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은 쌀독의 바닥을 두드리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 남은 쌀을 보고, 닫고, 밥 먹는 사람 수부터 말했다.
백여든일곱째 아침이었다. 수현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한 번 폈다. 떨림은 여전히 있었고 창밖에서 수레가 지나는 소리가 귀에 오래 걸렸다.
새 안내의 먹이 말랐다고 몸의 일이 한 줄 더 허락되는 것은 아니었다.
조일이 종이를 펼쳤다. 어제 천을 고친 돈은 실제 지출에, 포목점에서 받은 돈은 실제 수입에 있었다. 받지 않은 빈 틀의 품은 어느 쪽에도 없었다.
그 둘을 세고 나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하자, 빈칸이 막연한 구덩이보다 작은 모양이 됐다.
작아졌다고 얕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늘 검 한 자루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빠르게 왔다. 수현은 그 생각을 조일에게 말했다.
“생각만 하시는 값은 안 적어요.”
견습이 답했다. 수현은 웃고 자기 밥을 떴다. 숟가락의 안쪽으로 쌀알이 붙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떼는 대신 그릇 가장자리에 가볍게 밀었다.
오전에는 의원에게 갈 때를 물었다. 오늘 낮에 짧은 경과 확인을 받을 수 있다는 답이 왔다. 수현은 새 품의 약속을 잡기 전에 자기 외출 하나를 먼저 정했다.
검과 검사 자는 가져가지 않았다. 최근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소리가 불편했는지 적은 종이만 조일이 가방에 넣어 주었다.
의원에 다녀온 뒤 그는 들은 말을 자기 좋을 쪽으로 줄이지 않았다. 현재 손과 귀의 피로가 남아 있으니 정밀 감정을 다시 열 때로 정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오늘 진찰이 향후 모든 노동을 허락한 증서가 된 것도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불편해지는 동작이 있으면 멈추고 경과를 보자는 말을 남겼다.
조일이 결청을 쓸 수 있는 날을 물었다. 수현은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견습은 알겠다고 하고 점심 냄비의 뚜껑을 천 위에 내려놓았다.
전날의 솥뚜껑 소리 이야기를 들은 뒤 바꾼 동작이었다. 수현은 고맙다고 했다. 조일은 오늘 죽이 안 넘쳐서 자기도 고맙다고 답했다.
밥을 다 먹기 전 길모가 문 밖에서 불렀다. 사람을 데려오지는 않았다. 수현이 들어오라고 하자 그는 바닥에 묻은 나무 가루를 먼저 털었다.
수리점에 가루가 있다고 새 가루까지 어디든 놓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가 전한 것은 그릇 가게의 문의였다. 넓은 받침 위에 세워 둔 계산판이 손님들 수레가 지날 때마다 흔들린다고 했다. 주인은 판을 붙잡고 있느라 잔돈을 놓치는 일이 싫었다.
길모는 목재가 부러진 것인지 보러 갔다가 판 자체보다 놓인 자리가 문제 같다고 느꼈다.
수현은 그릇이 놓인 선반까지 봐 달라는 뜻인지 물었다. 길모는 자기도 그 말을 먼저 물었으며 지금은 계산판 한 자리라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가게의 사람에게 다시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제 찾아온 장사꾼의 이름은 둘 다 꺼내지 않았다. 한 문의가 좋지 않게 끝났다고 다음 사람이 똑같은 뜻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었다. 수현은 내일 낮에 짧게 둘러볼 수는 있지만 물건을 만져 감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길모는 그 조건을 가지고 돌아가 먼저 답을 받겠다고 했다.
“목수인 당신이 다 보면 되지 않습니까.”
말한 뒤 수현은 문장이 조금 거칠었다는 것을 알았다. 길모는 기분을 단정할 표정 없이 가방을 무릎에 놓았다. 그는 목재를 고치는 눈과 사람이 물건을 쓰는 순서를 보는 눈이 겹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가 오늘 못 한 말을 자네가 와서 반드시 할 거란 뜻은 아니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일이 쓸모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질문한 것이 조금 있었다. 쓸모를 먼저 증명하려면 아직 보지 않은 자리도 벌써 자기 몫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오늘 물은 범위와 답을 종이 한 귀에만 적었다.
