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전체 이용가 12화

보이지 않는 배

본문 5,34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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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먼저 돛의 꼭대기를 지웠다.

세라는 자기 머리 위의 검은 천이 사라지는 것을 봤다. 돛대 아래는 보였고 누메의 손도 보였다. 그런데 로안에서 표지로 삼는 천은 낮은 흰 층 안에 들어갔다. 배는 같은 곳을 가는데 다른 사람 눈에서 먼저 없어질 수 있었다.

“높은 표지 가림.”

세라가 말하자 누메는 낮은 돛줄을 짧게 흔들어 신호했다. 아직 로안 물창고에서는 답이 왔다. 그러나 빛실의 응답은 한 박자 늦었다. 세라는 그 차이를 새 숫자로 덮지 않았다.

오늘 쓰는 돌은 짧은 시험에서 일부 흐려진 예비였다. 새 돌처럼 오래 버틸 수 없었다. 돌아올 시간과 끊길 때 멈출 자리를 정하고 나왔지만, 안개가 그 시각보다 일찍 바다 위로 누웠다.

누메는 곧바로 속도를 낮췄다. 앞에 은빛 길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배를 밀지 않았다. 길 끝에서 마루섬 높은 돌곶이 보였다. 지난번 세라가 걸어 올라간 쪽과 이어진 해안이었다.

뒤를 보니 로안의 흰 벽이 아래부터 흐려졌다. 세라는 표시판을 들었다. 눈이 맞는 동안 여기까지라는 시각을 남기려 했다. 티오의 큰 판이 멀리서 돌아갔다. 그 모양을 마지막으로 흰 벽이 닫혔다.

두 관측점이 모두 배를 보고 있다는 확인이 끊겼다.

물 위의 길은 얇아졌다가 조각났다. 세라는 팔을 내리지 못했다. 그쪽에서 자기를 못 보아도 더 높이 들면 닿을 것 같았다. 누메가 짧게 말했다.

“앉아. 네 팔이 등대보다 길어지진 않아.”

세라는 판을 내려놓았다. 바다를 향해 버티던 어깨가 저렸다. 그녀는 누메의 발이 선체 어디에 놓이는지 봤다. 선장은 먼 길을 새로 열려 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돌곶의 바람 그늘 안에서 배를 머물게 했다.

거기는 아직 안전한 정박지라고 확정한 곳이 아니었다. 누메는 물결이 바위에서 돌아 나오는 방향과 배가 밀리는 자리를 살폈다. 세라는 당장 섬에 내리자고 하지 않았다. 머무는 배의 밑도 보이지 않는 물이었다.

짧은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안개는 젖은 천처럼 얼굴에 닿았다. 소금 냄새 안에 검은 해초 냄새가 섞였다. 세라는 높은 방의 곡식 자루 냄새를 떠올렸다. 사람 있는 곳에 가까워졌는데 오히려 서로 보이지 않았다.

누메는 선실 문턱에서 작은 종을 꺼냈다. 손으로 손잡이를 돌리면 고른 간격으로 망치가 떨어지는 항해용 종이었다. 오래된 톱니가 한번 걸렸다. 선장은 손을 멈추고 걸린 부분이 풀린 뒤 다시 돌렸다.

“배는 여기 있다고 말할 수 있어. 길이 여기 있다고는 못 하고.”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소리만으로 방향과 거리를 다 얻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마루섬에서 듣는 사람이 자기들 상태를 모르는 것과는 달랐다. 누메는 미리 정한 선박 대기 리듬을 쳤다.

한 번, 두 번.

기계가 세 번째 타격을 같은 간격으로 떨어뜨렸다. 그 소리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세라는 숨을 참았다가, 자기가 참는다고 더 잘 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천천히 내쉬었다.

저쪽 종이 울렸다.

소리는 생각보다 왼쪽이었다. 세라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누메는 배를 그 방향으로 바로 틀지 않았다. 바람과 돌곶이 소리를 굽힐 수 있었다. 첫 응답만으로 항로가 생기지는 않았다.

세라는 들은 시각과 종소리의 길이를 적었다. 종이가 습기를 먹어 연필이 두껍게 눌렸다. 그녀는 숫자 옆에 소리 왼쪽, 해안은 아직 앞이라고 썼다. 눈과 귀가 맞지 않는 것을 하나로 합치지 않았다.

