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가 가져온 나무 조각에는 홈이 없었다. 그가 탁자에 조각을 내려놓자 명주가 아직 안 깎았느냐고 물었다.
“놓일 자리부터 보려고요.”
목수가 답했다. 수현은 그 말에 자기 빈 종이를 내려다봤다. 백여든아홉째 오전, 그는 짧은 외출 뒤 바로 돌아오기로 하고 그릇 가게에 다시 왔다.
어제 남았던 귀의 피로가 오늘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정한 때가 끝나면 판이 덜 만들어져도 먼저 돌아갈 생각이었다.
조일은 백가에 남았다. 오늘은 받아 둔 일반 수리 문의에 현재 맡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견습이 혼자 물건의 감정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말은 출발 전에 이미 맞췄다.
수현은 가게 밖에 나와서 그 약속을 불안 때문에 또 확인하러 돌아가지 않았다.
길모가 나무 조각을 계산판 앞에 놓았다. 낮은 직사각형은 어제 그림보다 폭이 넓었다. 명주가 팔을 뻗자 소매는 조각의 모서리를 지나갔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으나 그녀는 그 자리에 잔돈 통을 놓곤 했다고 말했다. 수현은 어제 그 통이 비어 있던 때만 본 사실을 인정했다.
통 안에는 아침에 쓸 잔돈이 이미 들어 있었다. 명주는 그 무게를 먼저 자기 손으로 옮겼다. 수현이 대신 받겠다고 하지 않았다.
길모는 판을 세우는 물건 때문에 돈을 두는 곳을 잃으면 고친 것이 덜 끝난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 조각을 바로 옆으로 밀었다.
그곳은 물그릇 자리와 가까웠다. 명주는 탁자에 물그릇을 실제로 내려놓고 젖은 행주를 그 옆에 뒀다. 셋이 조용히 그 배치를 봤다.
수현은 판이 쓰러지는 방향만 생각하면 좋을 자리가 손을 닦는 일에는 나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새 홈을 어디에 낼 것인지 아직 연필선도 긋지 않았다.
문밖에서 수레가 멈췄다. 이번에는 지나가는 빈 수레가 아니라 그릇을 내려 주는 짐수레였다. 수현은 소리가 커지기 전에 조금 안쪽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명주는 벽 가까운 의자를 가리켰다. 그가 거기 앉아도 탁자의 움직임은 보였다. 대신 문가에서 들어오는 손은 판 뒤에 가려졌다.
그는 자기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명주에게 그대로 말했다. 그녀는 그럼 자기가 손님이 들어온 것처럼 다시 움직이겠다고 답했다. 길모가 탁자 뒤로 가 손님이 돈을 내는 시늉을 했다.
손이 거친 목수에게 잔돈이 모자라는 가게 주인 역할을 시키면 한꺼번에 많이 내놓을 것 같다고 명주가 웃었다.
길모는 자기 가방에는 돈보다 나무 부스러기가 많다고 답했다. 수현도 웃고 나서 귀의 피로가 더 올라오는지 잠깐 살폈다. 아직 정한 짧은 말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는 실제 돈을 주고받는 대신 빈 종이와 나무 조각을 옮기는 것으로 충분한지 물었다. 명주는 동전도 평소만큼 놓아 보겠다고 했다.
길모가 꺼낸 두 번째 조각은 첫 것보다 좁았다. 그 위에 작은 쐐기 둘을 임시로 놓아 판의 밑변을 받쳤다. 홈을 파기 전에 어느 쪽을 막아야 하는지 보는 모양이었다.
판은 서 있었지만 명주가 종이를 위로 빼자 함께 들렸다. 그녀가 급히 다른 손으로 받았다. 수현은 지금 판을 붙잡는 동작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목수는 쐐기를 더 높이면 판이 덜 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명주는 글씨의 아랫줄을 가리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수현은 두 사람의 말이 서로 다른 물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하나는 판의 밑변을, 다른 하나는 주문의 마지막 줄을 봤다. 둘 다 그 가게에 남아야 했다.
