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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15세 이용가 160화

손님 쪽으로 누운 숫자

본문 5,097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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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수현은 명주에게 두 장의 용도와 실제 동작을 물었고, 다음 날 짧은 관찰 품을 새로 받되 아침 몸을 보고 출발 여부를 알리기로 했다.

조일은 자기 주문 종이 상자의 모형을 접으며 뚜껑이 옆자리와 소매에 걸리는 문제를 길모에게 보여 줄 질문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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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사흘째 아침, 수현은 손바닥을 탁자에 놓고 죽이 식는 동안 기다렸다. 어제 쇳소리에 굳었던 귀 뒤가 아침에도 조금 예민했다. 새로 심해지는 느낌은 없었다. 그는 명주에게 정한 짧은 범위로 가겠다는 소식을 보냈다. 다녀오면 오늘 다른 관찰은 하지 않기로 스스로 먼저 골랐다.

조일은 가게에 남았다. 자기 주문 종이를 나누고 길모에게 보여 줄 상자 모형을 접을 일이 있었다. 수현은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길에서 쉬어 갈 국숫집 앞의 자리는 알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이 길어지면 가게에 소식을 보낼 돈도 따로 챙겼다.

명주의 가게에는 작은 사발들이 크기대로 엎어져 있었다. 수현은 문밖에서 그릇을 내려놓는 손이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 깨지는 소리를 실제로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빈 그릇이 닿는 가벼운 울림만으로 어깨가 올라갔다. 명주는 그가 앉을 곳을 먼저 물었다. 그는 안쪽 벽과 통로가 함께 보이는 의자를 골랐다.

오늘 보여 줄 동작은 가게 일꾼인 명주가 직접 하기로 했다. 손님에게 보여 줄 종이에는 값과 그릇 수가 적혀 있었다. 그 밑 종이는 오늘 들어온 물건을 덧적는 장이었다. 수현은 두 장의 용도가 다르다는 설명을 들은 뒤에야 종이를 만져도 되는지 물었다. 손가락으로 소리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종이 가장자리의 방향을 눈으로 보고 탁자 위에 그대로 돌려놨다. 아래 장은 섬유가 조금 두꺼웠고 위 장은 여러 번 접어 얇아진 곳이 있었다. 그 차이가 문제인지 아직 몰랐다. 명주는 손님 앞에서 가격을 보여 주려 계산판을 앞으로 밀었다. 아래 종이도 함께 조금 나갔다.

“여기까진 괜찮아요.”

명주가 말했다. 오른손으로 위 장을 누른 채 왼손으로 아래 장의 빈 곳을 꺼내려고 했다. 빈 곳은 종이 아래쪽에 있었다. 손을 바꾸는 순간 위 장이 비스듬히 돌아갔다. 손님 쪽에서 보면 숫자의 끝줄이 판의 턱 밑으로 숨었다. 수현은 움직인 손의 순서를 짧게 적었다.

명주는 판이 기울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수현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 본 것은 두 종이가 한 손을 번갈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아래 장을 뒤집거나 위 장에 새 턱을 달자는 말을 서두르지 않았다. 같은 동작을 한 번 더 천천히 보여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명주는 먼저 그릇 두 개를 옆으로 치웠다. 수현의 의자 가까이에 떨어질 물건이 없도록 가게 사람이 옮긴 것이었다. 수현은 그릇을 대신 들지 않았다. 다시 손을 바꿨을 때 위 장의 접힌 모서리가 아래 장에 걸렸다. 아래 장을 당기는 힘이 위 장까지 끌어낸 셈이었다.

그는 접힌 모서리를 폈을 때와 그대로일 때를 따로 봤다. 모서리를 펴도 두 장이 같은 턱을 쓰면 손이 들어갈 자리가 좁았다. 명주는 그럼 종이를 새로 사야 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새 종이가 지금의 턱을 넓혀 주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아직 버릴 물건을 정할 때가 아니었다.

명주는 자기 눈에는 판이 조그맣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수현은 웃으며 작은 판에도 문제가 덜한 동작이 있는지 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이 괜히 값비싼 순서를 늘리는 변명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는 오늘 본 것을 종이에 그려 보여 줬다. 두 종이 옆에 같은 손이 두 번 그려졌다.

