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흔아홉째 아침, 수현은 같은 골목을 바로 건너지 않았다. 어제 돌아오다 들었던 쇠뚜껑 소리가 귀에 남은 것은 아니었으나, 몸은 잠 한 번으로 새것이 되지 않았다. 그는 옥선에게 오늘 긴 작업을 지켜볼 수는 없고 짧은 시험이 준비된 뒤에만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길모의 답은 간단했다. 먼저 선반과 벽을 보고 시험할 것을 만들겠으니, 수현이 목수가 나무 고르는 모습까지 보러 올 필요는 없었다. 그는 그 말을 읽고 웃었다. 모든 단계에 자기 눈이 있어야만 관찰 품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조일은 오늘 아침 가게에 있었다. 수현은 비운 시간에 받을 손님이 있는지 확인하고 자기 외출은 짧게 잡겠다고 했다. 견습은 아직 약속 없는 일을 실제로 끝낸 시간처럼 적지 말라고 했다. 그는 빈칸 옆에 나올 때를 적어 보겠다며 종이를 접었다.
옥선에게서 시험이 준비됐다는 소식은 점심 뒤에 왔다. 오늘 볼 범위와 쉬는 자리, 지급할 짧은 관찰 품이 함께 적혀 있었다. 수현은 현장에서 더 만들거나 들어 보이는 일을 맡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답했다. 이번에는 빈 종이보다 전날 남긴 순서를 먼저 챙겼다.
가게에 들어서자 길모가 바닥에 놓인 받침을 보여 줬다. 겉으로는 낮고 넓은 나무 틀 하나였다. 긴 자 둘의 아랫부분을 서로 떨어뜨려 놓을 칸이 나뉘어 있었다. 수현은 이것이 자를 앞으로 내놓지 않고 받는 물건이라고 보고, 실제 놓일 자리를 물었다.
길모는 옆의 빈 벽에 두겠다고 했다. 아래를 받치는 폭과 위쪽이 기대는 자리를 따로 봤으며, 통로 쪽으로 넘어가지 않게 할 부분은 아직 시험 중이었다. 옥선은 끈을 걸던 고리 하나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긴 재료가 지나가는 길도 비워져 있었다.
수현은 어제 자기가 떠난 뒤 물건 두 개가 더 옮겨졌다는 것을 알았다. 길모는 옥선과 해보에게 실제 쓰는 순서를 다시 물었다고 했다. 그의 그림은 첫 질문을 줄여 줬지만 그 뒤의 일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수현은 자기 종이가 전부가 아니어서 조금 서운하고, 그래서 더 안심됐다.
해보가 긴 자 하나를 들고 새 받침에 놓았다. 아래 끝은 칸 안에 들어갔고 위는 벽을 향했다. 옆 자는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옥선이 두 번째 자를 꺼냈다가 돌려놓아도 마찬가지였다. 수현은 그 장면을 보고 바로 됐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때 해보가 자 둘을 함께 잡았다. 손님이 서로 다른 치수를 한꺼번에 묻는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위 끝을 나란히 들어 꺼냈다. 벽 쪽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났고, 자 하나의 중간에 묶음끈 끝이 걸려 따라왔다. 길모가 멈추라고 말하기 전에 해보가 움직임을 늦췄다.
끈은 옮겨 둔 고리에 걸린 새 묶음에서 흘러나와 있었다. 자 둘은 서로를 끌고 오지 않았지만 옆의 다른 물건을 데려왔다. 수현은 자기 눈이 새 받침의 칸만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겹치던 아래 끝을 나누자 위로 빠지는 길이 더 멀리 보였다.
옥선이 끈을 전부 치우겠다고 했다. 길모는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손님이 그 물건도 쓰는 날이 있을 것이고, 끈을 오늘 하루만 다른 곳으로 감추면 새 받침이 편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수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를 구하려다 끈을 실종시키면 장부가 길어지겠지요.”
수현이 말했다. 해보는 끈은 짧아도 자보다 잘 엉킨다고 답했다. 옥선은 웃다가 고리를 다시 봤다. 자가 오르는 길 안에 느슨한 끝이 내려오지 않는 곳은 더 높이가 아니라 옆이었다. 그녀는 평소 묶음을 내주는 자리와 손님에게 건네는 방향을 설명했다.