그는 판을 홈에 꽉 끼우는 대신 밑변 앞쪽의 미끄러짐만 막으면 어떤지 물었다. 명주는 종이를 위로 빼는 때 판 자체가 따라오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판 뒤의 작은 집게가 종이를 단단히 잡았다.
나무가 아니라 집게가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길모는 집게를 바꾸는 품은 자기가 지금 약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주는 새 집게를 살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지금도 손으로 벌리면 잘 열렸다. 문제는 한 손으로 종이를 잡아당겨 빼곤 한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집게를 벌린 뒤 종이를 빼 보였다. 판은 움직이지 않았다. 수현은 그렇다면 판을 고치는 일과 종이를 빼는 동작이 함께 바뀌어야 하는지 물었다.
명주가 입술을 다물었다. 수현은 자기 말이 주인에게 고치는 일을 넘기는 것처럼 들렸을까 생각했다. 주인은 잠깐 뒤 자기도 그 동작을 할 수는 있으나 손님이 몰리면 다시 한 손으로 당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치고 나서 매번 조심하면 된다는 답은 받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쏟아지지 않게 이미 주의하던 손에 다른 주의 하나를 더 얹어서는 덜 쓸 수 없었다. 그는 집게를 바꾸라고 권하는 대신 종이를 매번 빼야 하는 까닭부터 물었다.
명주는 끝난 주문을 뒤쪽 상자에 넣어야 자기 눈에 남은 주문만 보인다고 답했다. 지금 있는 종이의 순서를 바꿀 수는 있었다.
주인은 종이를 위로 빼는 대신 옆으로 접어 뒤에 넘겼다. 집게를 열지 않아도 끝난 줄이 뒤로 갔다. 그러나 종이가 판 옆으로 너무 길게 나왔다.
그녀가 손님 쪽을 보며 손을 뻗자 접힌 종이가 소매에 닿았다. 수현은 아직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길모는 판을 세우는 각도를 조금 돌릴 수 있는지 물었다.
나무 조각을 탁자의 긴 변과 나란히 놓지 않고 조금 비스듬히 뒀다. 판의 글씨는 주인의 시선을 향했고, 접혀 나오는 종이는 그녀의 팔꿈치 뒤로 갔다. 명주가 일어섰다가 앉았다.
아랫줄도 보였다. 길모는 처음으로 연필을 꺼내 나무 위에 선을 그었다. 그 선은 방금 생긴 자리의 길이였다.
그는 깊은 구멍을 파지 않았다. 밑변이 앞으로 밀리는 것을 막을 낮은 턱과 두 끝의 짧은 홈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명주는 판을 밤에 빼낼 수 있는지 물었다.
길모가 고정하지 않은 조각으로 들어 올리는 순서를 보였다. 수현은 그때 자기 정한 시간이 가까워진 것을 보았다. 남은 말을 서두르지 않고 길모에게 알렸다.
목수는 자기가 깎고 실제로 맞춰 본 뒤 결과를 전하겠다고 했다. 명주는 수현에게 지금 돌아가도 되지만 자기가 돈을 언제 줘야 하는지 다시 물었다. 그는 오늘 정한 짧은 재방문 품은 실제 살핌이 끝난 지금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나무판의 제작·맞춤 값은 길모와 정할 일이었다. 그녀는 돈을 두 주머니로 나누지 않아도 이름을 붙여 세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받은 돈을 확인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물건이 완성될 때까지 앉아 있어야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자기가 머물수록 판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깎는 일에는 목수의 손과 주인의 답이 필요했다. 수현은 의자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그릇 가게의 문턱을 넘을 때 잔돈 통은 여전히 상판에 있었다. 판은 임시 쐐기에 세워진 채였다. 그는 그것을 완성된 모양으로 기억하지 않으려고 잠깐 다시 봤다.
길모가 자리를 받았다는 사실과 새 받침이 끝났다는 말은 달랐다. 백가로 향하는 골목에서는 소매를 털지 않고 손을 옷 안에 뒀다.
조일은 손님 두 사람의 문의를 받았다고 했다. 한 사람은 금속 감정을 원해 현재 받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고, 다른 사람은 검집의 해진 끈을 교체할 곳을 물었다. 견습은 은설이 그런 일을 받는지 모르니 먼저 뜻을 물어 전하겠다고 했다.
