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전체 이용가 9화

종루 아래

본문 5,37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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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문은 열렸지만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세라는 마루섬의 빵집 높은 방을 올려다봤다. 오르가 문고리를 밀자 좁은 그늘이 벌어졌다. 그 뒤에서 누군가 걸상을 끌었다. 문짝보다 사람의 발이 늦게 움직였다.

오늘은 물이 어제보다 낮았다. 누메는 파도가 잠깐 잦아드는 안쪽 바위턱을 고르고 배를 붙였다. 건강한 성인 한 사람이 두 손으로 지지하며 오를 자리는 있었으나 두 사람을 부축해 건널 폭은 없었다. 선장은 승객을 옮기는 날과 같다고 하지 않았다.

세라는 먼저 무릎을 굽혀 봤다. 어제보다 덜 아팠지만 높은 턱을 한 번에 넘을 수는 없었다. 오르가 위에서 손을 내밀고 누메가 널판의 아래 끝을 잡았다. 세라는 배에 돌아올 시각을 말한 뒤 천천히 섬으로 올라갔다.

빛실의 바렌과 물창고의 에딘은 로안에서 같은 배 표지를 보고 있었다. 오르는 반사판을 고정한 자리를 떠나도 되는 시간을 확인했다. 사람 하나가 육지에 섰다고 관측점 하나가 저절로 늘지는 않았다.

오늘 쓴 것은 어제 일부 탁해진 돌이었다. 바렌은 아침에 남은 빛을 확인한 뒤 짧은 왕복 관측까지만 맡겼다. 맑은 예비 하나는 상자에 뒀다. 세라의 품에는 돌아올 때까지 풀지 않을 시간표가 있었다.

종루 아래에는 소금 냄새가 짙었다. 무너진 지붕의 널판이 벽에 기대 있었고 마른 물풀이 문고리에 걸렸다. 오르는 그 곁을 지나며 말이 빨라졌다.

“높은 마당은 비었어요. 다들 거기로 가면 됩니다.”

세라는 앞장선 사람의 어깨를 봤다. 자기보다 무거운 일을 다 끝내 놓고 싶은 어깨였다.

“아홉 분이 그렇게 말했나요?”

오르는 걸음을 늦췄다. 문 안에서 짧은 기침이 들렸다. 그는 대답 대신 세라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높은 방은 빵 굽던 냄새를 희미하게 품고 있었다. 젖은 밀가루 자루는 아래층에 남겼고 마른 곡식만 난로 반대편에 올려놓았다. 물독 뚜껑에는 전날 보급 통의 끈이 새로 묶였다.

사람은 오르를 빼고 여덟이었다. 세라는 로안에서 외운 이름을 곧바로 읽지 않았다. 자기 이름을 말하고 누구와 이야기해도 되는지 물었다. 창가 노인이 걸상을 두드렸다.

“앉아. 서 있으면 우리가 당장 따라가야 할 것 같으니.”

세라는 앉았다. 천을 감은 무릎이 펴지자 옆에 앉은 여자가 자기 발목을 만졌다. 보행이 어려운 두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다른 한 명은 문 쪽 긴 의자에 누워 있었다.

“저 마당은 지붕이 없지.” 노인이 말했다.

“낮은 벽은 있어요. 바람이 어느 쪽에서 드는지 보러 왔어요.”

“집 놔두고 거기 누우면 밤새 젖어.”

세라는 괜찮을 거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 지도에는 마른 네모 하나였지만 이 사람에게는 지붕을 놓고 나가는 일이었다. 그녀는 노인의 그릇에 남은 빵 껍질을 봤다. 누구에게나 같은 마당이 아니었다.

오르가 낮은 방은 이미 젖었다고 말했다. 여자 하나가 그 말을 끊었다.

“알아. 우리 발도 거기 담갔으니까. 그런데 어머니를 누가 들어?”

방이 조용해졌다. 세라는 가지고 온 경사도를 접었다. 부축할 사람을 선으로 그린 것은 자신이었다. 그 선이 누구 팔인지 여기서 정해야 했다.

옆문으로 먼저 나간 것은 오르와 빵집 주인이었다. 세라는 두 사람이 천천히 걷는 폭을 봤다. 문 밖 턱은 발끝보다 높았고 돌바닥 한쪽에 작은 홈이 있었다. 지팡이 끝이 걸릴 수 있는 자리였다.

누메는 배에서 보급 빈 상자를 건넸다. 그 상자를 고정 발판처럼 쓰지는 않았다. 오르는 의자를 가져와 문 옆에 놓았다. 걷다 쉬는 자리였다. 세라는 문턱을 낮추기 전에 티오에게 보여 줄 치수를 쟀다.