길모가 새 위치를 바로 박아 두지 않고 빈 고리에 묶음을 걸어 보게 했다. 옥선이 손을 뻗었다. 처음 자리에서는 팔을 지나치게 올려야 했고, 다음 자리에서는 긴 재료가 가렸다. 수현은 앉은 채 어느 쪽이 편하냐고 물었다. 그녀가 직접 고르는 데 시간이 들었다.
해보는 그 사이 자를 원래 선반에 돌려놓았다. 시험 받침 앞에 물건을 세운 채 사람들이 고리를 움직이면, 오늘 또 걸리는 물건이 늘어날 터였다. 수현은 그 정리를 본 뒤 자기 메모에 두 물건을 함께 꺼낸 경우를 적었다. 어제 보지 못한 동작이었다.
길모가 쉬자고 했다. 수현의 귀를 걱정해서만은 아니었다. 목수도 같은 자세로 오래 바닥을 보고 있었고 옥선은 문밖에 온 손님을 받아야 했다. 해보가 자를 쓰러뜨리지 않은 것이 모두의 시간을 무한히 늘릴 권리를 주지는 않았다. 넷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수현은 의자에서 물을 마셨다. 가게 문밖에 긴 판재를 들고 온 두 사람이 보였다. 옥선은 새 받침을 쓰게 하지 않고 원래 선반에서 자를 꺼냈다. 아직 시험 중인 물건이라는 이유였다. 수현은 빨리 새 방법을 실제 장사에 올리고 싶었던 자기 마음을 알아챘다.
처음 받은 품이 지붕값을 전부 메우지 못했듯, 두 번째 방문도 큰 수입은 아니었다. 대신 이 작은 일이 이어지는 것이 반가웠다. 그래서 잘됐다는 말을 남들보다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물컵을 놓으며 결과를 서두를 다른 이유 하나를 자기 안에서 봤다.
옥선이 손님을 보낸 뒤 길모가 끈의 새 자리를 정했다. 자가 올라오는 길에서 벗어나고, 옥선이 몸을 틀어 잡지 않아도 되는 옆면이었다. 그는 실제 고정은 주인이 그 자리를 더 써 본 뒤 하겠다고 했다. 오늘 시험에서는 묶음을 고정된 상자에 담아 다른 통로 밖에 두었다.
새 받침에는 긴 자 둘을 다시 넣었다. 이번에는 해보가 한 번, 옥선이 한 번 서로 다른 끝부터 꺼내 봤다. 둘을 한꺼번에 꺼낼 때도 옆 자와 끈이 따라오지 않았다. 수현은 그 동작들 사이에서 누가 빈 칸을 잊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는 먼저 이름을 적기보다 어느 칸이 긴 자의 자리인지 손님을 받으면서도 알아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옥선은 길이가 다르니 알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해보가 짧은 자 하나를 같은 칸에 놓아 보자 윗부분이 다른 자 뒤로 가려졌다. 옥선이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수현은 옥선이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방금 가려진 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있다고 답했다. 길모는 칸의 입구를 길이에 맞춰 구분하는 작은 표시를 더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표시가 손을 긁거나 자를 밀어 올리지 않게 해야 했다. 지금은 목수가 실제 놓인 모양을 보고 있었다.
해보는 짧은 자는 원래 선반의 앞 칸을 쓰겠다고 했다. 옥선은 손님이 돌아와 잘못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손님이 직접 자를 돌려놓게 하는 일이 얼마나 있느냐고 되물었다. 둘의 말이 길어지자 수현은 실제 어제 그런 손님이 있었는지 물었다.
옥선은 재료를 사지 않고 길이만 재 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자기가 그 자를 받지 않고 다른 물건을 계산하던 때였다. 수현은 가게를 쓰는 사람이 늘 두 사람뿐이라고 생각한 자기 그림에 빈 사람 하나가 더 필요함을 알았다. 그렇다고 모든 손님을 새로 교육할 수는 없었다.
그는 받는 자리를 한 곳으로 두고, 제칸에 놓는 것은 가게 사람이 하게 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옥선은 손님이 제자리에 넣어 주는 것을 친절로 받아왔는데 오히려 두 번 손이 가는 때가 있었다고 했다. 해보는 반환 자리만 따로 있으면 자기가 나누어 놓겠다고 말했다.
