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전체 이용가 22화

가장 느린 배

본문 5,244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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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빈 통을 다 세고 나서 떠났다.

세라는 출항표를 내려다봤다. 해는 벌써 약속한 눈금보다 위에 있었다. 선장은 늦는다는 말을 듣고도 빈 통의 뚜껑을 하나씩 열었다. 남의 것이 섞이면 돌아오는 물값을 잘못 받는다고 했다.

“지도에는 빈 통이 없었네요.”

누메가 옆에서 말했다. 오늘 그녀는 선장이 아니라 유상 승객이었다. 자기 배는 선단의 정해진 보수 일정에 맞춰 로안에 묶어 두었다. 맡긴 작업과 귀환 시간을 확인하고 이 배에 올랐으므로 바다에 있는 동안 저절로 수리가 끝나지는 않았다.

폐쇄 통지 엿새째 아침이었다. 북쪽 기존 연안 노선을 도는 오목호는 느리고 낮았다. 세라는 새 항로의 시험선일 거라고 생각할 뻔했지만, 선단 운항표에는 오래전부터 같은 날 도는 화물편으로 적혀 있었다.

배는 아직 유지되는 해안 연결과 확인된 정박지만 썼다. 로안에서 새 관측점을 켜지 않았고, 맑은 예비 돌 둘도 상자에 남았다. 바렌과 에딘은 등대의 평상시 표지와 스무 주민의 임시 거처를 맡았다. 세라가 배를 탄다고 그 일을 비워 둘 수는 없었다.

오목호 선장은 두 여자를 돛줄에서 떨어진 자리에 앉혔다. 지도 보조를 고용한 것이 아니니 일을 하려면 먼저 물으라고 했다. 세라는 기록지를 꺼내도 되는지 물었다. 다른 승객의 이름은 허락 없이 쓰지 않는 조건이었다.

갑판에는 빈 물통 여섯, 마른 생선 상자 둘, 작은 약 꾸러미와 수리할 물레 부품이 있었다. 승객은 일행을 빼고 셋이었다. 하나는 바구니를 무릎에 놓은 여자, 하나는 무거운 신을 신고도 발을 계속 바꾸는 남자, 마지막은 접은 천을 품은 노인이었다.

세라는 그 셋이 내린섬 사람인지는 묻지 않았다. 어느 항구에서 내리는지 선장이 확인하는 동안 들었다. 노인은 중간 마을까지, 나머지 둘은 내린섬까지였다. 적은 승객 수라고 적으면 맞는 숫자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늘 길을 알 수 없었다.

첫 굽이에서 바다가 고르게 누웠다. 로안 표지가 붙드는 기존 구간이었다. 세라는 어제 뒷면에서 찾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안정된 물 위를 지나면서 누가 그 시각을 보고 있는지 배 안에서는 쉽게 잊었다.

그다음 구간은 해안에 더 붙었다. 바위 위 오래된 흰 표지와 선장의 물때 판단을 따라 좁은 물로 들어갔다. 새 접힌 수역을 뚫는 길은 아니었다. 선장은 평소보다 센 옆바람 때문에 바깥 직선을 쓰지 않았다.

세라는 출항 지연 뒤 항해도 더 길어지는 것을 보았다. 빨리 가면 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람마다 늘었다. 누메는 돛줄을 대신 잡지 않고 선장이 고른 곡선을 눈으로 따라갔다. 다른 사람의 배에서 선장 노릇을 빌릴 생각은 없었다.

중간 마을에서 노인이 내렸다. 품의 천은 염색 견본이었다. 그는 새 주문을 받으러 왔다고 했고, 수리할 물레 부품도 함께 가져갔다. 약 꾸러미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이 받았다.

세라는 사람이 내렸으니 다음 항구는 더 빨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배는 빈 나무상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돌아오는 화물의 부피를 알아야 내린섬에서 무엇을 더 실을지 정할 수 있었다. 기다림은 게으른 시간이 아니라 돌아올 길을 미리 세는 시간이었다.

여자가 바구니 덮개를 조금 열었다. 안에는 어린 모종이 있었다. 바닷바람을 오래 맞으면 잎 끝이 상하므로 천으로 그늘을 만들어 줬다. 세라가 창가 바람풀 이야기를 하자 여자는 웃었다.

“그 풀도 처음에는 꼭 죽을 것 같지요. 물을 너무 많이 주는 사람이 먼저 죽여요.”