그림의 손가락이 셋뿐이었다. 명주가 실제보다 적어서 문제가 쉬워 보인다고 했다. 수현은 나머지는 오늘 품 밖이라고 답했다가 먼저 웃었다. 명주도 웃었다. 농담 뒤에는 실제 오른손과 왼손이 남았다. 그는 어느 손이 편한지 다시 물었다.

명주는 손님에게 보여 주는 장을 오른쪽에 두는 것이 익숙하다고 했다. 수현은 자기에게 잘 보이는 쪽으로 바꾸자고 하지 않았다. 계산하는 사람에게 익숙한 길이 바뀌면 또 다른 실수가 생길 수 있었다. 그는 종이 두 장을 나란히 놓을 만한 빈 탁자 폭이 있는지 눈으로 봤다. 옆에는 작은 잔을 올린 쟁반이 있었다.

명주가 쟁반을 다른 빈 곳에 직접 놓았다. 종이를 나란히 두면 당장은 겹치지 않았다. 그러나 손님 쪽의 장을 보려면 사람이 그릇 진열 앞까지 들어와야 했다. 수현은 그 길을 막아 놓고 해결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명주에게 손님 위치에 잠깐 서 달라고 했다.

명주는 손님 자리에서 보이는 숫자를 읽었다. 멀리 놓인 장의 끝이 그릇 뒤로 숨었다. 수현에게는 잘 보이는 쪽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기 종이에 가린 선을 표시했다. 자기 눈으로 보는 관찰에도 누가 어디서 보는지를 빼면 틀리는 곳이 생겼다. 그릇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은 아니었다.

마침 물건을 찾으러 온 손님이 문밖에서 불렀다. 명주가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수현은 정한 시간을 넘겨 기다리며 새 장면을 더 보겠다고 하지 않았다. 쉬는 동안에도 자기 품이 무한히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늘 관찰은 여기서 끊고 지금까지 본 것만 전달하겠다고 했다.

명주는 손님에게 물건을 건넨 뒤 돌아왔다. 답을 듣지 못한 채 돈을 내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쉬움은 실제였다. 그는 오늘 확정한 것은 접힌 모서리가 한 번 걸렸다는 것과 같은 턱에서 손이 교대하며 장이 돌아갔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를 나란히 놓으면 겹침은 줄지만 손님 쪽 가림과 통로 문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어떤 판을 만들지는 목수가 실제 자리를 보고 정해야 했다. 명주는 그럼 가장 싼 답은 종이를 한 장씩 내리는 것이냐고 물었다. 수현은 현재 방식으로도 가능하나, 사람이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는 답이라고 말했다.

“기다리는 건 손님 몫이잖아요.”

명주의 목소리가 조금 단단해졌다. 수현은 자기가 편해지기 위해 남의 시간을 쉽게 더한 것처럼 들렸음을 알았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정하자는 말은 아니었다고 고쳤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조건 빠른 물건이 생겼다고 약속할 수도 없었다. 둘 사이의 잠깐 불편한 침묵을 붓으로 메우지는 않았다.

수현은 손님에게 보여 줄 장을 먼저 세워 놓고 아래 장을 잠깐 다른 낮은 받침에 둘 수 있는지 물었다. 명주는 그 받침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그는 종이 위에 낮은 네모를 그렸다. 만들기 전에 가게에 이미 있는 작은 빈 나무판을 대어 동작만 볼 수는 있겠다는 뜻이었다. 나무판은 명주가 직접 가져왔다.

그 판은 손님 장 뒤에 두기에는 깊었다. 계산할 손이 길게 뻗었다. 옆에 두니 이번에는 그릇 쟁반의 손잡이와 부딪쳤다. 수현은 그 두 자리에 선을 그어 지웠다. 자투리 물건을 쓰면 값이 안 든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었다. 안 맞는 물건을 억지로 쓰는 품도 남았다.

명주는 나무판을 원래 자리에 돌렸다. 수현은 겹치는 두 장을 억지로 한 물건에 모두 올리기보다 한 장은 손님을 향하고 다른 장은 낮게 자기 쪽에 둘 수 있는 폭을 재면 좋겠다고 말했다. 높이나 턱을 정한 설계는 아니었다. 실제 숫자가 가리지 않도록 종이를 펴서 목수에게 보여 줄 질문이었다.

