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판을 버리자는 말은 바람이 세지기 전에 나왔다.
세라는 반사판을 천으로 싸다가 리브를 보았다. 바다는 아직 회색으로 잔물결을 밀고 있었다. 어제 예보를 들었으나 눈앞 풍경은 사람이 돌아서야 할 만큼 거칠어 보이지 않았다. 새 나무는 마른 색을 조금 남기고 있었다.
폐쇄 통지를 받은 지 열사흘이 지난 아침이었다. 이레가 남았다. 현장에는 세라와 리브, 보관인, 성인 목수와 운반인 다섯이 있었다. 티오는 로안에 남아 주민 숙소의 마른 자재를 골랐다. 아픈 손으로 못을 박으러 따라오지 않았다.
오늘은 빛을 켜거나 배를 보내는 날이 아니었다. 두 예비 돌은 로안에 맑게 보관했고 나전의 회복 불량 돌도 현지 함에 남았다. 일행은 기구를 먼저 거두고 비 뒤에 다시 볼 땅의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 나전 위층 출입 금지는 그대로였다.
목수는 발판 밑의 작은 받침을 손으로 짚었다. 물이 아직 들지 않았는데도 흙 한쪽이 부풀었다. 밤사이 높은 곳에서 흘러든 물이었다. 세라는 바다만 보고 있던 시선을 뒤로 돌렸다. 돌담 아래 풀 사이로 가는 물길이 생겼다.
“판은 괜찮은데, 밑이 움직일 수 있소.”
그가 말했다. 세라는 반사판보다 자재부터 빼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나무를 거두면 다음에 다시 쓸 수 있었다. 목수는 앉을 판을 떼려면 받침 아래로 몸을 숙여야 한다고 했다. 지금 가장 먼저 들어가지 말아야 할 자리였다.
리브는 두 길을 짚었다. 사람을 먼저 마을길로 보내고 가벼운 기구만 손에 들거나, 여기서 판자를 풀다가 돌아갈 길의 상태까지 다시 확인해야 하거나. 둘째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의 시간과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해야 했다.
세라는 발판을 봤다. 며칠 전 티오와 나란히 서서 돌아설 자리를 그렸다. 그 작은 여백을 얻느라 목수와 운반인이 반나절을 썼다. 아직 배 한 척을 보내 보지도 못한 자리였다. 포기한다는 단어가 너무 빨리 왔다.
보관인은 낮은 돌담의 물 자국을 가리켰다. 이 높이까지 차면 마을길 첫 굽이에도 물이 흐른다고 했다. 아직 그 선에는 닿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나갈 수 있었다. 선을 넘은 뒤에야 출발하면 자기가 아는 길이 달라질 수 있었다.
세라는 마지막 매듭을 더듬었다. 젖은 끈은 잘 풀리지 않았다. 운반인이 칼을 내놨다. 세라는 자른 끈값을 생각하다가 끄덕였다. 반사판을 잃는 값보다 작았고, 여기 오래 서 있는 사람의 값보다도 작았다.
끈이 끊어졌다. 가벼운 기구만 보자기에 들어갔다. 발판의 판과 들보는 그대로 남았다. 세라는 목수에게 물건을 버려 죄송하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그가 사람부터 나가자고 한 판단을 자기 잘못의 사과로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 사람은 다섯입니다. 이 순서로 돌아갈게요.”
그녀는 보자기 수보다 이름을 먼저 말했다. 보관인이 앞에서 길을 보고, 목수와 운반인이 가운데, 세라와 리브가 뒤에서 서로 보이는 간격으로 걷기로 했다. 무릎이 아픈 세라를 마지막에 혼자 남기지 않았다.
첫 굽이에서 바람이 옆으로 불었다. 보자기의 천이 얼굴을 때렸다. 세라는 몸을 돌려 바람을 등지려다가 발이 길 바깥을 향하는 것을 알았다. 리브가 멈춰 서서 천을 짧게 다시 묶을 자리를 보여 줬다. 한 번 멈춰도 아직 넓은 마른 땅이었다.
운반인은 세라의 보따리도 들겠다고 했다. 세라는 괜찮다는 말을 먼저 하려다가 자기 무릎이 굽는 것을 느꼈다. 가벼운 반사판 하나를 건네고 자만 직접 안았다. 누가 무엇을 들었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했다. 도움을 받으면 모든 짐을 내주거나 끝까지 버텨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뒤에서 나무가 한 번 울렸다.
