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라는 모래시계 위에 올린 손을 멈췄다. 첫 빛과 두 번째 빛은 오르의 기록에 적힌 간격과 닮았다. 세 번째가 올 자리에는 짙은 물결만 있었다. 바다 밑 탑은 대답을 늦추는 사람처럼 고요했다.
그녀는 빈 줄에 세 번째 없음이라고 썼다. 아직 아침이었다. 해가 낮아서 수면의 밝은 얼룩들이 자꾸 탑의 꼭대기처럼 보였다. 눈에 힘을 주면 바라는 것과 보이는 것이 가까워졌다.
바렌은 높은 빛실에서 다른 기록을 내려보냈다. 첫 빛을 본 시각부터 세라의 값과 달랐다. 세라는 물창고에, 바렌은 탑 위에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같은 것을 봤다고 할 수는 없었다.
누메는 배를 부두에 묶어 둔 채 돛을 손보고 있었다. 오늘 시험은 배를 먼 물로 보내지 않는 조건이었다. 세라는 그 조건을 적을 때 안심했다. 막상 돌을 쓸 시간이 되자 겁이 났다. 배를 안 보내도 빛은 줄었다.
어제 쓴 돌은 충전 받침에 하얗게 누워 있었다. 충분한 햇볕 사흘이 다시 필요했다. 오늘 꺼낼 수 있는 것은 남겨 둔 맑은 예비 하나뿐이었다. 바렌은 상자를 열고 세라에게 물었다.
“못 맞추면?”
“짧은 시험 시각에 멈춰요. 배는 그대로 두고요.”
“그다음은?”
세라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성공 뒤의 계획은 길었지만 실패 뒤의 계획은 늘 한 줄뿐이었다. 그녀는 물창고 받침 옆으로 들어오는 파도를 봤다. 마루섬의 아홉 사람은 실패했다고 오늘을 쉬게 되지 않았다.
“지금 아는 관측점으로 돌아가요. 그 길에서 사람들이 배에 오를 자리를 고쳐야 해요.”
바렌은 그제야 맑은 돌을 들었다. 하나를 써서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못 알아내면 무엇을 할지 모두 남았다. 세라는 자기 대답이 작은 약속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수중 빛을 새 관측자의 증거로 삼지 않았다. 로안의 두 곳에서 같은 탑 끝을 골라 방위를 재고, 오르가 남긴 간격이 재현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반복이 맞아도 그 빛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보다 앞서 누메가 시험에 끼어들었다. 배의 검은 표지를 내리고 흰 천을 달겠다고 했다. 세라는 어제와 같은 표지여야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장은 부두 아래 반짝이는 곳을 가리켰다.
“어제와 같은 걸 보려고 하다가 내 배에 매달린 천을 보고 있으면?”
세라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물 가까이에 떠 있는 물건이 빛을 돌려보낼 수도 있었다. 선장은 정해진 순서로 천을 바꾸고 나중에 기록과 맞춰 보기로 했다. 물 아래의 빛이 늘 탑에서만 왔다고 믿지 않기 위한 작은 시험이었다.
티오는 큰 판을 들었다. 자기가 순서를 잘못 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세라는 천을 바꿀 때마다 눈앞의 표시에 따라 판을 돌려 달라고 했다. 혼자 외워 두지 말고 누메와 같이 확인하기로 했다.
“좋아. 머리보다 나무가 오래 기억하거든.”
소년은 판 뒤에 표시를 새기며 말했다. 세라는 웃었다. 웃고 나니 물 위의 빛을 조금 덜 두려워할 수 있었다. 확인할 일의 모양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관측은 아무것도 켜지 않고 했다. 낮은 자리에서는 은빛 타원이 셋, 높은 자리에서는 둘로 보였다. 세라는 타원마다 물결이 지나가는 때를 적었다. 큰 파도 하나가 덮이면 셋이 한 줄이 됐다.
빛실에서 숫자판이 내려왔다. 세라는 자기 판을 올렸다. 둘의 값은 허용 범위 밖이었다. 다른 자리에서 같은 물속 대상을 보려는 일이, 마른 바위 꼭대기를 보는 것과 달랐다.
에딘은 세라 옆에서 관측 보조를 했다. 감독관은 답을 고르지 않고 장화가 서 있는 자리를 표시했다. 지난번에 달라졌던 눈높이를 기억한 모양이었다. 세라는 발판을 옮기지 않은 채 무릎을 펴 앉았다.
