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이레째 아침, 조일은 자기 모형을 또 세우지 않았다. 나무 조각 둘을 옆으로 놓고 종이를 탁자에 펼쳤다. 주문을 읽을 때와 글을 쓸 때의 자리를 각각 보겠다는 것이었다. 수현은 물을 마시며 그 모습을 봤다. 어제 쓰러진 물건이 오늘 다른 높이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견습은 같은 주문을 읽고 내려 쓴 뒤 다시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나무가 넘어지지 않았다. 대신 종이 한쪽이 자기 컵 밑으로 들어갔다. 조일은 컵을 치우고 종이를 꺼냈다. 글을 눌러 쓰는 힘을 없앴더니 다른 물건이 자리를 차지했다. 수현은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견습이 어디서 멈추는지 기다렸다.
“상자가 아니라 탁자를 사야겠어요.”
조일이 말했다. 수현은 탁자를 사면 가게도 넓혀야겠다고 답했다. 견습은 그럼 먼저 성벽부터 물려 달라고 해야 한다며 웃었다. 둘은 가게를 늘리는 대신 오늘 컵을 둘 곳을 조금 옮겼다. 농담이 끝난 자리에는 실제 손 한 뼘이 생겼다.
수현의 손은 아침에도 조금 떨렸다. 그는 컵을 오래 들지 않고 탁자에 놓았다. 귀가 큰 소리를 먼저 받아들이는 느낌도 남아 있었다. 오늘 새 감정이나 수리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조일은 길모에게 자기 물건을 들고 가고 싶은데 아침 주문을 받은 뒤 잠깐 나가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오늘 자기 일정과 가게 앞을 누가 보는지 먼저 맞췄다. 견습이 나가 있는 동안 새로운 검을 받지 않고, 이미 맡은 종이는 정한 사람에게 건넬 수 있었다. 조일은 자기 주문의 대금 주머니를 따로 챙겼다. 수현은 그 안을 보지 않았다. 가게 밖에 나가는 돈이 견습의 돈이라는 구분은 오늘도 실제였다.
길모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되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수현은 그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목수가 늘 백가 앞을 지나는 것은 아니었다. 조일은 자기 물건을 자기가 설명할 날을 고르고 있었다. 수현의 의자가 가게에 남는다고 견습의 발도 함께 묶일 필요는 없었다.
조일은 종이 두 장을 챙겼다. 하나에는 세워 읽는 모습, 다른 하나에는 눕혀 쓰는 모습이 있었다. 수현이 그린 것은 아니었다. 사람의 손이 둥글게 뭉쳐 있어도 어디서 종이를 잡는지 알 수 있었다. 견습은 그림을 보고 손가락을 다 그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은 손의 개수를 속이지만 않으면 되겠다고 답했다.
견습이 나간 뒤 수현은 안쪽 의자에서 자기 그림 덮개를 열었다. 두 컵 사이의 빈 곳은 그대로였다. 윤초에게 주지 않고 남겨 둔 종이를 아끼는 마음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러나 그 마음을 숨기려고 곧바로 선물로 바꿀 필요는 없었다. 그는 덮개 귀퉁이를 다시 접어 손이 잡기 편한 쪽으로 뒀다.
문 앞에 한 사람이 서서 안을 봤다. 명주의 가게에서 손을 그려 준 사람이 여기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관찰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사람은 자기 집 낡은 받침이 언제 무너질지 그림으로 알 수 있느냐고 했다. 말이 몇 골목을 건너며 원래의 품보다 커져 있었다.
수현은 숨겨진 결함을 보는 일과 사람이 쓰는 모습을 그리는 일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금 정밀 감정을 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손님은 그럼 눈으로만 보고 안전하다는 말을 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 말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돈이 없는 아침에 쉬운 대답을 하나 팔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었다.