세라는 돌아봤다. 발판이 무너지는 소리는 아니었다. 버리고 온 접근 제한 판이 바람에 돌담을 때렸다. 누구 하나 돌아가 세워 놓고 싶게 만드는 작은 소리였다. 목수는 그 판까지 고치러 가지 말라고 했다.
“사람 들어오면 어떡해요?”
세라가 물었다. 보관인은 길 초입의 중지판과 마을 쪽 통제를 이미 남겨 두었다고 답했다. 바람 속 작은 표지 하나가 유일한 경계가 아니었다. 세라는 자기가 확인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준비가 있었다는 사실에 숨을 내쉬었다.
마을길로 접어들 때 얕은 물이 신발 밑을 건넜다. 보관인이 앞서 멈추고 긴 막대로 바닥의 돌 위치를 확인했다. 세라는 그 막대 하나로 사람 무게까지 안전하다고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떠올렸다. 보관인은 낮은 쪽을 건너지 않고 높은 안쪽 돌길로 돌아갔다.
비가 얼굴에 닿기 시작했다. 작고 차가운 빗방울이었다. 그때도 바다는 아직 보였다. 세라는 사람들이 떠난 발판이 빈 채로 바다를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가 거기 앉아야만 오늘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첫 대피 장소는 마을 공동 창고였다. 생선을 말리는 낮은 방이 아니라 언덕 안쪽 돌벽 방이었다. 보관인이 아침에 문과 마른 바닥을 확인해 열쇠를 받아 두었다. 일행은 거기서 바람과 귀환로를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문턱을 넘은 뒤 세라는 다섯 이름을 다시 읽었다. 대답이 차례대로 돌아왔다. 목수는 젖은 겉옷을 벗으며 자기가 두 번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 됐느냐고 농담했다. 세라는 웃었고 리브는 오늘 두 관측만큼은 잘 맞는다고 했다.
웃음은 창문을 때리는 첫 큰 빗소리에 짧아졌다. 보관인은 마른 쪽 덧문을 걸고 바다 쪽 틈을 낮게 열었다. 세라는 자기도 보고 싶어 다가가다가 무릎을 쉬라는 말을 듣고 의자에 앉았다. 멀리 본다고 바람을 덜 맞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은 가져온 빵과 작은 물통이었다. 마을에서 기다리던 사람 둘이 돌벽 방으로 옮겨 왔다. 보관인이 명단을 새로 나눠 썼다. 현장 일행 다섯과 마을 사람 둘, 합쳐 일곱이었다. 마루섬 구조 주민 스무 명의 명단에 더할 사람은 아니었다.
세라는 물통 잔량을 봤다. 오늘 귀환한다고 챙긴 양이라 밤까지 넉넉하지 않았다. 보관인은 창고의 비상 식수를 관리인과 확인했다. 쓸 수 있는 통과 씻는 통을 구분해 정해진 양만 받았다. 폭풍을 피한 방에도 물은 저절로 생기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바깥의 낮은 풀들이 한쪽으로 눕기 시작했다. 로안으로 곧장 돌아가는 마을길도 첫 낮은 다리 아래로 물이 불었다는 전갈이 왔다. 전달자는 안전한 높은 집까지 와 소식만 남겼다. 그다음 사람을 더 보내 길을 시험하게 하지는 않았다.
리브는 오늘 밤 이곳에 머무는 쪽을 제안했다. 세라는 로안에 자기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걱정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보관인이 마을 연락소에서 앞서 정한 귀환 지연 경로로 알렸다고 했다. 지금 다시 사람을 보내 안심시키려 하면 그 사람까지 기다리는 이름이 됐다.
세라는 그제야 보따리에서 오늘 사용하지 않은 관측지를 꺼냈다. 빈칸이 많았다. 기구를 떼었고 다섯이 돌아섰고 지금 일곱이 방 안에 있었다. 그 숫자가 배를 띄운 기록보다 덜 보람 있다고 느껴지는 자신이 싫었다.
목수가 젖은 신을 벗으며 말했다.
“오늘 저 판에서 시험 안 했으니 다행이오.”
세라는 그를 봤다. 그는 처음 만든 자리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창문 틈으로 바다 쪽을 볼 때마다 턱이 굳었다. 그래도 판 위에 사람을 세워 두면 더 큰 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먼저 골랐다.
오후 끝 무렵, 바람이 바다 쪽에서 언덕 쪽으로 크게 꺾였다. 돌담 밖의 작은 줄이 수평으로 들렸다. 소리는 먼저 길게 긁혔고 뒤에 한 번 툭 끊겼다. 목수가 창문에서 몸을 물렸다.