두 번째 빛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세라의 눈앞에서 두 갈래로 나뉘었다. 티오의 판이 돌아갔고 부두의 천도 바뀌었다. 분명히 대응하는 빛 하나가 물창고 바닥에서 사라졌다. 그것은 탑의 답장이 아니었다.
세라는 그 타원에 선을 그었다. 지우지는 않았다. 처음 무엇으로 보았는지 남겨야 저녁에 같은 물결을 다시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을 터였다.
다른 빛 하나는 그대로 남았다. 바렌도 그것을 봤다. 두 시각을 다시 대조하자 이번에는 가까워졌다. 세라는 가슴 안에서 작은 기쁨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이름이 없는 빛이지만 같은 것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정해 둔 짧은 시험이 시작됐다.
바렌이 돌의 빛을 열었다. 물 위에 가는 은빛 조각이 이어졌다. 부두의 배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라는 반대쪽 수중 탑 꼭대기를 기준으로 선을 잡으려 했다. 그 자리가 마루섬으로 향하는 낡은 방향과 겹쳤다.
한 번은 맞았다.
다음 순간에는 길이 옆으로 찢어졌다. 세라는 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어깨에 힘을 줬다. 오르의 기록에 적힌 두 번째 울림을 기다렸다. 멀리 마루섬의 종이 들렸지만 끝소리가 바람에 겹쳤다.
같은 시각인지 알 수 없었다.
에딘이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세라는 기다리면 될 것 같다는 말과 기다려도 되는 근거 사이에서 멈췄다. 한 번 맞은 값이 나머지를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세 번째 시도에서 탑의 꼭대기가 옆으로 뛰었다. 실제 탑이 움직였다고 할 수 없었다. 물결의 경사와 눈높이가 바뀌며 아래 빛이 꺾였다. 로안 위쪽 바렌은 전혀 다른 때의 빛을 보고 있었다.
세라는 중지판을 들었다.
티오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봤다. 예정된 마지막 모래까지 아직 남았기 때문이었다. 세라는 같은 대상인지 확인이 끊겼다고 말했다. 소년은 다시 묻지 않고 판을 올렸다.
빛이 닫혔다.
은빛 조각은 평범한 물결로 돌아왔다. 누메가 돛줄에서 손을 떼고 앉았다. 배 한 척이 부두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세라는 먼 바다를 갔다 온 것처럼 힘이 빠졌다.
바렌이 내려오는 동안 에딘은 실패라는 단어 옆에 줄을 하나 더 만들었다. 확인하지 못한 것과 확인한 것을 나눠 달라고 했다. 세라는 이번에는 종이보다 먼저 부두를 봤다.
천에 비친 빛 하나를 가려냈다. 수중 탑의 빛은 남았으나 보는 각도에 따라 갈라졌다. 두 곳의 시각과 목표를 안정적으로 맞추지 못했다. 반대쪽에 사람이 있다는 증거도 얻지 못했다.
누메가 물통을 건넸다.
“그럼 오늘 안 쓴 것은?”
“배가 나갈 연료요. 아니, 여기선 돛을 안 폈으니까.”
세라는 말이 꼬여 조금 웃었다. 누메도 웃었다.
“사람을 안 내보냈지. 그건 실패 목록에서 빼 줘.”
세라는 물을 마셨다. 목이 쓰렸다. 새로운 길을 얻지 못했다고 기존 길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마루섬 높은 마당과 옆문, 오늘 아침 돌아온 아홉의 확인은 그대로였다.
빛돌은 아래 한쪽이 흐려졌다. 전부 맑던 돌이 다시 비용을 가진 물건이 됐다. 바렌은 짧게 사용한 상태를 그려 놓고 당장 충분한 출항을 보장하지 않았다. 다음 사용 전 남은 빛과 귀항 여유를 확인해야 했다.
세라는 어제 아홉 개 돌을 놓았던 탁자를 떠올렸다. 저 아래 누군가가 길을 대신 열어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면 섬의 두 사람을 좁은 문에서 옮길 걱정을 건너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의 실패는 그 문제를 그대로 돌려줬다.
낮이 지나자 마루섬에서 정해 둔 상태 신호가 왔다. 사람 수는 여전히 아홉. 높은 방에서 마당으로 세 사람이 옮겨 보는 연습을 했다는 것은 숫자판으로 보낼 수 없었다. 세라는 그런 뜻을 신호에 덧씌우지 않았다.
