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햇볕 날, 세라는 종 대신 못을 셌다.
티오가 쓸 수 있는 못과 휘어진 못을 나눠 놓았다. 아픈 손가락은 천 안에 그대로였고, 세라가 집게로 곧은 것만 옮겼다. 내일모레 배에 실을 의자 받침에 필요한 수였다.
돌은 햇빛을 받고 있었다. 첫날의 맑은 테가 안쪽으로 조금 넓어졌지만 사흘을 채운 것은 아니었다. 바렌은 받침을 돌리고 구름이 가린 시간을 기록했다. 세라는 확인하려고 시험 점등을 부탁하지 않았다.
의자는 헤른을 등에 메고 달리기 위한 물건이 아니었다. 좁은 옆문을 나온 뒤 잠깐 앉아 쉬고, 두 사람이 앞뒤에서 안정되게 옮길 수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할 받침이었다. 본인이 싫으면 쓰지 않았다.
티오는 로안의 문턱에서 먼저 시험했다. 빈 의자를 들 때는 잘 지나갔다. 마른 포대를 얹자 한쪽 다리가 받침 끝에서 들렸다. 소년은 큰소리로 괜찮다고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다시 해야겠네. 조금만.”
조금은 나무 한 장과 반나절이었다. 세라는 그 시간을 출항표에서 지우지 않았다. 나무를 고치는 동안 두 돌도 자기 시간을 채웠다.
마루섬의 아침과 저녁 신호는 다섯이었다. 정해진 상태는 대기 가능. 세라는 물통 여섯 개의 진술을 매일 새로 확인한 재고처럼 쓰지 않았다. 그사이 소비됐을 몫을 계획에서 빼고, 다음 배가 못 닿을 경우의 지원 요청도 에딘과 준비했다.
세 번째 햇볕 날에는 바람이 북쪽으로 돌아갔다. 폭풍은 지나갔지만 멀리 얇은 구름이 남았다. 바렌은 해 질 때까지 충분한 빛이 쌓이는 것을 보고서야 돌을 들어 보였다.
맑은 속에서 작은 파문이 겹쳤다. 첫 돌과 둘째 돌 모두 회복됐다. 세라는 완료 시각을 적고 사용 전 상태를 따로 그렸다. 맑아졌다는 기쁨으로 지난 실패를 충전표에서 떼어 내지는 않았다.
누메는 다음 아침 첫 항해를 하겠다고 했다. 왕복 시간을 짧게 잡고 첫 돌만 쓴다. 다른 돌은 남은 사람을 옮기는 다음 항해를 위해 남겨 둔다. 오늘 해 지기 전에 급히 출항해 세 날의 기다림을 만회하지는 않았다.
그날 밤 세라는 헤른의 이름 옆에 큰 빈자리를 뒀다. 걷기 어렵다는 말만으로 사람이 배에 앉을 자세까지 정할 수 없었다. 내일 실제로 물어야 했다.
아침 부두에서는 긴 널판이 다시 배에 실렸다. 새 의자 받침과 작은 식수통, 곡식도 함께였다. 누메는 식수 때문에 승객 자리 하나가 줄어드는 것을 먼저 알렸다. 보급을 내려놓는다고 그 자리가 곧바로 승선 허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세라는 배에 오르며 무릎을 굽혔다. 여러 날 쉰 덕에 전보다 나았지만 높은 턱에서는 손잡이가 필요했다. 누메는 그녀가 앉은 뒤 짐을 마지막으로 묶었다.
로안 빛실의 바렌과 물창고의 에딘이 같은 검은 표지를 봤다. 티오는 표시판과 시각을 맡았다. 첫 돌의 빛이 열렸고, 배는 큰 돌 바깥의 곡선을 향해 나아갔다.
지난 항해의 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었다. 급류의 어두운 면이 바람 바뀐 쪽으로 넓어졌다. 누메는 곡선의 가운데를 다시 골랐고 세라는 그 시각의 폭을 새 종이에 적었다. 선장은 선체를 기울여 좁은 틈을 통과하려 하지 않았다.
