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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15세 이용가 159화

두 장 사이의 바람

본문 5,197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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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수현은 윤초의 방에서 종이 받침을 쓰는 모습을 보고 차를 마신 뒤, 허락을 구해 짧게 입맞춤했다.

백가로 돌아온 그는 명주의 계산판에서 두 장이 겹치는 동작을 다시 봐 달라는 문의를 받았지만 새 방문이나 품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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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이틀째 아침, 수현은 명주의 문의를 다시 읽었다. 그릇 가게 계산판에서 종이 두 장이 겹칠 때를 보여 주고 싶다는 말이었다. 전날에는 받았다는 소식만 보냈다. 오늘도 가겠다는 약속부터 적지는 않았다. 보여 줄 물건이 종이인지, 종이를 잡는 손인지에 따라 앉을 자리가 달라졌다.

조일은 아침 쌀죽을 탁자 반대편에 놓았다. 수현이 종이를 가까이 당기자 견습은 그건 죽을 부르는 종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붓을 내려놓고 그릇을 먼저 잡았다. 속이 비어 있으면 손끝이 더 성급해졌다. 천천히 먹어도 오늘 결청을 할 생각은 없었다.

명주에게 물을 것은 셋이었다. 두 장을 동시에 놓는 까닭, 실제로 그 동작이 일어나는 때, 그리고 자신이 멈추면 다음에 누가 이어 볼 수 있는가. 수현은 마지막 질문을 써 놓고 지웠다. 물건을 보기도 전에 다른 사람을 찾아 달라는 청처럼 읽혔다. 먼저 머무를 길이를 협의하는 편이 나았다.

그는 지난 계산판의 배치 관찰과는 별개인 새 방문임을 적었다. 직접 나르거나 제작하지 않고 짧게 눈으로 볼 것, 몸이 나빠지면 중단할 것, 그 범위에 맞는 품을 새로 정할 것도 썼다. 세 줄을 쓰는 동안 붓끝이 한 번 흔들렸다. 글씨는 알아볼 수 있었다.

조일이 답장을 가져다주러 가면서 그릇 가게 종이를 사 와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명주가 보내 달라고 한 것은 종이가 아니라고 답했다. 견습은 자기 주문에 쓸 종이를 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아, 하고 웃었다. 남의 가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든 물건이 그 일의 일부가 됐다.

견습이 나간 뒤 수현은 문 옆에 작은 의자를 놓았다. 점심 무렵 바깥 수레가 많이 다니는 날에는 안쪽이 편했다. 그렇다고 문을 닫으면 조일이 돌아올 때 부르기 어려웠다. 의자를 옮긴 뒤에도 문턱의 마른 돌은 보였다. 그는 오늘 자기 자리를 하나 고쳤다.

해가 기울기 전에 조일이 돌아왔다. 자기 종이 꾸러미와 명주의 답을 다른 손에 들고 있었다. 명주는 계산할 때 쓰는 종이와 손님에게 보여 줄 종이가 따로 있다고 했다. 손님이 가격을 보는 동안 새 그릇 수를 아래 종이에 더 적으려다 두 장이 겹쳤다. 판이 작다는 말만은 아니었다.

명주는 내일 낮, 장이 덜 붐빌 때 짧게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품도 제시된 범위에 맞춰 지급하겠다는 답이었다. 수현은 그 액수가 지붕값의 몇 몫인지부터 셌다. 그러고는 종이를 접었다. 그 계산은 장부에서 하면 됐다. 지금 확인할 것은 내일을 자기 손으로 수락할 수 있느냐였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귀에 남은 골목 소리는 가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 짧은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내일의 몸이 예약되지는 않았다. 아침에 다시 상태를 보고 출발 여부를 알리겠다고 답했다. 명주는 문 앞까지 와서 무리하게 기다리지 말라는 말도 보냈다.

“그러면 내일 품은 아직 안 받은 거죠?”

조일이 묻자 수현은 그렇다고 했다. 실제로 가서 정한 관찰을 할 때 받을 돈이었다. 견습은 빈 줄에 미리 합계를 쓰지 않았다. 수현은 그 빈칸을 보며 작은 실망과 안도를 같이 느꼈다. 돈이 생긴 척하지 않아도 기대는 생길 수 있었다.