다음 가까운 대화 때 물을 질문을 적었다. 어깨가 닿던 문폭, 바람막이를 세울 자리, 배를 기다리며 쉬는 의자. 오늘 실패한 수중 빛보다 작은 일들이지만 다음 사람의 발에 닿을 질문이었다.
흰 머리 여인은 오후에 신발 끈을 바꾸러 왔다. 세라는 오늘 새 길을 못 만들었다고 먼저 말했다. 여인은 신발을 내려놓고 한동안 손을 폈다. 실을 오래 잡아 굳은 손가락이었다.
“그럼 그 아이가 올 길은 없어졌어요?”
“아니요. 이미 확인한 길을 다시 재서 가야 해요. 배에 오를 자리를 더 만들고요.”
“그렇다면 오늘도 그 길을 하고 있네.”
여인은 신발에 새 끈을 꿰었다. 세라는 답을 듣고도 마음이 곧장 편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실패라는 말 한 개로 덮지는 않을 수 있었다.
티오는 소금계단을 보러 가자고 했다. 낮은 물때가 남아 있었다. 세라가 잃은 관측대를 찾자는 말인 줄 알고 고개를 저으려 하자 소년이 손을 들었다.
“아래 안 가. 돌아오는 손잡이를 보자는 거야.”
둘은 마른 절벽 길에서 계단 윗부분을 살폈다. 오래된 난간의 밑동이 물에 패여 있었다. 티오가 누르자 윗판 하나가 소리 없이 흔들렸다. 세라는 첫날 자기 몸을 받쳤던 줄을 떠올렸다.
“이러면 다음 관측자는 어느 발판까지 내려가?”
소년의 질문은 수중 탑보다 가까웠다. 세라는 젖은 돌의 높이와 손이 닿을 위치를 그렸다. 난간이 생긴다고 물에 잠기는 계단이 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철수할 때 손을 놓치지 않을 자리가 필요했다.
티오는 쓸 수 있는 나무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새 판자를 사러 나갈 배도 당장 없었다. 등대 안의 남는 물건 중 무엇을 빼도 되는지 바렌에게 물어야 했다. 소년은 촛대의 울타리를 잠깐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빼면 염소가 돌부터 먹어.”
“돌은 안 먹잖아.”
“발로 밀 수는 있지.”
둘은 처음으로 오늘 할 수 있는 농담을 제대로 웃었다. 세라는 그림 가장자리의 젖은 선을 짙게 표시했다. 바다가 올라오기 전에 끝낼 일과 밀물 뒤에도 남을 일을 구분했다.
계단 위 바위틈에는 빛게들이 모여 있었다. 작은 등껍질이 파도 그림자에 따라 한꺼번에 어두워졌다. 세라는 그것을 보고 물속 빛도 생물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연필을 내렸다. 가능한 설명은 많았다. 오늘 본 것이 그중 하나를 고를 권리를 주지는 않았다.
그녀는 한 마리가 지나가도록 장화 끝을 뒤로 뺐다. 게는 길을 되찾자 서두르지 않고 돌 틈으로 들어갔다. 세라는 그 느린 걸음을 보고 자기 발도 절벽 쪽으로 돌렸다. 바다를 더 오래 노려본다고 내일 쓸 나무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등대로 올라가자 북쪽 순시선의 선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온 바람 보고였다. 먼 바다에서 구름이 낮게 눕고 있었고 내일 늦게부터 바람이 거칠어질 수 있다고 했다. 폭풍이 언제 시작될지 확정한 말은 아니었지만 원래 잡은 작업 날을 전부 쓸 수는 없었다.
바렌은 창문을 열었다. 낮게 모인 구름의 밑면이 어두웠다. 세라는 무심코 수중 빛을 찾았다. 물 아래에서는 여전히 작은 선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오늘도 그 빛은 자기들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티오가 마른 난간 조각을 탁자 위에 놓았다. 손으로 비틀자 썩은 끝이 부서졌다. 세라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내일 다 고칠 수 있어?”
티오는 나무 조각을 내려다봤다. 큰소리부터 나오지 않았다.
“전부는 못 해. 사람 돌아올 데부터 해야 해.”
세라는 수중 탑을 그린 종이를 접고 그 위에 계단 그림을 펼쳤다. 새 길을 기다리는 대신, 이미 돌아와야 할 사람이 잡을 나무부터 고를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