마루섬 높은 방 창에 사람이 나타났다. 오르는 돌길에서 반사판을 들었다. 세라는 그 팔을 보고 먼저 기뻐했다가 사람 수를 다시 확인했다. 다섯 모두 살아 있었다. 한 사람도 숫자 속에서 저절로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배가 닿을 곳을 확인한 뒤 세라가 섬에 올랐다. 오늘은 높은 방의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는 곡식 죽 냄새가 났다. 물통 둘은 비었고 하나는 바닥이 보였다. 남은 물은 계획보다 적게 쓰고 있었지만 더 기다릴 까닭이 되지는 않았다.
누메가 새 통을 건네자 미란과 렌이 받았다. 세라는 먼저 남은 물의 상태를 물었다. 오르는 뚜껑이 새지 않았고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높은 방 바닥은 마른 안쪽을 유지했지만 낮은 문 아래로 젖은 선이 더 올라왔다.
그때 헤른이 의자 받침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저걸로 나를 운반하면 내가 물건 같겠지.”
세라는 바로 편하게 해 드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의자 위에 앉은 눈높이로 다른 사람을 올려다보는 일이 어떤 기분인지 자기는 몰랐다. 그녀는 먼저 무엇이 불편하냐고 물었다.
헤른은 배에서 어디에 앉을지 알고 싶다고 했다. 방 문을 넘기 전부터 자기 걸상과 지팡이가 따로 없어질까 봐 싫다고 했다. 세라는 자기 무릎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던 말을 삼켰다.
누메가 배 안의 낮은 걸상을 보여 줬다. 헤른은 창에서 그 자리를 봤고, 다호는 먼저 내려가 높이와 등받이를 확인했다. 쓸 의자를 배에서 단단히 고정할 수 없다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조건이었다.
받침의 너비는 옆문에 맞았다. 그러나 헤른이 앉자 문턱 앞에서 발끝이 걸렸다. 앞뒤로 드는 두 사람이 문밖까지 한꺼번에 갈 수 없었다. 티오가 그린 그림에는 그 사람의 발 길이가 없었다.
세라는 그 칸을 고쳤다. 미란이 앞쪽에서 들어 바깥 받침까지 옮기고, 문 안의 다호가 헤른이 스스로 발을 조절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을 시험했다. 배로 바로 내려가는 연습이 아니었다. 실패하면 방 안으로 돌아올 거리였다.
헤른은 마당 벽 뒤에 도착해 한참 숨을 골랐다. 따뜻한 돌에 손을 짚고 바다를 봤다. 누메의 배는 가까웠지만 높은 길의 마지막 꺾인 곳은 여기서 보이지 않았다.
“저 아래를 오늘 다 하라는 거요?”
“아니요. 마지막 턱과 배 안 의자까지 맞추고, 선장이 남은 시간을 봐야 해요.”
세라가 답했다. 헤른은 그제야 등을 의자에 붙였다. 지금 움직였다는 이유로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르는 그동안 종루를 보고 있었다. 세라가 이름 병기 지도를 펼치자 그는 자기 이름보다 곡선을 먼저 짚었다. 안개로 못 본 구간 옆의 빈칸을 보고도 채워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해당 범위를 듣고 동의했다. 자신의 종 기록 중 사람 수와 발광 간격을 다른 기록으로 나눈 부분도 확인했다. 에딘에게 돌려보낼 확인지에는 오늘의 장소와 시각이 추가됐다. 오르 이름 옆 빈 네모 하나가 채워졌다.
“이제 내가 없어도 이 길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세라는 접은 지도 위에 손을 뒀다.
“이 기록만으로는 못 가요. 다음 시각에 다시 볼 사람들이 있어야 해요.”
오르의 고개가 조금 내려갔다. 세라는 그 대답이 그를 섬에 남으라고 붙잡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 사람들이 꼭 여기 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같은 배를 보는 두 자리를 다른 곳에서 잡을 수도 있어요. 지금도 로안의 높은 빛실과 낮은 물창고가 배를 보고 있고요.”
말만으로 다른 자리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같은 표지가 가려지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오르를 영원한 관측점으로 적어 놓을 까닭도 없었다.
누메는 귀항에 남은 시간을 알렸다. 헤른의 마지막 턱 이동과 배 안 고정을 오늘 서둘러 마칠 수는 없었다. 미란과 렌은 자신들이 먼저 가기로 한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로안에 도착하면 다음 승선을 받을 자리를 준비하는 역할도 맡겠다고 했다.
