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전체 이용가 4화

남은 사람의 수

본문 5,180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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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바렌의 지팡이를 먼저 주웠다.

물 아래에서 빛이 번지고 있었다. 그러나 등대지기는 그것을 보려고 부두 끝에 더 다가가지는 않았다. 세라가 건넨 지팡이를 짚고, 모두에게 마른 바닥까지 물러나라고 했다.

누메는 배의 묶임줄부터 확인했다. 항로가 생긴 것처럼 보이는 빛이 선체에 닿았다가 흩어졌다. 배는 여전히 부두 옆 물결에 평범하게 흔들렸다.

“빛만 따라가지는 않아요.”

세라가 말했다. 누메가 고개를 돌렸다.

“나한테 하는 말이야, 네 발한테 하는 말이야?”

세라는 자기 장화 끝을 봤다. 발은 어느새 부두 가장자리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물러났다.

빛줄기 일곱 개는 잠깐 길게 뻗었다가 하나씩 짧아졌다. 마루섬 방향의 빛도 끝이 잘린 것처럼 흔들렸다. 바다에 은빛 선이 있다는 사실과 돌아올 길이 있다는 사실은 달랐다.

바렌은 탑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석 달 전 가라앉았다고 알려진 일곱 번째 등대의 방위와 맞는지 내일 밝을 때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놀란 사람이 아는 것과 설명할 수 있는 것도 달랐다.

그때 부두 안쪽에서 아이 울음이 났다.

세라는 고개를 돌렸다. 구조된 사람 열한 명이 담요를 두르고 물창고 위쪽 빈 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손자의 신발을 가져온 여인은 마지막 층계 앞에서 숨을 골랐다. 수중의 신비보다 먼저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누메가 세라에게 물통을 건넸다.

“바다는 내일도 젖어 있어. 저 사람들 컵은 지금 비었고.”

세라는 물통을 받았다. 손잡이가 손바닥을 눌렀다. 무릎은 계단 첫 칸에서부터 아팠다. 뛰지 않고 한 칸씩 올랐다.

방에는 마른 포대가 깔렸다. 티오는 벽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판자로 가리고 있었다. 손이 떨려 못을 두 번 놓쳤다. 세라가 망치를 대신 들려 하자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할 수 있어. 대신 못 좀 세워 줘. 손가락 말고 집게로.”

둘은 마지막 틈 하나를 막고 함께 앉았다. 티오는 오늘 한 일보다 내일 할 일을 먼저 말하려다가 크게 하품했다.

세라는 물을 나눴다. 컵이 부족해 같은 그릇을 씻어 돌렸다. 누구나 종을 듣고 빛을 보고 왔지만, 배에서 겪은 일은 조금씩 달랐다. 어떤 이는 반사판을 들던 오르의 손을 기억했고 어떤 이는 창고 문에 표시한 물 높이를 기억했다.

세라는 살아 돌아온 사람의 이름을 먼저 적었다. 숫자 열한 개가 이름 열한 줄이 됐다. 남은 사람 아홉 명도 아는 대로 이름을 적되, 모르는 글자는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아홉이 확실한가요?”

그녀가 묻자 흰 머리 여인이 손바닥을 폈다. 종루 관리인 오르, 혼자 걷기 어려운 두 사람, 그들을 돕는 가족들. 여인은 손가락을 접으며 누가 어느 건물에 있었는지 말했다.

아홉은 막연한 구조 대상이 아니었다. 여인은 그중 셋의 빵 먹는 습관도 알았다. 빵을 물에 적셔 먹는 사람과 껍질만 떼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먹을 것은요?”

“위쪽 빵집에 마른 곡식이 있어요. 물은 종루 뒤 빗물독. 바닷물 닿기 전에 뚜껑을 묶었지.”

“얼마나 버틸까요?”

여인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열한 명이 떠나기 전의 양과 남은 아홉이 쓸 양이 달랐다. 세라는 날짜를 확정해 적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본 식량, 식수 위치, 현지에서 확인 필요라는 세 줄만 남겼다.

누메가 아래에서 올라왔다. 던져 버린 물통은 되찾지 못했고 배 한쪽 널판은 고정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출항을 지금 하자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세라는 그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마루섬 쪽 창을 봤다. 작은 불이 하나 떠 있었다. 그 불 곁에는 자기보다 더 피곤한 아홉 명이 있을 터였다.