길모는 그 반환 자리가 긴 자를 아무 데나 기대는 곳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새 받침 옆에 두는 낮은 임시 칸을 보며 그는 실제 넘어짐과 지나갈 폭을 다시 살폈다. 수현은 오늘의 문제가 마법처럼 풀리는 대신 물건 하나의 자리가 다른 사람의 일로 이어지는 것을 봤다.
그의 예정 시간이 끝날 무렵, 해보가 긴 자를 받은 뒤 새 칸에 돌려놓는 동작을 한 번 더 했다. 옥선은 반대편에서 짧은 자를 받았다. 두 사람의 손이 중앙에서 겹치지 않았다. 그러나 반환 칸의 폭은 목수가 다음에 마저 정해야 했다. 오늘은 여기서 시험을 멈췄다.
수현은 본 것과 못 본 것을 짧게 읽었다. 새 받침에서 긴 자끼리 아래가 겹치지 않았고, 끈이 걸리는 동작을 한 번 발견해 그 경로를 비웠다. 손님이 자를 돌려놓는 경우는 아직 실제 영업에서 보지 못했다. 그 마지막 문장을 말할 때 아쉬움이 덜했다.
옥선은 오늘 품을 지급했다. 길모가 만드는 값은 목수와 따로 정했다. 수현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흥정을 옆에서 자기 값의 증명으로 듣지 않았다. 그가 관찰한 일이 유용했어도 나무를 고르고 맞추는 손의 값까지 자기 것이 되지는 않았다.
돌아가기 전에 길모가 물었다. 내일 새 받침을 마저 맞추면 수현이 와서 잘됐다고 말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수현은 가게 사람들이 쓰는 동작을 다시 볼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자기의 칭찬이 완성의 조건은 아니라고 답했다. 목수는 그럼 내일은 당신 집에서 쉬어도 된다고 했다.
수현은 웃었다. 웃다가 귀 안쪽이 묵직해져 고개를 조금 낮췄다. 길모는 이유를 더 묻지 않고 문밖의 재료를 비웠다. 수현은 그 길로 나왔다. 그날 두 번째 품을 받은 사람의 귀와 전날 소리에 놀란 사람의 귀는 같은 것이었다.
백가에 돌아오자 조일이 지붕 밑에 둔 종이를 보여 줬다. 새 물자국은 없었다. 밖에 잠깐 바람이 불었지만 비는 아직 오지 않았다. 수현은 알겠다고 하고 앉았다. 견습은 오늘은 장부를 자기가 받아 적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받은 돈과 실제 이동 시간을 말해 줬다.
조일이 적은 글씨는 그의 것보다 작고 곧았다. 수현은 그 글씨로 보면 가게가 더 잘 돌아가는 듯하다고 했다. 견습은 숫자도 그러면 좋겠다고 답했다. 둘이 웃었다. 글씨의 모양과 오늘 남은 돈 사이에는 아무 신비한 길도 없었다.
해가 지기 전 윤초에게서 종이 받침의 자리를 정했다는 소식이 왔다. 길모는 다른 일을 마친 뒤 방문 시각을 다시 알리기로 했다고 했다. 수현은 목수가 자기 일을 하느라 그녀의 일을 미뤘는지 묻지 않았다. 길모도 윤초도 각자의 순서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답장에 오늘 긴 자가 끈을 데리고 나오려 했다고 적었다. 윤초는 그럼 도망갈 준비가 꽤 길었겠다고 답했다. 수현은 짧은 웃음 뒤 종이를 접었다. 남의 가게 동작을 모두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와 나눌 말은 하나 남길 수 있었다.
밤에 비가 시작됐다. 조일이 문간으로 가려 하자 수현도 일어나려 했다가 의자에 머물렀다. 견습은 보고 오겠다고 했다. 잠깐 뒤 돌아온 대답은 돌 위로 새 방울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수현은 오늘의 그 말만 받아 두었다. 비가 오래 갈지는 아직 몰랐다.
그는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새 받침의 빈 칸과 가게 문간의 비어 있는 돌이 번갈아 떠올랐다. 하나는 물건이 들어올 자리였고 하나는 물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자리였다. 빈 곳마다 자기 손을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일은 옥선과 해보가 자기 손으로 자를 돌려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