남을 사람은 오르와 헤른, 다호 셋이었다. 새 물과 곡식은 세 사람이 적어도 이틀을 쓸 분량으로 따로 나눴다. 높은 방은 오늘 밤 대기 가능했고 다음 아침 상태가 달라지면 같은 계획을 강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르는 자기가 다음 배에는 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둘이 떠나면 내가 종을 쳐야죠. 아무도 없는 섬이라고 다시 쓰면 안 되니까.”
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돌아온 열다섯 이름을 적으면서도 바다에 남은 사람을 필요로 했던 자기 마음을 보았다. 이름을 지우지 않으려다가 사람을 그 자리에 못 박을 수도 있었다.
헤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도 없으면 아무도 없는 거지. 집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소.”
오르는 종루 벽을 봤다. 헤른은 미란에게 자기 걸상 밑의 작은 천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천 안에는 낮은 방 열쇠와 마른 씨앗 봉투가 있었다. 들고 갈 것과 여기 남길 것을 이미 나눈 물건이었다.
“돌아올 집이 있으면 된다. 돌아올 사람이 없어지는 건 싫고.”
세라는 그 말을 옮겨 쓰지 않았다. 그 순간에는 종이보다 오르의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입을 열 때까지 바람 소리만 들었다.
“내가 제때 떠났으면 처음부터 아홉이 남지 않았을 겁니다.”
오르가 낮게 말했다. 세라는 책임이 없다고 답하지 않았다. 누가 어떤 경고를 받고 무엇을 결정했는지는 아직 전부 듣지 못했다. 섬에 남아 벌을 받으면 그 판단이 옳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일을 돌아가서도 말할 수 있어요. 여기서 혼자 종을 치면, 다른 사람은 그 대답을 못 들어요.”
오르는 손을 폈다. 반사판을 오래 들어 손바닥 가장자리가 붉었다. 그는 다호에게 다음 상태 신호표를 건넸다가 다시 받았다. 마지막 밤까지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버릇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다호가 표를 같이 들었다. 오르는 이번에는 놓지 않으려 버티지 않았다. 세라는 그 작은 움직임을 동의로 대신 쓰지 않았다. 본인의 말이 필요했다.
“다음 배에 셋이 같이 갑니다.”
마침내 오르가 말했다.
“종루는 비웁니다. 그 문장도 지도에 남겨 주시오.”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섬의 관측점이 비게 된다는 사실을 미리 계획에 넣을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사람이 본다고 가정해 길을 잇는 일은 하지 않을 터였다.
미란과 렌의 승선은 그 뒤였다. 두 사람은 헤른에게 다음에 반드시 데려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로안에서 준비할 의자와 받을 사람, 물건 목록을 확인했다. 누메가 널판을 놓고 한 사람씩 건너게 했다.
오르는 반사판을 들고 높은 돌길로 돌아갔다. 셋이 남는 섬에서 오늘 할 일을 끝내는 걸음이었다. 헤른과 다호는 높은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마당에서 밤을 보내지는 않았다.
귀항하는 배에는 주민 둘이 탔다. 세라는 다섯 돌 가운데 둘을 작은 주머니로 옮겼다. 로안 열일곱, 마루섬 셋. 오르를 네 번째 승객처럼 마음속에서 먼저 태우지 않았다.
부두에서 미란은 배 안 걸상을 살펴봤다. 헤른이 앉을 때 몸이 옆으로 쏠리지 않게 낮은 받침을 더할 수 있느냐고 티오에게 물었다. 소년은 아픈 손을 내밀지 않고 그림부터 받았다. 실제 몸을 본 사람의 설명이 나무 위에 붙었다.
에딘은 오르의 확인지를 읽고 이름 병기된 부속 지도를 정식 검증 자료로 접수했다. 주민 관측을 상시 인정하는 전체 규칙은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오늘의 길에서 그 이름을 지우지 않은 것이었다.
첫 돌은 사용 뒤 다시 탁해졌다. 둘째는 상자 안에서 맑았다. 바렌은 다음 날 새 상태를 확인한 뒤 그 돌로 짧은 왕복을 맡길 계획을 적었다. 세라는 내일의 관측 역할표에서 오르의 마지막 칸을 보았다.
배가 섬을 떠날 때, 마루섬 칸은 비어 있어야 했다.
그 빈칸을 남겨 둔 채로도 셋을 돌아오게 할 두 개의 점을, 오늘 밤 안에 확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