세라는 자기 물주기를 셌다. 불안할수록 뭔가 더 해 주려던 날이 있었다. 여자는 잎을 만져 보지 말고 지금 그늘이 닿는지 봐 달라고 했다. 세라는 천 끝을 조금 옮기고 자기 무릎이 편한 쪽으로 앉았다.

옆의 남자는 빈 물통 주인이었다. 내린섬에서 기른 작은 염소들에게 줄 약을 받아 왔다고 했다. 통은 겨울 앞두고 새로 씻으러 보냈다가 되찾는 것이었다. 사람 셋과 빈 통 여섯이라는 목록 속에는 가축의 물과 내년의 풀이 들어 있었다.

“이 배가 안 오면요?”

세라가 묻자 남자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가까운 배를 빌리면 되지 않느냐고 뒤에 말이 붙을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세라는 기다렸다.

“물건이야 모아 놨다 늦게 팔지요. 그런데 약은 늦게 받는 값이 다르잖소.”

그는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로 설명하지 않았다. 약을 기다리는 동안 돌보는 손이 더 든다고 했다. 세라는 지연 비용을 큰 사건이 생긴 뒤에만 세려던 자신을 알아차렸다. 오늘은 하루 더 젖은 깔개를 갈고 물을 데우는 일도 있었다.

누메는 운항표를 빌려 보아도 되느냐고 선장에게 물었다. 선장은 항차 수입과 비용의 해당 줄만 보여 줬다. 다른 거래처 단가는 가렸다. 오늘 유상 승객과 화물 수입만으로는 선원 품삯과 배 보수 몫까지 넉넉하게 남지 않았다.

수익이 없다고 모두 무료로 태우는 배도 아니었다. 선단은 다른 날 운항과 함께 묶어 이 노선을 유지했다. 그 방식이 얼마나 오래 가능할지는 오늘 장부 한 줄로 알 수 없었다. 선장은 다음 계절의 운항 간격을 늘릴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세라는 리브의 자료에 적힌 이용 수요 낮음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돈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은 근거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바뀌면 오늘 배의 물건들이 사라졌다.

한낮 직전 바람이 돌아섰다. 선장은 작은 돌곶 뒤에서 잠시 머물겠다고 했다. 내린섬의 접안은 다음 물때가 되기 전에 닿을 수 있었지만, 서두르면 높은 짐이 바람을 받았다. 세라는 돌아오는 시각이 늦어지는지 물었다.

선장은 어쩌면 그렇다고 했다. 정박 창을 놓치면 기다리는 쪽이 낫다고 했다. 세라는 배삯을 냈다고 기한까지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누메는 자기 배 보수 담당에게 전달할 여유 연락편을 먼저 정리했다.

기다리는 동안 모종 바구니가 미끄러졌다. 세라가 손을 뻗자 여자가 먼저 무릎으로 받았다. 흙이 갑판에 조금 흘렀다. 선장은 바람을 맞는 쪽으로 가서 쓸지 말고 안쪽에서 작은 주머니로 담으라고 했다.

누메가 배가 기울지 않게 자리를 유지했고, 세라는 천 조각으로 흙을 모았다. 작은 모종 둘이 비스듬해졌으나 꺾이지는 않았다. 여자는 뿌리를 바로 세우고 조금 떨어져 앉았다.

“항로보다 흙을 더 오래 살피네요.”

세라가 말하자 여자는 웃지 않았다.

“항로는 선장이 보고 있지요.”

세라는 자신이 바다를 구경하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계속 맡은 일을 하고 있음을 떠올렸다. 그녀는 흙 담은 천을 묶고 선장이 말한 마른 자리로 돌려놓았다. 모두 같은 것을 봐야 배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맡은 것이 달라야 한 배가 돌아올 수 있었다.

내린섬은 낮은 지붕부터 보였다. 폐기된 섬이 아니었다. 정박장은 좁고 화물 수는 적었지만 아이 둘이 빈 수레를 밀고 기다렸다. 아이들이 줄을 받으려 하자 부두의 어른이 뒤로 물렸다. 배가 완전히 붙기 전에는 물가에 서지 않는 순서가 있었다.

모종은 마지막에 내려졌다. 무거운 통을 먼저 옮겨 통로를 비운 뒤였다. 세라는 물건이 적으면 사람의 이동도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고쳤다. 한 번 내린 짐이 다른 짐의 그늘과 받침이 되기도 했다.