손님은 그냥 그림만 한 장 있으면 쓰는 사람이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현은 자기 그림이 받침의 무게를 대신 받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실제 재료와 상태를 살필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맞았다. 그는 필요한 사람을 지금 여기서 약속할 수는 없지만 길모에게 목공 상태를 볼 수 있는지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손님은 잠깐 생각하다가 자기가 먼저 목수에게 가 보겠다고 했다. 수현은 그 길을 새 의뢰가 성사된 것처럼 장부에 쓰지 않았다. 손님이 떠나고 나니 가게는 다시 조용했다. 자기 입으로 돈을 받지 않을 말을 했다는 사실이 허기를 가시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조일의 남은 주문 종이를 확인했다.
조일은 점심 전에 돌아왔다. 길모는 눕혀 쓸 판과 세워 읽을 받침을 한 물건에 다 넣으면 값이 늘어난다고 했다는 것이다. 견습은 일단 읽는 작은 받침만 물었고 값을 들었다. 아직 제작을 맡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왜 안 샀느냐고 먼저 묻지 않았다. 견습이 오늘 들은 값을 자기 종이에 적었다.
그 값은 조일이 가진 돈으로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종이와 먹을 살 돈까지 빼면 남는 폭이 작았다. 견습은 사면 다음 주문이 더 빨리 끝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수현은 빨라지는 것과 종이를 덜 찾는 것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일은 자기는 두 번째가 더 급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견습에게 그러면 사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 돈이면 아낄지 쓸지 어느 쪽도 가볍지 않았다. 조일은 오늘 오후 탁자에서 더 써 보고 저녁에 답하겠다고 정했다. 길모는 내일 아침까지 같은 범위로 답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미룬 하루가 값없는 망설임은 아니었다.
점심은 두 사람이 함께 먹었다. 수현은 아침 손님의 문의를 전했다. 조일은 이제 그림에도 봉인을 요구하는 사람이 생겼냐고 물었다. 그는 안심을 사려는 말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견습은 그럼 안 무너지는 탁자를 사는 게 빠르겠다고 했다. 수현은 탁자도 실제로 봐야 한다고 말하다가 둘이 동시에 웃었다.
오후에는 곽두가 왔다. 짐을 나르는 사람 둘과 함께 골목 끝까지 왔고 가게 안에는 혼자 들어왔다. 그는 앉아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 수현이 의자를 가리키자 큰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버들나루의 짐표를 건네는 자리에서 말이 자꾸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다.
짐을 받는 일꾼과 표를 돌려주는 일꾼의 손이 겹쳤다. 짐을 내려놓은 사람이 표를 받으려고 다시 실린 짐 곁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곽두는 수현이 내일 짧게 실제 동작을 봐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쇠나 병기를 감정하는 일이 아니며, 나무를 고치는 품도 따로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나루 소리를 먼저 물었다. 곽두는 물이 차는 시각에는 짐과 배가 몰려 조용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 말을 감추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수현은 지금 귀 상태로 큰 소리를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고 했다. 곽두는 그러면 뒤편의 짧은 인계 한 차례를 볼 수 있는지 따로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는 현장에 앉을 곳과 바로 나올 길이 있는지 물었다. 곽두는 늘 쓰는 안쪽 휴게 자리가 있으나 실제 보는 자리와 떨어져 있다고 답했다. 수현은 그 안에서는 동작을 못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쉬는 자리와 관찰 자리를 같은 말로 덮지 않았다. 좋은 의자가 있다고 모든 나루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곽두는 나중에 사람을 보내 조용한 시간과 실제 손이 오가는 위치를 먼저 그려 주겠다고 했다. 수현은 내일 몸을 다시 본 뒤 한 차례 관찰을 받을지 답하겠다고 했다. 품의 값과 짧게 끝내는 조건도 미리 나눴다. 오래 버티면 더 받는 방식은 아니었다. 중단이 필요하면 본 데까지만 전달하기로 했다.
조일은 옆에서 그 약속을 적었다. 수현은 자기 대신 책임을 받으라는 뜻으로 견습에게 넘기지 않았다. 자신이 다시 읽고 고친 뒤 곽두에게 현재 답을 확인했다. 내일 아침 몸과 실제 나루 조건이 맞을 때만 받는 일이었다. 오늘 문의를 받았다고 내일의 수입이 이미 생긴 것은 아니었다.