오후에 옥선이 잠깐 들렀다. 긴 자 받침을 더 고쳐 달라는 일은 아니었다. 길모에게 줄 나무 조각을 전달하고 가는 길이라고 했다. 수현은 자도 잘 있느냐고 물었다가, 가게를 떠날 때마다 사용 보고를 청하는 사람이 될까 입을 다물었다. 옥선은 오늘도 썼다고 짧게 답했다.

그녀는 묶음에서 넓적한 나무쪽 하나를 꺼냈다. 곧게 자른 조각이 아니라 가장자리가 비틀린 자투리였다. 길모가 실제 모양을 보려 하니 수현의 가게에서 잠깐 맡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조일이 쓰는 탁자를 먼저 보았다. 거기에는 이미 새 종이 꾸러미가 있었다.

수현은 오늘 길모가 들를 때까지만 문 옆 바닥의 빈 자리에 놓을 수 있다고 답했다. 비가 새던 곳은 피했다. 옥선이 직접 기대어 놓고 흔들리지 않는지 확인했다. 물건 하나를 맡는 일에도 누가 들고 누가 찾는지가 있었다. 그는 작은 조각을 공방의 새 자재처럼 가져오지 않았다.

옥선이 가고 나자 조일은 나무 결을 보고 자기 종이 상자도 길모에게 맡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물어볼 수는 있다고 답했다. 얼마면 될지 대신 정하지 않았다. 견습은 자기가 쓸 종이의 폭을 재기 시작했다. 자를 찾던 손이 잠깐 수현 쪽으로 왔다가 자기 꾸러미로 돌아갔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수현은 예전에 조일의 손이 그에게 먼저 향하던 때를 떠올렸다. 모르는 것은 물으면 됐고 어려운 것은 자기가 잡아 주면 됐다. 지금은 조일에게 자기 폭을 재는 법까지 허락받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함께 쓸 가게의 통로는 이야기해야 했다.

“뚜껑을 열 때 어디까지 나올 건지 보자.”

그가 말하자 견습이 종이로 접은 네모를 들었다. 상자 몸통은 작았지만 덮개를 뒤로 젖히면 벽에 걸렸다. 조일은 뚜껑이 있으면 종이를 지킬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수현은 지켜 줄 자리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둘은 실제 상자를 만들지 않고 종이 뚜껑을 옆으로 밀어 봤다.

한쪽을 통째로 빼내면 잃어버리기 쉬웠다. 끈을 달면 종이를 꺼낼 때마다 끈이 손등에 걸렸다. 조일은 끈을 옆면으로 보내 보더니 자기 소매가 닿는 것을 보고 멈췄다. 수현은 그 정도면 목수에게 보여 줄 질문이 되겠다고 했다. 답을 얻었다는 말은 아니었다.

길모가 저녁 전에 왔다. 나무쪽을 가져가기 전 조일이 종이 모형을 보여 줬다. 목수는 손으로 쓰는 상자인지, 다른 사람이 돈을 세며 같이 쓰는 상자인지 물었다. 조일은 자기 혼자 주문 종이를 나누어 쓸 것이라고 답했다. 길모는 그럼 놓을 자리를 보고 나서 값을 말하겠다고 했다.

수현은 그 말에 끼어들지 않았다. 자기 공방인데도 오늘은 견습이 의뢰하는 사람이었다. 길모는 바닥의 나무쪽을 직접 들었다. 조일이 도와주려 하자 혼자 옮길 수 있다고 말하고 통로를 먼저 비워 달라고 했다. 수현은 문을 조금 더 열었다. 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동작이 있었다.

나무가 나간 자리에는 얇은 먼지만 남았다. 수현은 빗자루를 잡지 않고 조일에게 먼저 물었다. 견습은 자기 탁자 쪽을 마저 정리한 뒤 쓸겠다고 했다. 바로 해 달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 의자에 앉았다. 몸이 쉬는 것보다 입이 기다리는 것이 늦게 익었다.

그때 문밖에서 쇠를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옆집 짐꾼이 고리를 내려놓은 소리였다. 손끝이 먼저 굳었고 귀 뒤로 날카로운 느낌이 올라왔다. 수현은 컵을 내려놓았다. 금속의 울림을 따라 안의 흠을 듣고 싶던 옛 습관이 있었지만, 지금 들린 것은 자기 몸의 불편뿐이었다.

조일이 문을 반쯤 닫았다. 수현은 의자를 안쪽으로 조금 옮겨 달라고 했다. 이미 자리를 고쳤다고 저녁에도 맞는 것은 아니었다. 옮긴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는 동안 소리는 작아졌다. 떨림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내일 방문도 아침에 다시 보겠다고 말했다.