바람은 바다에서 곧장 오지 않았다. 가마 옆 벽을 돌아 마당 가운데로 말려들었다. 세라가 내민 마른 천 한쪽이 안으로 꺾였다. 노인이 말한 밤의 젖음은 틀린 걱정이 아니었다.

빵집 주인은 낡은 문짝 둘을 가리켰다. 오르가 그것으로 벽을 높이면 된다고 했다. 세라는 바람에 흔들리는 경첩부터 봤다. 단단히 세우지 못하면 바람막이가 사람 위로 넘어올 수도 있었다.

둘은 문짝 대신 낮은 벽 뒤에 마른 짐을 모아 바람을 덜 받는 자리를 확인했다. 무거운 자루는 머리 위로 쌓지 않았다. 오늘 해가 있는 동안 머물 곳과 밤을 보낼 방을 나눴다. 마당은 모든 날씨를 이기는 새집이 아니었다.

노인이 옆문 앞까지 나왔다. 손에는 평소 쓰던 지팡이가 있었다. 빵집 주인이 팔꿈치를 받쳤고, 가족 한 사람이 반대쪽에서 걸음을 맞췄다. 세라는 앞에서 끌지 않았다. 느린 발에 맞춰 의자를 옮겼다.

세 걸음 뒤 노인이 멈췄다.

“여기서 앉으면 바다가 안 보이네.”

세라는 낮은 벽 뒤에 앉은 눈높이를 맞춰 봤다. 정말이었다. 문 안에서는 배가 오는지 볼 수 있었지만 마당의 가장 바람 적은 자리는 담에 가렸다. 오르가 배를 보면 알려 주겠다고 했다.

“네가 종 치러 가면?”

그 질문에 오르가 입을 다물었다. 혼자 모든 역할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빈자리가 생기는 소리였다.

여자가 손을 들었다. 자신은 걸을 수 있으니 창가에서 신호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다른 가족은 물과 담요를 마당에 두는 일을 맡았다. 세라는 그제야 마당 옆 빈칸에 이름을 하나씩 적었다.

오르가 정한 순서는 힘센 사람이 먼저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래 계단에서 두 사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먼저 떠나면 방에 남아 부축할 사람이 모자랐다.

세라는 작은 조약돌 아홉 개를 놓았다. 그중 둘을 천 위에 올렸다. 걷기 어려운 사람을 뜻했다. 돌을 옮길 때마다 남은 돌이 어느 쪽에 있는지 함께 봤다.

“이건 배를 나눠 타는 순서도 필요해요. 선장이 한 번에 몇 분을 태울 수 있는지는 그때 바다를 보고 정해야 해요.”

“그럼 오늘 정하는 게 무슨 소용이지?”

“배가 왔다고 아홉 분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내려오지 않을 수 있어요.”

노인은 잠깐 돌을 봤다. 그러고는 천 위의 돌 하나를 문 안쪽에 남겼다. 자기 곁에 있어 줄 가족 하나를 직접 골랐다. 세라는 그 이름을 듣고 적었다. 구조 순서가 누군가를 버릴 순서처럼 들리지 않게 하려면 당사자의 손도 지도 위에 있어야 했다.

배에서는 누메가 종을 한 번 쳤다. 남은 시간의 첫 경고였다. 세라는 아직 결론 나지 않은 물건을 억지로 묶지 않았다. 오늘 정한 것은 높은 방에서 마당으로 옮기는 연습과, 물·담요를 나눠 놓는 순서였다. 계단과 승선은 널판과 파도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누워 있던 사람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옆문 폭을 보고 나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오르가 곧바로 가능하다고 하려다 멈췄다. 대신 의자를 치우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서 봤다.

어깨가 문에 걸렸다.

세라는 그 소리를 듣고 치수를 다시 썼다. 둘이 양옆에서 부축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앞에서 길을 확인하고 다른 한 사람이 본인 팔을 받치는 방식이 가능한지, 본인이 편한지 천천히 시험해야 했다. 누워 있던 사람은 오늘은 문 앞까지만 가겠다고 했다.

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는 그의 손이 조약돌 하나를 덜 세게 쥐는 것을 봤다. 설득은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물과 곡식을 확인할 때는 방 안 사람들이 먼저 셌다. 보급한 통이 있어도 아홉 명이 무기한 버틸 양은 아니었다. 바람이 세져 배가 하루 더 못 오면 어떤 것을 먼저 나눌지 정했다. 세라는 오늘 확인한 양과 다음 확인 시각만 남겼다.

