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는 햇빛이 있는 쪽의 의자를 골랐다. 수현이 그늘을 찾아 두었다는 말을 듣고도 잠깐 해를 보고 앉고 싶다고 했다.
백여든닷새째 낮, 두 사람이 성 안의 밥집 앞에서 만났다. 강 건너로 갈 계획은 없었고 오늘 물 높이를 묻지도 않았다. 윤초는 손목을 받친 천을 새로 매고 있었다.
수현은 그 천의 매듭이 어제보다 느슨하다고 말하려다가 먼저 밥은 먹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와 먹으러 왔다고 답했다.
그는 자기 질문에 웃었다. 오늘은 상태를 확인하는 말 말고도 시작할 말이 있었다.
밥집의 바깥 자리는 낮은 처마 밑이었다. 수현은 안쪽보다 통과하는 짐수레 소리가 덜 닿는 벽 가까이를 골랐다. 윤초는 그 옆 햇빛이 남는 자리를 봤다.
손목이 나아졌다는 뜻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따뜻한 곳에 얼굴을 두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그 말만 받았다. 불편을 줄이는 선택과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선택이 늘 같은 방향일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은 따로 그릇을 골랐다. 수현이 자기 앞의 국을 옮기려 하자 주인이 작은 쟁반을 놓아 줬다. 윤초는 대신 들어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녀도 지금 손목에 힘을 더하기 싫었다. 수현은 고맙다고 주인에게 말하고 쟁반을 자기 쪽으로 가볍게 당겼다. 몇 번의 동작이 늘었지만 밥맛이 그만큼 줄지는 않았다.
그녀는 포목점이 어땠는지 물었다. 수현은 두 번째 품까지 끝났으며 실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주인이 자기 왼쪽을 손님 왼쪽으로 말했던 이야기를 했다.
윤초는 표국에서도 앞줄 사람과 뒷줄 사람이 같은 길을 다르게 부르곤 했다고 답했다. 그녀는 지금 그 사람들을 대표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경험 하나를 꺼냈다. 수현은 그때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먼저 서 있던 사람이 돌아봤지.”
그녀가 말했다. 수현은 더 정교한 손짓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웃었다. 윤초는 때로는 반대로 돌았다고 덧붙였다.
오래 일했어도 틀린 날이 있었다. 능숙한 사람의 기억이 늘 완성된 가르침처럼 들리지 않아 좋았다. 수현은 자기도 검사 자를 넣는 방향을 조일에게 처음 제대로 물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던 중 가까운 골목에서 갑작스러운 쇳소리가 났다. 누군가 큰 솥뚜껑을 떨어뜨렸다. 수현은 어깨가 굳었고 손의 숟가락이 그릇 가장자리에 닿았다.
소리는 끝났지만 귀 안에 남은 날카로움은 곧 사라지지 않았다. 윤초가 바로 말을 멈췄다. 그녀는 그의 숟가락을 뺏지 않고 지금 안쪽으로 옮기고 싶은지 물었다.
수현은 잠깐 기다린 뒤 더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답했다. 주인은 안쪽 빈방은 없지만 뒷문 가까운 자리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윤초가 자기 그릇을 들려고 하자 주인이 한꺼번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빈손으로 먼저 움직였다. 수현은 자기가 자리를 골랐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는 오늘 점심을 지킬 도움이 없었다.
새 자리에는 햇빛이 없었다. 윤초는 자리에 앉아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수현은 미안하다고 했다.
그녀는 그에게 화난 것이 아니라 따뜻한 자리를 놓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둘 다 괜찮다는 말만 해 버리면 옮길 때 남은 아쉬움을 어디에도 놓을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이 서로를 탓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는 귀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국을 천천히 먹었다. 윤초는 그동안 밖의 소리를 대신 듣고 보고하지 않았다. 자기 밥을 먹었다.
한동안 말이 없자 수현은 그녀가 불편해서 침묵하는지 묻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녀가 먼저 국이 식기 전에 먹겠다고 했다.
그는 웃었다. 연인의 침묵이 언제나 자기를 향한 질문은 아니었다.