저녁 국을 먹은 뒤 함서린에게서 짧은 전갈이 왔다. 압류품을 새로 봐 달라는 요청은 아니었다. 예전에 정한 보관 장소를 바꾸지 않았다는 정기 확인이었고, 답을 당장 보낼 필요는 없었다. 수현은 봉인이 있는 원본과 자기 집의 생활 종이를 섞지 않으려 전갈을 별도 함에 넣었다.

옛 기록의 이름을 보면 손을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수현은 그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다만 오늘 받은 종이들 중 어느 것도 감정대를 열 허락은 아니었다. 그는 명주의 답장을 그 위에 올리지 않았다. 다른 일의 무게로 예전 일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다.

윤초가 문을 두드린 것은 해가 거의 넘어간 뒤였다. 그녀는 볼일을 마치고 지나는 길이라 길게 앉지는 않겠다고 했다. 수현은 오늘은 의자 자리를 두 번 바꿨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느 쪽이 더 예쁘냐고 묻지 않고 지금 앉기에는 어느 쪽이 나으냐고 물었다.

그는 안쪽을 가리켰다. 윤초는 문 근처에 서서 내일 그릇 가게에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동행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수현도 자신이 멈추면 데리러 와 달라고 미리 맡기지 않았다. 길이 버거우면 돌아오는 자리부터 고르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어제 보여 주고 싶다고 했던 그림은 그렸느냐고 윤초가 물었다. 그는 아직 종이를 고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좋은 그림을 보여 주려다 어떤 종이라야 하는지부터 커졌다는 말도 했다. 그녀는 접어 둔 주문 종이 뒷면도 있겠다고 했다. 남의 사적인 글이 없는 것이라면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현은 조일이 남긴 깨끗한 조각 종이를 보았다. 그는 윤초의 방을 똑같이 옮겨 그리기보다 어제 물컵 두 개가 있던 사이를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먼저 하면 실제 선보다 거창해질 것 같았다. 아직 무엇을 그릴지 묻지 말아 달라고 하자 그녀가 웃었다.

“보여 줄 때 물어보면 되지.”

그 말이 가벼웠다. 다음에 볼 의무도, 잘 그렸다고 해 줄 의무도 붙어 있지 않았다. 수현은 오늘 같은 답장이 두 통 있었다고 생각했다. 명주의 답장은 일을 할 범위를 골랐고 윤초의 말은 일을 하지 않을 자리를 남겼다. 둘을 같은 장부에 적을 필요는 없었다.

윤초가 간 뒤 조일이 바닥을 쓸었다. 나무쪽이 기대어 있던 자리의 먼지가 한 줌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견습은 문턱 쪽으로 밀지 않고 쓰레받기에 받았다. 내일 누군가의 발에 다시 밟힐 일을 줄이는 동작이었다. 수현은 자기가 맡은 빈 컵을 천천히 씻었다.

그는 내일 가져갈 종이 한 장을 접어 두었다. 한쪽에는 명주에게 물을 것을 쓰고, 다른 쪽은 비워 뒀다. 오늘 답으로 내일의 장면을 먼저 채우지 않았다. 두 장이 겹칠 때 어느 손이 멈추는지 실제로 봐야 했다. 자투리 종이 한 장이 그의 방문 전체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조일은 접은 종이가 너무 작지 않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오늘 질문은 세 개뿐이라고 답했다. 가서 새 것이 보이면 더 적을 수도 있지만 먼저 빈 종이를 채우는 일을 맡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견습은 그럼 자기가 가져갈 큰 종이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둘은 서로 다른 크기를 챙겼다.

수현은 붓에 남은 먹을 닦았다. 손이 떨릴 때 종이를 두껍게 받쳐도 글씨가 모두 곧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종이가 밀리지 않으면 잘못 그은 획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보였다. 내일 계산판에도 그런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그는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채 붓집을 닫았다.

밤에 누우니 낮의 쇳소리가 한번 더 생각났다. 수현은 귀를 시험하려고 주변 소리를 세지 않았다. 내일 아침 나갈 수 없으면 새로 알리면 됐다. 명주가 기다리는 물건은 그의 신기한 손끝이 아니라 눈으로 함께 볼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도 몸이 허락한 만큼만 팔기로 했다.

1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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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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