수현은 자기가 없던 가게에 없는 약속이 생기지 않은 것이 좋았다.
점심 뒤에 그는 쉬었다. 자기가 받은 품을 다시 계산하려고 누운 채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 돈은 실제로 들어왔고 몸은 실제로 피곤했다.
둘 중 하나를 없애면 오늘 외출을 잘못 읽게 됐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조일이 가게 안쪽에서 종이를 접는 소리가 들렸다.
견습은 아까 문의한 해진 끈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은설에게 지금 보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물건의 크기부터 전해 달라는 답이 왔다고 했다. 수현은 이름을 알려 주는 일이 곧 품을 대신 받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조일이 자기 말로 해낸 사실을 들었다.
그는 잘 물었다고 말했다. 조일은 이번에는 칭찬이 너무 짧지 않다고 했다.
오후 늦게 길모가 왔다. 나무판은 실제로 깎아 맞췄고 명주가 판을 넣고 빼며 써 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접힌 종이가 받침 턱 한쪽에 닿아 다시 조금 깎았다.
그다음 주인이 잔돈을 주고받는 동작과 주문을 뒤로 넘기는 동작을 해 보았다고 했다. 수현은 자기가 본 것처럼 그 말을 줄이지 않고 길모에게 들은 결과로 적었다.
문밖 수레가 지나갔느냐고 묻자 목수는 자기가 있던 동안에는 가벼운 짐수레 하나가 지났고 판은 제자리에 있었다고 답했다. 내일 장날의 모든 수레를 본 것은 아니었다. 명주는 오늘 하루 써 보고 실제 걸리는 때가 있으면 길모에게 알리기로 했다.
수현에게 계속 붙어 있어 달라는 청은 없었다.
“안 붙잡았답디다.”
길모가 말했다. 수현은 잠깐 판을 누가 붙잡지 않았다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명주가 손으로 판을 잡지 않고 동전을 셌다는 뜻이었다.
그 짧은 결과를 듣자 낮에 떠나며 남았던 찜찜함이 조금 줄었다. 자기가 끝까지 보지 않아도 자기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길모는 자기 품도 실제 받았다고 했다. 수현은 목수의 돈을 자기 장부에 넣지 않았다. 대신 방문 약속 옆에 길모에게 결과를 들은 때를 남겼다.
조일이 그러면 수현이 끝냈다고 쓸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가 각각 한 것을 쓰면 된다고 답했다. 끝이라는 말이 한 사람의 이름만 가질 필요는 없었다.
저녁에 윤초가 전갈을 보냈다. 오늘은 시간이 안 맞아도 모레 낮에 성 안에서 짧게 밥을 먹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수현은 현재로서는 좋고, 몸의 경과가 달라지면 먼저 말하겠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모든 변화를 약속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도 자기 손목의 경과를 보고 말하겠다고 했다.
문을 닫을 때 길모가 가져온 작은 자투리 하나가 탁자에 남아 있었다. 수현은 그 조각을 들고 소리를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왔다. 손끝에 미세한 내력을 보내면 빈틈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대기 전에 조일에게 목수가 두고 간 물건이라고 말했다. 견습은 반환할 작은 상자에 넣었다.
모르는 결을 오늘 굳이 알아야 할 일은 없었다. 수현은 빈 탁자에 손을 쉬게 뒀다. 계산판을 받치는 홈은 이제 명주의 가게에 있었고, 그 판을 붙잡지 않은 손이 실제 동전을 세었다는 답이 왔다.
내일 그 손에 또 무엇이 걸릴지는 그곳에서 먼저 알 일이었다. 그는 자기 가게의 등불부터 낮췄다.
조일이 문빗장을 걸며 물었다. 오늘처럼 자기가 가게에 남는 날을 다음에도 미리 정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수현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견습은 남는 날을 외출하지 못한 날로 세고 싶지 않다고 했다. 수현은 탁자 위의 약속 종이를 그에게 건넸다. 빈칸에 조일이 먼저 자기 할 일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