선장은 정박 시간을 정하고 돌아올 사람에게 직접 말했다. 세라와 누메는 부두 가까운 공동 창고까지만 갔다. 오늘 여기에 왔다고 섬 전체를 조사한 지도를 만들 수는 없었다.

창고의 게시판에는 배 시간 대신 접수 날짜들이 있었다. 약 주문을 맡긴 날, 수리 부품을 보낸 날, 내다 팔 생선을 묶어 둔 날. 배가 늦으면 그 뒤의 일이 같이 움직였다. 주민은 운항 간격이 늘면 두 번의 장보기와 한 번의 진료를 한날에 맞춰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세라는 그 말을 기록해도 되는지 물었다. 주민은 이름 없이 오늘 들은 제안으로만 남겨 달라고 했다. 이미 결정된 새 운항표처럼 써서는 안 됐다. 세라는 논의 중이라는 말과 그 사람이 걱정한 일을 나눠 적었다.

누메는 창고에 실을 화물량을 선장과 다시 셌다. 오늘 수익이 적다고 모자란 짐을 억지로 만들어 넣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빈 공간에 사람을 더 태우면 모든 비용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돌아오는 배의 좌석과 안전 한도는 그대로였다.

점심은 부두에서 샀다. 작은 수프 한 그릇에 해초가 길게 들어 있었다. 세라는 바람 때문에 그릇을 두 손으로 감쌌다. 늦게 도착했어도 따뜻한 점심은 있었고, 그걸 만드는 사람이 오전 내내 배를 기다렸다는 사실도 있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세라는 창고 문 옆의 낡은 걸상에 앉았다. 모종을 가져온 여자가 빈 바구니를 들고 지나갔다. 이제 집에 심으러 간다고 했다. 세라는 그 작은 잎들이 내년 풀밭이 될지 물었다.

“살아남는 것부터 봐야지요. 오늘 가져왔으니 오늘 흙에 넣는 거예요.”

여자는 웃고 언덕으로 갔다. 세라는 그 뒷모습을 지도 속 수요라는 칸에 넣지 않았다. 대신 배가 닿은 실제 시각과 모종이 내려진 때를 적었다. 작은 사실이면 충분한 줄도 있었다.

돌아올 때는 물레 부품 대신 작은 나무상자 셋이 실렸다. 내린섬에서 만든 마른 치즈였다. 오늘 배가 와야 다음 마을 장날에 맞출 수 있었다. 선장은 상자 세 개 때문에 온 것은 아니지만, 그 세 개가 없는 배와 같은 수입이라고 적지는 않았다.

귀항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세라는 기록지를 덮고 물을 보았다. 느린 배에 타 보라고 한 누메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알았다는 기분으로 새 정기 항로를 약속할 수는 없었다. 오늘 확인한 것은 한 노선의 작은 수입과 긴 기다림, 그 사이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로안이 보일 때 해는 낮아졌다. 선장은 약속한 안전 범위 안에서 귀항했고, 출항표보다 늦은 실제 시각을 적었다. 세라는 늦었으니 실패한 항해라고 쓰지 않았다. 빈 통과 모종, 약과 치즈는 각자의 길을 다녀왔다.

배에서 내리자 티오가 기다렸다. 손가락 천은 그대로였고 손에는 나전 해안의 확대 그림이 있었다. 세라가 없는 동안 리브와 기존 현장 치수를 맞춰 본 것이었다. 소년은 발판을 바다 쪽으로 내밀자는 그림은 아니라고 먼저 말했다.

무너진 다리 이쪽 절벽에 낮은 마른 턱이 있었다. 나전의 출입 금지된 위층 대신, 그곳에 제한된 관측 받침을 둘 수 있을지 보자는 제안이었다. 실제 땅과 시야는 아직 확인해야 했다.

세라는 배에서 본 게시판을 떠올렸다. 빠른 항로라는 말보다 어느 날 어떤 짐이 돌아오는지가 사람들에게 더 가까웠다. 그 작은 턱에서 볼 길도 처음부터 군도 전체일 필요는 없었다.

리브가 그림의 빈 점을 짚었다.

“탑을 고치거나, 탑까지 못 가는 날에도 설 자리를 만들거나. 내일은 두 번째를 실제 땅에서 볼래요?”

세라는 무너진 다리 앞에 세운 중지판을 떠올렸다. 다리가 없는 탑을 향해 다시 갈 때, 이번에는 건널 방법보다 이쪽에 남길 자리를 먼저 그려야 했다.

22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