바렌은 빈 컵을 내려놓았다.

“오늘 안 간다는 말부터 적어. 언제 갈지는 관측한 뒤에.”

그 말은 포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불확실한 약속을 해 놓고 자기가 잠드는 것보다 어려운 문장이었다.

티오는 먼저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누웠다. 세라도 젖은 신발을 벗었다. 장화 안에는 작은 조약돌 하나가 들어 있었다. 소금계단에서 무릎을 부딪칠 때 따라온 모양이었다. 잃은 관측대 대신 가져온 물건치고는 초라했다.

그녀는 조약돌을 기록지 모서리에 얹었다.

아홉이라는 숫자가 바람에 넘어가지 않도록.

잠들기 전에는 짧은 관측만 하기로 했다. 세라는 바렌과 함께 부두 위 마른 난간에 자리를 잡았다. 한쪽은 내려다본 빛의 방향을, 다른 쪽은 물이 난간 돌에 닿는 높이를 적었다. 같은 바다를 보았지만 안전 항로를 만들기 위한 두 관측은 아니었다. 아직 함께 고정할 대상과 시각을 맞추지 못했다.

수중 빛은 파도가 잦아들 때 선명했다. 물결이 솟으면 길어 보였고 물이 물러가면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처음 본 일곱 줄이 다시 여섯이 됐다가 여덟처럼 갈라졌다.

세라는 줄의 수를 지웠다가 멈췄다. 여덟이라고 적은 옆에 수면에서 갈라져 보임이라고 덧붙였다. 바렌은 종이 위 숫자를 보고도 정답을 알려 주지 않았다.

“관측한 걸 쓰고 있군.”

그 한마디가 오늘 받은 두 번째 일이었다.

누메는 배에서 돌아와 긴 막대에 마른 끈을 달았다. 잠수해서 빛돌을 꺼낼 수 있겠다는 사람이 생기기 전에 위험한 깊이부터 표시하자고 했다. 바렌은 부두 밑으로 접근하지 않는 선을 정했다.

“꺼내면 쓸 수 있는지도 모르잖아.”

누메의 말에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앉은 등대가 보인다고 잃은 자원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난간 밑에서 소금날개가 몸을 뒤집었다. 낮에는 흰 날개였던 부분이 푸른빛을 받아 얇은 유리 같았다. 세라는 한순간 빛이 생물의 등을 따라 움직이는 줄 알았다. 짐승이 날개를 접자 빛은 돌바닥에 그대로 남았다.

그녀는 움직인 것과 비친 것을 기록지에서 다른 줄에 썼다. 어둠 속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사람 발을 물로 이끌 수도 있었다. 누메는 선미에 묶인 흰 천을 걷었다. 멀리서 보면 마루섬의 반사판처럼 보일 수 있겠다고 했다.

수중 빛이 가리는 바위 둘을 찾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첫 바위는 물때마다 드러났고 두 번째는 파도가 길게 눕는 순간에만 검은 끝을 보였다. 세라는 기다리는 동안 무릎을 펴고 앉았다. 아픈 다리로 서 있다가 눈높이가 낮아지면 관측값까지 바뀌었다.

바렌이 앉을 자리에 낮은 나무상자를 가져왔다. 그녀가 무겁다고 하자 그는 등대에서 제일 가벼운 일부터 맡기는 중이라고 했다. 세라는 조금 웃었다. 상자에 앉아 난간 너머를 보니 빛의 끝이 아까와 다르게 겹쳤다.

그녀는 눈높이와 앉은 자리까지 덧붙였다. 같은 창에서 본다는 말만으로는 같은 관측이 되지 않았다. 종이에는 숫자보다 주의 문장이 더 많아지고 있었다. 완벽한 해도에서 밀려나 로안에 왔는데, 실제 바다는 그 불완전한 문장들 사이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어둠 속에서 종이 한 번 울렸다. 세라는 들은 시각을 썼다. 바렌이 적은 시각과 나란히 놓으니 모래시계 반 번도 되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 둘은 그것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리지 않고, 내일 다시 확인할 목록 첫 칸에 남겼다.

마루섬 불은 일정한 간격으로 가려졌다가 나타났다. 세라는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 불 앞에 판을 움직이는 듯했다. 종 신호표에서 배운 짧은 확인 신호와 닮았다.