길모가 간 뒤 조일은 자기도 가고 싶다고 했다. 계산판을 만든 사람인지 주인의 손을 보고 싶은 것인지 수현이 묻자, 견습은 둘 다 아니고 돈을 놓치는 순서가 궁금하다고 답했다. 수현은 그 말이 장부보다 앞선 질문이라는 점이 좋았다.
다만 내일 자기가 맡을 일은 별도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견습은 백가 문을 닫고 둘이 갈 것인지도 물었다. 수현은 계산판을 보러 가는 짧은 동안은 닫아야겠다고 답했다. 문의를 놓칠 수 있는 시간도 그 품의 값이었다.
밖에서 받는 돈만 세면 가게 안의 하루가 공짜가 됐다.
오후에 윤초의 전갈이 왔다. 내일 늦은 낮에 성 안을 지날 일이 있는데 잠깐 함께 걸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수현은 그릇 가게에 갈 수도 있고 다녀온 뒤 귀가 어떤지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늘 밤까지 확답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기 볼일은 그대로 갈 것이며 만나지 못해도 된다고 회신했다.
수현은 그 답이 편하면서 조금 아쉬웠다. 자기를 기다리지 않는 것이 서운한 날도 있었다. 그는 서운함을 숨겨 따뜻한 답장을 만들다가 펜을 놓았다.
전갈을 다시 보내 따질 일은 아니었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을 자기도 알아야 한다는 정도로 마음에 남겼다.
해가 기울 때 길모가 그릇 가게 주인의 답을 가지고 왔다. 중년의 주인은 수현의 이름으로 그릇이나 진열대의 좋음을 알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실제 계산판을 붙잡지 않고 잔돈을 세고 싶은 것이었다.
내일 보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그 말까지 듣겠다고 했다.
둘은 방문하는 시간과 짧은 살핌의 값을 정했다. 실제 목재를 손대는 품은 길모가 따로 묻고 받기로 했다. 조일이 옆에서 계산을 보아 주는 것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돈 받는 일처럼 먼저 얹지 않았다.
수현은 그 정도면 갈 수 있겠다고 답했다.
길모는 판을 무조건 무겁게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주인은 하루 끝에 계산판을 안으로 들여놓아야 했다. 무거운 받침을 달아 흔들림을 줄이면 매일 드는 일이 늘었다.
수현은 바로 쌀독을 떠올렸다. 가벼워져서 나쁜 물건도, 무거워져서 나쁜 물건도 있었다.
그는 아직 보지 않은 판의 해결책을 정하지 않았다. 대신 내일 판을 옮기는 마지막 동작까지 보여 달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주인은 장사가 끝날 때까지 붙들어 두려는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수현은 빈 시간에 평소처럼 한 번만 보여 주면 된다고 답을 돌렸다.
전갈을 주고받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들었다. 그는 설명을 잘해 놓으면 내일 일이 모두 짧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줄였다. 오늘 말의 피로도 실제였다.
길모가 돌아간 뒤 그는 방에 들어가 조용히 누웠다. 준비가 끝났다는 기분으로 천을 다시 펼쳐 보지 않았다.
조일은 저녁에 자기 계산 종이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맡은 돈과 받을 돈을 잘 나누면 장사가 모두 설명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문을 닫는 시간이 어디에 적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종이의 빈칸이 넓어지는 것이 싫다는 말도 했다.
수현은 모든 것을 같은 장에 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견습이 그러면 한 번에 못 본다고 하자 그는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이 정말 모든 것이냐고 되물었다. 조일은 숟가락을 든 채 그를 봤다.
수현도 자기 말이 조금 그럴듯했다고 느꼈으나 더 늘이지 않았다.