곽두가 떠난 뒤 가게 안의 소리가 다시 작아졌다. 수현은 귀가 피곤해져 문을 조금 닫아 달라고 했다. 조일은 남은 빛이 있는 쪽 창을 열었다.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가 쉬웠다고 쓸 수는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자기 몸의 길이가 있었다. 그는 그 길이를 새 의뢰의 숫자로 먼저 바꾸지 않았다.
저녁 전에 조일은 읽는 받침만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눌러 쓰는 판은 지금 탁자로 두고, 종이를 찾는 시간부터 줄여 보겠다는 것이었다. 견습은 정한 돈을 자기 주머니에서 나눴다. 수현은 보태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돈을 받아야 자율이 생기는 것도, 거절해야만 독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조일은 주문에 쓸 종이를 실제 받침 크기로 접어 봤다. 넉 장을 모두 세우는 모양으로 처음 그렸지만, 지금 확인할 한 장만 놓는 편이 자기 탁자에 맞았다. 견습은 그 차이를 길모에게 함께 전하겠다고 했다. 크게 만들면 나중에 더 쓸 수 있다는 말이 곧 더 쓸모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수현은 종이 끝을 잡아 주겠다고 하다가 손을 내려놨다. 조일은 혼자 접을 수 있었고 지금은 자기 눈높이에 맞춰 보고 있었다. 견습이 부르기 전에는 자기가 그 물건의 사용자가 아니었다. 필요한 도움과 손을 먼저 내미는 버릇이 같지 않다는 것을 오늘도 작은 탁자에서 배웠다.
길모에게 보낼 종이에는 세워 두되 누르며 쓰지 않는다는 쓰임이 분명했다. 조일은 자기가 직접 넣었다. 수현은 그 글씨를 보고 자기 의자가 앞으로 어떤 손을 기다릴지 생각했다. 닫아 둔 감정대가 곧바로 다시 열릴 일은 없었다. 그래도 오늘 가게 안에는 서로 다른 값을 고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윤초에게는 저녁에 짧은 소식을 보냈다. 나루 관찰 문의를 받았지만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그녀의 일과 견주거나 자기가 뒤처졌다는 뜻은 덧붙이지 않았다. 답은 해가 기운 뒤 왔다. 윤초는 다음 설명 품도 아직 조건을 묻는 중이라고 했다. 서로 미정인 일을 들려줄 수 있는 저녁이었다.
그는 솥 그림을 아직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보여 달라는 말은 아니었다. 윤초는 종이는 있고 솥은 실제 집에 있다고 답했다. 수현은 어느 쪽이 더 둥글냐고 되물었다. 그녀는 종이를 보면 솥이 항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번 웃고 접어 둔 종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기 컵 그림 옆에는 새 종이가 없었다. 그는 오늘 무언가 더 그려야 그 대화에 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덮개를 올리자 컵 두 개와 빈 사이가 가려졌다. 이미 본 물건을 가리는 일에도 손의 순서가 생겼다. 그는 조일이 접어 둔 귀퉁이를 조심히 맞췄다.
문을 닫기 전에 곽두 쪽에서 현재 자리 그림이 왔다. 짐을 내려놓는 곳과 표를 돌려주는 손이 작은 점으로 나뉘어 있었다. 수현은 그 선이 실제로 조용한지 그림으로는 알 수 없었다. 내일 확인할 질문을 한 줄 적었다. 소리가 커지면 어디서 바로 나올 수 있는가였다.
조일은 자기 주문 종이를 묶고 새 받침이 놓일 자리를 비웠다. 아직 물건은 오지 않았다. 수현은 그 빈자리가 자기의 닫힌 감정대와 닮았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하나는 새로 고른 것을 기다렸고 다른 하나는 현재 쉬어야 할 손을 지키고 있었다. 각자의 이유로 비어 있는 자리들이 가게의 밤에 나란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