. 추가 작업자와 돌아올 짐이 늘면 출항 전에 다시 하중을 보아야 했다.
공동 보수금 관리인은 이번 제한 시험에 쓸 비용의 상한을 내놨다. 이미 예정된 선체 보수비와 선원 품삯을 먼저 남겼고, 그 나머지에서 장비 운송과 목수 시간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라가 원하는 실험을 전부 내 주는 예산은 아니었다. 더 들면 다음 회의 없이 늘리지 못했다.
누메는 자기가 받기로 한 일부 화물의 지연 조정값을 따로 부담했다. 선원 품삯을 깎아 메우지 않았다. 그녀의 몫에서 빠지는 돈이 실제로 있었다. 세라는 그 줄을 보고 미안하다고 하려다가, 누메가 직접 정한 범위를 자기 감정으로 덮지 않았다.
“다음에도 이렇게 할 수 있나요?”
“다음에 얼마가 남는지 봐야지. 한 번 맞춘 값으로 평생 가는 배를 만들진 말고.”
누메는 정산표를 접지 않았다. 오늘의 동의는 다음 시험에서 실제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돌아와 보고하는 조건이었다. 길이 생기면 늘 돈이 남는다는 계산도 없었다. 기존 낮은 수익의 항차를 본 세라에게 그 빈칸은 익숙했다.
반대도 남았다. 화물 담당은 주민 기록이 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운항 횟수를 늘리면 배와 선원이 먼저 닳는다고 했다. 세라는 그 말을 실험에 대한 불신으로 적지 않았다. 다음 지도를 만들 때 운항 가능한 횟수도 물어야 한다는 질문으로 남겼다.
낮에는 현장 보관인에게 새 요청을 보냈다. 나전의 손상 발판에는 다시 올라가지 않고, 폭풍 뒤 과수원 우회로와 지상 관측실의 바닥·배수·시야부터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위층 금지도 그대로였다. 안전한 땅을 확인하기 전에 맑은 돌을 보내지 않았다.
내린섬에는 다른 공문이 갔다. 기존 물금 자료를 제공했던 보관인에게, 섬 북쪽의 옛 제5등대 지상 장치와 접근로가 남아 있는지 물었다. 기록에 번호가 있다고 실제 자리가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지에서 동의한 사람과 쓸 수 있는 범위부터 답을 받기로 했다.
세라는 다섯 번째 등대의 이름을 지도에 굵게 쓰지 않았다. 옛 공동망 사본에는 로안과 나전 사이를 한 점으로 넘긴 선이 있었다. 그 선 바깥에서 내린섬의 물금 기록이 자꾸 어긋났다. 가까운 곳만 보고 빠진 점을 짐작하는 방식으로는 다음 실패를 설명할 수 없었다.
바렌은 관측실에서 옛 기록을 꺼냈다. 자기 손으로 고쳐 쓴 발송문과 정정 대기 문서도 옆에 놓았다. 세라는 그가 내민 자료의 보관처와 실제 관측자를 다시 물었다. 조언을 받되, 용서의 표시로 묻는 일을 줄이지 않았다.
그들은 폭풍 전후 로안의 방위 변화와 여러 곶의 실패 기록을 나눠 놓았다. 변화가 가장 큰 곳에 동그라미를 그리던 세라는 지도 한가운데서 멈췄다. 원을 그리기 좋은 섬이 거기 있었지만, 가장 크게 어긋난 시각은 그 섬 가까운 관측과 맞지 않았다.
리브가 지도의 다른 끝을 짚었다. 같은 날 가장 먼저 응답이 끊긴 관측점이었다. 두 사람은 종이를 돌려 시간 순서대로 놓았다. 변화의 큰 자리가 고정된 섬 주변에 머물지 않고, 기록에서 연결이 끊어진 쪽으로 옮겨 간 듯 보였다.
“바다가 섬을 따라 접히는 게 아니라면요?”
세라가 물었다. 리브는 두 가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기록을 못 받은 탓에 그렇게 보이거나, 정말 연결의 빈자리와 변화가 관계있거나. 빈 종이를 실제 바다의 빈자리로 먼저 부르면 안 됐다.
세라는 다음 날 관측표의 첫 줄에 중지를 적었다. 배가 돌아올 길을 지우며 답을 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아직 예비 돌 둘은 맑았고 새 점등은 없었다. 누메가 비운 한 항차의 값은, 그 빛을 켤지 말지 판단할 시간을 얻는 데도 쓰여야 했다.
해가 기울자 나전에서 짧은 회신이 왔다. 과수원 우회로는 현지 확인을 거쳐 지상 방까지 통행할 수 있었다. 새 발판은 여전히 금지였다. 이어진 문장에는 폭풍 뒤 두 실제 자리에서 본 방위 차이가 적혀 있었다.
세라는 그 숫자를 옛 지도 가운데의 섬에서 멀리 옮겨 놓았다. 내일 확인할 문제는 어느 섬이 중심이냐가 아니었다. 누가 마지막으로 서로의 바다를 보았고, 그 뒤 어느 점이 먼저 끊겼느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