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전체 이용가 17화

바렌의 서랍

본문 5,262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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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은 열쇠보다 먼저 나무에 걸렸다.

바렌이 손잡이를 당기자 안쪽에서 마른 소리가 났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판이 습기를 먹고 부풀었다. 세라는 그가 열기 싫어서 힘을 덜 주는 것인지 생각했다가 자기 생각을 멈췄다. 나무의 문제까지 사람의 마음으로 읽을 수는 없었다.

폐쇄 통지를 받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빛실의 돌 둘은 햇볕 받침에 나뉘어 있었다. 첫 돌은 그제 사용한 뒤 두 번째 햇볕 날을, 둘째 돌은 어제 사용한 뒤 첫 햇볕 날을 기다렸다. 둘 다 다음 긴 항해를 맡길 상태는 아니었다.

티오는 망치를 가져오지 않았다. 아픈 손가락을 감은 채 서랍 옆 틈을 봤다. 판이 비틀렸으니 문서가 어디에 닿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세라가 아래쪽을 비추고 바렌이 안을 살폈다.

서랍 바닥은 가운데가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 세라는 지렛대로 억지로 들어 올리려던 생각을 접었다. 안에 종이가 붙었으면 나무보다 먼저 찢어질 수 있었다.

“얇은 받침만 넣죠. 문서는 밀지 말고요.”

티오가 말했다. 받침을 자르는 일은 주민 목수 일을 해 본 이웃이 맡았다. 소년은 어느 방향으로 나무결을 놓을지 설명했다. 손이 쉬는 동안도 자기 기술을 전부 남에게 빼앗긴 것은 아니었다.

바렌은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오른다리를 오래 굽히지 못해 세라가 발판을 가까이 놓았다. 그는 고맙다는 말 대신 서랍 옆의 작은 칸을 가리켰다. 먼저 열어도 되는 것은 그 칸뿐이었다.

안에는 오래된 끈과 관측표 몇 장이 있었다. 사적인 편지 봉투도 보였다. 세라는 바렌에게 무엇을 읽어도 되는지 물었다. 폐쇄 기한이 생겼다고 그의 서랍 전체가 공공 문서가 된 것은 아니었다.

“공동 관측 기록. 봉투는 그대로 둬.”

그가 말했다. 세라는 허락된 묶음만 꺼냈다. 종이에서는 소금보다 오래된 기름 냄새가 났다. 눌린 자리에 먼지가 테두리처럼 붙었다. 사람의 손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물건이었다.

첫 장에는 점 일곱이 원처럼 놓였다. 공공 해도의 등대 기호와 위치는 같았으나 점 사이에 작은 이름들이 있었다. 섬 이름도, 정식 지도사 번호도 아니었다. 누가 어느 시각의 관측을 맡았는지 적은 자리였다.

세라는 오르의 이름을 넣으려고 새 종이를 붙인 일을 떠올렸다. 이 기록을 쓴 사람도 종이가 모자랐는지 가장자리에 가는 띠를 붙여 놓았다. 그 위에는 다음 모래시계라는 짧은 말이 있었다.

“한꺼번에 일곱을 켠 건가요?”

“그 장에는 그런 말 없어.”

바렌이 답했다. 세라는 질문을 고쳤다. 같은 날짜의 기록이지만 시각은 서로 달랐다. 이웃한 두 곳이 순서대로 같은 표지를 보고 결과를 넘겼다. 모든 등대가 동시에 빛을 쏟아낸 그림이 아니었다.

원 안에 있는 작은 동그라미 하나에는 미확인이라는 표시가 붙었다. 세라는 손톱으로 그 글씨를 따라 읽다가 손을 거뒀다. 오랫동안 숨긴 완벽한 정답을 꺼낸 것이 아니었다.

바렌은 그 공동망이 왜 멎었느냐는 질문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가 보관한 기록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어떤 관측은 다른 섬에 원본이 있었고, 이것은 당시 전달받은 사본이었다.

세라는 그 대답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늘 다 말하게 해야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도 정확하지는 않았다. 기록의 위치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먼저 나눠야 했다.

그녀는 종이를 시각 순서대로 펼쳤다. 두 관측의 값이 맞은 날도 있었고 오차 때문에 중지한 날도 있었다. 한 장에는 배가 돌아설 폭이 부족해 항로를 포기했다고 적혔다. 그 옆에 사람 이름 셋이 남았다.

