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오는 좋은 나무를 두드릴 때 말을 하지 않았다.
망치 끝이 마른 판을 두 번 쳤다. 소년은 귀를 가까이 대고 기다렸다. 나무 안에서 짧고 단단한 소리가 돌아왔다. 다음 판은 둔하게 울렸다. 티오는 그것을 따로 밀어 놓았다.
“이건 겉만 말랐어.”
세라는 두 판을 손으로 짚었다. 겉보기에는 색이 비슷했다. 바다에서 빛을 골라내는 일처럼 나무에도 자꾸 보고 싶은 쪽이 생겼다. 좋은 것 하나가 더 있으면 계획이 편해질 터였다.
그러나 티오는 두 번째 판을 다시 가져오지 않았다. 사람의 체중을 받을 자리에 쓰지 않겠다고 했다. 세라는 쓸 수 없는 물건의 이름을 부품 목록에서 뺐다.
아침 바람은 아직 약했다. 바렌은 북쪽 순시선의 새 보고를 받으러 관측실에 남았다. 에딘은 부두에서 빌릴 수 있는 연장을 확인했다. 감독관이 도착했다고 새 나무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선원들이 배의 남는 짧은 각목을 내줄 수는 있었다.
누메는 그 각목을 먼저 자기 배와 대조했다. 선체 수리에 쓸 비상재까지 꺼내면 마루섬에 다녀온 뒤 배가 멈출 수 있었다. 선장이 남기라는 것을 세라는 설득해 빼 오지 않았다.
소금계단에는 윗부분 손잡이가 필요했다. 마루섬에는 좁은 옆문 턱을 넘을 작은 받침과 승선 널판이 필요했다. 나무는 같은 창고에서 나왔고 손은 티오 하나였다.
소년은 두 그림을 나란히 놓았다. 세라가 계단 그림을 먼저 당기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네가 쓰던 데라서?”
세라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자기 무릎이 부딪친 돌은 아주 선명했다. 반면 마루섬 방에서 몸을 일으키던 사람은 아직 이름보다 동작으로 떠올랐다. 가까운 아픔부터 고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녀는 그림을 다시 같은 높이에 놓았다. 현재 로안 물창고에서도 관측할 수 있었다. 소금계단 전체를 새 발판으로 넓히지 않아도 이번 항해를 준비할 수는 있었다. 그렇다고 돌아오는 윗계단을 썩은 손잡이 채 둘 수도 없었다.
티오는 윗부분의 짧은 구간만 먼저 보강하자고 했다. 밀물 전에 끝낼 수 있는 범위였다. 아래 잠긴 발판은 그대로 두고 내려가는 한계도 바꾸지 않았다. 남는 긴 판은 마루섬으로 보낼 널판에 쓰기로 했다.
“이번에는 바다 쪽으로 더 내밀자는 말 안 하네.”
티오가 말했다. 세라는 첫 제안을 떠올리고 귀가 붉어졌다.
“내밀면 네 손도 같이 따라가야 하잖아.”
소년은 웃지 않았다. 대신 자를 그녀에게 건넸다. 필요한 길이를 재는 일을 맡긴 것이다.
둘은 마른 윗계단에서 일을 시작했다. 세라는 못을 박지 않고 나무가 움직이지 않게 받치는 일을 했다. 무릎을 오래 굽히면 아파서 자리를 바꿨다. 티오는 도구를 쓰는 동안 몸을 돌리지 말라고 했다.
망치 소리는 절벽을 따라 물로 떨어졌다. 아래에서는 소금날개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새 나무에 묻은 소금이 탐나는지 턱 가까이에서 맴돌았다. 세라는 남은 끈을 자기 발 쪽으로 걷었다.
“너까지 이걸 먹으면 오늘 난간은 끝이야.”
소년이 짐승에게 말했다. 짐승은 알아들은 듯 잠수했다가 더 가까운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세라는 웃느라 자를 한 번 떨어뜨릴 뻔했다. 손에 쥔 것을 놓지 않고 웃는 법도 배워야 했다.
첫 난간 기둥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렸다. 티오는 새 판을 대기 전에 썩은 밑동을 보여 줬다. 세라는 어젯밤 위쪽 조각만 보고 나무 한 장을 붙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받는 자리가 약하면 새것도 같이 넘어갔다.
일을 줄여야 했다.