두 번째 응답은 앞쪽으로 왔다. 같은 종인지 두 개의 종이 겹친 것인지도 잠깐 알 수 없었다. 누메는 그 사이 배가 얼마나 돌아갔는지 설명했다. 세라는 종이 위의 방향을 고쳤다. 물결이 배를 돌리는 동안 소리의 왼쪽도 움직였다.

그때 가까운 물결 위에 검은 끝이 나타났다. 돌곶의 낮은 바위였다. 누메는 배가 더 안으로 밀리지 않게 머리를 바꿨다. 세라는 짐을 잡아 일어서려다가 다시 앉았다. 널판을 붙드는 일이 자기 몸을 배 밖으로 당길 수 있었다.

“짐은 묶여 있어.”

선장이 말했다.

“너까지 짐 따라가지 마.”

세라는 무릎의 천을 눌렀다. 겁이 나면 늘 손에 일을 주고 싶어졌다. 지금 자기 일은 바위와 안개의 틈이 보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짧게 해 보이는 것을 말했다.

높은 벽 한 귀퉁이.

그 아래 흰 바닥.

움직이는 검은 팔.

오르였다. 얼굴은 안 보였지만 반사판을 옆에 걸어 놓고 큰 천을 흔드는 동작이 보였다. 그는 바다 쪽 낮은 턱이 아니라 높은 돌길에 서 있었다. 세라는 그 자리를 지도에서 찾았다.

종루와 같은 방향이었다. 그러나 종소리만 듣고 돌렸다면 한참 물가 쪽으로 붙었을 터였다. 소리는 찾는 범위를 줄여 줬고, 눈으로 본 벽과 팔이 그다음 자리를 알려 줬다.

세라는 응답판을 들었다. 오르의 천이 잠깐 멈췄다가 정해진 확인 동작으로 돌아왔다. 문장은 오가지 않았다. 그를 본 것, 배가 멈춰 있는 것만 확인됐다.

로안은 여전히 안개 뒤였다. 마루섬 한 사람을 다시 봤다고 두 관측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세라는 기쁨이 올라오는 속도보다 느리게 손을 내렸다. 누메는 배를 당장 해안으로 붙이지 않았다.

한동안 둘은 같은 자리에서 기다렸다. 섬의 천이 가려지면 종이 다시 울렸다. 배의 기계 종도 대기 리듬을 보냈다. 세라는 서로가 어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견디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처음 알았다.

세라는 손톱으로 젖은 연필 껍질을 밀었다. 종이를 다 채워도 배를 한 치 옮길 수 없는 시간이었다. 처음 로안으로 오던 날에는 지도가 있으면 바다가 덜 무서워질 줄 알았다. 지금은 모르는 곳을 남겨 두고도 앉아 있어야 하는 쪽이 더 어려웠다.

누메가 마른 빵을 건넸다. 세라는 침이 말라 삼키기 힘들었다. 선장은 작은 조각만 먹으라고 했다. 자기가 허기를 잊은 사이에도 손은 계속 배를 붙들고 있었다. 세라는 한 조각을 입에 넣고 턱이 움직이는 횟수를 셌다. 살아 있는 몸을 여기 두는 일부터 다시 했다.

배 밑을 소금날개가 지나갔다. 흰 날개가 물 아래에서 반짝였다가 안개와 섞였다. 세라는 저 빛을 멀리서 보면 또 누군가의 신호로 세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생물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는 대신 종의 마지막 울림이 끝나는 때를 적었다. 기다림에도 놓치지 않을 작은 기준은 있었다.

안개 뒤에서 높은 바람이 지나갔다. 물 아래 바위는 그대로인데 위쪽 흰 층만 동쪽으로 밀렸다. 세라는 로안 방향을 봤다. 처음에는 빛이 아니라 어두운 절벽 틈이 나타났다.

그다음 물창고의 큰 판이 보였다.

그녀는 답을 보내고 또 기다렸다. 바렌의 빛실에서 확인이 돌아오려면 위쪽도 열려야 했다. 한 사람의 눈을 찾았다고 다른 사람을 대신 세울 수는 없었다.

천천히 두 번째 빛이 나타났다.

세라는 모래시계를 바로 세웠다. 오르가 같은 배 표지를 보는 시각, 로안의 관측이 다시 잡힌 시각을 새로 맞췄다. 안개 전의 값을 이어 쓰지 않았다. 배는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방향이 달라졌다.

길이 아주 가늘게 돌아왔다. 물 위에 물결 하나가 길게 펴졌다. 세라는 그 모습이 반가워 목이 메었다. 그러나 누메는 길의 양쪽 끝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일단 높은 턱까지만.”