누메가 들어와 그 줄을 읽었다.

“옛날 선장도 옆으로 다니는 배를 원했네.”

세라는 웃었다. 실패한 곡선 옆의 메모는 지금 자기 지도와 닮았다. 과거 사람들이 더 용감해서 바다가 덜 위험했던 것은 아니었다.

에딘은 폐쇄 공문과 시설 목록을 가져왔다. 기한은 이십 일 뒤 일몰, 오늘은 그중 하루가 지난 날이었다. 대체 계획 접수에 필요한 것은 옛 기록이 있다는 주장만이 아니었다. 현재 쓸 수 있는 관측점과 인원, 빛돌과 운항 범위를 확인해야 했다.

세라는 일곱 점이 있는 종이를 내밀다가 중간에서 멈췄다. 전부 복구한다고 쓰면 기한에 맞는 멋진 계획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쓸 수 있는 것은 돌 두 개와 배 한 척, 쉬어야 할 손과 다리뿐이었다.

“가장 가까운 한 곳부터 볼 수 있을까요?”

에딘은 목록을 펼쳤다. 공식 번호 셋, 나전 등대. 로안과 같은 큰 섬의 서쪽 곶에 있었다. 과거에는 바다로 물품을 옮겼으나 등 뒤 해안길로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사실을 듣자 세라는 출항표에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새 등대를 보러 간다고 새 항해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빛이 모자라면 땅을 걸을 수 있는지 보는 편이 먼저였다.

물론 오래된 길이 지금도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공식 지도에는 최근 통행 확인이 없었다. 누메는 어제 순시선 선원들이 서쪽 곶의 무너진 둑을 봤다고 한 말을 전했다. 배에서 본 둑과 육지의 우회 길은 따로 확인해야 했다.

바렌은 서랍 아래 묶음을 가리켰다. 나전 등대 관리인이 사용하던 육로 인수표 사본이 있었다. 물을 길을 곳, 낮은 다리, 돌아서야 하는 조석 시각이 적혔다. 작성일은 오래전이었다.

세라는 그 옆에 현재 확인 필요라고 썼다. 오래된 기록이 믿을 만하다고 해서 오래된 발판이 지금의 몸무게를 받아 주지는 않았다. 출발 전에 길 초입과 우회 가능 범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점심 전에 주민들이 회의를 열었다. 마루섬에서 돌아온 스무 사람이 로안에 계속 머무는 데 필요한 방과 물, 곡식을 세기 위해서였다. 세라는 조사하러 가는 일 때문에 그 회의를 건너뛰지 않았다.

미란은 빵을 구울 작은 화로와 재료를 선단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무료로 받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함께 맡을 일과 받을 대가를 정하자고 했다. 에딘은 임시 보호 비용과 개인 일을 같은 칸에서 빼지 않겠다고 답했다.

오르는 종루 기록 보자기를 무릎에 놓고 앉았다. 그는 당장 새 등대 관측을 맡겠다고 손을 들지 않았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세라는 역할표에 그 이름부터 채우려던 자기 손을 멈췄다.

헤른이 창가 자리를 가리켰다. 바다를 보며 앉을 수는 있지만 하루 종일 감시할 약속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세라는 같은 말을 전날 들었는데도, 급해지면 사람의 이름을 오래 켜지는 돌처럼 생각하게 됐다.

회의가 끝나자 누메는 배로 돌아가야 했다. 마루섬 항해에 쓴 줄과 돛을 살피고, 기존 연안 화물 일정도 조정해야 했다. 그는 내일 오전 해안길 조사에는 동행할 수 있지만 끝없이 시간을 비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라는 그 시간을 적었다. 선장이 땅을 걷는 날에도 배는 저절로 손질되지 않았다. 조사에 드는 비용을 공문 속 기대만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오후가 돼 서랍 본칸이 열렸다. 얇은 받침이 내려앉은 바닥을 받쳐 주자 판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세라는 손가락 사이에 종이 모서리가 닿지 않게 천을 댔다.

안쪽에는 빛돌 상태 그림들이 있었다. 사용 후 탁해진 범위, 햇볕을 받은 날, 교체한 받침의 번호. 한 장에는 반듯한 흰 테가 그려져 있었다. 세라는 평소 돌의 흐린 파문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고장의 증거인지는 몰랐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표현일 수도 있었고 옆에서 비친 빛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나전 등대의 최근 보관품 목록과 대조할 표시로만 남겼다.