소년은 원래 계획한 길이의 반쪽을 접었다. 안전하게 끝낼 수 있는 곳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접근하지 않는 표시를 세우겠다고 했다. 세라는 바다 쪽을 봤다. 줄어든 난간이 자꾸 실패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절반 안에는 사람이 딛고 돌아설 자리가 있었다. 좁아진 것을 넓다고 그리지 않으면 쓸 수 있는 자리였다. 그녀는 그림 위 선을 고치고 발을 돌리는 지점을 짙게 칠했다.
바렌이 위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세라는 뛰어 올라가지 않았다. 도구를 정리하고 티오가 먼저 마른 땅에 선 뒤 함께 움직였다. 돌아갈 길을 고치는 사람이 그 길에서 서두르면 이상한 일이었다.
감독관이 들고 온 보고는 어제보다 짧았다. 북쪽 먼 바람이 방향을 바꿨고 오늘 저녁부터 낮은 구름과 거친 물결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내용이었다. 예정한 넉넉한 하루가 반나절쯤으로 줄어들었다.
누메는 하늘을 보고 자기 말을 보탰다. 지금 파도는 낮지만 돌아오는 때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했다. 출항 한 번을 할 수 있느냐와 여러 번 왕복해 전부 데려올 수 있느냐는 다른 질문이었다.
세라는 아홉 개 조약돌을 꺼내려다가 그대로 주머니에 뒀다. 오늘은 종이 위에서 돌을 나누기보다 실제 배에서 남길 자리를 봐야 했다.
누메의 배에는 물과 마른 식량, 담요, 널판을 실었다. 가능한 승객 자리는 넷이었다. 당일 조건이 나빠지면 그보다 줄일 수 있었고, 네 자리를 채우려고 짐을 던져 버릴 계획은 아니었다.
“빈자리가 생기면 남겨 둔 사람 생각이 더 날 거야.”
누메가 말했다.
“그걸로 배를 무겁게 만들지는 마.”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장은 그런 마음도 싣는 짐으로 아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식수통을 세고 묶인 자리를 그렸다. 널판을 꺼낼 때 다른 짐을 전부 풀지 않아도 돼야 했다.
돌은 두 개 모두 햇볕 받침에 있었다. 하나는 마루섬 왕복에서 거의 다 써서 아직 희게 남았다. 다른 하나는 짧은 재현 시험 뒤 일부만 흐렸다. 오늘 아침 받은 햇빛으로 완전 충전됐다고 부를 수는 없었다.
바렌은 두 번째 돌의 상태를 살폈다. 남은 빛으로 짧은 기존 길의 왕복을 맡길지, 귀항 여유를 남길 수 있는지 확인할 일이었다. 세라는 옆에서 기다렸다. 날씨가 조급하다고 돌이 더 맑아 보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등대지기는 항해를 짧게 제한하면 시도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먼 수중 등대 시험 같은 새 길은 금지였다. 끝 시각 전에 돌아오고, 관측이 끊기면 억지로 이어 붙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누메는 그 조건으로 하늘과 배를 다시 보았다.
티오는 마루섬에 보낼 받침을 내려놓았다. 가볍고 낮은 나무였다. 바닥 높이에 맞지 않으면 현장에서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자기는 그 문 앞에 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라는 그 말을 오르에게 그대로 전하겠다고 했다. 도구를 만든 사람의 한계도 물건에 실려 갔다. 새 나무 냄새가 보급 통의 소금 냄새와 섞였다.
소년은 긴 널판을 배까지 옮긴 뒤 잠깐 앉았다. 손가락 하나가 빨갰다. 세라가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못을 누르다가 조금 찍었다고 했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망치질을 더 하면 아팠다.
“그럼 오후 작업은?”
“안 해. 신호판은 들 수 있어.”
티오는 스스로 손가락을 감쌌다. 세라는 그 손을 보고 소년을 배에 태우면 목수 일이 편해질 것 같던 자기 생각을 접었다. 티오가 배를 타면 멀미도 해야 하고 손도 써야 했다. 로안에서 잘할 일이 이미 있었다.
오전 끝 무렵 마루섬 상태 신호가 왔다. 아홉은 같았다. 그런데 확인 리듬 뒤에 물 높이 경고가 덧붙었다. 세라와 에딘이 따로 세었다. 긴급 즉시 대피 신호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다릴 바닥이 줄고 있다는 뜻이었다.