견습은 잠깐 뒤 오늘 닫는 시간을 방문 약속 옆에 쓰겠다고 했다. 돈의 줄을 더 만드는 대신 사람이 비는 때를 다른 종이에 두었다. 수현은 그 선택을 받아 적지 않았다.
조일이 자기 쓰는 종이를 스스로 바꿨다.
밤에는 내일 가져갈 것을 골랐다. 연필과 작은 종이, 손수건, 물병이었다. 길모의 자는 목재 수리에 필요한 그의 도구였다.
백가 검사 자는 보관집을 나가지 않았다. 수현은 맨손으로 갈 수도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잠깐 낯설었다.
예전에는 가벼운 가방이 자기 일을 덜 갖고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일은 물건을 두고 가야 자기가 받은 범위를 더 잘 지킬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가방 안이 비어 있는 모양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그 흔들림을 도구로 메우지 않았다.
문을 닫기 전 안내를 읽으러 온 낯선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감정이 쉬는 중이냐고 물었다. 조일은 현재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시 열면 언제냐는 말에 견습은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손님은 자기 검집의 끝을 잡고 잠깐 서 있다가 다른 수리점을 아느냐고 물었다.
조일이 수현을 봤다. 그는 예전에 일반 수리를 맡겼던 성 안의 다른 집 이름을 말하되 지금 그 집의 대기나 현재 손 상태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손님은 고맙다고 했다.
그가 떠난 뒤 수현은 자기가 내보낸 돈의 모양을 굳이 세지 않았다.
그러나 조일은 손님이 다른 집에서 잘 고치면 다시 안 올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올바른 대답을 했다고 장부가 저절로 맞아 주지는 않았다. 그는 저녁에 셌던 실제 쌀을 다시 떠올렸다.
그때 문밖에서 동전이 구르는 소리가 났다. 아까 손님이 떨어뜨린 것은 아니었다. 지나가던 아이가 작은 주머니를 거꾸로 들고 있었다.
동전 두 닢이 낮은 돌턱에 걸렸고 아이가 허리를 숙였다. 수현은 나가 손을 뻗는 대신 문 앞에 사람이 있으니 수레를 천천히 밀어 달라고 지나가던 이에게 말했다.
수레가 멈췄다. 아이는 자기 돈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고맙다는 말 뒤에 자기가 세 닢을 가져왔는지 두 닢을 가져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따라왔다.
조일이 떨어진 것을 자기는 두 닢 봤다고 답했다. 모르는 한 닢을 찾아주겠다고 밤 골목을 뒤지지 않았다.
수현은 문을 안에서 걸었다. 계산판이 흔들리면 돈이 쏟아진다는 문의가 다시 생각났다. 내일 봐야 할 것은 판의 무게 하나가 아닐 수 있었다.
동전이 놓이고, 사람이 움직이고, 하루가 끝나 판이 다른 자리에 가는 순서가 있었다. 그는 그 순서를 종이에 미리 완성하지 않고 물병 옆에 연필을 두었다.
잠자리에 들려던 때 조일이 내일 자기 몫을 다시 물었다. 구경하는 것과 일하는 것 사이가 애매하면 어느 쪽으로 앉아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가게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동작을 보는 사람으로 함께 갈 수는 있으나, 그 자리에서 돈 계산을 대신 맡지는 말자고 했다.
실제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견습에게도 뜻과 품을 물어야 했다.
조일은 자기가 계산을 빨리 한다고 먼저 자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수현은 자랑은 해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빠른 손을 보여 준 다음 공짜로 계속 앉아 있게 되지는 말라고 했다.
견습이 웃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요즘은 손을 쓰지 않고도 그 일을 자주 한다는 지적이었다.
수현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는 오늘 길모에게 답하면서 방문 값을 받기로 한 일을 떠올렸다. 자기 몫을 정하는 말이 남에게는 인색함으로 들릴까 두려웠지만, 조일이 같은 말을 배워 써야 한다면 더는 작은 글씨로 둘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