다른 장에는 관측자의 이름을 얇게 지운 흔적이 있었다. 원래 글자가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세라는 연필을 거꾸로 쥐었다. 지워진 이름을 자기 추측으로 다시 쓰는 것도 누군가를 잘못 놓는 일이었다.

“누가 지웠나요?”

바렌은 종이를 보고 대답했다.

“이 사본이 내게 왔을 때부터 그랬다. 원본은 내가 못 봤어.”

세라는 본인이 지우지 않았다는 말과, 왜 이 사본을 지금까지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따로 남겼다. 바렌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는 아직 빈칸이 많았다. 그가 지금 서랍을 열었다고 모든 침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창밖에서 소금날개가 부두 줄을 물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티오가 큰소리로 쫓고 나서 아픈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세라는 그 짐승이 도망치는 동안 종이를 잠깐 덮었다. 서랍을 여는 일에 하루를 전부 쓰면 내일 걸을 사람의 준비가 남지 않았다.

그녀는 물과 마른 빵, 무릎의 천을 챙겼다. 나전 등대 안에 들어갈 권한과 현장 보관인 연락은 에딘이 확인했다. 등대를 보러 간다고 문을 부수거나 빛돌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

공식 관리는 서쪽 마을 보관인이 맡고 있었다. 건물 외부와 허락한 관측실만 함께 볼 수 있다는 회답이 왔다. 빛실은 바닥 상태를 확인하기 전까지 출입 금지였다. 세라는 조사 목표를 그 범위 안으로 줄였다.

신발 바닥을 확인하는 동안 세라는 처음 로안에 왔을 때 신었던 작은 신발을 떠올렸다. 소금계단에서 빌린 큰 장화는 아직 창고에 있었다. 내일은 물 가까이 내려가는 길과 마른 오르막이 섞였다. 바닥이 덜 미끄러운 신발을 고르고 여벌 양말을 챙겼다.

티오는 자기가 같이 가면 나무를 더 잘 볼 수 있다고 했다. 세라는 아픈 손을 봤고, 소년은 손이 아니라 눈으로 보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일 로안 받침의 상태를 설명할 사람이 필요했다. 세라는 남는 일을 벌로 주지 않으려고 본인이 어느 역할을 고를지 물었다.

소년은 한참 생각하다 받침을 골랐다. 서쪽 길은 다시 갈 수 있지만 오늘 빛을 받는 돌은 여기 있다고 했다. 세라는 그 선택을 역할표에 적었다. 누가 더 멀리 가느냐로 쓸모를 재지 않는 기록이 하나 늘었다.

바렌이 옛 육로 인수표를 건넸다. 원본이 아닌 보관 사본이었다. 세라는 복사해 가져갈 부분만 정하고 나머지는 서랍에 다시 넣었다. 다른 사람 이름과 사적인 편지는 열지 않았다.

해 질 때 돌의 충전표를 마쳤다. 어제 사용한 둘째 돌은 첫 햇볕 날, 그전 날 사용한 첫 돌은 두 번째 햇볕 날을 받았다. 날씨가 같아도 출발점이 달라 완료 시각은 달랐다. 세라는 두 기록을 합치지 않았다.

내일 육로를 쓰는 동안에도 돌은 로안에서 충전해야 했다. 낯선 등대의 빛을 켜서 시험하려는 계획은 없었다. 오늘 필요한 것은 더 큰 빛보다 어디에 설 수 있는지 보는 눈이었다.

바렌은 서랍을 다시 밀다가 끝까지 닫지 않았다. 나무가 다시 걸리지 않을 만큼 틈을 남겼다. 그 틈에서 묵은 종이 냄새가 났다.

세라는 문 앞에서 마지막 지도를 펼쳤다. 나전 등대까지의 옛 길 한가운데 작은 다리가 그려져 있었다. 누메가 선원에게서 들은 무너진 둑의 방위와 가까웠다.

지도에는 다리가 있었고, 오늘 누구도 그 다리를 걸었다는 말은 없었다.

세라는 내일의 첫 목적지를 등대에서 다리 앞쪽으로 옮겼다. 돌아설 수 있는 땅을 찾는 것이, 세 번째 불빛보다 먼저였다.

17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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