세라는 종루 아래 방의 냄새를 떠올렸다. 젖은 밀가루, 눕혀 둔 지팡이, 옆문에서 멈췄던 어깨. 물높이라는 말이 이제 숫자보다 사람의 자세로 왔다.
누메는 출항 준비를 하되 마지막 판단은 구름을 보고 하겠다고 했다. 세라는 감독관에게 관측을 맡기며 무릎의 천을 다시 감았다. 물창고에서 배 표지를 볼 사람과 빛실에서 같은 시각을 읽을 사람이 그대로 있어야 했다.
에딘은 본인이 낮은 관측점에 서겠다고 했다. 신호판은 티오, 빛실은 바렌. 세라는 배에서 마루섬 도착 뒤 오르와 물·이동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새 관측자의 답장을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점심은 부두에서 먹었다. 흰 머리 여인이 손자 신발을 가져왔지만 오늘 배에 태우라고 내밀지는 않았다. 세라는 작은 주머니가 허리춤에 매달린 것을 봤다. 여인도 자기 기다림을 정리하고 있었다.
“신발은 제가 가져갈까요?”
세라가 묻자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오는 아이한테 내가 신길 거예요.”
그 말에는 언제 온다는 날짜가 없었다. 세라는 그 날짜를 억지로 채워 주지 않았다. 대신 오늘 마당과 문턱을 다시 보고, 선장이 허락한 수만 태우겠다고 했다. 여인은 밧줄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뒤 남은 것은 빵 부스러기보다 작은 나무 가루였다. 티오의 소매에 붙어 온 가루를 세라가 털어 주자 소년은 그걸 버리지 말라고 농담했다. 오늘 좋은 판자에서 나온 것이니 값이 나갈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세라는 손바닥을 펴 가루를 바람에 보냈다. 한때 기다란 나무였던 것이 손 한 번을 지나 아주 작은 조각이 됐다. 오늘 고친 난간과 섬으로 보내는 널판에도 같은 나무의 시간이 들어 있었다. 먼 곳에서만 기적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입으로 크게 말하지는 않았다. 손가락이 아픈 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찬사보다 오후에 쉬는 자리였다.
그녀는 남은 연장을 창고 안으로 옮겼다. 비가 오면 녹슬 것을 먼저 덮고, 다음 사람이 찾을 수 있도록 낮은 선반에 놓았다. 돌아온 뒤 할 일이 물건의 자리로 남았다.
출항 전 세라는 새로 고친 난간 쪽으로 갔다. 끝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판이 달려 있었다. 긴 난간을 상상했을 때보다 초라했지만 마른 손잡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서며 짚어 봤다.
티오가 뒤에서 물었다.
“어때?”
“내가 돌아올 수 있는 데가 보여.”
소년은 그제야 조금 웃었다. 칭찬보다 정확한 말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세라는 그 웃음을 두고 배로 돌아왔다.
부두 끝에서 바람이 한 번 뒤집혔다. 낮게 깔린 구름의 그림자가 물 위를 덮었다. 누메는 바로 돛을 올리지 않고 그 방향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봤다. 세라는 자기 발이 배 안에 있다고 출항이 결정된 것은 아님을 기억했다.
잠시 뒤 바람은 옆으로 길게 흘렀다. 선장은 제한된 짧은 왕복을 하겠다고 말했다. 멀리 나가지 않고 마루섬의 높은 돌곶 안쪽까지, 상태를 보고 멈출 곳도 미리 정했다. 돌곶은 전 항해에서 본 해안의 일부였으나 피항과 정박 가능 여부는 현장에서 다시 판단해야 했다.
빛이 열렸다. 세라는 물 위의 가는 길을 보며 숨을 셌다. 아침에 고친 난간처럼 끝이 있는 길이었다. 그 끝을 넘어서야 용감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돌아와야 했다.
배가 부두를 떠나자 티오의 큰 판이 잠깐 작아졌다. 소년은 아픈 손가락을 쓰지 않는 쪽으로 판을 쥐었다. 바렌의 빛은 낮고 고르게 길을 잡았다.
세라는 마루섬을 찾았다. 지붕과 종루 사이에 안개가 먼저 내려앉고 있었다. 지난 항해에서는 보였던 높은 방 창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누메가 돛줄을 늦췄다.
“생각보다 일러.”
세라는 귀항 끝 시각보다 먼저, 서로의 눈이 사라질 시각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루섬에서 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안개 속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