밥을 다 먹었을 때 날카로움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피로는 남았다. 수현은 오늘 예정했던 짧은 산책을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윤초는 자기는 그늘길을 조금 걷고 싶다고 답했다.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곳까지 가고 그다음은 따로 돌아가도 좋겠다고 했다. 그는 같이 온 이상 끝까지 같은 거리를 걸어야 한다고 느꼈던 마음을 알아챘다. 원래도 각자의 귀가를 정해 놓고 있었다.
밥값은 처음 정한 대로 각자의 몫을 냈다. 수현이 어제 품을 받았으니 자기가 내겠다고 하자 윤초는 오늘 자기 밥값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빚을 지우려던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알고 있지만 돈을 받은 날마다 그에게 좋은 연인 값을 더 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 말에 수현은 돈주머니를 다시 묶었다.
골목으로 나오자 햇빛이 벽 위에서 짧게 잘렸다. 두 사람은 그늘 쪽을 걸었다. 윤초는 가방을 자기 어깨에서 편한 쪽으로 옮겼다.
수현은 그 가방을 받겠다고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멈추고 싶은 곳이 생기면 말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에게도 같은 말을 돌려줬다. 말이 의식처럼 반복될 때도 있었으나 오늘은 실제 걸음의 길이가 달라진 뒤였다.
작은 물가의 의자에서 잠깐 쉬었다. 강을 건너는 배가 보이지 않는 성 안쪽 수로였다. 수현은 지난 나루에서 못 한 일을 만회하러 나온 것 같은 마음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윤초는 조금 있었다고 답했다. 그 말이 먼저 나와서 그도 자기 마음을 덜 꾸몄다. 잘 골라 둔 낮이면 자기 몸이 둘의 시간을 망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초는 자기도 오늘은 아픈 손목 이야기를 적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더 따뜻한 자리부터 골랐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따뜻한 자리가 좋았던 이유를 전부 손목으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를 봤다. 그도 자기가 방금 한 말에 조금 놀랐다. 남에게는 쉬운 문장이 자기 도구 앞에서는 얼마나 어려웠는지 떠올랐다.
“그럼 그냥 볕이 좋았던 걸로.”
“그랬다고 들었어.”
윤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그 대답을 기록할 종이가 없는 것이 좋았다. 오늘 말은 거래의 한계로 남길 문장이 아니었다.
그녀가 자기에게 한 말을 그 자리에서 들었다. 같은 말을 나중에 다르게 하고 싶으면 다시 들을 수도 있었다. 그런 자리는 장부의 빈 줄과 다른 종류의 여백이었다.
의자 옆으로 아이 둘이 지나가며 긴 막대를 잡아당겼다. 싸우는 소리는 아니었고 한쪽 끝을 누가 먼저 들었느냐는 다툼이었다. 수현은 자기 어린 시절 같은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렸으나 선명한 이야기는 없었다.
숙부라면 어떻게 했을지 대신 말하지 않았다. 윤초는 막대가 부러지면 둘 다 짧은 것을 가질 수 있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들리도록 한 말은 아니었다.
그가 웃자 그녀도 웃었다. 웃는 동안 수현은 자기 귀의 피로를 잠깐 잊었지만 사라졌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몸의 한계가 바뀌는 것은 달랐다.
그는 조금 뒤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다. 윤초는 자기는 여기서 한 번 더 앉았다 갈 생각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오늘의 남은 시간을 서로에게 허락받지 않고 알렸다.
헤어지기 전에 윤초가 그의 손등에 손을 얹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지금은 좋다고 답했다. 그녀는 손목을 꺾지 않도록 자기 팔을 의자에 받치고 짧게 손을 올렸다.
그가 손을 돌려 꽉 잡지 않았다. 앞서 못 잡은 손을 오늘 더 오래 잡아 갚을 필요는 없었다. 잠깐의 온기가 끝난 뒤 그녀가 먼저 손을 거뒀다.
수현은 먼저 일어났다. 그녀는 그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계속 보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 물병을 열었다.