배가 짧게 움직였다. 그동안 오르가 돌길을 따라 나왔다. 지난 상륙 때보다 물은 낮았지만 바람이 옆으로 불어 계단 위에 잔물결을 뿌렸다. 세라는 큰 널판을 꺼낼 수 있는지 선장에게 물었다.

누메는 먼저 빈 널판만 대 봤다. 아무도 위에 오르지 않았다. 티오가 만든 받침은 오르에게 건넸다. 그는 자기 몸이 마른 자리에 있는 동안에만 물건을 받았다. 무리하게 물로 내려오지 않았다.

받침 높이는 옆문에 맞춰 더 확인해야 했다. 오르는 들고 뛰지 않고 뒤쪽 사람에게 넘겼다. 오늘은 방에서 나온 가족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종루지기 혼자 왕복하지 않아도 되는 변화였다.

세라가 잠깐 섬에 올랐다. 이번에도 누메가 귀항 시각을 먼저 말했다. 그녀는 높은 방으로 뛰어가지 않고 오르와 가까운 벽 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마당과 방 사이 옮기는 연습은 했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문턱까지 나와 앉아 봤다고 했다.

“나가겠다고 했나요?”

“배가 닿는다면요. 먼저 갈 사람도 정했어요. 그런데 넷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오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높은 방 창에서 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옆의 어른이 그 손을 아래로 내리자 아이는 창틀을 꼭 잡았다. 세라는 지금 뛰어나오라는 뜻으로 자기 팔을 흔들지 않았다. 가슴 높이에서 작은 인사만 돌려줬다. 반가움 하나도 어느 동작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사람의 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온다는 소식이 방 안에 퍼져도 발이 준비되는 속도는 달랐다. 두 가족은 서로 함께 탈 수 있는지를 다시 묻고 있었다.

오르는 높은 방 아래쪽 돌이 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장 물이 차오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오늘 밤 바람이 거세지면 더 높은 방 안쪽으로 짐을 모아야 했다. 마당은 지금 낮에 잠깐 머물 수 있지만 비바람을 막아 주지는 못했다.

세라는 오늘 전원 구조를 약속하지 않았다. 오늘 널판과 한 차례 승선을 확인하면 다음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바다를 봤다.

“남는 사람은 또 남겠지요.”

그가 낮게 말했다. 세라는 그 문장을 급히 고치지 않았다. 높은 방에 남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사실이었다. 대신 돌아올 때 쓸 물과 곡식, 연락 시각을 같이 정하자고 했다.

누메가 배에서 불렀다. 세라는 바로 돌아갔다. 그 짧은 동안 바다의 가는 길이 더 좁아져 있었다. 선장은 널판을 거둔 채 두 물결 사이를 바라봤다.

세라는 자기 자를 들어 눈앞의 범위를 읽었다. 배가 지나온 선 안쪽에서 빛이 양옆으로 휘었다. 처음에는 안개가 덮은 줄 알았지만 물결 자체의 틈이 줄었다. 접힘의 가장자리가 해안 쪽으로 붙고 있었다.

“이 길로 돌아갈 수 있어요?”

누메는 대답 대신 배의 가장 넓은 부분을 봤다. 짐을 옮기면 가벼워질 수는 있었다. 그러나 배의 너비가 같이 줄지는 않았다. 선장은 손으로 물 위의 좁은 띠를 짚었다.

“여긴 안 돼.”

말은 짧았다. 세라는 오늘도 빈 배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인지 물으려다가 멈췄다. 지금은 돌아가는 길 자체가 문제였다. 사람을 더 태우지 않아도 선체는 그대로였다.

오르는 높은 벽에서 아래 물을 보고 있었다. 그가 종루 뒤쪽을 크게 가리켰다. 세라는 지난번 방에서 노인이 그려 준 길을 떠올렸다. 배수구가 있는 쪽이 아니라 바람을 돌아 받는 큰 돌 바깥쪽이었다.

누메도 그쪽을 봤다. 아직 확인한 안전 항로는 아니었다. 새로운 곡선에는 더 먼 물과 다른 시각이 필요했다. 세라는 조급한 손으로 빈칸을 채우지 않고 로안에 중지판부터 보냈다.

배의 기계 종이 또 한 번 울렸다. 아까는 보이지 않는 배의 자리만 알렸던 소리였다. 이제는 모두가 보는데도 배가 지나갈 너비가 없었다.

세라는 연필을 새로 잡았다. 길을 그리는 일보다 먼저, 지금 길이 배보다 좁다는 말을 해야 했다.

12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