명주는 길모를 알고 있다고 했다. 긴 자 받침을 만든 일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그 사례가 그릇 가게에도 맞는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답했다. 명주는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며 웃었다. 길모에게 물건과 자리를 직접 보여 주고 값부터 듣겠다는 말이었다. 수현은 자기 그림을 건넸다.

오늘 본 손의 순서는 명주가 직접 다시 읽었다. 모서리가 걸린 때와 그냥 두 장이 미끄러진 때가 구분돼 있었다. 명주는 마지막 그림의 손가락을 두 개 더 그려 줬다. 수현은 종이를 받아 다시 그리지 않았다. 그것은 감정 서류의 원본이 아니라 당사자가 자기 동작을 확인하는 그림이었다.

품은 약속한 만큼 받았다. 명주가 다음에도 같이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오늘 품으로 다음 방문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길모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으면 그편으로 끝내도 됐다. 명주는 필요하면 실제로 달라진 물건과 할 동작을 적어 묻겠다고 했다. 다음 수입이 사라질 수도 있는 대답이었다.

가게를 나오자 햇볕이 높았다. 수현은 길 건너 그늘에 앉아 물을 마셨다. 귀에 그릇의 얇은 울림이 남아 있었고, 붓을 쥔 손가락에는 작은 피로가 있었다. 그것을 실패한 관찰의 흔적으로 세지는 않았다. 그는 오늘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 되려고 품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윤초와 마주쳤다. 그녀는 표국 쪽에서 자기 볼일을 끝내고 걷는 중이었다. 수현이 오늘 종이에 손가락 다섯 개를 처음 그려 봤다고 하자 그녀가 축하할 일인지 물었다. 그는 셋만 그렸더니 의뢰인이 마저 그려 줬다고 답했다. 윤초는 값에 포함됐느냐고 했다.

그는 덤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둘은 서늘한 벽 옆에서 잠깐 같이 걸었다. 그녀는 관찰이 잘됐느냐고 물었고 그는 문제가 하나에서 셋으로 늘었다고 답했다. 윤초가 얼굴을 돌렸다. 그는 그래도 한 번에 무엇을 못 하는지는 더 잘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것을 무조건 성공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윤초는 자기 받침도 글을 고칠 때에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 방에서 실제로 종이를 내려 접었던 모습을 떠올렸다. 같은 나무 틀이 앉아 있는 사람에게 모든 동작을 해 주지는 않았다. 그는 명주에게 물건을 먼저 칭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그가 본 장면을 정확히 남기는 편이 나았다.

모퉁이에서 둘은 갈라졌다. 수현은 가게로 들어오자 조일에게 오늘 돈을 받은 줄을 보여 줬다. 견습은 종이값과 섞지 않고 새 줄에 적었다. 들어온 돈이 작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지붕값까지 갚았다고 커지는 것도 아니었다. 수현은 남은 액수를 직접 봤다.

조일의 상자 모형은 옆으로 열리게 바뀌어 있었다. 길모가 내일 아침 잠깐 놓을 자리를 보러 올 수 있다는 답도 있었다. 수현은 자기 관찰 그림을 모형 옆에 놓으려다가 다른 함에 넣었다. 견습의 의뢰가 자기 일의 참고 부품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둘의 돈도 종이도 별개로 남았다.

저녁에는 손에 남은 떨림이 조금 더 눈에 띄었다. 수현은 오늘의 관찰 메모를 다시 길게 정리하지 않았다. 명주에게 건넨 그림과 자기 요약은 이미 구분돼 있었다. 그는 칼을 만지지 않았고 결청도 쓰지 않았다. 그래도 몸을 썼다는 사실은 저녁 휴식을 정할 충분한 이유였다.

문을 닫기 전 조일이 그릇 가게 판이 결국 바뀔 것 같으냐고 물었다. 수현은 명주가 먼저 값을 듣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 다음은 아직 못 봤다. 견습은 그럼 오늘 장부에는 오늘 품만 남기겠다고 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쪽으로 누운 숫자는 내일도 누군가의 실제 눈을 기다렸다.

16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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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는 쪽의 자리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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