그는 뒤를 한 번 돌아봤고 윤초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 주느라 자기 낮을 멈춰 놓지 않은 사람이 거기 있었다. 수현은 손을 작게 들어 인사하고 조용한 길로 돌아갔다.
백가에는 작은 전갈이 와 있었다. 포목점에서 오늘 안내를 점포 두 사람이 직접 고쳐 쓰며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새로운 확인이나 돈을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수현은 받았다고 답하고 그 묶음을 닫았다. 오늘 귀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어제 끝난 품까지 잘못된 날로 묶지 않았다. 그렇다고 점포에서 편한 소식이 왔다고 자기 현재 상태를 덮지도 않았다.
조일은 계산판 받침 대신 접는 종이를 만들고 있었다. 수현이 자기 낮은 어땠느냐고 물으려 하자 견습이 잠깐 뒤에 말해도 되겠느냐고 했다. 지금 손이 젖어 종이를 만지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수현은 그러라고 답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누군가의 질문을 바로 받지 않아도 되는 집이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했다. 조일의 남은 일도 오늘 안에서 이어졌다.
짧게 누웠다 일어나자 귀의 날카로움은 더 번지지 않았다. 그는 의학적인 이름을 붙이지 않고 현재 피로와 들었던 소리만 자기 기록에 남겼다. 의원에게 다시 물을 필요가 생기면 실제 경과를 말할 수 있어야 했다.
낮에 웃었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이 좋은 시간을 보내면 자기 불편이 거짓으로 보일까 봐 겁내던 마음이 아직 조금 있었다.
조일과 저녁을 먹을 때 견습이 종이 받침을 펼쳤다. 얇은 판을 세우는 대신 한 장을 두 방향에서 보도록 접은 모양이었다. 수현 쪽에 보이는 숫자와 조일 쪽에 보이는 숫자는 같은 돈을 다른 질문으로 읽었다.
맡은 값, 받을 값, 실제 받은 값이었다. 수현은 이 종이를 남에게 팔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먼저 조일이 왜 만들고 싶은지 들었다.
견습은 자기가 계산을 빨리 한다는 말만 들으면 앞으로도 남의 돈을 대신 세는 자리만 떠오른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알아듣게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그 답을 듣고 잠깐 숟가락을 놓았다.
조일이 어느 날 다른 길을 택할까 봐 겁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지금 눈앞의 흥미를 견습의 잡일로 줄일 수는 없었다.
그는 보기 좋은 종이라고 말했다. 조일이 너무 짧은 칭찬이라고 하자 수현은 왜 이쪽의 빈칸만 넓으냐고 물었다. 견습은 받은 돈은 숫자가 짧아도 되지만 아직 안 받은 돈에는 이유를 적어야 해서라고 답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은 며칠 전 자기 장부를 읽던 시간과 닿아 있었지만 조일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가게 문을 닫을 때 수현은 모루 밑을 봤다. 검사 자는 다시 천 아래 있었다. 오늘도 꺼내지 않았다.
자를 보관한 아침이 닫혀 있는 감정대를 여는 첫걸음이었다고 억지로 이름 붙이지 않았다. 자기 도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고 돌려놓을 사람과 방법을 정했다.
그것으로 끝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그가 눈을 돌리자 조일이 자기 종이를 챙기고 있었다.
윤초의 짧은 전갈은 늦은 저녁에 왔다. 수로 의자에 조금 더 앉았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오늘 해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귀가 피곤해 먼저 왔지만 같이 먹은 밥은 좋았다고 답했다. 둘 중 하나만 남기려고 문장을 고치지 않았다.
다음 만남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재 돌아간 집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낮을 따로 마칠 수 있었다.
잠들기 전 그는 내일 아침을 비워 두기로 했다. 새 문의가 오더라도 바로 외출을 잡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나무집의 보관 천을 맡길지 생각해 볼 여유는 남았다.
빈 천을 펼칠 때 넓은 끈을 잡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했던 일이 떠올랐다. 수현은 그 일을 새 도구를 사는 값과 견줄 수 있었다. 멋진 복귀의 이름 대신, 꺼낼 때 손끝을 덜 쓰는 방법 하나의 값이었다.