아이가 세라의 지도 모서리를 잡았다. 로안 여인이 간직한 작은 신발의 주인이었다. 자기 집을 그려 달라고 했다. 세라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젖은 낮은 방을 가리키지 않고 바다 너머를 가리켰다.

“할머니 있는 데.”

세라는 바로 집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여인이 잘 지내며 신발을 고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이는 자기 맨발을 내려다봤다. 바다를 건너면 신발보다 먼저 붙잡을 사람이 있다는 말로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르는 세라를 배로 데려다주는 길에 종루에 잠깐 들렀다. 다음 아침 상태 신호표를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종루 안에는 마른 곳과 젖은 곳의 경계가 냄새로 갈렸다. 벽에 붙은 기록지는 아래쪽이 갈색으로 말랐다.

세라는 종 친 시각 옆의 작은 점들을 보았다. 공식 신호표에는 없는 모양이었다. 오르는 밤에 물 아래 빛이 되돌아온 간격을 적었다고 했다. 같은 간격처럼 보여도 조수에 따라 달랐고, 누구인지 확인한 적 없다고 했다.

“사람이 답한 걸까요?”

“그랬으면 좋겠다고 쓴 날도 있지요. 그래서 이름은 못 썼어요.”

세라는 종이 아래 날짜를 확인했다. 로안에 오기 전의 관측도 있었다. 이 빛이 자신들을 위해 갑자기 생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바다 한쪽에 자기가 모르는 시간이 먼저 쌓여 있었다.

그녀는 허락을 받고 해당 관측만 옮겼다. 나머지 주민의 사적인 요청은 베끼지 않았다. 부두에서 누메가 두 번째 종을 쳤다. 세라는 연필을 내려놓았다.

배에 돌아올 때 무릎이 다시 당겼다. 올라갈 때 괜찮았다고 내려오는 일이 같은 것은 아니었다. 오르는 그녀가 난간을 잡을 때까지 줄을 놓지 않았다. 누메는 배의 방향을 고르고 세라가 앉은 뒤 널판을 거뒀다.

마당에는 세 사람이 잠깐 나와 있었다. 여덟 사람을 전부 줄 세우지 않고, 오늘 움직여 본 사람만 높은 벽 뒤로 고개를 내밀었다. 세라는 손을 들었다. 아홉은 여전히 아홉이었다. 그러나 숫자 속에 누가 누구 곁에 남을지 생겼다.

로안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 탁했던 돌의 빛이 더 얇아졌다. 누메는 출항 때 정한 짧은 곡선 안에서 귀항했다. 새 길을 덧붙여 시간을 늘리지 않았다. 배가 묶인 뒤 바렌은 그 돌을 빼서 충전 받침으로 옮겼다. 당분간 새 항해를 맡길 상태는 아니었다.

티오는 문턱 치수 그림을 보자 손가락으로 좁은 곳을 짚었다. 널판만 길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세라는 로안에 돌아와서도 섬의 옆문을 몸으로 기억했다. 어깨가 닿던 소리가 연필 끝에서 다시 났다.

그날 저녁 열한 명의 임시 숙소에서 여인이 손자 신발을 내밀었다. 세라는 오늘 그 아이를 직접 봤다고 말했다. 여인은 신발을 받쳐 든 손을 내려놓지 않고 한참 기다렸다. 세라는 손자가 할머니 있는 데를 집이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여인은 웃으면서 울었다. 세라는 잠깐 다른 쪽을 봐 줬다. 지도에 없는 장면도 다음 출항을 움직이는 힘이었다.

밤 관측 전에 바렌은 오르의 기록 사본을 펼쳤다. 수중 빛이 세 번 돌아왔다는 줄, 네 번째는 없었다는 줄. 세라는 자기 첫날 기록과 시각을 나란히 놓았다. 얼핏 맞는 듯했지만 기준 종이 달랐다.

“답장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지요?”

바렌은 바다를 봤다.

“내일 같은 걸 기다려 봐. 안 오면 안 왔다고 써.”

세라는 맑은 예비 돌이 든 상자를 바라봤다. 저 아래 누군가가 있다면 마루섬의 돌아올 길을 도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바라는 사람을 관측자로 셀 수는 없었다.

그녀는 다음 장에 두 개의 빈 점을 찍었다. 하나는 로안, 하나는 수중 빛이 보이는 방위였다. 두 번째 점 옆의 이름 칸은 비워 뒀다.

내일 그 빈칸을 믿고 배를 보내도 되는지부터, 자기 눈으로 틀려 봐야 했다.

9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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