바렌은 자기 등불을 낮게 두 번 가렸다. 멀리서 같은 리듬이 돌아왔다. 문장을 주고받은 것은 아니었다. 살아 있는 관측점이 있다는 확인이었다.

“내일 해가 뜨면 상태 확인부터.”

세라가 기록했다. 식수독, 마른 자리, 사람 수. 그 질문을 바다 건너에 말로 보낼 수는 없었다. 두 번째 배가 닿을 조건을 만들어야 했다.

바렌은 남은 예비 돌을 어디에 쓸지 물었다. 세라는 곧바로 마루섬이라 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구조선을 보낸 뒤 돌아오는 방위가 틀리면 열한 명 옆에 선원 이름도 더하지 못할 터였다.

“먼저 짧은 왕복을 확인해야 해요. 급류를 제가 범위만 적었어요. 배가 기울던 쪽을 다시 봐야 하고요.”

“돌을 조금이라도 쓰면 사흘을 비워야 할 수 있다.”

“오늘 만든 지도 그대로 아홉을 태우면 안 돼요.”

그 문장을 말하는 동안 세라의 목이 잠겼다. 자기가 틀린 곳을 발견하면 배가 바로 떠날 줄 알았다. 틀린 곳을 발견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누메는 귀항 때 물이 선미를 밀던 방향을 손으로 그렸다. 세라는 자기 지도와 겹쳐 봤다. 붉은 급류 표시는 물길 오른쪽에 찍혀 있었다. 그러나 누메가 실제 피한 자리는 그보다 안쪽이었다.

위험한 여백이었다.

세라는 기록지를 가슴 가까이 당겼다. 오늘 구한 사람을 생각하며 지도의 잘못을 덮어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밤중에 배를 내보내 그 잘못을 증명할 수도 없었다.

셋은 다음 날 확인할 짧은 구간만 정했다. 누메가 출항 여부를 결정하고, 로안과 마루섬에서 같은 배를 볼 수 있을 때만 진행한다. 관측점이 안 맞으면 돌을 쓰지 않는다. 보급품을 실을 여유와 승객을 태울 여유는 별개로 계산하기로 했다.

세라는 여인의 손자 신발을 떠올렸다. 빈 배로 돌아오는 것을 여인이 어떻게 볼지 두려웠다. 누메는 그녀의 기록지 위를 짚었다.

“빈 배로 돌아오면 배가 하나 남아. 못 돌아오면 다음 배도 없어.”

세라는 그 말을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배 한 척을 잃었을 때 마루섬으로 다시 갈 방법이 없다는 문장을 썼다. 지도사 자신이 읽고 싶지 않아도 남겨야 할 비용이었다.

마지막 관측을 마칠 때 수중 빛이 갑자기 짧아졌다. 해안 돌에 닿던 물도 함께 낮아졌다. 빛과 조수 사이에 관계가 있는 것 같았지만 세라는 원인이라고 적지 않았다. 한 번의 밤으로 바다가 설명될 리는 없었다.

바렌은 무거운 다리를 돌려 세웠다. 세라가 부축하려 하자 그는 지팡이 끝을 마른 쪽에 놓아 달라고 했다. 필요한 도움은 그 정도였다.

세라는 방으로 돌아가 무릎에 마른 천을 댔다. 창가 바람풀의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물을 주려다가 소금기 없는 물인지 먼저 확인했다. 오늘 사람 컵을 채우느라 자기 화분은 잊었다.

화분 밑의 넓은 접시에는 마른 모래 두 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둘을 떨어뜨려 조금 벌려 놓았다. 관측점 둘. 그 사이의 거리를 바라보다 눈꺼풀이 천천히 무거워졌다.

새벽에 누메가 문을 두드렸다.

세라는 잠결에 남은 사람 수부터 떠올렸다. 아홉. 그 숫자는 잠든 사이 줄지도 늘지도 않았기를 바랐다.

선장은 젖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전날 지도와 다른 방향으로 꺾인 밧줄 한 조각이 들렸다. 배의 귀항 흔적을 따라 표시해 온 것이었다.

“바람이 바뀌었어. 네 지도대로 돌아서면 오늘은 급류 한가운데야.”

세라는 신발을 신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지도에 그린 돌아올 길부터 다시 봐야 했다.

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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