그가 틈으로 본 것은 발판 위의 널판 하나가 돌담에 부딪치며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세라는 창밖으로 뛰어가 보지 않았다. 보관인은 높은 안쪽 창에서 같은 자리를 확인했다. 뒤이어 받침의 옆판이 기울고 작은 들보가 바깥으로 밀렸다.
새 발판은 더는 사람이 앉을 자리가 아니었다.
세라는 종이에 사용 불가라고 썼다. 손끝이 차가워 글자가 평소보다 작았다. 목수는 그 밑에 보이는 손실만 적어 달라고 했다. 바닥 기초까지 얼마나 움직였는지는 비가 그친 뒤 가까이 볼 수 있을 때 확인해야 했다.
그 말이 세라를 조금 붙들었다. 전부 잃었다고 쓰면 알아듣기 쉬웠다. 그러나 아직 남은 돌담과 돌아선 길까지 다 없애 버리면 내일 할 일이 더 막혔다. 그녀는 관측 발판 손실, 접근 금지, 근접 확인 대기라고 나눠 썼다.
밤에 촛불 하나가 켜졌다. 보관인이 환기 틈과 불을 놓을 자리를 확인했다. 빛돌은 여기 없었다. 로안의 예비를 가져와 방을 밝히는 일도 없었다. 돌벽 밖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얇은 촛불 사이에 일곱 사람의 저녁이 놓였다.
리브는 자기 시간계를 눕혀 보자기 안에 넣었다. 오늘 밤을 모래 몇 번으로 나누어 세는 일은 맡지 않겠다고 했다. 보관인이 정한 교대에 따라 깨어 있을 사람은 따로 있었다. 세라는 그 말을 듣고 자기 연필도 내려놓았다. 관측자가 쉬는 동안 폭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모두가 바람을 끝없이 볼 필요도 없었다.
잠은 짧게 끊겼다. 세라는 한 번 깼을 때 자를 여전히 안고 있었다. 팔에 나무 모서리 자국이 남았다. 리브는 자를 마른 선반에 놓아도 된다고 했다. 세라는 손을 펴고 처음으로 물건과 몸을 떨어뜨렸다.
다음 날 아침 바람은 낮아졌다. 폐쇄까지 엿새였다.
일행은 길이 열렸다는 말을 듣고도 바로 나가지 않았다. 보관인이 마을 담당과 높은 통행로를 확인하고, 목수가 낮은 다리를 건너지 않는 귀환 방향을 골랐다. 현장 발판으로는 아무도 내려가지 않았다. 남은 난간이 보인다고 몸무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멀리서 본 나무는 전날보다 작았다. 리브는 반사판과 자가 든 보따리를 보여 줬다. 무거운 판자는 잃었지만 기구와 기록, 다섯 사람은 돌아갈 수 있었다. 세라는 보따리만 멀쩡하다고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만든 사람에게는 잃은 시간과 자재가 있었다.
목수는 다시 지으면 되냐는 세라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같은 데 같은 걸 짓자는 말부터 하면 안 되오. 밑에 흐른 물을 봐야지.”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 발판을 잃은 값으로 더 튼튼한 영웅담을 바로 얻을 수는 없었다. 다음 선택은 돌아가서 배와 자재, 사람의 시간을 함께 세어야 했다.
로안에는 스무 주민이 모두 있었다. 낮은 숙소 일부에 비가 들어 높은 방 안쪽으로 자리를 나눴고, 미란은 젖지 않은 식량을 별도로 뒀다. 헤른은 자기 걸상을 직접 고른 마른 자리에 놓았다. 바렌과 에딘은 다섯 일행의 귀환을 확인하고 지연 전갈이 언제 왔는지 기록했다.
두 예비 돌은 맑게 남았다. 폭풍 중 충전한 새 빛은 없었고 나전 고장 돌을 살아난 자원으로 보태지도 않았다. 남아 있는 돌이 둘이라는 사실만으로 잃은 관측 자리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티오는 손가락을 감은 채 발판 손실 그림을 받았다. 자기가 고른 판이 어느 쪽으로 날아갔는지 물었다. 세라는 눈으로 확인한 방향만 말했다. 소년은 한참 종이를 보다가 사람 그림 다섯 개를 맨 안쪽에 그렸다.
“여기는 남았네.”
세라는 그 그림을 접지 않았다. 누메는 옆에서 다음 운항표와 배 보수비를 펼쳤다. 사람은 돌아왔고, 남은 날은 엿새였고, 배는 여전히 한 척이었다.
선장이 빈 화물 칸을 손으로 짚었다.
“그럼 이제, 다음에 나갈 자리를 누가 얼마나 비울지 같이 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